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코리아 2011/

 

 

“계획을 세우지 마라. 세상은 복잡하고 너무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대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라. 그래서 멋진 실수를 해보라. 실수는 자산이다. 대신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멋진 실수를 통해 배워라.”

-다니엘 핑크(미래학자)-page178

 

새해가 시작되고도 한 달이 지났다고 하면 벌써? 또는 이제? 라는 반응이 되돌아 올 거다. 나는 과연 이 두 가지의 반응 중에서 어느 쪽에 속할 런지 잠시 망설여진다. 사실 올해에 나는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물론, 다니엘 핑크의 말을 먼저 알았던 건 아니다. 뒤돌아보니 꾀 오랜 시간들을 새해 즈음이면 일 년 목표를 잡고 디테일하게 시간들을 쪼개서 계획을 세우면서 살았다. 더러는 목표에 도달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늘 20%쯤 부족한 성과와 결과물을 거두었던 거 같다. 그 정도면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의미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고 또 다음엔 꼭 목표를 달성하리라 채근을 하며 살았다.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누군가 손을 대면 금새 깨지거나 바스라질 것처럼 아주 얇아진 유리항아리 같은 내 마음이 보였다. 해서, 올해는 그냥 되는대로 살아보리라 그렇게 생각을 했다. 꼼꼼하게 정리하던 다이어리도 만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되는대로 살지 않으리라는 걸 안다. 바로 지금까지 내가 살아낸 시간들이 이젠 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정말 만나고 싶은 책이었다. 지난해 ‘트렌드코리아 2010’을 읽고 나름대로 도움이 많이 되었던 터라 ‘트렌드 코리아 2011’ 역시도 기다려졌다.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에서 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는 올 해 다섯 번째로 만나보는 책이다. 세상 보는 식견이 좁은 나는 책에서 짚어내는 그 해의 트렌드들이 정말 가능할 런지 의구심이 생기곤 했다. 하지만, 막상 새 책이 나올 때마다 이 책이 의외로 한국 사회를 아주 폭 넓게 짚어내고 예측하고 있음에 놀라곤 했다. ‘트렌드 코리아 2011’에서도 그 놀라움은 마찬가지다. ‘트렌드 코리아 2010’에서 예측했던 현상들이 대부분 실재상황으로 재현되었음을 여러 사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의 견해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례는 ‘딱 맞아 떨어진다’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더불어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미처 모르고 있던 사회의 다양한 이면들을 배우게 된다.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다양한 파생어들을 만나는 것도 즐겁고 유행어를 만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이다.

 

얼마 전부터 페이스 북을 시작했다. 아직은 왕초보 수준이라 페이스 북의 콘텐츠들이 낯설고 어려워서 그런지 별 재미를 못 느끼겠다. 혹시 내 개인정보가 쉽게 유출되어 있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기도 하고 친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선뜻 손을 내미는 것도 조심스럽다. 하지만, 한동안 심혈을 기울여 관리하던 블로그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나는 페이스 북 보다는 트위터에 더 관심이 있다. 오죽하면 스마트 폰을 어찌 바꿔볼 요량으로 연 연휴 내내 제부와 웹 서핑을 했으려고. 맘에 드는 조건에 맘에 드는 모델을 발견했다 싶어서 신청을 하려고 했더니만 그새 새로운 모델이 출시된다고 한다. 모든 것들이 빨리 급격하게 변하는 세상이다. 눈 뜨고 나면 새로운 모델이 개발되고 출시가 된다. 어제 반짝거리는 신형이 금방 빛을 잃고 만다. 이렇게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그 시대의 트렌드를 짚어내고 읽어낼 수 있다는 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이점이 되는지 새록새록 실감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가지는 의미가 더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닐까?

 

TWO RABBITS,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T-Tiny Makes Big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

W-Weatherever Prouducts 변하는 날씨, 변하는 시장

O-Open and Hide 개방하되, 감춰라

R- Real Virtuality 실재 같은 가상, 가상 같은 실재

A-Ad-hoc Economy 즉석 경제 시대

B-Busy Break 바쁜 여가

B-By inspert, by Expert 직접 하거나, 전문가에게 맡기거나

I-Ironic Identity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

T-Tell Me, Celeb 스타에게 길을 묻다

S-Searching for Trust 신뢰를 찾아서

(page 2011년 소비트렌드 키워드: 중에서)

 

2011년의 트렌드 키워드를 ‘두 마리 토끼’로 정한 것은 우리가 흔희 생각하는 一石二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갈수록 다양하고 모순되는 소비자의 ‘니즈’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 책의 표지의 주 색채는 보라색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 표지로 쓰였음으로 반갑기도 했지만 2010년에도 표지의 색이 가지는 의미가 따로 있었기에 올해 역시도 표지의 색의 의미가 궁금했다.

 

색채 심리학적으로 보라색은 활기와 억제 두 가지 심리를 동시에 갖는다. 보라색은 정신이상 등의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 데 자주 쓰이는데, 그 이유는 보라색이 함의하는 자아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보라색에는 자존과 자기애착에 따르는 고귀함. 화려함. 귀족성 등과 같은 긍정적 이미지와 함께, 현대 사회의 소비자가 감내해야 하는 우울함. 갈등. 애증. 병약함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공존한다.(page8-9)

 

두 마리 토끼가 가지고 있는 모순 된 의미를 생각하니 보라색이야말로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큰 사업이라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나와 만나는 학부모들도 소비자라고 할 때 이 책에서 짚어주는 소비자 성향 분석과 변화 추이가 내 일의 방향 결정에 많은 도움을 주리라 기대된다.

 

특히, Tiny Makes Big(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 부분에서 디테일을 통한 감동경영의 부분들은 머릿속에 쏙쏙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내가 하는 이 일도 어찌 보면 경쟁이 무척 치열한 분야이다. 더군다나 주로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젊은 엄마들이 주 학부모이다 보니 아무래도 입소문이 무섭고 신경도 많이 쓰인다. 거기다 요즘은 일류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공부방을 개설한 경우도 많아서 그런 사람들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늘 긴장하고 노력해야만 한다.

 

비슷한 성능을 가진 저렴한 제품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경쟁업체가 따라할 수 없는 미세한 차이를 강조하게 됐다. 현대 시장은 본원적인 품질 경쟁이 아니라 매우 사소한 ‘차별화요소’ 경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page191) 점차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야 한다. 단지 질 좋은 제품만 생산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감동할 수 있는 총체적인 서비스와 솔루션을 선보여야 한다.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서비스란 무릎을 치게 할 만한 반전, 잊혀지지 않을만한 감동, 호텔 컨시어지처럼 고색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는 친절함 등과 같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서비스를 말한다.(page196) 세심한 배려는 소비자로 하여금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page201)

이런 부분들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나에게 부족한 부분들을 어떤 것인지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평가해보게 되었다.

나도 새해 내 일의 한 방향을 [디테일]하게로 조금 수정해본다. 사실, 올 해 내 삶의 방향은 [계획을 세우지 않고]였다. 물론, 뒤늦게 계획을 세우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매사에 조금 더 디테일 하게 다가서고 처신한다면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산다 해도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I am Number four-로리언 레거시1 / 피티커스 로어

 

정말로 외계인은 있는 것일까?

상상력을 자극하는 외계인들의 지구 방문을 소재로 한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졌고 앞으로도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고 보니 외계인들을 소재로 한 영화중 기억에 남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 ‘슈퍼맨’ ‘에이리언’ 시리즈로 시작해서 ‘제5원소’ ‘화성침공’ 텔레비전 시리즈였던 ‘V’ ‘스타워즈’와 ‘스타트랙’. 그 뿐만 아니라 ‘맨 인 블랙’도 있었고 ‘인디펜던스데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중 ‘크리스탈 해골의 비밀’까지. 최근에 본 것 중엔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했던 ‘지구가 멈추는 날’과 ‘노잉’도 있었다.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으므로 외계 생명체에 대한 인류의 호기심이 이런 영화들을 만들어내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얼마 전 인터넷에는 외계비행물체가 다가오고 있다는 충격적인 기사가 뜨기도 했었다. 지름이 240Km나 되는 거대한 비행체가 2012년엔 화성궤도에 진입할 거라는 제법 상세한 내용에 잠깐이지만 가슴이 격하게 뛰었었다. 아마도 톰 크루즈가 주연했던 영화 ‘우주전쟁’을 보면서 받았던 충격이 그 기사를 읽으며 되살아나지 않았을까 나름대로 추측해보기도 했지만, 정말로 외계인이 있더라도 왠지 외계인이 지구인에 대해 우호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영화에서 외계인의 지구 방문은 늘 그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방문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책 ‘I am Number four’가 ‘반지의 제왕’에 버금가는 환타지 소설이라는 설명에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의 지은이 ‘피타커스 로어’에 대한 설명은 아주 짦막하다.

 

로리언 행성의 지도자. 지구에서 10여년을 지내며 자신의 행성과 지구의 운명이 걸린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책날개 중)

 

어쨌든 이 짧은 작가 소개가 재미있다. 책의 내용을 보니 긴 여정이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그 긴 여정을 이야기 해줄 책 중에서 첫 권이다. 이야기의 도입부가 늘 그렇듯 이런 저런 사건에 대한 암시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문제들만 얼기설기 엮어있을 뿐이다. 다른 행성의 공격을 받고 멸망하게 된 로리언 행성에서 가드라 불리는 행성의 미래를 책임질 9명의 아이들이 몰래 지구로 보내져 자라고 있다. 그들은 멀리 떨어진 채 서로를 알아볼 수 없도록 철저하게 숨겨져서 성장하지만 서로 엮여져 있기도 하다. 그들을 제거하기 위하여 찾아온 침입자들에게 9명중 세 명의 가드가 제거된다. 이 이야기는 그 네 번째 가드의 모험담이 될 거다. 평소 환타지 소설을 많이 안 읽어보아서 그런지 그저 만화를 보듯 이 황당한 이야기들을 슬금슬금 읽어나가다 보니 아쉽게도 1권은 금방 끝이 나고 말았다.

1권에서의 넘버 포는 아직 어린아이다. 하이틴 소설과 같은 분위기가 자칫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싱겁다. 그래서 처음엔 아이들 이야기인가? 라며 읽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신비한 우주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능력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주인공이 어떻게 능력을 키우고 위험에 대처해가면서 성장하는지 장차 주인공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이 책의 2권의 내용이 궁금해졌다는 소리다.

 

 

 

 

 

 

핸드드립 커피 좋아하세요?

 

만약 당신의 이해력이 둔해진다면 커피를 마시세요. 커피는 知的 음료입니다. (page33)

 

그러니까 나는 커피도둑이었다. 나의 커피에 대한 추억은 중3때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담임선생님은 영어 선생님이셨는데 큰 키에 휘청거릴 정도의 몸매와 깊숙한 눈을 가진 분이셨다. 키가 작아서 선생님 테이블 바로 앞에 앉았던 나는 아침마다 선생님 커피 물심부름을 했다. 선생님이 타 잡수시던 커피는 지금은 흔한 빨간 뚜껑의 인스턴트커피와 까만 병에 들어있던 커피 프림이었다. 커피와 같은 문화 자체를 접해보지 못 했던 내게 아침마다 풍기는 커피향기는 엄청난 놀라움이었고 유혹이었다. 급기야 시험공부를 하러 혼자서 학교에 갔던 일요일 감히 선생님의 커피에 손을 대는 불상사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학창시절에 문제아였냐 하면 문제아하고는 너무 멀어서 문제아도 될 수 없는 평범 또 평범한 아이였다. 그런 내가 뜨거운 물도 없이 찬물에 억지로 녹인 커피였건만 어쨌든 선생님의 커피를 훔쳐 마셨던 것인데, 그때 맛보았던 커피의 맛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라고 밖에 말 할 수 없다. 새로운 맛의 세계로 잡아끌던 거부할 수 없었던 강한 유혹. 나와 커피와의 첫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비교적 일찍 커피의 세계에 입문한 사람이었고 한동안은 시내의 그럴싸한 커피 집을 찾아다니며 혼자 커피를 음미하는 멋을 부리기도 했다. 커피 집에서 주로 향 커피보다는 담백한 원두커피를 즐겼던 나는 주로 블루마운틴이거나 킬리만자로를 즐겨 주문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킬리만자로는 무척 쓴 커피였다고 기억한다. 가끔 더 한 호사를 누리고 싶을 때는 신포동에 있던 비엔나 커피숍을 찾아가 비엔나커피를 주문하기도 했었다. 커피위에 얹혀 나오던 휘핑크림은 왜 그리 화사했던지. 세월이 많이 흘렀고 내가 주로 가던 커피 집들은 벌써 몇 번씩 상호도 업종도 바뀐 낯선 곳이 되어버렸지만 신포동을 거닐면 기억 속에선 아직도 향긋한 커피 향을 맡는데 커피의 매력은 맛보다는 기억 속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향기가 아닐까 싶다. 커피는 후각만으로도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지난 토요일.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커피 추출도구들 앞에서 꽤 긴 시간을 보냈다. 같이 간 김 시인과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주로 프렌치 프레스와 원두분쇄기였다. 관심을 가진 이참에 하나 구비하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만만치 않다. 거금이었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지불해야 할 가격에 비해 나는 좀 더 멋진 녀석을 만나고 싶었다고나 할까. 프렌치 프레스는 필터가 금속으로 되어있어서 천이나 종이필터에 비해 커피의 쓴맛과 떫은맛이 풍부하며 오일 성분도 많이 섞여 있는 편이다(page132). 내가 정말로 가지고 싶은 커피 축출기구는 우리가 흔히 사이펀이라고 부르는 바쿰 브루어이다. 물을 덥히는 알콜램프와 두 개의 유리구로 구성되어있는 사이펀은 직접 불을 다루고 커피와 물이 섞이면서 물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이 직접 보이므로 가장 화려한 재미를 선사하는 추출법.(page137)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손님 테이블에서 사이펀으로 커피를 뽑아주는 커피 집을 드나들던 기억도 새삼스럽다. 일반적으로 다른 추출법에 비해 가볍고 산뜻한 맛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내 커피 취향에도 맞는다. 기회가 된다면 꼭 구입하고 싶은 커피추출기로 낙점한다. 하지만, 일단은 핸드밀과 커피 원두, 여과지, 드리퍼, 서버, 드립용 주전자 같은 핸드드립 커피를 위한 도구 중 내가 가지고 있는 것부터 다시 한 번 챙겨보기로 한다.

 

커피 맛은 원두의 생산지, 로스팅의 정도, 원두의 신선도, 물의 상태와 온도, 분쇄된 커피의 굵기, 분쇄기의 청결상태, 추출도구와 방식 등 수 많은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스타벅스나 커피빈 같은 거대한 다국적 커피 체인은 아주 저렴하게 원두를 사들여 거기에 여러 가치들을 덧칠해 비싼 가격으로 판다. 그들의 사업수완은 졸경할 만할지 모르나 함께 나누고 더불어 행복해지는 미덕은 부족하다 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무정한 커피가 혹 마음에 걸린다면 공정무역 커피는 마시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소비가 될 것이다.(page151)

 

이 책을 읽으면서 스타벅스 커피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알게 된 것이 기쁘다(프롤로그 참고). 사실 나는 거기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서 내 기억엔 딱 한 번 사먹었을 뿐이다. 늘 너무 비싸게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는 의심과 그 딱 한번의 구매에서 그다지 맛있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는 기억이 있어서였을까. 나름대로 거기 커피에 대한 내 편견이 아주 틀리지는 않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즈음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 공정거래로 들어오는 커피나 또는 유기농 재배 커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거 같다. 물론 나도 관심이 많다. 커피 노동자들이 커피농장에서 종일 일하고 받는 임금이 커피 1Kg당 1달러도 안 된다는 걸 알고 난 후 마트에서 커피를 수입할 때마다 마치 청소년들이 모여서 담배 피우고 있는 골목을 지나가면서 짐짓 못 본 척 지나가는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공정거래로 거래되는 커피를 좀 더 많이 쉽게 만날 수 있기도 바래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유기농 커피]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미 우리 주변엔 [유기농]이라는 상표를 부착한 먹거리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렇지만, [유기농]이라는 것이 대량생산 시스템에선 거의 불가능하며 유기농과 무농약은 다른 것이라고 알고 있다. 진짜 유기농커피가 공정거래를 통해 들어온 것이라면야 금상첨화겠지만 일단, 유기농 커피에 대해선 선택을 유보하겠다. 이런 관점에서 커피를 바라보는 시각이 저자와 동일선상에 있음이 즐겁다.

 

이제 곧 설 연휴다. 맘 맞는 친구와 어디 좋은 곳으로 커피 여행이라도 떠난다면 참 좋겠다. 소싯적 자주 들락거렸던 단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버스를 타고 달려갔던 몇 곳. 강화읍내 고려 산성 입구 예식장 옆 후미진 골목으로 들어가면 다소곳하게 숨어 있던 ‘리즈’ 커피를 시키면 커피 잔에 뜨거운 물이 나오고 인스턴트 커피와 설탕과 프림은 용기에 따로 나왔던 곳. 멕스웰이 대세이던 시절 일찌감치 초이스를 만났던 곳이다. 그리고 대전역이었던가 대전 터미널이었던가 ‘르네쌍스’는 일요일 아침 울적한 마음을 고속버스에 싣고 가서 내려놓고 올 수 있었던 곳. 신도시로 개발이 되기 예전엔 너무 먼 곳이었던 일산 버스 터미널 옆 지하다방엔 외출이나 외박을 나온 군인아저씨들이 늘 몇 개의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커피 맛은 정말 별로였지만 음악이 함께 있었던 주안역의 ‘촛불다방’.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다시 스므 살의 푸르른 청춘이 되어 그 다방들 중 어느 한 자리에 앉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