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병원 알고 갑시다.

여자들은 원래 허리가 잘 아프다고 한다. 나도 예전에 한 때 몹시도 허리가 아파서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못 했던 적이 있었다. 허리가 아픈 것은 겉으로는 말짱하니 남들이 볼 때 꾀병처럼 보일 것 같다. 하지만,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허리가 아프다는 것이야 말로 얼마나 괴로운지 알 것이다.

지금도 가끔 허리를 앓는다. 힘든 일은 별로 하지 않고 사는데도 주기적으로 그리고 일이 조금 고되거나 몸이 피곤하면 허리가 제일 먼저 묵직해 진다. 그러고 나면 영락없이 가볍게라도 병 치례를 한다. 

[허리 병원 알고 갑시다]라는 제목은 책의 내용에 비해 조금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가벼운 제목 보다 조금 더 무게를 가진 제목을 정했다면 그리고 표지의 질과 파란 십자가 디자인도 역시 조금 무게감 있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했다.

늘 그렇지만, 이 책을 읽는 내게 남편은 무슨 책인데 그리 열중이냐고 물어본다. 책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온 말.

“생긴 게 이렇게 생겨서 가벼운 책인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전문가 수준의 정보를 주는 책이   네. 쉽게 읽고 말긴 아깝다.”

정말로 그랬다. 이 책의 공동 저자들도 일반인 보다는 전문인들을 염두에 두고 쓰되 일반인들도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려고 노력한 책이라는 게 역력했다. 이런 전문적인 내용들을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게 해 준 두 저자께 감사할 일이다.

마치, 생물도감을 보는 듯 책의 첫 머리에선 척추를 설명해 놓은 여러 그림들을 만나게 된다. 책을 읽기 전엔 척추가 이렇게 생겼구나 라며 슬쩍 보고 지나쳤던 이 그림들을 막상 본문을 읽는 내내 다시 들춰보기를 거듭하게 된다. 읽다보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부분들을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기 때문이다. 요통에 대해서 명확한 정보를 원하는 분께 정말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진 본문에서 2부는 환자나 일반인 당사자 보다는 치료자를 위한 부분으로 쓴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진단과 진단을 위한 검사. 여러 치료법의 소개. 물리치료를 위한 여러 가지 방법론. 수술과 수술에 따른 환자 및 수술자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에 따른 정보 수술 후의 처치법등 의학에 관해 문외한인 나로서는 이 책에 실린 정보들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최소한 요통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수확이었다.

‘요통은 감기만큼이나 흔하지만 20배나 더 아픈 질병’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요통은 6개월 미만으로 지속되는 급성요통과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요통의 두 가지 범주로 나뉘는데 만성요통의 경우 움직이는 게 힘들어서 생기는 노동력 손실 및 의학적인 치료비용 면에서도 지불하는 비용이 급성 요통보다 훨씬 더 높다고 한다. 요통의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으며 치료방법도 약물에서 수술까지 다양하다

대개의 허리 병 또는 척추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흰머리가 늘어나는 것처럼 일반적인 노령화 과정의 일부라고 한다. 척추는 뼈와 디스크, 이를 지지하는 근육과 인대, 그리고 척수와 신경으로 이루어 졌다. 척추는 여러 개의 척추 뼈로 구성되어 있고 신경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척수는 뇌와 전신으로부터 신호를 주고받는 신경계의 주요 부분이다. 근육과 인대는 다른 구조물들을 안정감 있게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신경에 의한 신호로부터 근육이 반응할 때 우리 몸은 움직이게 된다.(page 21-22) 

우리가 허리라고 부르는 부분은 척추의 24마디 중에서 요추라고 불리는 5마디를 말 한다. 허리의 뼈는 몸의 일부를 지탱해주는 역할뿐만이 아니라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고 척수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척추에도 다양한 근육과 인대가 있는데 인대란 뼈나 내부 장기를 지지하는 밴드 모양의 구조물이라고 한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명확히 배우게 되었다. 아무튼, 허리의 인대는 두껍고 탄력 있는 구조물로서 몸을 굽힐 때 늘어나고 뼈를 구조적으로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복부 근육은 척추를 안정화시키고 늑골과 골반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허리에 강한 지지대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허리를 바른 자세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허리 부위 근육 중 복부 근육이 가장 중요한 근육(page 29-30) 이라고 한다. 

아침 운동을 가면 운동 막바지에 늘 복부 단련 운동을 5-10분씩 시킨다. 사실 나처럼 운동신경이 없는 사람은 시간 내내 뛰어다녀야 하는 에어로빅은 그냥저냥 따라 하겠는데 매트에 누워서 하는 이 복부 단련 운동은 짧은 운동 시간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하지만, 복부 근육이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니 이제부터라도 꾀부리지 말고 열심히 따라해야겠다.

흡연이나 부적절한 식사, 좌식 생활에서는 쉽게 요통이 발생한다고 한다. 특히,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요통이 발생할 확률이 훨씬 높으며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은 요통이 적게 발생한다고 하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남편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흡연도 안 하고 부적절한 식사라고 부를 만한 음식 섭취도 거의 없는 편이다. 무엇보다도 거의 종일을 서 있기 때문에 일단 이 책에서 말 하는 요통의 발생 원인에선 한 발자국 멀리 있는 거 같아 안심이 되는데 남편은 어떨 런지 곰곰 생각을 했다. 내일부터는 남편한테 담배를 좀 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운동도 좀 열심히 하라고 잔소리도 좀 하고. 그러고 보니 나는 왜 그런 쪽으론 남편한테 잔소리를 해 본 기억이 별로 없는 것일까. 혹시 남편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 것은 아니었는지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경우와 남편의 경우를 비교해 가며 오래간만에 우리 부부의 건강에 대해 나름대로 검토 해 볼 수 있었다.

 

서평 쓰는 법                                                 신현기 (IVP 대표간사)

서평을 한번이라도 써 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서평 쓰기에는 많은 유익이 있다. 서평을 쓰다 보면 그저 한번 읽고 지나칠 때에 비해 책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 깊어진다. 또한 책을 깊이 이해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책을 소개할 때 좀 더 명확하고 자신있게 소개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동일한 주제, 혹은 동일한 저자의 책에 대한 서평을 몇 번 쓰다 보면 그 주제 혹은 그 저자에 대한 일가견이 생겨, 한번 자신의 글을 써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한다. 재창조 및 글쓰기 훈련에 서평만큼 좋은 것도 별로 없다는 생각이다.

이렇듯 많은 유익이 있지만, 서평 쓰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매년 2월에 열리는 문서학교에서 참가자들이 써온 서평을 일일이 평가해 주면서 놀라는 것이 하나 있다. 그 서평들 중에 최소한의 수준에라도 도달한 것은 1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의 서평을 검토하면서, 그리고 여러 매체에 실린 이런 저런 서평을 접하면서 서평을 잘 쓰기 위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본다.

1. 서평은 서평자 자신의 글이다.

서평은 저자의 글이 아니라 서평자 자신의 글이다. 책 내용만을 잘 간추리고 마는 경우가 적잖은데, 그것은 요약이지 서평이 아니다. 요약은 엄밀히 말해서 서평자 자신의 글이 아니다. 서평에는 서평자 자신의 판단이 들어가야 한다. 서평이 분명히 남의 책을 다루긴 하지만, 서평자 자신의 판단과 주장이 들어갈 때에만 비로소 자신의 글이 된다.서평은 책의 주제, 논점, 내용, 구성, 방법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서평자 자신의 판단을 내리는 행위다. 서평은 저자의 글이 아니라, 저자의 책에 대한 서평자 자신의 글이다.

따라서 서평에는 저자의 글과 자신의 글이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서평을 읽노라면, 어떤 것이 저자의 것이고 어떤 것이 서평자 자신의 것인지 그 소유권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이래서는 독자들이 도무지 책에 대한 바른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저자의 말인 경우 큰 따옴표로 정확한 인용 표시를 해준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용 부호 대신 저자의 말을 자신의 말로 풀어 쓸(paraphrase) 경우에는, 독자들은 자칫 저자의 글을 서평자의 글로 오해할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인데’ 하는 식으로 저자의 글임을 분명히 밝혀 줄 필요가 있다.

서평이 서평자 자신의 글이라면 그 속에 서평자 자신의 판단과 주장이 들어있다는 말인데, 서평자는 자신의 생각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흔히 다짜고짜 ‘저자의 생각은 틀리다’라는 판단을 내리고 마는 경우가 있는데, 서평자로서는 그러한 자신의 판단이 왜 타당한지 밝힐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 주장은 일방적인 선언이나 억지일 뿐이기 때문이다.

2. 비판이나 찬양에 앞서 책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흔히 책에 대한 흠집을 찾고 비판을 늘어놓아야 좋은 서평이라는 오해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좀더 비판적이어야 좀더 지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책은 없으니 책에 너무 빠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책에 대해 배울 점과 교훈만을 찾거나 찬양 일변도로 나가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나보다 잘난 사람이 쓴 것이니 비판은 무슨 비판이냐고 미리부터 꼬리를 내린다. 이러한 비판 일변도와 찬양 일변도는 둘 다 성실한 태도가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읽은 책의 핵심을 분명히 파악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서평은 저자의 글이 아니라 나의 글’이라는 말이 자칫 저자와 상관없이 내 말만 하는 것으로 오용될 수도 있다. 진지한 대화가 가능 하려면 나의 편견을 제거하고 상대방의 말을 잘 들을 필요가 있듯이, 성실한 서평을 위해서는 먼저 저자의 주장에 대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모티머 애들러는 “독자가 미숙하거나 무례하다면 대화는 결코 재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저자는 자기의 처지를 변호할 수가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정확한 이해가 없이 비판을 한다는 것은 저자에 대한 무례이고, 무조건적인 찬양은 저자에 대한 아첨이다.

3. 적절한 독서법을 익히라.

정확한 독서를 위해서는 모티머 애들러의 고전적인 책 「생각을 넓혀 주는 독서법」이 큰 도움이 된다. 그 중에서도 그가 제시한 분석 독서의 3단계가 가장 큰 도움이 되므로 나름대로 간단히 요약, 재구성해 본다.

제1단계: 관찰 단계

1) 장르와 주제에 따라 책을 분류한다.

2) 책 전체가 무엇에 대해 다루는지 간결하게 서술한다.

3) 책 전체의 흐름을 구조적으로 파악하면서 간단히 정리해 본다.

4) 저자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한다.

제2단계: 해석 단계

5) 핵심 용어에 대한 개념을 파악한다.

6) 저자의 명제를 파악한다.

7) 저자의 논증을 파악한다.

8) 저자가 해결한 문제와 미해결한 문제가 무엇인지 판별한다.

   또한 저자 자신이 미해결 여부를 인식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제3단계: 비평

9) 관찰과 해석을 끝내기 전에는 비판에 착수하지 않는다.

10) 비판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한다.

11) 저자가 부족한 지식에 근거하고 있는지 파악한다.

12) 저자의 지식에 오류가 있는지 파악한다.

13) 저자의 논리에 결함이 있는지 파악한다.

14) 저자의 분석이나 설명이 불완전한지 파악한다.

이상과 같은 방식으로 책을 읽고 정리해 보면 분명히 독서 수준의 향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애들러의 이러한 독서법은 사실 서평에 거의 그대로 적용해도 무방하다. 아래에서 내가 제시하는 서평의 실제적인 구조 역시 애들러의 독서법이 상당 부분 적용되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4. 서평의 실제적인 구조

서평을 쓰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겠지만, 내가 주로 사용하는 구조는 다음과 같다. 아래 방식은 서평이 서평자 자신의 글이라는 점과 책에 대한 성실한 이해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1. 서론: 책의 주제와 문제, 그리고 핵심 주장을 언급한 후, 그에 대한 서평자 자신의 판단과 어떻게 글을 전개할 것인지를 밝힌다. 이렇게 하면 서론만 읽고도 책과 서평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2. 본론: 책의 주요한 개념들과 명제들의 의미를 분명히 하고, 그것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밝히고 나서, 서평자 자신의 판단과 판단 근거를 제시한다. 또한 책에서 채택한 방법의 일관성 및 적절성에 대한 판단과 그 근거를 제시한다.

3. 결론: 서론과 본론을 종합하여 서평자 자신의 결론을 맺는다. 책의 긍정적인 기여 및 공헌, 비판, 발전 방향 및 과제 등을 밝히면 된다.

보너스: 글쓰기의 기본기 두 가지

이러한 서평의 구조를 이해하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글을 쓰다 보면 생각대로 잘 써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중요한 점 두 가지만 제시해 본다.

첫째, 주제가 있으면 반드시 그 내용이 있어야 한다.

어떤 글들은 주제만 계속해서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은 이 주제(S)에 대한 것인데, 주제1(S1)과 주제2(S2)와 주제3(S3)에 대해 다룬다는 식으로 주제만 나열하는 경우다. 껍질만 있고 정작 그 알맹이는 없는 셈이다. 한 문장에 주어가 있으면 반드시 술어가 있어야 하듯이, 글에서도 주제가 있으면 반드시 그 주제에 대한 필자의 주장이 있어야 한다. 내가 곧잘 하는 짓궂은 질문이 하나 있다. 모임에서 한참 책 소개를 하는 사람이 지루하게 주제만 나열할 경우 나는 ‘그래서 그 주제에 대해 저자가 뭐라고 하는데?’라고 묻는다. 이 간단한 질문 하나가 책에 대한 이해를 높임은 물론 나 자신의 글을 더욱 분명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한 단락에는 하나의 주제문이 있어야 한다.

글을 쓰다 보면 도대체 어디서 단락을 끊어야 할지 난감해지는 경우가 있다. 단락은 적당히 길이를 봐서 끊을 것이 아니라, 하나의 핵심 주장을 다룬 후 끊으면 된다. 잘 쓴 글일 경우 핵심 문장만 뽑아서 잘 읽어도 글의 내용이 확 들어온다. 훈련을 위해 잘 쓰인 책 한 권을 선택해서 단락별로 주제문을 찾아 밑줄을 그어보면 의외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앵그리 차이나

일단, 이 책을 출판한 21세기북스 출판사는 제법 낯이 익다. 제법 알려진 [설득의 심리학]을 출판한 회사라는 걸 알아내고서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5명의 저자. 쑹샤오쥔, 왕샤오둥, 쑹창, 황지수, 류양. 책의 내용에 조금 쉽게 다가가려면 저자들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가장 많은 부분이 할애된 왕샤오둥은 일본에서 경제관리를 공부한 후 귀국 후 좌파 지식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다. 쑹샤오쥔은 해군 정보 통신장교로 복무했고 현재는 CCTV와 봉황위성TV에서 군사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그 밖에 <중국은 NO라고 말 할 수 있다>의 저자 중 한 사람인 쑹창, 극작가이며 사회과학자인 황지수, 새로운 형태의 언론을 모색한다는 매체 전문자 류양.

이들의 면면을 보면 과연 이들을 중국의 진보 지식인이라고 불러야 할런지 아니면 뉴라이트와 맥을 대어 이해하면 된다고 해야 할 런지 그도 아니면 왕샤오둥을 설명하듯 좌파 지식인이라 불러야 할런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들이 현재 중국의 주류에 속해 있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중국의 속내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보여주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자칫 선동적인 분위기를 조장할 수도 있는 책이라고 나는 읽었다.

바라보기에 따라 나름대로는 불편할 수도 있는 책을 공영방송에서 다룬다는 것도 재미있다. 중국에 대한 경각심보다는 저자들이 까발려 놓은 중국의 치부에 대해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니면 예민한 문제를 서툰 방청객들을 데려다 앉혀놓고 다루느니 누군가의 말처럼 중국 알아보기 정도로 끌고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이 책을 읽는 데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읽는 동안 화도 나고 머리도 아프고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관심을 핑계로, 어쨌거나 회원이 7만 명인 독서카페의 회원 중 뽑힌 방송국 독서 토론 프로그램에 나가는 스물여섯 명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그리고 어쩌면 토론자로 몇 마디쯤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제1부 중국은 왜 분노 하는가

제2부 중국의 대담한 선언

제3부 위대한 목표를 세우자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 책의 내용을 나는 저자별로 분리해서 읽어보았다. 처음 책의 순서에 따라 읽을 때는 잘 느끼지 못 했던 분위기가 저자별로 나누어 읽으니 새삼 감지되었다.

물론, 저자의 전문 분야에 따라 주장도 나누어지리라는 것은 웬만한 독자라면 다 알 일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다섯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몇 가지의 사건을 만나게 된다. 북경 올림픽과 성화 봉송 저지 그리고 그에 대한 프랑스계 기업 까르푸에 대한 불매운동, 원촨 대지진, 영화 색. 계, 싼루 분유사건. 그들의 정서적 공격대상인 ‘문예강’ 그들이 사상적 현실적으로 가르치고 싶어 하는  ‘중국의 엘리트 계층’까지 목소리의 색깔은 좀 다르지만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사건과 사상과 계층은 대략 위의 것들이다.

책을 만들기 전 기획이라는 단계가 있으므로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다가도 자꾸 드는 생각이 있음을 어찌 할 수 없다. 그들은 왜 같은 주제에 그렇게 매달려 있는 것일까? 왜일까?

대답은 책을 읽으면서 그들이 바라는 중국의 모습을 만나면서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 것이다.

왕샤오둥은 경제관련 지식인답게 중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거 같다. 속속들이 헤쳐 보이기보다는 좀 더 거시적인 안목을 요구하는 이야기들을 한다. 현재의 상황이라는 것이 우리나라가 그렇듯 세계의 어느 나라도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국도 물론 마찬가지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공통적으로 미국을 매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정치, 경제, 문화를 조목조목 따져가며 목소리를 높이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긴장해서 책을 읽기도 했다. 물론, 금융위기의 원인과 앞으로의 미국의 향방에 대한 부분에서는  왕샤오둥의 주장에 공감이 가는 부분도 적지 않다.

모든 사물과 현상은 발전이 극에 달하면 쇠퇴하기 시작한다. 강대국이라 해도 외부의 선택 압력이 없으면 쇠퇴하고 부패하기 시작한다. 외부 사람들은 우리 중국인들의 이런저런 덕이 있다고 지적하곤 한다. 고대외부 선택압력이 비교적 약했다. 그래서 갈수록 약해졌던 것이고 이는 대단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지금 미국의 상황이 그렇다.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 여러 가지 혼란 속에서 꾸준히 발전하여 중국이 지난 2000년 동안 지나온 것과 같은 시점에 와 있다. 그 만큼 쇠퇴의 속도도 과거의 중국보다 더 빠르다.(중략)

내가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미국이 당장 겪고 있는 금융위기만을 놓고 따지는 것이 아니다. 금융위기는 일시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것을 역사 문명의 거시적인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page56-57 부분 발췌)

하지만, 5. 서양은 중국의 분노를 직시해야 한다.(왕샤오둥-page80)에서는 티베트 사태에 대해 매우 불쾌하다는 어조를 굳이 감추려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소제목으로 ‘우리는 서양을 잘못 길들였다’라고 했을까. 이 부분에서 그는 한 미국인과의 대화 내용을 적고 있다.

2008년 ‘3,14’티베트사태와 밀접히 연관된 성화 봉송 저지 사건과 까르푸에 대한 봉쇄 및 불매운동을 포함하여 중국 젊은이들이 표출해낸 강력한 반발은 오랫동안 축적되어 있던 것이 일시에 폭발한 상징적 사건으로서 중국과 서양과의 관계 변화를 깊이 있게 드러내고 있다.(중략)

중국의 지식인들뿐만 아니라 서양의 지식인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중략) 중국과 서양의 관계에서 힘의 대비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중략)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중국을 지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중국의 엘리트들이 그들을 잘못 길들인 결과이다(중략) 왜 우리 중국인들이 당신들에게 호감을 사야 한단 말인가? 이제는 당신들이 중국인들로부터 호감을 사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힘의 대비로 보자면 이제는 우리가 당신들에게 호감을 사야 하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앞으로 우리의 힘은 더 커질 것이다. 당신들이 우리의 호감을 사지 못하면 우리는 당신들을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중략)(page81-82)

또한 ‘티베트 문제: 1959년에 차지한 것이라면 어쩔 테냐’라는 소제목의 논조에서는 ‘서양은 한학자와 신문기자, 중국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해 그들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 아첨하고 떠받들어주는 중국인들에 의해 잘못 길들여진 탓에 중국을 너무 모른다.’라고 하면서 아주 강경한 어조로 이야기 한다.

도?? 서양인들이 세계의 모든 대륙에서 유럽으로 철수하는 것이 도덕이기 때문이다.(page 88)라

저자들을 중국내의 좌파 지식인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주장은 확실히 지금 흘러가고 있는 세계의 정서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티벳에 대한 생각은 책을 읽는 내내 상당히 불편한 부분이었다.

정부가 ‘중미우호’를 제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이 타이완에 무기를 수출하고 부시가 ‘티베트 독립분자’들과 ‘신장 독립분자’들을 접견하는 구욕을 방관하고 있는 것(중략) 이제부터 중국 젊은이들은 중국의 경제가 미국의 금융에 난도질당하는 고통을 지켜봐야 할 것이고, 이러한 고통은 그들의 일생에서 가장 깊고 잊기 어려운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6 큰 목표와 현대화, 그리고 ‘문예강’-쑹샤오쥔 page95에서 부분 발췌)

저자 중 군사전문가인 쑹샤오쥔의 글은 특히 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중국에서도 젊은이들이 많이 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 젊은이들은 기득권층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눈을 가지고 성장하기 마련이다. 그 불만의 구체화와 합리화를 위한 정보의 습득과정을 또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 인터넷에 의한 실시간 정보 검색의 시댁 되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진보나 좌파로 불리어지는 이들의 저작은 그 것에 대한 동조와 옹호와 상관없이 신선하고 매력적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쑹샤오쥔의 높은 목소리뿐만이 아니라 다섯 저자의 논조가 더 위험하게 읽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은근히 중국 청년들의 자긍심을 부추기고 있다. 절대 애국심과는 다른 거라고 그들은 이야기 하지만, 그 자긍심에 대한 자극이야말로 더 위험하고 두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서양은 중국이 이런 조건들을 갖춰나가기를 바라지 않는다. 미국은 엄청난 힘을 들여 독일과 일본을 철저하게 제압했고 러시아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그러니 이제 곧 산업화를 실현하려는 중국이 서양의 발전논리에 따라 발전해 나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역사의 경험으로 보든 현실 상황으로 보든 중국은 전쟁 준비를 해야만 한다.

(중국은 ‘큰 목표’를 세워야 한다 -쑹싸오쥔 page132에서 부분 발췌)

미국의 과학기술이란 군사 과학기술을 뜻한다. 미국은 이를 통해 경제적 과학기술을 지탱할 수 있었다. 뛰어난 과학기술로 나라를 세운 미국은 과학기술의 거품이 꺼진 뒤, 다시 부동산으로 눈을 돌릴 리 없다. 미국 과학 기술 축적은 결국 전쟁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다음 번 전쟁은 미국이 참전하지 않는 전쟁이 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전쟁은 역사의 대리인들이 벌이는 전쟁이고 여기에 미국이 제공하는 무기로 상대의 국력을 소모시키는 것이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두 나라를 선택할 것인가(중략) 사람들의 의견은 중국과 일본, 혹은 인도와 중국으로 모아졌다.(중략) 지금 중국의 경제구조 조정은 커다란 난관에 부딪혀 있다. 지방의 이익과 이익집단의 이익 모두 일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의 안전과 전쟁준비라는 넓은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본다면 수많은 문제들이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중국은 ‘큰 목표’를 세워야 한다-쑹샤오쥔 page134-135에서 부분 발췌)

대략 인상 깊은 부분을 짚어 보았다. 전반적으로 다른 저자들의 주장도 위의 예와 거의 다르지 않다는 게 참 걱정스럽다.

아무리 열심히 읽어봐도 중국의 현실을 드러내는 척하면서 사실은 반미, 반서양의 사상을 아주 극렬하게 부추기고 있다. 거기다가 드러내 놓고 [전쟁준비]의 당위성에 대해 논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사고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앞에서 말 한 대로 그들이 중국의 주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좌파지식인의 주류라면 문제가 좀 더 달라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책의 역자와 출판사가 의도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을 선택해 방송하기로 한 방송사의 의도는 또 무엇인지 궁금하다.

“너희들, 미국만 나쁜 놈인지 알았지? 봐봐 중국도 만만치 않아. 그러니까 다 같이 정신 똑   바로 차려야 해. 안 그러면 미국한테 당한 거 보다 더 세게 중국한테 된통 당할 수도 있    어.”

 이런 의미의 충고? 아니면,

“요즈음 중국 젊은이들은 이런 책을 읽고 있어. 그러니 중국에 대한 시각을 좀 개선해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의 중국에 대한 태도를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해 보자고.”

 그도 아니면,

“이제 미국의 의도도 서양의 의도도 그리고 중국의 의중도 많이 알 수 있게 되었지. 이제    우리의 행동을 되돌아보자고. 그리고 우리의 위치를 확고히 할 방법을 신중하게 모색해보   자고.”   

 이런 의미인 것일까?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나는 개인적으로 중국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므로 어느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서 중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야 할지 갑자기 막막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이 보여준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중국에 대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중국에 대해서 읽었던 책이나 공부는 현실과 조금 떨어져 있던 피상적인 것들이었다. 좀 더 현실감 있는 중국을 배울 방법을 모색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