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식탁들을 흔드는가

산역꾼들이 삽질한 자국대로 흙을 퍼냈다 / 그들은 공들여 반듯하고 부드러운/ 지하방을 만들어 갔다 / 겨드랑 높이의 깊고 아늑한 방이 / 말없는 주인의 입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 맞춤 틀에 반죽을 입히듯 / 묘혈은 정확했다 / 사각의 방 위에 두레박 없는 / 줄이 조심스레 내려지고 / 유족들은 시신이 반듯하게 뉘이나 / 붉은 눈을 하고 지켜보았다 / 잘 맞춰진 목관을 방에 걸터앉히고 / 시신을 내려준 그 끈은 다시 / 들어 올릴 것이 없다는 듯 지상으로 거두어 지고 / 상주들은 마지막 보살핌처럼 조심스레 / 두어 삽의 흙을 아끼듯 뿌렸다 / 질긴 추억들과 슬픔의 덩어리가 그 속에서 / 가닥가닥 풀리며 흩어지고 / 남은 자들은 언제부턴가 / 자신의 무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

따스한 별 한 자락이 망자를 덮어주자 / 그들은 남은 해를 등지고 / 서둘러 그들이 속한 세상으로 / 내려갔다/ [이정/ 下棺-검은 색의 날들(1) 全文-시집 ‘누가 내 식탁들을 흔드는가’중]

아마도 시인의 아주 가까운 가족 중 한 분의 장례식 장면인 것 같다. 시집에 실린 다른 시의 정황상 시아버님이 아니셨을까 라고 혼자 유추를 해보았다. 이정 시인의 시집 ‘누가 내 식탁들을 흔드는가’에 실린 시 중 하나인 이 시를 읽다가 문득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생각나 마음이 아려 한참 먼 데를 바라다보았다. 담담한 표현이 오히려 시인과 유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 기억을 되살려내고 떠나간 이를 향한 그림움 속으로 잠겨들게 하는 거 같다. 이 시집의 다른 시들도 시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일상들이 시집 속에서 빛나고 있다. 불편하지 않은 편안한 모습으로. 마치, 이정 시인에 대한 인상처럼 말이다.

그 날은 도대체 밖같 나들이라곤 안 하는 내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안성 편운제에서 열리는 시낭송회에 따라 나섰던 날이었다. 토요일이고 휴가 시즌의 시작이라 도로는 차로 북새통을 이룰 것이 뻔해서 괜한 일을 벌인 건가 하는 후회와 막연한 불안감이 약속장소에 조금 더 서둘러 나가게 했는지도 모른다. 출발장소인 인하대 정문 옆의 벤치에 앉아서 블라디미르 카미너의 ‘러시안 디스코’를 읽고 있었다. 얼마 후 교정 안으로 들어서는 한 여인네를 보면서 아 오늘의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이정 시인과의 첫 만남은 담담했다. 안성 가는 내내 우린 쓸 데 없는 연예기사를 입에 올리며 수다를 떨었다. 앞자리의 고상한(?) 남정네들은 멘델스존을 들을 심산이었는지 모르는데 물론 나 역시도 평소에 멘델스존을 좋아하건만 이정 시인과 무게라곤 없는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것이 더 좋았다. 잠시 들렀던 식당에서 해장국에 깍두기 국물을 섞어 먹는 모습도, 목적지에 도착 후 화장실에서 땀에 지워진 화장을 고치던 모습들도 오래간만에 내 마음 속에 아주 편한 모습으로 들어왔다. 떠나기 전부터 그날의 여행을 걱정하던 내가 얼마나 속 좁은 사람이었는지를 깨닫게 해주던 모습들. 그것은 편안하고 일상적이지만 무엇인가 단단한 속내를 가진 ‘여자’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시집 ‘누가 내 식탁들을 흔드는가’에 대한 느낌은 ‘젊다’라는 것이었다. 사람에 대한 첫인상이 그 사람을 파악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면 책도 마찬가지일까?. 이미 젊지 않은 이정시인에 대한 첫인상이 시집에 대한 첫인상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어떤 의미에서 성공한 시집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모든 것이 상인논리의 잣대로 가늠되는 세상살이의 틈바구니에서 여전히 죽지 않고 살아 숨쉬는 인간의 순진성과 정겨운 사물들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이정 시인의 시편들에는 늘 촉촉한 물기가 배어있다. 이는 메마르고 사악한 현실 속에서도 어떻게 해서든지 인간긍정과 생명존중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눈물겨운 ‘사랑의 시학’에서 우러나온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이가림 시인)

‘글은 그 사람이다’라고 했던가. 그런 이유로 문체가 중요한 것이라면 이정 시인은 시처럼 담백하고 진지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짧은 만남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시인. 그리고 시집 속에서 시들과 만나며 미처 만나지 못 했던 시인과의 만남을 이어보았다.

 그가 우리들의 푸른 식탁들을 벤다 푸른 상추잎이 우리들의 식탁이다 그는 내 식탁들을 따서 그의 식탁에 올릴 모양이다 나는 내 식탁들과 함께 둥근 그릇 속에 담긴다 쏴아--그가 수도꼭지를 틀고 싱크대 앞에서 나의 식탁들을 흔들어 씻는다 식탁에서 떨어진 나는 물속에서 허우적거린다 아찔 현기증이 난다 물에 빠진 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숨겨둔 흡반을 나의 식탁 뒤에 붙이고 매달린다 나는 나의 식탁과 함께 다시 소쿠리 속에 담겨진다 그는 무척이나 시장했던지 상추 잎 속에 웅크리고 있는 나를 미처 알아채지 못 한다 나의 식탁에 쌈장을 바르고 오므리는 그의 손길이 바쁘다 툭 불거진 그의 목뼈가 오르내리는 걸 보며 나도 시장기가 동한다 정신을 차려아지 ... ... 나는 용의 주도하게 나의 식탁 위로 천천히 올라간다 ...... 머리를 꼿꼿이 들고, 더듬이를 올리고!

 그때, 그가 날 보았다 휘둥그레진 그의 눈 속에 서늘한 바람이 이는 걸 보는 순간, 순식간에 나는 식탁 채 창밖으로 내던져졌다. (누가 내 식탁들을 흔드는가-달팽이 全文)

  

 

도가니

"진실이 가지는 유일한 단점은 그것이 몹시 게으르다는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자신만이 진실이라는 교만 때문에 날것 그대로의 몸뚱이를 내놓고 어떤 치장도 설득도 하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진실은 가끔 생뚱맞고 대개 비논리적이며 자주 불편하다. 진실 아닌 것들이 부단히 노력하며 모순된 점을 가리고 분을 바르며 부지런을 떠는 동안 진실은 그저 누워서 감이 입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 도처에서 진실이라는 것이 외면당하는 데도 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면 있는 것이다."

공.지.영. 예리한 통찰력과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현실의 부조리를 그려내 한국문단의 대표적인 작가의 한 사람으로 자리 잡았다. 불합리와 모순에 맞서는 당당한 정직성,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뛰어난 감수성으로....(작가 소개 중)

자칫 개인에 대한 쓸 데 없는 까탈로 보여질까봐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책날개 부분의 작가 소개란에 함께 실린 공지영의 사진이 마음이 쓰였다. 가장 최근에 찍은 사진인 듯 그녀의 얼굴 각도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가슴 사이의 계곡이 들여다보이도록 깊이 파인 블라우스를 입은 사진을 아무 의미 없이 봐주기엔 이 소설의 무게가 아니, 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주제가 너무 아프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나는 이제 완벽한 상업주의 작가가 되었어요.’라고 말 하는 것처럼 느꼈다면 그녀에 대한 지나친 애정표현이라고 눈 흘기는 사람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그녀가 함박꽃처럼 화사하게 웃든 아님 비취 웨어나 시tm루 룩을 입은 사진을 올렸다고 해도 별로 상관없었을 런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조금 덜 유명한 소설가였더라면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지나가버리기엔 적어도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미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너무 커져 버렸다. 참 이상하지. 소설을 읽으면서 너무 가슴이 아파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작가의 사진 한 장에 소설과 현실의 경계가 명확해지다니. 책날개에 싣는 사진 한 장도 가벼이 올려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소설은 Daum에 반 년 동안 연재되었던 것이다. 작가의 말이든 독자의 말이든 [이 글을 읽고 자신의 일처럼 아파했던 모든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매일 아침 컴퓨터를 켜고 메인 화면에 접속할 때마다 잘 닦인 네온사인처럼 떠오르곤 하던 [공지영의 도가니]가 떠오른다. 서가에 꽂힌 이 책을 보고서야 '아니, 이것이 벌써 책으로 나왔네' 라며 놀랐으니 어쨌거나 일단 나는 베스트셀러와는 좀 거리가 있는 사람인가 보다.

전체적으론 재미있게 읽었다. 아니,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야 하려나? 이 소설은 요즈음의 미디어 세태가 선호하는 자극성과 음란성을 포함한 선정성을 진하게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힘을 가진 기관 사람들의 정 반대 방향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성추행 사건이 이 소설의 기둥이라고 했을 때  농아아이들이 털어놓는 성추행 장면은 작가 정신을 벗어나 다분히 선정적 의도를 작가가 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눈물을 쏟아가며 수화를 통역하는 사람을 등장시켰다고 해서 선정성이 상쇄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작가 정신을 들먹여야 한다면 공지영은 이 소설의 결말에 좀 더 신경을 썼어야하지 않을까? 작가는 ‘내가 보여준 게 이 나라, 이 세대의 진짜 모습이다’라고 말 할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그래서 뭘 어쩌라고?’라고 묻는 독자가 있다면 공지영의 이 소설은 하루하루 애를 태우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소설을 읽었을 인터넷 독자들의 애를 태우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당신도 재미있게 읽었다며? 라고 반문한다면 여전히 나는 재미있게 읽었다라고 말 할 수 있다. 단, 재.미.있.게.읽.기.만.했.다.라고 말을 고쳐야겠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고 난 뒤에 느꼈던 배신감을 이 소설 ‘도가니’를 읽고도 또 느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나는 공지영의 새 책이 나올 때마다 놓치지 않고 열심히 찾아서 읽는다. 강인호  서유진 장경장 이강복. 이강석. 박보현 김연두, 진유리 민수와 같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살아 나와 거리를 활보할 것처럼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의 생생함이 공지영 소설을 보게 만드는 힘이며 늘 못마땅한 구석을 찾아내려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도 여전히 그녀의 책을 읽게 만드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해서 나는 또 다음 번 그녀의 새로운 소설을 기다린다.

 

고독한 리더를 위한 6가지 결단의 힘

우리는 우리가 책임을 진 상황에 대해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해서 일어날 수 있는 결과에 대비해야만 한다. 최선을 다해서 관련된 사람들 중 우리와 같은 입장인 사람들과 반대 입장인 사람들을 이해해야 한다. 자시 자신, 자신의 장점과 단점,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알아야 한다. 거의 본능적으로 이전의 결정-성공한 결정과 실패한 결정 모두-에서 배운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아무리 큰 장애물이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 또한 신중을 기해야 할 때는 아무리 조급하다고 느껴도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중략)

좋든 나쁘든 결국 역사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항상 인격이다.(page11 -시작하는 말 중)

원래 TV를 즐겨보지 않는 내가 요즈음 빠져있는 드라마가 한 편 있다. 케이블 TV로 볼 수 있는 미드 ‘NCIS'이다. 해군 범죄 수사극인 이 드라마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매력이 있지만 과학수사의 영역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화려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술과 시신의 구석구석을 뒤져 사건 해결의 단서를 찾아내는 수사관들의 활약은 정말로 눈이 부시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 중에서도 특히 드라마를 안 볼 수 없도록 만드는 캐릭터가 바로 이 수사팀의 팀장인 ’깁스‘이다. 노란 머리에 작은 얼굴이 자칫 왜소해 보일수도 있지만 특유의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매력 있는 남자다. 미국에서 서로간의 호칭을 부를 때는 대부분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드라마 속에서 깁스의 팀원들은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그들이 평상시 깁스를 호칭하는 것은 ’보스‘이다. ’대장‘이라고 우리말로 해석해도 되려는지 모르겠지만 그간의 보아온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되돌아 볼 때 이런 식의 설정은 의외라서 요즘 더욱 눈여겨보게 된다. 다만, 드라마 속에서의 깁스의 판단력과 통솔력은 정말 멋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름대로 깁스를 완벽한 리더의 전형적인 인물로 보기로 했다. 책에서 이야기 하는 리더들의 덕목인 인식, 예지, 타이밍, 확신, 겸손, 영감을 두루 갖추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리더들의 덕목인 인식, 예지, 타이밍, 확신, 겸손, 영감을 설명하기 위해서 그 일생이 가볍지 않은 많은 리더들이 등장한다.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유명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문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다소 생소한 사람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가하면 학교에서 배웠던 대로 또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고 들었던 정보를 토대로 내 기억 속에 그다지 좋은 인상으로 남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서 책을 읽다가 조금 놀라기도 했다. 마치, 수준 있는 위인전이나 평전을 읽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으면 될 거 같다.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어 다소의 시간을 투자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에 대한 안목을 조금 더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거라고 믿고 싶다.

     

1986년에 일어났던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의 참사 과정에 관한 부분인 ‘최선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를 읽을 때는 전문 우주인들 속에 끼어있던 중학교 역사. 사회 선생님이었던 크리스타 매컬리프에 대해 안타까워하던 기억을 잠시 되살려 보기도 했다. 더불어 우주 계획에 얽힌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일곱 명의 아까운 목숨이 사라졌지만 그 결정에 관련된 사람들 중 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거나 비난을 떠안아야 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다만, 기술적 문제를 반복적으로 과소평가했던 점과 이전의 성공적인 우주왕복선의 발사로 굳어진 잘못된 생각이 우주비행사 일곱 명의 운명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우주 왕복선계획이 여러 의사 결정자들을 방심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중요한 것은 안전한 발사였지 챌린저 호 발사 자체가 우주개발계획의 미래에서 특별히 중요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더 큰 목적을 성취하는 데 올바르게 전념한 의사결정자는 목적을 향하는 과정이 그 길에 놓여 있는 다양한 결정에 따라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모든 결정은 지금 닥친 상황에서 그것이 최선의 결정인지에 대한 이해, 그리고 올바른 결정이 미래의 목적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을 중심으로 내려야 한다.(page85)

내가 별로 안 좋아했던 두 사람. 이집트의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내용은 읽고 난 후에도 좀 더 생각을 해보게 하는 부분이었다.

사다트가 중동의 평화를 위해서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결정을 했는지 평가하기 전 우선은 그가 사치스러웠으며 부정부패가 심했다는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다트와 베긴의 예는 리더로서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적절한 타이밍을 잘 알았던 사람들로서의 예일 뿐이라고 나는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떤 결정적인 시점에 어떤 탁월한 선택을 했더라도 일단 리더는 그를 리더로 만들었고 그를 리더로 추종하는 많은 군중을 짓밟고 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베긴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저자의 시각이 미국 쪽으로만 너무 기울어져 있다는 생각에 조금 불쾌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너무 우호적인 시각이 아랍권에 대한 냉정한 시각과 대비되어서 불편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좋은 리더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적합한 리더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과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역사에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그들이 리더로서 부각될 수밖에 없었던 필연과 우연 그리고 당시 사회상황까지를 자세하게 그려내고 있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 교과서가 되어 주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세상은 참 넓고도 좁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죽는다. 더불어 모든 영화와 불명예도 사라져버리더란 거다. 다만, 리더로 꼽히는 예사롭지 않음은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어떤 그룹의 리더가 되리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지만 최소한 내 삶의 리더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