이번 학기 수강과목에  [동서양 고전]이라는 과목이 있다. 교양과목이긴 하지만 3학년쯤 되면 교양도 거의 전공수준이라 그리 만만치 않다. 이번 중간고사 과제물은 과제로 주어진 고전들 중 한 권을 읽고 교수님께서 내주신 숙제대로 레포트를 작성하는 것이다.  목록을 보니 모두 쉽지 않은 책들이다. 읽는데만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될 것같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나는 시간이 별로 없다.
아이들 중간고사 준비도 해야하고 이번엔 공부방까지 옮기느라 심적으로 너무 고단한 때와 겹쳐서 고민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더군다나 목록에서 일리아스를 발견하자마자 나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이 책으로 과제물을 정해버렸다. 

호메로스의 [일이라스]와 [오잇세이]는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라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것같다. 그렇지만 고전이라 이름붙혀진 것들이 가지는 취약점은 너무 잘 알려져서 의외로 또 잘 모른다는 것이 아닐까? 나 역시도 이런저런 다이제스트본들은 이미 여러번 읽었지만 원전에 대한 번역본은 미처 생각해보질 못 했었다.  요약본이 아닌 원전에 대한 번역본을 읽을 수 있다는 것. 내가 다른 무게있고 깊이있는 책들 중에서도 선뜻 일리아스를  선택한 이유이다.

도서출판 숲에서 나온 이 책은 본문만 680페이지가 넘는다. 부피만으로도 묵직하다. 그러니 전부를 읽는데 많은 시간이 투자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길고 복잡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아주 재미있게 책 속에 빠져서 시간을 보냈다. 이미 아는 이야기라서 그런거라고? 글쎄, 그보다는 이 작품이 서사시라는 것에 좀 더 주목한다면 그리고 원전에 충실한 번역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읽는 내내 내가 시를 낭송하는 듯 또는 시를 낭송하는 낭송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살아있는 운율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과제물에서 원하는 것은 책 속에서 스스로 정한 부분의 내용에 대한 요약과 감상이다. 물론 써야하는 양도 정해져 있다. 하지만, 나는 그 규칙에 따를 수 없었다. 시라는 특성상 중요 대목만 발췌를 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필사를 하면서 가졌던 느낌들을 요점만 발췌하면서 반감시키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점수가 깎일 위험을 감수해가면서 한 대목을 모두 다 필사를 했다. 바로 일리아스의 6권 [헥토르와 안드로마케의 만남]이다.  

이 책은 일리아스라는 도시의 트로이아인들과 아카이오이족으로 널리 불리던 그리스군들의 전투이야기이므로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전투는 모두 나흘간만 벌어진 것으로 되어있지만 전투의 장면들이 아주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문득 ’300’이라는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영화의 힘을 빌어 일리아스의 장면이 실감나게 다가왔다기 보다는 일리아스를 읽으며 상상되어지는 장면들을 따라가다보니 영화를 만났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같다. 
하지만, 전투장면 일색의 이 서사시에서 살짝 비껴 앉은 것처럼 6장의 헥토르와 안드로마케의 만남 부분은 다른 장들보다 인간의 내면의 고뇌와 슬픔이 아주 진하게 표현되어 있다.

나는 일리아스의 승자인 아킬레스보다도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헥토르에게 더 마음이 간다. 그가 보여주는 면들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이고 어쩌면 헥토르야말로 전인적인 인간의 감정과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갖춘 인물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헥토르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와 헤바카의 아들이다.  일이아스에 등장하는 헥토르는 잘생기고 용감하며 트로이아를 정말로 아끼고 사랑하는 인물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그리스군의 아킬레스가 아가멤논과 다툰 뒤 전투에서 물러난다. 그 때 헥토르는 그리스군을 트로이아의 성벽에서 멀리까지 쫓아낼 수 있었고 헥토르는 아폴론의 도움으로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대신 싸우러 나간 아킬레우스의 친구 파트로클로스를 죽인다. 아킬레우스는 파트로클로스의 복수를 위해 전쟁에 다시 참여한다. 아킬레우스를 두려워한 헥토르는 모든 병사들이 성안으로 도망침에도 불구하고 아킬레우스와 싸우려하지만 결국 죽임을 당한다. 아킬레우스는 헥토르를 죽이고 그의 시체를 전차에 매달아 며칠 동안이나 트로이아 성벽을 돌며 끌고 다닌다. 프리아모스 왕이 아킬레우스를 찾아가 아들의 시체를 돌려줄 것을 간청하자 아킬레우스는 프리아모스 왕의 간청을 들어주어 헥토르의 시체를 돌려준다. 헥토르의 시체를 트로이아 사람들이 장사지내며 일리아스의 이야기도 막을 내리게 된다.

제6장에서는 그리스군과의 전투에서 아드라스토스가 메넬라오스에게 잡혀 죽임을 당한다. 이에 트로이아군들의 사기가 떨어지자 헬레노스가 헥토르에게 성안으로 돌아가 성안의 여자들에게 아테네여신의 신전에가서 제물을 바치고 기도하게 할 것을 권한다. 헬레노스의 말대로 성안으로 돌아온 헥토르는 그의 어머니를 만나 헬레노스의 말대로 아테네 신전에 기도할 것을 명하고  이 전쟁의 원인이 된 파리스의 집으로 달려가 파리스가 전장에 참여할 것을 종용한다. 파리스의 아름다운 아내 헬레네의 상냥한 말에도 퉁명스러웠던 헥토르는 다시 아내와 아들을 보기 위해 집으로 달려간다. 헥토르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 안드로마케의 만남은 정말로 가슴이 아픈 대목이다. 살아 돌아오지 못 할 것이 뻔한 전장으로 남편을 보내야 하는 아내의 슬픔과 두려움이 절절하다. 헥토르는 사랑하는 어린 아들을 안고는 제우스신에게 아들을 위한 기도를 한다.  헥토르의 기도는 잠시 전쟁터에서의 장수의 자리를 떠난 평범한 아비의 모습 그대로다. 아들의 장래가 아비의 장래보다 밝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축원이 가슴을 찡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성을 잃지않고 겁먹지 않은 침착한 모습을 아내에게 보여준다. 
이런 핵토르의 모습이 일리아스를 읽는 내내 용감무쌍했던 아킬레우스의 활약보다 훨씬 더 인상깊게 남겨진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어떤 부분보다 6장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였던 그 느낌은 필사를 하면서도 여전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신화의 주인공들을 물론 신이어야 한다. 하지만, 일리아스를 읽으며 나는 그 속에 등장하는 신들이 싫어졌다. 물론 그렇다고 예전에도 좋아했던 적도 없지만,  그들의 변덕과 비이성적인 행동들이 부아가 난다. 신들은 그들이 가진 능력에 비한다면 얼마나 가볍고 유치한가. 그런 신들의 놀잇감처럼 부침을 당하면서도 오히려 매 순간 삶에 충실했던 신화속의 많은 보통의 인간들한테 나는 더 많은 경의와 박수를 보낸다. 신들이 인간을 농락하듯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인간사가 그리 만만치 않은 고해임을 알려주기도 하는 것이겠지만, 그런 속에서도 삶에 발버둥치는 인간들의 모습은 또 다른 힘이 존재함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신화가 가지고 있는 수 많은 알레고리들은 잠시 접어두고 지금 그렇게 많았던 신들은 다 어디에 있는가? 그들은 그저 이야기 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그것은 그들이 그렇게 변덕스러웠기 때문에 스스로 권위와 고귀함과 인간의 경배를 집어던졌다는 소리가 아닐까? 그리하여 두껍고 어려운 이야기 속으로 영원히 유배를 당한 것은 아닐까?
나는 헥토르와 같은 인간의 도래를 기대해본다. 책임감과 애국심으로 뭉쳤던 리더.  하지만, 진심으로 아내를 걱정하고 자식을 염려하는 보통의 따듯한 마음도 가진 사람의 모습을 헥토르에게서 보았기 때문이다.

잠시 남편이 전장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만류하기도 했던 아내 안드로마케가 가엾은 생각이 들었던 헥토르는 이런 말을 한다.
"어느 누구도 내 운명을 거슬러 나를 하데스에게 보내지 못할 것이오. 하지만 운명은 겁쟁이든 용감한 사람이든 일단 태어난 이상은인간들 가운데 아무도 피하지 못했소."
헥토르도 운명을 피하지 못했고  헥토르를 죽인 아킬레스도 마찬가지로 운명을 피하지 못 했으며, 그들을 그렇게 비참하게 만들었던 신들도 신들의 운명에서 자유롭지 못 했다. 그러니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무 것도. 내가 아무리 공부해도 다 알 수 없을 더 많은 의미를 숨기고 있을 것이 분명한 이 거대한 서사시를 읽으며 내가 건져낸 조그만 실 한 올이다. 

메이저리그 경영학-야구에 숨겨진 경영의 진수

먼저 당신의 관리자 성향을 만드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부모나 다른 관리자를 떠올려 보라. 스트레스로 가득한 상황과 맞부딪혔을 때, 먼저 당신에게 영향을 준 사람을 머릿속에 떠올려라. 그였다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지 상상하라. 당신이 첫 번째로 행한 반응과 같은가? 아니면 정확히 반대되는가?

만약 같다면 나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지만, 혹시 다른 대안은 없었을지 생각해 보라.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것이 좋은 선택이었기 때문인지를 생각해 보라. 반대의 경우도 고려해 보라. 자신에게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과거의 유령과 맞서 싸우면서도 그 한계를 다시 생성해 내거나, 그에 반응해서 다른 새로운 한계를 드러내는 것은 아주 끔찍한 운명이다. (Page 230 룰 8.01)

이 책의 내용 중에서 가장 맘에 남는 부분이다. 지금의 내 상황을 대입시키기에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이 터전에서 만6년을 살았다. 그리고 7년째인 이즈음에 터전을 옮기려고 준비 중이다. 다음 주엔 드디어 새로운 곳으로 내 일터가 옮겨간다. 일터이면서 작업실이기도 하고 뭔가 지금의 내 모습을 완성해 준 곳이기도 한 이 곳에서 막상 옮겨간다고 생각하니 한 편으론 마음이 설레기도 하면서 한 편으론 새로운 곳에서도 지금껏 내가 해 왔던 것처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착잡하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시기적으로 나와 딱 맞아 떨어진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인 제프 앵거스가 이끄는 대로 참 열심히도 야구장과 사무실을 실제로 오간 것 같은 느낌이다.

메이저리그야 가장 자본주의적인 체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메이저리그야말로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메이저리그는 시장의 법칙이 아주 냉정하게 지켜지는 곳이다. 그 곳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구단과 감독과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와 팀 운영의 노하우들을 제프 앵거스는 기업 경영에 대입시키고 있다.

제프 앵거스는 미국의 유명한 경영 컨설턴트이며 야구 컬럼니스트로도 유명하다. 그는

야구장의 네 개의 베이스처럼 경영전략도 4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1루-운영관리, 2루-인력관리, 3루-자기관리, 홈-변화관리로 나누어진 4단계의 경영 전략은 어떤 경영학 서적보다 확실히 재미있다. 나는 야구를 많이 알지는 못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따라가는 내내 저자가 보여주는 매우 사실적인 사례들은 어려운 야구도 재미없는 경영도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운 것으로 만들어준다.

                                                

운영관리의 기본 중 효과적인 회의 진행 방법으로 들고 있는 그의 방법들을 다시 한 번 보

자.

1. 정시에 시작하라

2. 어떤 경우에라도 정시에 시작하라.

3. 시간을 채우려고 하지 마라.

4. 회의를 빨리 진행하라.

5. 주의를 집중하기 위해 귀찮은 일들을 교대로 하게 하라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학교 다닐 때 가장 좋은 선생님은 정시에 시작해서 정시에

수업을 끝내주는 선생님이었던 거 같다. 물론, 지금도 아이들은 그런 선생님을 가장 좋아

한다. 제프 앵거스의 효과적인 회의 진행 방법은 효과적인 수업 진행 방법과 선이 닿는다.

그러니 나도 모르게 이 페이지엔 밑줄 쫙~

이 글을 시작할 때 맨 처음 인용했던 글은 바로 PART3의 자기관리에 나오는 부분이다.

‘자신에게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과거의 유령과 맞서 싸우면서도 그 한계를 다시

생성해 내거나, 그에 반응해서 다른 새로운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끔찍한 운명이

라고 얘기한다. 그런 끔찍한 운명의 되풀이를 막기 위해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되돌아보아 발전적인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하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게 할 수 있

도록 노력하는 것. 메이저리그의 감독들이나 관리자나 또 나 스스로에게도 정말 중요한 문

제라고 해야겠지.

Part 2의 2루 진출 인력 관리편은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부딪히게 되는 문제들

과 저절로 밑줄이 그어졌다. 4장 선수 스카우트와 계약-고용은 나와 수업을 시작하게 되는

아이들과의 첫 대면에서 똘똘한 녀석을 알아보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했다.

5장의 안타 쳐 내기-직원 능력의 최적화와 6장 훈련-라인업 구성은 학습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과 자연스럽게 연관되어서 읽혀진다. 무엇이든 내 경험과 연관되었을 때 가장 쉽

게 다가오는 정보야말로 살아있는 정보라고 해야겠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만나는 정

보들은 모두 살아서 숨을 쉬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과의 만남은 즐거운 경험이 된다.

그가 현재 맡고 있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 한다고 해서 화내지 마라. 그가 맡은 일을 성공

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맡겨라. 반대로 과거의 훌륭한 성적을 이유삼아

무조건 일을 맡기지는 마라......변화를 추구하는데 방해가 되는 상황을 만들지 마라. 결정적

인 순간에 개개인의 감정을 살피느라 성공할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라.

경영에 관해선 문외한인 사람이고 더군다나 야구는 가볍게 볼 뿐 깊이 있는 관람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지만 짬짬이 노트에 필기를 하게 되는 것은 제프 앵거스가 관리자 입장에서

이야기 하는 여러 경영 노하우들이 결국은 내가 일터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적용시키면

훨씬 향상된 성적을 거두리라는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즐거운 책과의 만남이었다.

책의 맨 처음 부분으로 되돌아가보자.

우리는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운영 관리든 인력 관리든, 자기 관리든 상관없다. 변화는, 현

재 유용하고 최적화되고 또 가능한 것들을 바꿔 버린다. 변화는 우리가 그동안 문제를 해결

해왔던 방식이나 도구를 바꿔 버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가, 우리가 문제를 회피하는

방법 역시 바꿔 버린다는 것이다.(page36)

어떻게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지 어떻게 변화를 관리하고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도 물

론 꼼꼼하게 알려준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메이저리그를 경영에 접목시켜 설명하는 단순

한 경영학 서적을 넘어서 인생의 경영 노하우도 알려주는 지침서라고도 할 수 있겠다.

 

경영의 미래.

이 책의 저자 게리 해멀은  경영의 미래(경영 2.0)는 웹 2.0과 흡사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인터넷이 적응력이 풍부하고 혁신적인 참여도가 높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면서 인터넷이 가진 이런 장점들이야말로 21세기 경영 시스템을 구축한 상세한 설계도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발언권이 있다. *창의성의 도구가 널리 분산되어 있다. *실험하기가 쉽고 값이 싸다. *능력이 학력과 직책보다 중요하다. *헌신이 자발적이다. *권력은 대중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권위는 유동적이다. *자연스러운 위계질서만이 존재한다. *공동체는 스스로 규정한다. 개인은 풍부한 정보를 갖는다. *모든 것이 분산되어 있다. *아이디어는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한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 찾기 쉽다. *자원은 자유롭게 기회를 좇는다. *의사 결정은 동료의 판단에 따른다. (page290)

게리 해멀은 이런 경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선 경영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관료화된 업무, 상세한 직무명세서, 상명하달식 명령체계, 계층적인 보고체계 등 관료적이고 계층적인 조직에서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조직으로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리 해멀은 경영 혁신의 예로 홀푸드(Whole Foods)와 고어(W.L.Gore), 구글을 예로 들고 있다. 대형 도매업체 중에 가장 열광적인 직원들을 갖고 있다는 홀푸드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는 라벨을 붙이며 지구에서 가장 유별나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조직을 만든 고어와 구글. 아직 신생기업이지만 무엇보다도 적응력을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경영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경영방법의 선구자라고 이 세 기업을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도 게리 해멀은 이 기업들을 탁월한 기업이나 위대한 기업의 전형으로 치켜 올리려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오히려 이 세 기업의 사례가 경영정설에 도전하더라도 여전히 성공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홀푸드는 다양한 방법으로 최고경영자와 직원들 간의 신뢰를 형성한다. 신뢰의최고경영진의 급여를 공개하며 임원진의 보상을 회사평균 임금의 19배 이하로 제한해 급여차이를 정하고 있다. 또한 “모든 음식, 모든 사람, 하나의 지구(Whole Foods, Whole People, Whole Plant)"로 요약되는 이 회사의 슬로건은 전체 직원들을 커뮤니티로 묶어준다. 이 커뮤니티야말로 공유된 사명감에서 비롯된 신뢰이며 운명으로 함께 하는 그 어떤 힘이다.

게리 해멀이 경영 민주주의의 모델로 들고 있는 고어의 모든 팀들의 공통 목표는 “재미있게 일 하면서 돈을 벌자”이다. 고어의 구조는 계층구조가 아닌 창살구조이다. 빌 고어는 건축개념을 조직에 대입했다. 창살구조에 기반을 둔 건축은 조직의 모든 사람들을 서로 연결한다. 의사소통은 개인 대 개인, 팀 대 팀으로 직접 이루어진다. 창살구조는 동일한 수준에서 중심점이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이 조직은 정보가 중간에서 막히지 않고 사방으로 흐를 수 있는 대인관계의 밀집된 네트워크라는 뜻이다. 창살구조에서 각자는 상하관계가 아닌 동료에게 봉사하며, 매개체를 통하지 않고도 동료와 협력할 수 있다.

구글은 새로운 경영모델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업이다. 회사 창업당시부터 두 창업자는 재미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했다. 게리 해멀이 소개하는 구글의 경영 형태는 이렇다.

‘구글을 독특하게 만드는 것은 웹 중심의 사업 모델이 아니라 극단적으로 혼란스러운 경영모델이다. 그 핵심 내용을 일부 예로 들면 아주 얇은 계층조직, 수평적 의사소통의 밀집된 네트워크, 대단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사람들에게 큰 상을 주는 정책, 제품 개발에 대한 팀 중심의 접근, 어떤 직원에게나 고객 우선의 정신을 심어주는 기업 신념 등이다.’(page122-123) 

아주 얇은 계층조직, 수평적 의사소통의 밀집된 네트워크와 같이 독특한 모습의 구글의 경영모델은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준다.

1. 인터넷은 21세기 경영의 상징이 될 것이다.

2. 경험이 풍부한 관리자가 최고의 경영혁신가가 되지 못 할 수도 있다.

3. 인간답게 일하면서도 경영혁신을 이룰 수 있다.

기업들이 갑자기 이렇게 쇠퇴해버리는 현상은 무엇을 의미할까? 세계의 경영자들이 갑자기 멍청해져서? 아니다. 평생 장밋빛일 것 같았던 비즈니스모델이 갑자기 망했다면 그것은 바로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두드러지게 변화한 것은 변화 그 자체이다. 우리 시대를 다른 시대와 구분 짓는 것은 세계를 평평하게 만든 커뮤니케이션 효과도 아니고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시장의 경제적 급부상도 아니다. 바로 엄청난 변화의 속도이다. 앞으로 다가오는 수십 년은 모든 사회, 조직, 개인 모두가 전에 없던 새로운 방법으로 적응력을 시험받게 될 것이다. 다행히 이 모든 혼란은 도전과 기회를 같이 가지고 온다.(page54-55)

게리 해멀은 경영의 미래를 위해서 3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익숙한 것에서 탈출하기.

둘째, 새로운 원칙을 받아들일 것.

셋째, 변두리에서 배워라.

익숙한 것에서 탈출한다는 것의 의미는 혼란과 함께 도전의 기회가 왔을 때 획기적인 경영 사고방식의 방법론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관습과 싸우고 고정관념을 뒤집고 핵심과 상반되는 가치를 배제하지 않는 것을 그 방법으로 들고 있다.

새로운 원칙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경영 게놈을 재정립 한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게리 해멀은 이것을 기업의 경영 프로세스와 실행방법에 주입해야 하는 새로운 DNA라고 소개하고 있다.

생물 -> 다양성

실험은 계획을 이긴다. / 완벽해지지 마라. / 자연도태 과정을 따라라. / 유전자풀은 넓을수록 좋다.

시장 -> 유연성

시장은 비정치적이다. / 시장을 세우면 혁신가들이 찾아온다. / 업무 효율성과 전략 효율성은 같지 않다.

민주주의 -> 행동주의

리더가 책임진다. / 누구나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있다. / 리더십은 분배되어야 한다.

신앙 -> 의미

사명이 중요하다. / 의미가 사람을 변화시킨다.

도시 -> 우연한 창조

다양성이 창의력을 부른다. / 뜻밖의 발견도 체계화할 수 있다. / 독특해야 살아남는다.

세세한 내용들이 없어도 이렇게 제목만으로도 변화와 혁신의 방법을 쉽게 알려주고 있다.

경영의 미래를 위한 게리 해멀의 3가지 제안의 세 번째인 변두리에서 배우기란 바로 조직에서 벗어난 개인의 창의성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게리 해멀은 개인의 관점을 뭉치게 하여 불특정 다수의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토론 게시판과 블로그의 강력한 힘을 이야기 하고 있다. 소규모의 실험 자본으로 현장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시장을 어떻게 만들어낼까? 라는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으로 게리 해머는 경영에서 변두리라 말하는 그 곳에서 시작 된 사례를 들려주기도 한다.

게리 해멀이 들려주는 경영혁신의 법칙들을 요약하면 가감한 목표에 열중하고 정설을 해체하며, 강력하고 새로운 원칙을 수용하고, 긍정적인 일탈에서 배우라는 것이다. 긍극적으로 회사의 말라비틀어진 경영관습을 없애고, 혁신의 부드러운 새싹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여유로운 공간이 생기는 불씨를 신중하게 통제할 줄 아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래를 내다보며 일 하고 미래를 준비하라고 한다. 새로운 경영모델을 만드는 것이 경쟁사를 물리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라고 이야기 한다.

이 책의 역자는 이 책이 무척 재미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경영에 대해 문외한이라서 그런지 처음 이 책을 읽는 내내 무척 어렵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벗어버릴 수 없었다. 결국은 같은 책을 연이어 두 번 읽는 긴 시간을 투자한 후에야 비로소 이 책이 가지는 묘미들을 아주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교과서처럼 간결하고 요점정리가 잘 되어 있다는 것도 두 번씩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깨닫게 된 이 책의 매력이다. 그리고 역자가 지적했던 바대로 책에서 ‘당신(You)’이라는 주어를 달고 나오는 얘기가 여지없이 나의 이야기처럼 다가오기 시작했던 것도 두 번째 책과의 시간을 가지면서 내가 발견하게 된 기쁨이며 소득이었다.

아주 작은 공간이고 직원도 없는 나 홀로 직장이지만 어쨌든 나름대로 잘 경영해야 할 일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경영’이라는 말엔 늘 호감이 가는 걸 숨길 수 없다. 같은 시간에 좀 더 많은 효율을 내는 것이 가장 성공한 경영이라는 나의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바뀌었다. 아울러서 앞으로의 내 경영 전략도 약간의 수정을 가했다고 고백해야할 것 같다. 게리 해멀이 책 속에서 꼭꼭 찍어주었던 21세기 경영 전략들은 따로 노트에 적어놓고 자주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긴 시간을 투자했지만, 경영의 고수한테 아주 귀한 경영전략을 배울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