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시장의 미래 /<트랜즈trends>지 특별취재팀

 

[토탈리콜]이라는 영화가 있다. 1990년 폴 버호벤 감독이 만들었다. 한창 전성기때의 아놀드 슈왈츠 제네거와 샤론 스톤이 주연을 맡았었다. 2012년 렌 와이즈먼 감독이 이 영화를 리메이크 했다. 콜린 파렐이 주인공인 더글라스 퀘이드로 등장하는 리메이크 작에서는 무엇보다 첨단 장비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가 영화에서나 상상하던 세상이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될 수도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뇌와 컴퓨터의 정보통신을 의미한다. 즉, 뇌의 활동이 컴퓨터에 직접 입력되어 마우스나 키보다 같은 입력장치가 없어도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page100)

 

스마트 글라스는 지금까지 컴퓨터와 휴대전화로만 가능했던 데이터와 인터넷 접속을 사용자의 시각으로 이동시킨다. 일반적으로 스마트 글라스는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터치패드, 와이파이, 배터리, 마이크로폰 등이 모두 하나의 글라스에 압축 이식된 것이다.(page108)

 

미래의 컴퓨터는 우리의 일상 생활에 점점 더 깊숙이 들어올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들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거의 모든 물건들에 내장될 것이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lot)은 간헐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과 사물이 서로 연결되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page117)

 

위에 열거한 내용들은 전 세계 2만여 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미래학 연구지인 [트렌즈Trends] 지에 실린 기사 중 국내 독자에게 유용한 것들을 모아 엮은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의외로 재미있다. 그렇지만 제법 전문적이고 어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미래의 세상이 이렇게 변하겠구나.’ 가늠해볼 수 있으니 읽어볼만한 매우 유용한 책이라고 추천한다.

 

다만, 우리의 시각보다는 미국의 시각에 맞춰서 쓴 글들의 발췌라서 읽다보면 다소 우리 실정과 잘 맞지 않는 내용들이 거슬리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 물결이 밀려오듯 변화가 미국서부터 오는 것이라면 우리에게도 곧 들이닥칠 미래라는 생각이 든다. 본문에 나오는 미국의 제조업 부활에 따른 부족한 노동력 해결 방식을 위한 계획을 읽다보니 근래의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변화도 결국은 미국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반도체 시장에 대한 분석에서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어서 어쨌든 기분이 좋았다. 삼성이 반도체 산업을 기반으로 글러벌 기업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삼성이 반도체 산업에서 쇠퇴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삼성은 앞으로도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런 장밋빛 전망의 근거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10나노 대 진입을 위한 미세공정 기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점을 들었다. 아무쪼록 책의 예측이 들어맞길 바란다.

 

세월호의 침몰로 온 국민이 슬픔에 젖어 있던 시점에 오바마가 우리나라를 방문했었다. 짧은 일정이지만 유난히 그가 우리 국민들과 슬픔을 같이 한다는 등 언론은 매우 감성적인 보도로 그가 우리나라에 오기 전부터 열을 내고 있었다. 그래서 국민들이 그의 슬픔에 수긍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다만, 그가 너무 유난을 떠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과연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FTA의 완전이행과 더불어 TPP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TPP(Trans-Pacific Partnership)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의 통합을 목적으로 2005년 6월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4개국 체제로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처음엔 그저 그랬던 협정이 미국의 참여로 갑자기 주목받게 되었는데 거기엔 눈부신 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필 맨 앞장에 실린 이 내용들은 너무 불쾌하고 화가 나는 부분이었다. 가능하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는 리뷰에 담지 않으려하지만 자꾸만 뭔가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솟게 하는 부분이었다. 우린 여전히 미국이라는 삼장법사 손바닥에서 놀고 있는 손오공인가 하는 씁쓸함이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도 들었다. 하여, 아이들에게 나는 또 왜 공부를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참 피 끓는 어조로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반도 통일의 부작용에 대한 분석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무조건 분홍빛으로만 받아들이게 하는 통일에 대한 환상보다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와 우리가 부담해야할 과제까지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TPP는 사실 오바바의 리밸런싱 전략이다. 오바마는 중국이 주도하는 RCEP(ASEAN 10개국과 한. 중. 일. 호주. 인도. 뉴질랜드 등 16개국의 무역자유화를 위한 협정)를 견제하기 위해 TPP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대 중국은 한국의 최대 투자국이자 최대 교역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경제 실익은 중국에서 챙기고 안보 이익은 미국에서 구하려 하지만 잘하면 대박이요, 못하면 쪽박이다.(page23)

 

한국이 TPP에 참여하게 되면 쌀 시장 개방을 비롯해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의 관세 철폐, 투자 및 서비스 시장 개방과 민영화 등을 강하게 요구받을 것이다. 그로 인해 농민들의 생존권과 노동자의 기본권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출위주의 대기업들은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TPP는 최근 벌어지는 상황으로 볼 때 확산될 전망이다.(page15)

 

 

세계 최강 사서 / 조쉬 해사가니

 

 

틱은 학령기 아동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납니다. 전체 아동의 10~20%에서 일시적으로 틱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틱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일과성 틱장애는 5-15%에서, 1년 이상 틱 증상이 지속되는 만성 틱장애는 1%의 아동에서 나타납니다.

운동틱(눈 깜박임, 눈동자 굴리기, 얼굴·코의 실룩임, 어깨 들썩임, 고개를 갑자기 젖힘, 배 근육에 갑자기 힘주기, 다리차기 등)과 음성틱 (기침 소리, 코를 킁킁거리는 소리, 동물의 울음소리, 상스런말하기(욕, 외설증)등을 모두 경험하는 경우 뚜렛증후군(Tourette’s Disorder)이라고 합니다.

뚜렛증후군은 1만 명 중에 4-5명 정도에서 나타나고 7세 전후로 발병하며 남자에서 3배 정도 흔하게 나타납니다. 틱 증상은 일부러 증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고 뇌의 이상에서 비롯되는 병이므로 아이를 나무라거나 비난하기, 놀리기, 지적하기 등의 대처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발병 초기에 가장 효과가 좋은 대처법은 증상을 무시하고 증상에 대해 관심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Daum 지식에서 발췌)

 

‘세계 최강 사서’를 읽으면서 트렛증후군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마침, 내 가까이에도 틱 증상으로 치료를 받는 아이가 있어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 함께 있으면 신경이 쓰이고 간혹 불편하기도 해서 어떤 때는 지적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고심을 한 적도 있었지만 그런 틱 증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아예 무반응으로 대처한 내가 잘 했던 거구나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이면서 주인공인 조쉬 해나가니의 경험은 부모로서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바가 많다. 스스로 틱을 극복하려 노력하는 조쉬의 노력도 눈물겹지만 그 곁에서 표시나지 않게 걱정하고 응원하는 부모의 모습에 더 큰 감명을 받았다.

 

재채기가 나오려 할 때 어떤 느낌인지 한번 생각해보라. 여러분은 서서히 그것을 의식하게 되는데 먼저 근질근질한 가려움 같은 게 느껴진다. 그러면 여러분은 그것을 가라앉히려고 코를 벌름거리거나 눈을 껌벅거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근질거림은 밖으로 나갈 때까지 점점 더 심해질 뿐이다. 물론 여러분은 재채기를 참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시원한 해방감이나 후련한 기분은커녕 영 언짢고 찜찜하기만 하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그 찜찜한 느낌을 몰아내려고 재채기를 한다. 내게 틱이 나타날 때면 그것이 소리든 움직임이든 상관없이 재채기를 하고 싶을 때와 비슷한 충동이 느껴진다. (page92)

 

이 책이 단순하게 틱 장애를 극복한 한 남자의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는다. 그가 운동을 하며 틱을 견뎌내는 것, 그리고 결혼 후 아이을 입양하기 위해 시도하고 밟았던 절차들 그리고 이 책은 의외로 도서관에 대한 조쉬의 매우 사실적이며 객관적인 평가와 설명이 함께 들어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세상을 살고 여러분은 여러분의 세상을 산다. 그렇지만 지구상의 공간을 고유하기 때문에 아주 약간은 서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서로의 삶을 개선하는 쪽으로...... 가장 고상한 차원에서 사서가 꿈꾸는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정신을 과거와 현재의 놀이속에 잡아두되 즐겁게 놀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행복한 생각으로 가는 길은 판에 박힌 일과 예기치 않은 사건들로 훼방을 받는다. 대부분의 현실은 가혹하기 짝이 없어서 도서관의 고상한 목표하는 큰 그림은 작은 그림에 밀려 안보이기 십상이다.(page280)

 

도서관은 안전하게 탐험에 나설 수 있는 곳이다. 다른 정신을 만나고 다른 세기, 종교, 인종과 접촉하고 여러분이 정말로 세상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을 배우기에 아주 안전한 장소다.

직업적 전문용어 가운데 ‘관련된’이라는 말이 있다. 도서관은 ‘관련된’ 존재가 되어야 한다, 라는 말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이곳에 대해 관련된 것은 없다. 훨씬 그 이상이다.

(page286)

 

물론, 책을 이끌어 가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뚜렛증후군, 몰몬교, 도서관이 그것인데 이 책은 몰몬교에 대해서도 매우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설명을 하고 있으며 어떤 부분은 뚜렛증후군의 극복에 종교가 미친 영향에 대해 매우 무게를 실어 설명하느라 자칫 종교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눈살을 찌푸릴 일도 있을 거 같다. 하지만, 무슨 책이든 다 그렇지 않은가. 책의 내용이 전부는 아니라는 거다. 하여, 내게 필요한 부분은 충분히 흡수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그냥 좀 편하게 지나가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거라는 대수롭지 않은 독서의 원칙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연습해보기도 했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 최인호

 

 

이 소설은 2010년 10월 27일에 시작하여 같은 해 12월 26일에 끝난 작품이다. 정확히 두 달 만에 쓴 장편소설이다.

두 달 동안 나는 계속 항암치료를 받았고, 그 후유증으로 손톱 한 개와 발톱 두 개가 빠졌다. (중략) 빠진 오른손 가운데 손톱의 통증을 참기 위해 약방에서 고무골무를 사와 손가락에 끼우고 20매에서 30매 분량의 원고를 매일같이 작업실에 출근해서 집필하였다. (중략) 몸은 고통스러웠으나 열정은 전에 없이 불타올라 두 달 동안 줄곧 하루하루가 ‘고통의 축제’였다.

[작가의 말 중에서 발췌]

 

 

내가 아는 어떤 소설가는 자고로 한우 등심보다 소설이 더 맛있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조금 갸웃거렸던 것 같고 그동안 읽었던 소설들을 떠올려 보았다. 정말 한우 등심보다 더 맛있었던 소설들도 생각났고 걔 중엔 넌더리를 내가며 끝까지 읽어내느라 땀을 흘린 소설도 몇 편이 생각났다.

 

동네 서점에 이 책을 주문해두고는 통 찾으러 가질 못 했다. 이번 달 리뷰는 이 책으로 쓸 예정이었지만 암튼, 계획을 조금 수정했다. 솔직하게 말 하면 나는 최인호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번에 서점에 들러서 느낀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 대부분을 이미 읽었더라는 것이다. 험한 병에 사로잡히면 정신은 더 맑아지는 것일까. 글쓰기에 대한 그의 자세를 나는 존경하는 바다.

 

 

나는 이 책을 두 번 읽었다. 한참 전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읽을 때는 크기는 크지만 아기자기하지 않아서 감당하기엔 좀 버거운 지루한 건물을 구경하는 듯 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 서걱거림을 던지고 갈피갈피의 사람 냄새를 뒤적여볼 수 있을 거 같다.

 

 

어느 날 아침 불현듯 눈을 떴더니 세상은 모두 그대로인데 또 그대로인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상황과 맞닥뜨린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언제나 비비적거리던 일상들이 마치 오늘 처음 대하는 것인양 생경하고 낯설다면 이 세상에 혼자 떨구어진 것처럼 외롭고 슬플 것 같다. 아니, 두려움 때문에 지래 숨이 넘어갈 지도 모르겠다. 비로소 제목인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가 이해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잠의 꼬리는 더 이상 꿈틀거리지 않았다. 잠의 도마뱀이 꼬리를 완전히 끊어버리고 어디론가 알 수 없는 미궁의 숲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다. 잠을 포기하고 K는 생각하였다. 오늘이 토요일이라면 K는 충분히 늦잠을 잘 수 있다. 그런데 어째서 자명종이 울렸던 것인가.

(page19)

 

 

이 소설을 읽다보면 죽음 앞에서 참으로 아득하면서도 말 할 수 없이 두려운 작가의 마음이 읽힌다. 사랑하고 애틋해 하던 모든 것들은 그대로인데 혼자만 빛을 향해 떠나가야 하는 그 가슴 졸임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서 안타깝다. 작가가 느끼던 외로움과 고통이 행간에 그대로 흐르는 걸 느끼는 것은 숨이 막히기도 한다.

 

 

부재중 통화.

부재중 통화라 함은 아내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K가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내는 아침에 분명히 22시쯤 전화를 걸었고, K와 통화를 했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어째서 ‘부재중 통화’라는 기록이 남겨져 있는 것일까. 과연 아내와 통화를 한 사람은 누구인가. 아내에게 곧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 그 사람은 누구인가.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K 자신인가, 아내인가, ‘을’인가, 휴대폰인가, 어제라는 시간인가, 오늘이라는 시제인가. 극장이라는 공간인가, 술집이라는 장소인가.

K는 혼란스러웠다.

(page104)

 

 

햇살에 눈이 따가우니 그늘이 한결 진해졌다.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며 서 있는 사이 건너편 가로수 그늘이 무척이나 시원해 보인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은 법이라고 했었던가. 그렇지만 계곡도 계곡 나름이 아닐까 계곡이 빼어나면 산도 계곡에 묻힐 수 있을 거다. 최인호라는 작가야말로 빼어난 계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