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 댄 애리얼리
안녕하세요?
여전히 덥습니다. 폭염경보가 내린 날들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젠 냉방용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는 뉴스보다는 예비전력량이 한자리수를 지나 계속 떨어지고 있는 소식이 우릴 더 불안하게 만드는 거 같습니다. 다 같이 전기를 아껴 써야 한다고 목청을 돋우고 있습니다만, 사실 도시 대부분의 가정들은 아직은 에어컨을 들여놓은 집보다는 선풍기를 사용하는 집들이 더 많거든요. 결국 더위를 식히는 문제에서도 결코 공평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한 쪽에선 올림픽 경기가 한참이고 한 쪽에선 공천헌금 파문으로 시끄럽습니다. 며칠 전엔 경기에서 일부러 지는 시합을 해서 실격을 당한 선수들에 대한 소식이 있었고 간간이 도처에서 공정하지 않은 판정이라는 문제제기가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만, 올림픽은 잘 굴러가고 있는 듯합니다. 국회의원 선거 전 공천 과정에서 돈이 오고갔다는 소식은 가뜩이나 더운 이 나라를 더 덥게 만드는 소식이지요. 어쩜 뉴스시간에 보는 그들의 모습은 모두 한결 같이 투사인양 정직한 사람인양 또는 억울한 사람인양 입을 일자로 다물고 있습니다. 시시비비를 따지는 거야 검찰에서 해주겠지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지 않은 모습이 더 실망스러운 걸 그들은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은 예술과 마찬가지로 어딘가에 어떤 선 하나를 긋는 것을 의미 한다’(page47)
휴가랍시고 이틀 공부방에 안 나왔을 뿐인데 그 사이 작은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공부방임을 알리느라 문에 전단지를 붙혀 놓았었거든요. 아래 부분은 전화번호를 떼어갈 수 있도록 가위질을 해놓기도 했습니다. 전단지를 붙혀놓은지 한 달이 되어가도 아무도 뜯어가는 사람이 없었어요. 헌데, 누군가 아랫부분을 몽땅 뜯어가 버린 거였습니다. 어제 아침에 전단지를 새로 만들어서 붙였는데 반나절도 안 되어서 다시 또 아랫부분을 몽땅 뜯어갔군요. 화가 나기보다는 그 누군가가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부분을 뜯어내면서 분명 가슴이 콩닥거렸을 겁니다. 보나마나 같은 업종 종사자였을 테니까요. 경기가 안 좋아서 나만 밑바닥을 치는 건 아니더군요. 다 같이 어려우니 나처럼 문에 당당히 전단지를 붙힌 채 일을 하는 게 미웠을 수도 있겠다싶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그 사람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들은 현금 가치가 명시적으로 표시돼 있지 않은 물건은 기꺼이 훔치고 싶어 하고 또 그럴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다. ··· 마찬가지로 우리는 사무실에 있는 인쇄용지를 집에 가져가 개인적인 용도로 쓰기는 해도, 사무실 금고에서 4달러 꺼내 그 돈으로 집에서 사용할 인쇄용지를 사지는 않다. ··· 사람들은 연필이나 토큰처럼 실제 돈에 비해 화폐적 특성이 적은, 다시 말 해 돈의 추상성이 큰 대상일수록 부정행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듯 하다. ··· 현금과 거리가 멀수록 사람들의 도덕적 기준이 더욱 무뎌지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2장. 거짓말 하는 착한 사람들 中 부분발췌)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는 잠깐 저축은행 사태를 생각했습니다. 분명 큰돈이 오고갔을 검은 거래가 생각나네요. 그들은 현금으로 그 거래를 했으려나? 하는 뭐 말 같지도 않은 상상을 하다가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사회적으로 은폐된 호의가 존재한다.(page 108)
‘사회적으로 은폐된 호의’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제일 맘에 들은 문장입니다. 맞습니다. 우린 살면서 아주 많은 은폐된 호의들이 나중에 파헤쳐지는 걸 봅니다. 뉴스의 대부분이 이 보존연한을 넘긴 ‘은폐된 호의’에 대한 소식들이 아닐까싶거든요. 우리 같은 일반인들하고는 조금 멀리 있는 듯하지만 일상에 깊은 영향을 끼치는 사건들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유혹에 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날마다 복잡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우리의 도덕성을 위험에 빠트리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유혹을 받으며 하루 온종일을 보내는데 유혹에 맞서 싸울 힘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고 유혹이 축적될수록 약해진다. ··· 어떤 유혹에 맞닥뜨렸을 때 거기서 등을 돌리기란 매우 어려우므로 그 열정의 불길 속에 빨려들기 전에 그를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런 조언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현실적으로 유혹에 맞서 싸우는 것보다는 아예
유혹을 피하는 것이 한결 쉽다. 유혹에 맞서 싸우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해결책 가운데 하나다.(4장. 힘들 때 자주 실수하는 진짜 이유 中 부분발췌)
‘유혹에 맞서 싸우는 것보다 아예 유혹을 피하는 것이 한결 쉽다’는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배드민턴 선수들이 일부러 져주기 게임을 했다고 했을 때 나는 실격당한 선수들이(중국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금메달을 달성해야 할 목표로 보기보담 소유하고 싶은 욕망으로 간주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안타까웠습니다. 이런 욕망의 유혹에 흔들리는 것이 어떻게 운동선수들뿐이려구오. 우리 모두 매 순간순간을 욕망에 흔들리고 부대끼면서 살지 않던가요. 저자가 경제심리학자라니 그의 책을 읽으며 철학적 메시지를 떠올릴 수도 있으니 또 하나 댄 애리얼리의 책을 읽는 즐거움 중에 하나겠군요.
외부신호화(external signaling)란 자신이 입고 있는 어떤 것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을 말한다. ··· 고대 로마에 있었던 사치금지법은 수백 년 동안 거의 모든 유럽국가들로 확산됐다. 이런 법들은 특정한 계급이나 지위에 속한 사람들만이 특정한 어떤 옷을 입을 수 있다고 규졍했다. ··· 비록 옷차림과 관련된 현대의 제도가 과거처럼 엄격하지는 않지만 성공과 개성을 표시하기 위한 인간의 욕망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강력하다.
‘짝퉁 명품(모조품-재미를 위해 ’짝퉁‘으로 표현하겠음)’과 ‘가짜 학력’에 대한 고찰은 정말 재미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짝퉁 상품을 파는 사람들은 명품이 가진 외부신호화 효과를 희석하고 진품에 대한 신빙성을 훼손하기 때문에 패션업계의 유통업자들과 패션리더들이 짝퉁에 대해 신경을 쓴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 손실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댄 애리얼 리가 한 실험의 결과로 진품이 사람들의 정직성을 증가시키지는 않았지만 짝퉁이 사람들의 도덕적인 자제력을 해이하게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저 개인적으로 그리 믿고 싶고, 충분히 그렇다고 인정해주고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싶은 부분은 ‘사람들은 자신이 정한 기준을 한 번 깨고 나면 더 이상 자기 행동을 통제하려 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 때부터는 부정행위의 유혹에 이전보다 훨씬 쉽게 넘어간다.“는 부분이에요. 의미심장하지 않은가요? 어른들이 늘 한 번이 중요하다고 하시던 그 경계의 말이 생각나 새삼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경제와 인간의 욕망이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댄 애리얼리의 책을 읽으면서 새삼 확인했습니다. 긍정적으로 발현된 욕망도 만나지만 이지러진 개인의 욕망이 어떻게 대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구요. 집단 안에서 무기력하다고 생각했던 개인의 역할을 댄 애리얼리의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결론은 이렇다. 우리는 단 한 차례의 부정행위도 사소하게 봐 넘겨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흔히 누군가가 처음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용서한다. 처음 저지른 실수이고 또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초의 부정행위가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신 및 그 시점 이후의 자기 행동을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곁으로 보기에 악의가 없는 행동들이라 하더라도 이를 줄여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소한 부정행위를 줄일 경우 우리가 사는 사회는 더 정직해지고 그 결과 부정부패는 점점 설 곳을 잃게 될 것이다.(5장 짝퉁 상품이 부정행위를 조장한다? 中 발췌)
어떠세요? 책으로는 책속의 글로는 모두가 이해가 가고 당연히 수긍하는 내용들이지요? 너무 잘 알고 있고 우리의 양심 속에 꼭꼭 숨겨 둔 내용들입니다. 실천하는 게 어려운 건가요? 살면서 유혹에 시달리고 정직하게 사는 게 힘들더라도 어느 한 구석 양심의 불을 끄지 않는다면 매일 뉴스에서 만나는 그런 덥고 후줄근하고 불쾌한 소식들은 만나지 않아도 될터인데말이지요. 답답한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