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회사 사장의 전략 / 이노우에 다쓰야]

 

 

먼 길을 돌아가는 돈벌이나 아르바이트에 속하는 사업은 앞서 설명한 ‘자신의 목적’과 다르기 때문에 그 일에 진지하게 임하기가 어렵다. 또 그러한 비즈니스로 맺은 인간관계도 결국엔 필요 없는 인맥이라 그리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건 마치 이렇게 말하는 셈이다.

“뮤지션이 되기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다각경영을 꼭 하고 싶다면 지금의 비즈니스와 유사한 일을 해야 한다.(page170 - 아르바이트는 목적에 이루지 못한다.-에서 발췌)

 

공부방을 직업으로 가진지 벌써 17년차다. 돌아보면 ‘열심’에 관한한은 남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참으로 숨가쁘게 달려왔던 거 같다. 17년의 시간 속에 온전히 자신이 담겨 있을 때는 내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생각해 볼 겨를도 없었다. 그저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성실하게 살았던 거 같다. 그렇게 산 시간들은 조금 더 후한 수입으로 보상받았었고 나는 그 화려한 날이 오래 지속되리라는 생각을 했던 것일까? 후일을 도모해 보지도 그렇다고 세상으로 나오라 부르는 손짓에도 눈을 두지 않았었다. 그것은 자신감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만도 아니었는데 돌아보면 내가 너무 안일했구나 싶어 후회가 되기도 한다.

 

꽤나 긴 시간을 나는 아주 긴 비탈길을 내려왔다. 처음엔 경사가 너무 완만해서 미끄러지는 줄도 모르고 미끄러져 내려왔고 아차, 지금 내가 비탈을 내려가고 있구나 라고 눈치 챘을 땐 제법 심해진 경사가 그저 넘어지지 않게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밖엔 달리 할 일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루에도 열 두 번씩 위기는 기회니까 괜찮아 라는 특유의 긍정 마인드로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내색 없이 혼자서 견디기엔 무척이나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다.

 

되는대로 책을 읽었고 되는대로 무엇인가 끄적거리고 마음이 복잡하면 비질을 방금 마친 마당처럼 잘 정리된 클래식 음악을 들었다. 그렇게 나의 긴 침체의 계절이 끝나는가 싶을 때 이 책 ‘작은 회사 사장의 전략’을 만난 것이다.

규모도 작은 공부방이라 어쩌면 남들은 쉽게 생각할런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17년을 한사코 작은 회사를 경영하는 사장의 마음으로 살았다. 굳이 공부방을 따로 얻을 필요까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15년은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며 스스로를 경계했었다. 집으로 공부방을 옮긴지 2년째 나는 여전히 같은 시간이면 출근준비 하듯 수업준비를 시작한다.

가끔 느슨해지려는 자신에게 말 한다. 나는 프로다.

 

회사경영. 특히 현금흐름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 경영은 단순히 ‘얼마를 버는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어디까지나 벌어들이는 금액과 이를 위해 필요한 시간이라는 두 가지 요소 즉, ‘얼마를 언제까지 버는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page34)

 

아쉽게도 이 책의 저자는 일본 사람이다. 우리나라의 실정보다는 일본의 경우를 소개하고 있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들이 많다. 우선은 일본도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한 분야에서 작은 기업이 성공할 경우 바로 대기업이 치고 들어온다는 거다. 우리나라 동네 빵집들이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 죄다 사라진 일이나 대형할인점이 동네 상권까지 파고 들어와 구멍가게의 씨를 말린 일들이 일본에서도 당연한 일이라는 거다. 그러니 작은 회사의 경영엔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생존전략은 비슷하리라는 기대가 생긴다. 이 책의 내용에 호기심이 생긴 이유다.

 

저자가 얘기하는 회사를 망치는 사장의 아홉 가지 착각은 무척이나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회사를 망치는 아홉 가지 착각을 미연에 방지해 줄 보편적인 생각 아홉 가지도 해답지 처럼 들어있다. 밑줄을 그어가며 읽게 되는 부분이었다.

 

작은 회사가 실패하는 몇 가지의 원인 중 하나는 ‘대기업 흉내내기’다. 자금은 물론 브랜드와 튼튼한 판매망에 우수한 직원까지 갖춘 대기업은 상품 선정방식과 판매 방법도 작은 회사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그들을 따라가다가는 망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작은 회사는 상품이 아무리 훌륭해도 많이 팔 수 없으므로 한계를 인정하고 눈에 보이는 숫자에 승부를 걸라고 한다. 이익률보다 이익 ‘금액’을 따져보라는 거다. 왜냐하면 작은 회사는 아무리 이익률이 높아도 양으로 승부해야 하는 상품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거다. 많이 팔리는 상품은 곧 대기업의 표적이 되고 만다. 작은 회사에서 만들면 설령 좋은 것일지라도 알기 어려운 상품은 잘 팔리지 않는 서글프면서 아픈 현실을 꼬집어 정신이 번쩍 들게 해준다.

 

요즘의 소비자는 ‘정보로 무장한 현명한 소비자’이므로 이들을 상대하기 위한 전략도 제시한다. 싸게 파는 것은 전략상 대단히 위험한 일이므로 가격을 낮추지 않고 팔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내용은 무척이나 수긍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공부방 운영에 대한 나의 마인드를 새로이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되었고 저자가 제시한 대로 나도 미래의 시간을 예측해보고 계획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것은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며 자기반성이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에 내 삶을 맞춰보니 나도 부끄럽지 않은 작은 기업의 운영자였었노라는 자부심이 들기도 했다.

덕분에 의기소침하던 마음을 많이 벗어버릴 수 있었다.

 

[건축가 엄마의 느림 여행 / 최경숙]

 

 

지난 봄 불현듯 일 하러 가는 남편을 따라 영주 부석사엘 다녀왔었다. 부석사는 긴 은행나무 길과 사과밭의 울타리로 심어 놓은 탱자나무가 인상적이라 내가 좋아하는 사찰이다. 무엇보다도 절까지 올라가는 비탈이 만만치 않아서인지 늘 호젓하던 분위기가 참 좋았던 곳이다. 아주 오래간만에 들른 사찰은 옛날의 모습보다 덩치도 커지고 오가는 사람도 많은 관광지의 분위기를 흠뻑 머금은 세간의 절집이 되어가고 있었다. 옛 분위기를 잃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생각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아쉬웠던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하긴, 이런 아쉬움이 드는 사찰과 옛집이 어디 한두 군데뿐이랴. 모르긴 몰라도 이제 옛날의 모습을 고수한다면 뜻하지 않게 고리타분하다는 눈흘김을 받을지도 모르니 그도 또한 고민일 것 같기는 하다.

 

다행인 것은 이 책에선 저자거리처럼 관광객이 왁자한 절집과 옛집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여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시끄럽고 복잡한 세속을 벗어나 호젓한 시간 속에 머무는 한가한 여행자가 될 수 있다. 그저 차나 한 잔 따라서 어디서든 이 책을 펼치면 어느새 조용하고 나무냄새 바람냄새 나는 한적한 절집이거나 옛집의 어느 반질거리는 툇마루에 걸터앉아 햇살을 쏘이는 착한 나그네가 된다. 아직 가보지 못 한 곳은 이 책을 읽으며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의 목록에 착하게 들어앉혔다. 물론, 이미 가본 곳도 많았는데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오히려 내가 다녀왔던 곳에 대한 기억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데 도움이 되었다.

 

‘건축가 엄마의 느림 여행’은 가볍고 따뜻한 제목의 분위기와는 달리 깊이 있고 전문적인 작가의 안목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책이다. 건축가답게 세심하게 옛 집들을 관찰하고 설명해준다. 물론 집뿐만이 아니라 집에 얽힌 역사까지도 함께 조근조근 설명을 해주니 더 없이 좋은 역사 공부 책이며 옛집에 대한 안내자이기도 하다.

 

착시현상을 고려해 건물을 입체적으로 구성했는데 그 비밀을 하나하나 알아갈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특히 기둥에는 많은 비밀이 숨어 있다. 먼저 기둥 아래 1/3지점의 지경이 가장 큰데, 이를 배흘림기둥이라 한다. 배흘림(entasiss)이 없는 원기둥은 착시현상 때문에 건물 위가 상대적으로 커 보여 바깥으로 무너질 것 같은 불안을 느끼게 한다. 배흘림기둥은 착시현상을 없애기 위한 장치로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들도 배흘림이 적용되었다. 두 번째는 귀솟음으로 중앙에서 모서리로 갈수록 기둥이 길어진다. 세 번째는 안쏠림, 모서리 기둥이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귀솟음과 안쏠림은 처마선을 따라 비례를 맞춘 것이다(page217)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은 이제 낯설지 않은 낱말이다.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부석사에 갔을 때 대웅전을 가리키며 저 기둥이 배흘림기둥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귀솟음이나 안쏠림 같은 건축기법은 생경하지 않을까? 나도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알게 된 기법이었다.

 

청도 임당리의 김씨 고택(page302)은 내시 가문의 종가(宗家)댁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우리가 전혀 생각지 못 했던 역사를 만나는 순간이었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우리 역사의 생생한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대한 연구뿐만이 아니라 ‘내시’의 역사와 생활상을 간략하지만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왕에 대한 충심을 건물 배치로 표현했고 안채 영역을 감시하기 편하도록 사랑채는 뒤로 물러나 있다. 안채 영역에 대한 통제는 어쩌면 태생적 콤플렉스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 집은 궁궐 주변이 아닌 지방에서 대대로 살아온 내관가 사례로는 유일한 집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다(page 306)

 

개인적으로 중간 중간 저자의 자녀들과 남편의 사진이 함께 수록되어 있는 것이 좋았다. 아마 저자에게도 이 책은 퍽이나 의미 있는 책이리라는 생각과 함께 가끔씩 등장하는 가족의 모습이 슬며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온기를 책에 불어넣어주고 있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되었음직한 이 책은 오랜 시간을 공들이지 않으면 나오지 않을 소소하지만 귀중한 이야기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책이어서 독자인 나에게도 의미 있는 책읽기였음을 감사드린다.

 

신안 보물선의 마지막 대항해 / 서동인. 김병근

 

 

마침 집에서 가까운 곳에 박물관이 두 군데나 있는 호사를 누리며 산다. 한 곳은 인천시립박물관이고 또 한 곳은 송암미술관이다. 송암미술관은 그리 크지 않은 전시 공간에 비해 유물의 알찬 전시 때문에 내가 자주 찾는 곳이다. 그곳에서 특히 내가 좋아하는 유물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철불이다. 이 듬직한 부처님은 예전엔 미술관 들어가는 중앙로비에 자리 잡고 방문객들을 맞아주었었다. 나는 신라의 불상들에 비해 정교하지 않으며 조금 촌스럽기까지 하지만 왠지 인간적인 그 불상이 좋아서 가끔 미술관엘 들러서 불상과 눈을 맞추기도 하고 관람객이 없을 땐 슬쩍 부처님의 풍성한 엉덩이를 손으로 쓰다듬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었다. 송암미술관의 주인이 바뀐 후 다시 가보니 아쉽게도 불상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물러나 불교미술품을 한 데 모아둔 관람실의 여러 불상들 틈에 앉아있었다. 왠지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 미술관측에 조금 서운하고 아쉬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미술관 큐레이터의 시선은 이미 고려 불상의 그 기(氣)를 읽었었는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가 고려불상과 그 이전의 통일신라 불상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하는 점인데, 그것은 눈에 있다. 통일신라나 삼국시대의 불상은 눈이 맑고 깨끗하다. 티없이 맑아서 바라보면 마음이 정화된다. 부처의 근엄함에 경배심이 일어난다. 그러나 고려불상의 눈은 가늘고 길게 찢어져 있다. 그런데 그 눈엔 색기(色氣)가 가득하다. 인자한 모습이어야 할 불상이 색마의 눈을 가졌다면 그것은 100% 고려불상이라고 보아도 된다.(page152)

 

 

이번 [신안 보물선의 마지막 대항해]는 오래간만에 책 속에 흠뻑 빠졌던 즐거운 책읽기였다. 역사를 공부할 때 최소한 통일신라와 발해까지는 대부분이 여러 번의 반복학습 덕분에 조금 덜 어려워한다. 그러나 고려시대로 넘어오면 누구든 어렵고 재미없어 하기 마련이다. 왜 그런지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니 우리가 의외로 고려인들의 생활상이나 시대상을 더 오래된 고조선보다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학교도 박물관도 역사교재도 통일신라까지는 각종 자료가 넘쳐나지만 고려시대로 오면 인색하리만치 자료가 궁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고려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상을 모두 포괄하는 좋은 역사 교재이기도 하며 학교 역사시간엔 배울 수 없는 이야기들이 담긴 이야기책으로 읽히기도 한다.

 

42쪽의 ‘백유흑화당초소문병’은 사진만으로도 섬세함과 기품이 느껴진다. 이 아름다움에 취해서 마침 집에 들른 후배에게 책을 펼쳐 보여줘가며 극성을 떨기도 했다. 128쪽의 ‘백자도형잔’도 꼭 눈여겨보길 바란다. 이 복숭아모양의 작은 잔은 무엇이든 담기기만 하면 그것이 술이든 물이든 복숭아 향기가 배어나올 것만 같다. 아름답다. 이 책에는 이런 진귀한 유물 사진이 도록처럼 실려 있다. 마치 박물관을 한 바퀴 도는 것처럼 눈이 호강을 한다.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이미 ‘쌍화점’ ‘만전춘’ 같은 고려가요에 대해 공부를 하며 당시 시대상에 대해서도 공부를 한 터, 그럼에도 고려말기의 시대상황을 다시 만나는 것은 옛날이야기나 아줌마들이 좋아하는 연예인 얘기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 서긍의 [고려도경]에서 인용된 고려시대 사람들의 삶은 정말로 흥미롭다.

 

 

서긍이 바라본 고려인들은 인색하여 남에게 은혜를 베푸는 일이 적었다. 재물을 중히 여기고 여색을 좋아하였다. 오늘의 한국인들과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바닷가 개경붙이들은 짠돌이에 색골이었을까? 고려인들은 남녀 간의 혼인도 가볍게 여겼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합치고 툭 하면 헤어졌다. 남녀 모두 연애와 결혼. 이혼이 자유로웠고 이혼율이 놓았던 것 같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이런 고려인들의 풍속을 야만시하여 매우 좋지 않게 여겼다. 특히 사람마다 욕심이 많고 뇌물을 주고받는 것이 성행하였다. 아무리 좋은 일도 뇌물이 없으면 성사되지 않았고,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뇌물이면 해결되는 사회였던 것 같다. 그런 사회는 딱 한 가지. 망하는 길밖에 없다. 아무튼 고조선도 중국인의 뇌물로 망했으니 한국인이 뇌물을 좋아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page156)

 

 

보물선에서 건져 올린 유물애 대한 전반적인 보고서를 읽으며 이렇게 통렬하게 세상을 꼬집는 말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을 것이다. 눈으로 보여주는 유물의 스펙트럼도 근사하고 재미있지만, 책 속에 숨겨진 이런 이야기들을 불현듯 만나는 것 또한 즐겁다.

 

우리 민족이 단일민족이었던 것은 아마도 삼국시대까지 또는 이 책의 내용을 되짚어보건대 고려초기까지이지 않았을까싶다. 쌍화점에 등장하는 회회아비가 외국인이라는 것은 이미 아는 내용이고 충렬왕과 공민왕 시대에 특히 외래 성씨가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이다. 조성 세종 때 작성된 [문헌비고(文獻備考)]를 바탕으로 뽑아 소개한 대표적인 외래성씨만으로도 어머나! 하는 놀라움을 넘어 그럼 우리 조상도 혹시? 하는 생각을 해 보게한다. 아무튼 그럼에도 고려사람들은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이 심해서 이 혼란 속에서 외래성씨와 구별하여 씨족별로 정통성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것이 바로 ‘족보’였으리라고 한다.

 

한 번에 후루룩 읽고 책꽂이에 꽂아두기엔 아까운 책이다. 고려시대를 좀 더 알고 싶다면 꼭 이 책을 보시길 권한다. 물론, 400페이지가 넘는 만만치 않은 분량이다. 그러나 어느 페이지를 먼저 펼쳐서 보든지 관계없다. ‘제1부 난파선에서 건져 올린 보물들’에서부터 ‘제15부 바다를 오간 상품과 문화 그리고 사람들’까지 모두 따로따로 그렇지만 번잡하지 않고 일목요연하게 고려를 공부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