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잠깐 나가서 시장을 봐왔다.

날씨가 추워서일까 채소값이 너무 비싸다.

지출은 두 배. 들고 온 것은 반. 이런이런...재래시장은 우리같은 서민들이나 이용하는 곳인데...

막상 대형마트나 백화점 청과물 코너는 그다지 가격 변동이 없다. 평소에도 비싸고 올라도 비싸고...

어차피 비싸서 그런가? ㅎㅎ

어쨌든, 비싼 채소를 몇 가지 사가지고 집에 와서 저녁내 다듬어 삶고 데치고 손질을 해 놓았다.

양념해서 무치는 건 내일 아침에 해야지. 어차피 오늘 저녁엔 먹어줄 사람도 없다.

 

우리 친정엄마.

엄마의 음식솜씨가 정말로 좋으시다. 우리 엄마라서가 아니라 엄마가 만들어 내놓으시는 음식들은

뭔가 다르다. 그렇다고 양념을 특별하게 사용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런 맛이 나는 걸까?

김장김치는 물론 엄마가 담가놓으신 동치미는 다들 감탄을 마다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엄마랑 반찬

장사나 해볼까 싶어 엄마를 몇날 며칠 꼬득였지만 평생 공장에 다니시며 힘들게 사신 양반을 이제

또 어떻게 부려먹나싶어 슬그머니 맘을 접은 게 몇 번인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김장김치가

익을 때쯤이면 마치 고시중독에 빠진 사람들처럼 김치장사병이 도져서 엄마를 졸라대곤 한다.

 

언젠가 초등학교 동창 중에 관상이랑 뭐 그런 것 쬐꼼 볼 줄 안다고 하는  녀석 하나가 식당에서 내 손을

보더니 음식을 잘 하겠다고 한다. 나는 어? 아닌데...우리 식구들은 맛은 없고 데코레이션만 잘 한다고 해.

대답을 듣더니 녀석이 빙그레 웃는다. 못 하는 게 아니고 안 하는 거 아냐?라고 묻는다. 내 엄지 손가락이

음식 잘 하는 사람들 손이라나 뭐 어쨌다나...그러고 보니 녀석 말대로 음식을 안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웃었었다. 가끔 맘 먹고 반찬을 몇 가지 마련해놓으면 우리 남편은 감동을 받는 눈치다. 평소에 내가 얼마나

먹거리를 제대로 안 챙기면 저러나 싶지만 모른 척 하고 말 한다. 거봐~나도 맘 먹으면 잘 한다니까...하지만,

그 맘이라는 게 글쎄, 언제 먹을 맘이 생기느냐구요...ㅎㅎ

 

아~~콩나물 얘기를 해야 한다.

우리 엄마표 반찬 중에서도 특히 콩나물 무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식구들이 모이면 커다란 양푼에 

콩나물을 무치시지만 사위들도 딸들도 콩나물 한 가지면 밥 한끼를 해결할 정도다.

엄마가 콩나물 무칠 때 옆에서 거들면서 아무리 들여다봐도 나나 엄마나 양념은 별반 다르지 않다.

참기름도 들기름도 깨소금도 또 고춧가루에 마늘까지 엄마네 집에 있는 양념이랑 우리집 양념은 그러니까

생산공정과 생산지가 같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무치시는 콩나물이 유난한 이유는 뭘까.

한번은 딸들이 엄마한테 콩나물 비법을 전수해 달라고 졸랐더니 그냥 콩나물 삶아서 무치는 거라고 하신다.

대신, 콩나물을 잘 삶아야 한다고 하시면서 콩나물 잘 삶는 법을 알려주셨는데 아무리 해봐도 안 되는 거였다.

그런데,

드디어 오늘 콩나물이 엄마가 삶아놓으신 것처럼 삶아졌다. 이야호~~~^&^ 살짝 집어서 간을 보아도 역쉬~~

엄마맛이랑 비슷해~~오호호호~~~ 드디어 한 가지 통달했다. 몇번만의 성공인지는 모르지만 기분은 좋다.

이제 내일 아침에 엄마랑 비슷한 맛이 나도록 무치기만 하면 되는데...그건 아직 자신 없다. ㅋㅋㅋ

그나저나,

언제나 엄마의 손맛을 조금이라도 닮을 수 있을까.

   

 

 

다윈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이제껏 만났던 역사는 종縱으로 쓰여진 역사였다. 흐름을 따라서 멀리서부터 점점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만나고 또 헤어지면서 시간의 진보를 만나고 인간의 발전을 확인했다.

[다윈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을까?]는 횡橫으로 펼쳐본 역사다. 길들여짐이란 참 무섭고 두려운 거다. 종으로 쓰여진 역사 읽기에 길들여 진 나는 새로운 역사 서술 방식을 만나며 당황했다. 그래서, 1859년 한 해의 역사 읽기를 하는 동안 잠시 길을 잃었다. 마치 물 위에 떨어진 기름방울처럼 넓고 얇게 번져가는 이 파장을 감지하느라 나름대로 아주 오래 공을 들여야 했다. 그래도 그렇지......책을 읽고 난 느낌을 정리하기 까지는 또 얼마나 시간을 끌었는지 누군가 말 했던 책 읽고 난 뒤의 오랜 사색을 문학서적이나 인문학 서적 철학서적에만 국한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나는 이 책에서 무엇을 찾기 위해서 그렇게 오래도록 내려놓지 못 한 채 품고 있었던 것일까?

1859년은 찰스 다윈의 [종의기원]이 출간된 해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의 출판을 어떤 기념비적인 상징으로 보았다. 혁신적인 사상의 대두.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건으로 기억되는 이 책의 출간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저자는 당시의 사회의 면면을 모두 헤집어 꺼내놓았다.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책속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이적지 우리들이 역사라고 배웠던 큰 물줄기 안에 드러내지 않은 채 흐르고 있던 수많은 물줄기들을 만나게 된다. 바로 우리처럼 아주 평범한 사람들. 세상은 늘 최상위 몇 사람들에 의해 꾸려지고 이끌어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을 위해서 그 아래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수많은 톱니바퀴와 톱니바퀴를 연결하고 지탱해주는 더 많은 볼트와 너트들의 면면이 있었음을 배우게 해 준다.

1859년의 사회상은 지금 이 자리의 나에게 직접적인 어떤 연관도 없어 보이지만 세상은 1859년에도 그렇게 유지되고 돌아갔던 것처럼 2010년의 오늘도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유지되고 돌아가고 있다는 자각. 그러니 내가 어느 톱니바퀴의 가장 구석에 끼어진 하찮은 볼트 하나라 해도 나름대로의 존재 의미가 있음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변화. 저자가 이 책을 쓴 의도도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겉으로 드러난 사건 하나에 열광하거나 광분하기 전 그 사건을 만들어낸 사회에 대해 조금 더 세심하게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 결국 세상은 원인 없이 결과가 도출될 일은 없다는 평범하지만 무서운 진리를 깨닫게 해 준다.

1859년 11월의 [종의 기원]이 출간되기 위해 세상은 어떤 모9년든 찰스 다윈도 에이브러햄 링컨도 오십에 접어든 해였다고 한다. 링컨이라니......갑자기 시간이 확 다가왔다가 멀어지는 이 느낌은 뭐지? 종의 기원이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젊은 학설이라는 거. 그리고 링컨이 내가 느꼈던 시절보다 훨씬 오래전 사람이었다는 거. 무엇보다 두 사람이 같은 시대 사람이라는 거.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저자가 1859년이야말로 왜 혁신의 해라고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우리들이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많은 생활 형태들이 대부분 이 시기에 선을 보이거나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1841년 토마스 쿡에 의해 관광다운 관광이 탄생했다니 재미있다.

앙코르와트는 1859년에 앙리 무오에 의해 발견되었다. 대단한 관광지가 되어버린 앙코르와트와는 달리 앙리 무오는 앙코르와트의 발견자로서 전문가들의 관심을 조금 받을 뿐이라고 한다.

1859년. 당시의 사람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죽는 과정과 그 과정 속에 들어가 있는 의. 식. 주.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 그 관계에서 형성된 사회의 모든 면. 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과학과 예술의 모습.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유형무형의 보이지 않는 것들을 모아 놓으니 마치 한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겉으로 보이는 인체라는 유기물을 받치고 있는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장기와 핏줄과 신경과 세포까지 갖춘. 사회라는 이런 것이었나? 하는 놀라운 자각. 그러니 역사를 볼 때 드러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것을 염두에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드러나지 않는 역사에 대한 소소한 기록들을 저자는 당시의 신문에서 많이 도움 받고 있다. 어느 시대에나 미디어는 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 했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소소한 기록으로 남겨진 것들에서 실마리를 찾은 저자의 집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원화의 미래

1.

솔직히 나는 부자가 못 된다. 아니, 부자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얻게 될 경제지식이 나에게 과연 어떤 쓸모가 있을까 궁금했다. 그런 궁금증은 책을 읽는 동안 더욱 더 깊어졌다. 주식투자를 한다거나 펀드에 투자를 한다거나 아님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겐 바로바로 꺼내 사용할 수 있는 경제지식이 될 것 같다. 그렇지만, 알아두어서 나쁜 지식은 없다고 본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화폐인 원화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만, 사실은 거시적인 시점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바라보고 있다. 그 기반이 원화가 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의 내용을 교과서를 읽고 시험을 위해 요점정리를 하는 마음으로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만 정리를 해보았다.

2.

우리가 환율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일반적인 경제상식을 현실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달러/원 환율이 상승할 때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개선되어 경제 여건이 좋아져야 마땅하지만 지난 해 우리나라의 경제는 이런 경제상식과 전혀 딴판으로 움직였으며...(중략) 경제가 나빠져 주가가 떨어질 때 금리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상식이건만 우지난 해 우리나라의 채권 금리는 연초 6.77%에서 7.72%까지 상승하며 불황의 골을 더욱 깊게 팠다.(page10-11 프롤로그 중)

우리가 평소 자주 만나는 단어인 환율이란 무엇일까? 환율은 외국통화 1단위와 교환될 수 있는 자국 통화의 가치, 즉 한 나라 화폐의 상대적인 가치를 의미한다. 환율은 나라 간의 무역에 의해서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외한시장이야말로 세계 최대의 금융시장이며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낸다. 외환시장의 규모가 크고 발전된 나라가 선진국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외환시장이 규모가 크다는 것은 개방된 나라가 잘 산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저개발 국가는 농산물이나 원자재를 수출하는 반면, 선진국은 저개발 국가에게 높은 부가가치를 지니는 제품을 판매해 일장적인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생산성이 낮은 나라는 낮은 임금을 근거로 경쟁을 하게 되므로 결국 두 나라는 국제무역을 통해서 이득은 보게 된다. 즉, 나라마다 서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산업이 다르기 때문에 국제 무역이 존재하며 무역을 통해 획득한 다른 나라의 화폐를 자국의 화폐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외환시장이 탄생하게 된다.

2008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제유가의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의 악화와 함께 기업들의 잘못된 투자 판단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교역조건이란 우리나라의 수출단가를 수입단가로 나눠 계산한 지표이다. 이 지표가 개선되면 우리나라 수출제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수입제품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한국 경제의 구매력이 강해진다. 그러나 교역조건 데이터는 지표의 발표시기가 늦어 실제 경제에 반영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미국의 생산자 물가 통계를 이용하거나 국제유가의 동향에 주목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전체 수입액의 19%를 원유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원유가격의 변동은 수입단가지수의 추세를 좌우하고 전체 교역조건의 방향을 결정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투자 판단 잘못은 대부분 중국과 연관되어 있다. 우리기업들이 2008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원인은 2003년부터 시작된 중국 경제의 호황에 있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은 2.8배 증가했고 한국 기업의 실적도 크게 개선되었다.

중국 경제는 2004년부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경기가 계속 확장되던 2005-2006년엔 투자하지 않고 있다가 중국 정책당국이 경기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던 2007년 하반기부터 투자에 나서 2008년 봄부터 큰 어려움을 맞게 된다. 환율이 급등하게 된 것이다. 환율급등의 원인은 경상수지의 적자에도 있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주식 순매도 공세 때문이었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들은 설비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고정비용 부담이 많고 내수시장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협소하여 해외 판매 비중이 높으며 범용 제품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즉, 한국은 수출입 비중이 매우 큰데다가, 한국의 주력 상품은 자본재와 범용 내구재 등 경기에 민감한 산업으로 구성되어 세계 경기 변화에 영향을 받게 되므로 한국의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경기민감주식’으로 간주되어 세계경제가 나빠질 경우 한국 증시를 기피하게 된다.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투자적격 수준을 회복하고 1인당 국민소득도 2만달러를 넘어서는 등 경제가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마음속에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었던 나라라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또 다시 외환위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일먼저 국제 금융시장의 변화를 예의주시 해야 한다. 선진국 투자자들은 개발도상국 자산에 열광하다 갑자기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개발도상국의 위기를 촉발시킨다. 이렇게 선진국 투자자들이 개발도상국 자산을 일거에 팔아치우는 변덕을 부리는 것은 선진국 경제의 주기적인 경기순환 때문이다. 선진국 투자자들은 대략 10년에 6-7년은 개발도상국 증기로 몰려들지만 이후 2-3년은 개발도상국은 마치 ‘전염병환자’처럼 취급하는 시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이런 반복은 선진국의 경기가 평균 9년을 주기로 경기의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아직도 개발도상국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항상 선진국 경기의 변화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자본주의 경제는 9년 주기로 찾아오는 기업의 설비투자 붐에 의해 경기순환이 진행되고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 및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이 경기의 변동 폭을 더욱 확대시킨다. 이런 선진국 경제의 주기적인 불황을 예측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장기금리와 단기금리의 차이, 즉 장단기 금리차이다. 장단기 금리차는 일반적으로 플러스 값을 가니다. 그런데 정책금리가 공격적으로 인상될 경우 단기금리가 장기금리의 수준을 넘어서는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 정책금리의 지속적인 인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둔화되는 징후가 나타나면, 장기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앞으로 발행될 장기채권의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면 장기채권을 서둘러 사두는 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단기 금리의 역전은 곧 불황이 시작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따라서 정책당국과 금융시장의 참가자들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장단기 금리 차가 역전될 때는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주시해야 한다.

선진국 경제학자들은 앞으로 우리 경제는 예전의 높은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유일한 성장의 원천은 동 요소생산성의 개선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더 나아가 우리 기업의 기술 수준이 이미 선진국에 근접할 만큼 앞으로 기술 진보의 속도도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불황이 다시 찾아오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도록 경제의 기초체력을 개선시키고 또 국가 신용등급의 향상을 위해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간다면 10년 안에 한국이 외환위기를 경험할 가능성은 2% 미만이거나 제로라고 할 수 있다.

원화의 가치는 경상수지와 글로벌 경제 동향에 의해 좌우된다. 그렇다면 원화의 미래는 어떨까?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2019년 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겪은 경제 위기로 기업들의 투자가 다시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크게 늘어날 때마다 경제 위기가 닥쳤었다. 물론, 정책 당국의 고성장 정책 채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재할 수 없다. 그러나 1993년의 ‘신경제 100일’ 정책과 2008년의 ‘7.4.7’ 정책들의?? 때 또 다시 고성장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진 않을 듯하다. 저축이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경상수지 개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950년대 후반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40-50대에 진입하면서 우리 경제는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40-50대 인구의 증가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경제 전체의 소득 수준도 높인다. 즉, ‘생산성향상-소득증가-저축증가-금리하락’의 선순환을 일으키게 된다.

설비투자는 2011년을 전후해 회복되며 2010년대 후반에 다시 꺽일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붐이 꺽이는 9년 주기의 싸이클 외에 중국 경제가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은 현재 전체인구의 55.1%를 차지하는 농촌인구의 도시 유입과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40-50대에 진입하면서 자본축적이 가속화 되고 노동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므로 상당기간 현재의 고성장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 중국 경제는 1990년대 한국과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소득 수준의 증가와 내수시장의 개방으로 저축률이 하락하고, 농촌 인구의 도시 이동이 줄어들며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다. 물론 중국 정부가 어떤 경제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중국 정부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분배문제 및 국영기업 부실화등 다양한 위험이 부각될 전망이다.

어쨌든, 최근 중국 정책당국자들이 미국 달러가 지니고 있는 기축통화로서의 지위에 대해 연이어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사용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1945년 이후 자국 통화인 달러를 기축통화로 가진 미국 기업들의 경우 환율변동으로 인한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미국은 재정 및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으며 다른 선진국보다 쉽게 경제위기에서 빠져나오며, 실제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다. 무엇보다도 기축통화를 가진 국가가 누리는 마지막 이점은 ‘영향력’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위안화가 기축통화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까? 결론은 10년 안에는 불가능하다. 기축통화가 되려면 경제력, 안정성, 교환성, 선지 금융시장 등의 조건이 구비되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런 조건들을 아직 충족하지 못 하고 있다. 앞으로 20-30년이 흘러 중국 경제가 제1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또 생산 활동 인구의 감소로 빚어질 시련을 잘 극복해 나간다면 위안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물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1997년의 외환위기는 무리한 경기부양 정책, 통화 가치 부양 노력, 세계 경기의 부진 등에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2008년 달러/원 환율의 급등을 계기로 또 한 번의 위기가 한국 경제에 찾아왔다. 환율의 중요성이 대두된 시기였다.

달러/원 환율의 변화는 단순한 경제뿐만이 아니라 자산 시장의 순환을 파악하는 핵심지표라 할 수 있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싶은 일반 투자자들은 달러/원 환율이 상승할 때 주식 등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달러/원 환율이 하락할 때 채권이나 달러화표시 자산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자산 배분에 신경을 써야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3.

여기까지 책을 읽으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해 정리를 해보았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각 항목의 내용에 치우쳐 읽는 바람에 내용파악도 안 되고 전체적인 글의 맥락을 잡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다시 볼 때는 이미 내용을 한 번 읽었던 경험에 전체의 흐름을 파악해 가면서 읽으니 한결 이해가 쉬웠다. 경제에 대해 많은 지식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의외로 쉬운 책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려운 경제 전문용어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고 전체적인 글의 단락도 이해하기 쉽도록 끊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처럼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에겐 [환율]이라는 영역을 가지고 넓은 경제 지식을 쌓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