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중국 가난한 중국인

 

이 책은 분명히 중국인이 쓴 중국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자꾸만 우리나라가 투영된다. 그것은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시스템은 자본주의화 되었다는 소리일 거다. 또한 중국의 문제를 우리나라에 투영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중국이든 우리나라든 자본주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는 소릴 거다.

 

과거 농촌 출신 학생의 경우, 열심히 공부해 대도시에 입성함으로써 가난에서 벗어나 부를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이 길은 막혀버린 것 같다. 공부만 열심히 해서는 어림도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중국의 대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대학원에 진학 하지만,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취직하지 못해 다시 박사 코스를 밟는 형편이다. 중국 사회는 농촌 출신자들에게 신분상승의 기회를 박탈해 버렸다.(page 98)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중국은 첨예한 정치 문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임을 잊게 하는 게 대부분이다. 엄청나게 부자인 사람들 그들의 뜨거운 교육열 유유자적한 생활모습 하지만 너무 빈곤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느 자본주의 국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두 번이나 좌절된 쟈스민 시위 시도와 시위 봉쇄 과정에서 보여주던 중국 공안의 행동들, 올 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두고 중국이 보인 행동들 심각한 환경문제 등에서 비로소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바로 이런 모습들이 중국의 문제이면서 또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힘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 면에서도 부자인 중국과 가난한 중국인의 실상을 어느 정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는 이 책은 용기 있는 책이다. 물론, 이 책의 저자는 ‘중국에서 가장 양심적인 교수’라고 불린다고 한다. 중국은 물론 경제가 주목하는 경제학자라는 면에서 저자의 솔직한 현실 표현과 날카로운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 편으론 우리의 문제라고 해서 저렇게 외국에서 지적하는 학자가 없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니 한 편으론 과히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우리 사회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비판함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쪽이 찌르르 해지는 느낌. 그만큼 이 책의 어조는 높고 냉정하다.

 

이 책에서 주로 중국의 경제상황을 다루다보니 중국과 밀접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경제 부분에 대한 언급도 만나게 된다. 특히, 상하이 자동차가 인수한 쌍용자동차에 대한 언급은 사회 현상을 보는 시각을 좀 더 넓고 깊게 확장시켜야 할 필요성과 정치와 경제를 연결해서 생각할 줄 아는 폭넓은 사고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물론, 중국이 자본주의 국가의 기업을 인수한 후 실패한 원인에 대한 분석이었지만 이를 통해 우리의 문제도 좀 더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의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상하이자동차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노사 양측이 줄곧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중략)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노조라는 집단은 상당히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익집단’이며, 노조는 막강한 ‘표밭’이기 때문에 정치가라면 노조의 파업을 통해 자신의 정치 자산을 챙기려 든다.(중략) 바로 쌍용자동차가 단독으로 파업 사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변에 있는 기아자동차와 다른 업체의 노조를 포함한 약 700-800명의 노동자가 쌍용자동차 노조를 지원했다.(중략) 궁극적인 목적은 이명박 wd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 위해서였다.(중략) 노동자들은 ‘유혈사태’를 일으켜 정부가 외국 자본의 편에 섰다는 인상을 일반 국민에게 심어줌으로써, 우파 정부를 견제하려면 좌파가 국회로 들어가야 하다는 당위성을 확보하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노조 출신 인사의 국회 진출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page156-157 중국 기업은 왜 더 큰 시장으로 나가지 못하는가? 중에서 발췌)

 

5부의 ‘중국의 3대 개혁은 왜 난항을 겪는가?’를 보자. 저자는 중국이 완수해야 할 3대 개혁으로 ‘의료’ ‘교육’ ‘부동산’을 꼽고 있다. 이 세 가지의 문제는 우리나라도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아니던가. 의료, 교육, 부동산. 제목은 같지만 우리나라와는 문제의 본질이 다르기도 하면서 또 같은 맥락이기도 해서 더 주의를 기울여서 읽게 되는 부분이다.

 

솔직히 2-3년을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끝나면 중국어를 배우리라 맘먹고 있었다. 중국의 경제 상황과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나름대로 계산해 보건데 중국어에 대한 수효가 늘어나지 않을까 라는 전망을 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영어보다야 못 하겠지만 제2외국어로서 중국어 파워가 커지리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막상 공부를 끝낸 시점에 내가 새로 선택한 것은 영어 학습이었다. 영어는 우리나라에서 수요가 많은 만큼 경쟁도 치열한 부분이다. 하지만, 중국어보다 단연 우세한 시장 활성화가 지속되리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 선택이 옳았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이즈음 중국이 보여주는 어떤 모습들은 중국에 대한, 자칫 차이나 드림이 될 뻔했던 것들에 대해서 조금 실망스럽다고나 할까 아니면 전반적으로 중국 거품이 가라안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런 내 생각을 이 책의 내용과 밑줄을 그어본다.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이 만나는 것도 있고 내가 알고 있던 내용과 너무나 다른 사실 앞에서 다소 당혹스러운 부분들도 많다. 책 내용의 대부분에 대해 나는 수긍한다. 하지만, 저자는 대부분의 비교를 미국을 들어서 하고 있다. 이 점은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을 흩어본다면 자칫 미국의 경제시스템은 정답이고 중국은 미국을 닮거나 그들의 정책을 배워야 한다는 내용으로 읽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을 수용할 것인가는 읽는 이의 성향이 결정할 문제다.

 

암튼, 중국은 경제면에서 우리 같은 일반인이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깊숙한 부분까지 자본주의화 되어 있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확인하게 되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위대한 명연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어떤 말이 가지는 유효기간은 과연 얼마인가. 또는 우리가 믿는 진실이라는 의미의 통용 범위는 과연 얼마나 넓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 책엔 세기의 어느 한 시점을 결정적으로 흔들거나 마무리 지은 명사들의 연설이 담겨져 있다. 어느 부분은 열의와 진실과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느 부분은 나와 너무 동떨어져있어서 감성적으로 줄긋기가 잘 안 된다. 명연설이든 시금석처럼 반짝이는 진실이든 그 가치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 것이 무엇이든 앎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내가 별 감흥을 느끼지 못 한 부분들은 내 앎의 두께의 문제인 거지 이 책에서 주고자 하는 감동의 문제는 아닐 거라는 소리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유명 인사들은 이미 초등학생용 위인전에서부터 숱하게 여러 번 만나본 사람들이다. 우리가 위인들이라 알고 있는 이들의 일생 중 반짝 빛났을 어느 한 순간을 캡춰하 듯이 만나본다는 것은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 책에서 만나는 위인들의 시간들을 보면서 그들도 어떤 결정에 앞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인간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인간임으로 해서 실수와 후회의 시간 역시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살면서 겪는 위기의 순간을 그들은 어떻게 헤쳐 나왔으며 어려운 숙제들을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했는지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저기 검은 옷을 입은 작은 신사 분이 여성은 남성만큼 권리를 누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가 여성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그럼 당신의 그리스도는 어디서 왔습니까? 바로 신과 여성에게서 오지 않았습니까? 그리스도와 아무 관련이 없었던 것은 바로 남성입니다.(page47-소저너 투루스 /1851년 5월 29일 오하이오주 애크론, 애크론 총회 연설 중)

 

우리의 미주공화제 정부는 법률 제정과 실행에 있어서 국민 개개인의 참여권과 투표권을 기본권으로 삼고 있습니다. 정부의 임무란 국민이 이러한 양도 할 수 없는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임을 우리는 주장하는 바입니다.(page66-수잔B. 앤서니 1873년 5월 6일 뉴욕 주, 몬로.온타리오지구 연설 중)

 

우리 여성들은 일어났습니다. 여성을 일으켜 세우기가 힘들었을는지는 몰라도 여성은 오래 고통 받아 왔고 오래 참아 왔습니다. 일어난 이상 우리는 결코 닷는 잠잠해지지 않을 것입니다.(page78-에멀린 팽크허스트 1908년 3월 19일 런던,로열 앨버트 홀 연설 중)

 

소저너 투루스, 수잔B. 앤서니, 에멀린 팽크허스트 같은 잘 모르던 여성운동가들을 만나는 것도 큰 수확이다. 여성 참정권이 주어진지 채 백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성의 인권을 위해 투쟁한 그녀들에 대해 알게 된 것이야말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쁜 일이었다.

 

 

이 나라는 훌륭한 지도력이 존재하는 한 어떤 희생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정부가 겨냥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뚜렷이 볼 수 있는 한, 국가를 이끌 지도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는 한, 이 나라는 어떤 희생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엄숙하게 말씀드립니다. 총리께서 희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합니다.(page143)

 

이 부분은 대영제국의 마지막 자유당 총리인 데이비드 로이 조지가 1940년 5월 7일 웨스트 민스터 하원 의사당에서 행한 연설의 일부이다.

이 연설이 있고나서 사흘 뒤 체임벌린 총리는 사임을 했고 새 총리로 처칠이 임명되었다. 이 책에서도 처칠에게 밀려난 체임벌린에 대해 ‘무책임한 유화정책을 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모든 역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씌여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내가 아는 한 위스턴 처칠도 무자비한 폭격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에 대해 많은 부분 책임이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위스턴 처칠을 논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총리께서 희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 할 수 있었던 데이비드 로이 조지. 그리고 그 주장을 받아들여 사임한 체임벌린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영국이 위대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의 상황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면서 말이다.

 

이 책의 많은 부분들이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 할애되어 있다. 현직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부분이 그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거 같다. 앨 고어 부통령의 연설도 있다. 앨 고어 부통령은 환경운동가로서 그의 ‘불편한 진실’을 예전에 DVD로 보면서 지구 환경에 대해 정말로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었다. 이 책에서도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행한 연설에서도 허리케인에 의한 피해의 문제를 행정 시스템에 두고 비판하고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지구 온난화를 둘러싼 과학적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합니다. 대통령은 지난주에도 이와 같은 발언을 하였습니다. “제방이 무너지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책임의식이 높아져야 합니다. 불확실함, 결단력 부족, 더불어 과학계의 주장을 의도적으로 오해하고, 석탄과 원유기업 편에선 소수의 지지다-다수가 아니라 소수입니다-들이 바라는 바에 더 귀를 기울이고, 과학계의 목소리는 무시하는 이런 태도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page388-389)

 

이 외에도 조지 W.부시, 로널드 레이건, 리처드 닉슨, 로버트 F 케네디, 존F. 케네디, 엘리노어 루스벨트 등 미국의 정치인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연설은 다분히 미국적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솔직히 대단한 감흥을 얻기 힘든 부분도 있었음을 고백하겠다.

 

얼마 전 ‘하모니’라는 영화를 보았다. 여죄수들의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여감방을 너무 깨끗하고 점잖게 묘사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고 특히, 사형수였던 교수(이문희 분)의 마지막 부분은 너무 미화된 감이 있어서 사실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너무 의연한 사형수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면서 왠지 좀 더 인간적인 모습 그러니까 끝까지 죽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본연의 모습을 그리지 않은 것이 불만스러웠었다. 왜냐하면 어쨌든 나는 사형 반대론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사형 집행 금지를 위한 정부 법안을 제출하면서 발표한 피에르 엘리엇 트뤼도의 연설문은 논리적이고 열정적이어서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거 같다. 1976년 당시 캐나다 총리로서 사형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열거해 가면서 사형제도의 무용론을 주장했다. 그의 연설을 읽다보면 저절로 그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토막지식 하나. 21세기 현재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선진국은 미국과 일본뿐이라고 한다.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 아닌가?

 

블랙스완은 18세기 오스트레일리아 남부에서 흑고니가 발견되면서 생긴 용어이다. 17세기 말까지 수천년 동안 유럽인들은 모든 백조는 희다고 생각해왔으나 네덜란드의 한 탐험가가 흑고니를 발견한 후 일반적인 통념이 깨지는 충격을 받은 데서 유래한다. 관찰과 경험에 의존한 예측을 벗어나 예기치 못한 극단적 상황이 일어나는 일을 일컫는다.(위키백과사전)

 

 

영화 속에선 완벽을 위해 스스로 흰털을 뽑아내고 그 자리마다 검은 털을 심는 무서운 집념과 강박증을 ‘블랙스완’이라 표현하고 있는 거 같다.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 1981년 6월 9일 ~)은 이스라엘계 미국인 배우이다.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으며, 1994년 영화 《레옹》으로 데뷔했다. 데뷔후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파드메 아미달라'역으로 출연하며 인기와 명성을 얻어나갔고, 2004년 영화 《클로저》로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2010년에는 영화 《블랙 스완》에 출연하여 골들 글로브 여우주연상, 영국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daum에서 발췌)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가슴이 싸한 슬픔을 내내 느꼈다.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한 니나도 내내 슬펐지만 니나를 연기한 나탈리 포트만도 내내 슬프게 느껴졌다. 영화의 맥락상 영화속 니나의 나이는 20대 초반 또는 중반을 넘어서지 않은 나이일 거 같다. 서른 살의 나탈리 포드만은 내내 완벽하게 니나 역을 소화하고 있었다. 니나의 복잡한 정신세계를 정말로 완벽하게 소화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나탈리 포트먼의 나이와 삶의 경험도 하나의 노하우로 작용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슬쩍슬쩍 영화 속 니나에게서 서른 살의 나탈리 포트만을 볼 때마다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더불어 니나를 연기하기 위해 혹시 그녀도 블랙스완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안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종잇장 같은 몸매라고 표현한 인터넷 글을 많이 보았다. 물론, 종잇장처럼 얇은 발레리나의 몸을 완벽하게 표현했지만 영화 속에서 때묻지 않았던 20대 처녀 니나를 표현하기엔 그녀의 나이가 걸림돌이었던 건 확실하다.

 

또한,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나탈리 포트만의 춤은 그야말로 대단한 열성이 저절로 느껴진다. 어렸을 적 배운 발레가 도움이 됐다고 하지만 포트먼은 정상급 발레리나 역을 소화하기 위해 10개월 동안 하루 8시간 강도 높은 훈련을 했고, 갈비뼈 부상을 입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 후반, 흑조 오딜이 춤추는 32연속 푸에떼 앙 투르낭 (32회 연속 회전)하는 니나의 몸에 검은 깃털이 돋아나는 장면은 감동적이기 까지 했다. 이 장면에서 나는 왜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팔았던 ‘파우스트’가 생각났던 것일까. 나탈리 포트먼, 니나, 그리고 파우스트. 내가 생각해도 멋진 트라이 앵글이다.

 

 

감독은 이 영화에서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복잡한 심리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려 한 거 같다.

 

뉴욕 발레단에 소속된 니나(나탈리 포트만)는 전직 발레리나 출신인 엄마 에리카(바바라 허쉬)의 총애를 받으며 인생의 모든 것을 발레에 바치고 있다. 에리카는 니나를 최고의 발레리나를 만들기 위해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한편, 끊임없이 채근한다. 예술 감독 토마스 리로이(뱅상 카셀)는 프리마돈나 베스(위노나 라이더)를 새로운 시즌의 오프닝 작품 '백조의 호수'에서 강판시키기로 결정, 니나를 제1후보로 올린다. 그리고 마침내, ‘백조’와 ‘흑조’라는 상반된 성격의 1인 2역을 연기해야 하는 ‘백조의 호수’의 프리 마돈나로 발탁된 니나. 하지만, 순수하고 나약한 ‘백조’ 연기는 완벽하게 소화해내지만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흑조’를 연기하는 데에는 어딘지 불안한 니나. 게다가 새로 입단한 릴리(밀라 쿠니스)는, 니나처럼 정교한 테크닉은 없지만,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관능미로 은근히 비교 대상이 된다. (daum 영화 줄거리에서 발췌) 

 

 

니나의 엄마 에리카는 자신의 이루지 못 한 꿈을 딸에게서 보상받으려고 한다. 에리카는 니나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그 통제 속에서 니나는 정상적인 정신세계를 가지지 못 하고 여전히 유아적 정신세계를 가진 몸만 큰 아이일 뿐이다. 니나는 막상 프리마돈나의 자리를 따내긴 했으나 자신의 정신세계와 너무 다른 세상에 혼란스러워한다. 자신의 실력으로 프리마돈나의 자리를 따내기 보다는 예술 감독 리로이와의 관계 때문에 주인공이 되었다는 피해의식이 그녀 스스로를 ‘창녀’라고 비하할 만큼 혹독하게 몰아붙이게 하며, 결국은 자신을 부정하게 만드는 처참한 결과를 만들고 만다. 혹시 발레만 아는 순결한 처녀이길 바랬던 것은 에리카의 꿈이었던 건 아닐까. 니나가 생기는 바람에 꿈을 접어야 했다고 말 하는 에리카는 니나가 자신과 같은 길을 걸을까봐 몹시도 조바심내고 불안해하며 자식의 인생을 대신 그리려다 결국 소중한 딸을 잃고 마는 이 영화에서 가장 슬픈 캐릭터라고 본다.

 

 

니나는 여자들끼리의 은밀한 질투와 경쟁심. 그리고 연민을 모두 보여주는 캐릭터다. 진흙처럼 뒤죽박죽으로 섞여있는 니나는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안쓰럽고 가엾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그래서...... 니나는 죽었을까? 라고 같이 영화를 본 김시인과 얘기를 잠깐 나눴다. 그거야 각자의 상상에 맡겨야 할 대목이긴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신념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려나? 그렇지만 이 영화를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한 정체성이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 것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확고한 정체성은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도전과 승리, 좌절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판단할 수 있게 하고 진심으로 기뻐하거나 반성하게 한다. 그리하여 발전하게 한다는 것이다.

 

블랙스완의 니나는 타고난 재능을 가졌으되 안타깝게도 자기 정체성에선 많이 부족한 인물이었다. 거기다 아무런 방어기제가 없는 니나를 관능의 화신으로 만들고자 한 예술 감독 리로이의 욕심이 니나의 불행한 삶을 부채질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밝고 긍정적인 인물로 묘사된 릴리(밀라 쿠니스)의 캐릭터가 나는 마음에 들었다.

 

 

이 영화는 디지털 영화다. 사실 요즈음은 예전보다 디지털 영화가 흔해졌다.

 

 

컴퓨터 그래픽스(CG)의 3차원 애니메이션과 디지털 영상 합성 기법을 이용해 영화의 모든 작업을 컴퓨터 시스템 내에서 처리하는 영화 기법인 디지털 영화는 SFX(special effects)에 CG를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서 영화의 모든 시각적·청각적 요소가 컴퓨터를 통하여 디지털 부호로 전환하는 방식을 따르는 것으로, 영화의 모든 부분에 컴퓨터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시스템이다. 촬영은 영상 획득이라는 개념으로 하며 CG 기법을 사용한다. 최초의 디지털 영화는 1976년 존 길러민 감독의 ‘킹콩’이고,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활용한 것으로는 1982년 스티븐 리스버거 감독의 ‘트론’, ‘브레인 스톰’, ‘최후의 우주 전사’ 등이 있다.

(위키백과사전)

 

 

쉽게 말하면 필름을 영사기에 넣어 보여주는 아날로그 영화와 컴퓨터로 재생하는 디지털 영화. 이렇게 나눌 수도 있지만 필름으로 촬영한 아날로그 영화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고 컴퓨터로 편집 작업을 한 디지털 영화라고 구분하면 되겠다. 아날로그 영화와 디지털 영화의 차이점은 나 같은 무지랭이 관객에겐 별 차이 없이 느껴질 것 같다. 하지만, 디지털 영화의 완벽한 CG 작업은 가끔 영화 자체를 너무 차갑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는데 영화 내내 장면의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얼음처럼 차가운 느낌의 화면이 머릿속에 너무 강하게 들어와 조금 불편했다. 일반적으로 따뜻한 느낌의 붉은색이 이 영화에서는 매우 위험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으로 쓰이고 있어서 재미있다. 블랙스완으로 변한 니나의 붉은 눈은 특히 그 정점이었다. 나탈리 포트먼의 춤이 완벽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물론 여기에 있고 블랙스완으로 변화하는 니나의 춤 역시도 완벽한 CG의 힘이었다. 완벽한 CG 와 더불어 영화 내내 숨가쁘게 귀를 붙잡고 늘어지는 무용수들의 숨소리 역시 나탈리 포트먼의 연기를 실감나게 포장하는 데 일조했음은 분명하다.

 

어쨌든, 아주 오래간만에 시종일관 몰입할 수 있었던 영화를 만났다.

 

 

  블랙스완.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