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궁궐의 비밀 / 혜문

 

덕수궁의 원래 이름은 경운궁이었다. 광해군 이후 경운궁으로 계속 불리다가, 고종 황제가 1907년 일제의 강압에 의해 황위를 순종 황제에게 물려준 뒤 이곳에 머물면서 덕수궁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고종의 장수를 빈다는 뜻에서였다.(page231)

 

그러고 보니 서울 나들이를 한 게 언제인지 생각나지 않는다. 서울로 나들이를 나가면 내가 즐겨 찾는 곳은 시청 앞의 덕수궁과 경복궁이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엔 일 년에 두 번 미술 대전이 열렸었는데 이를 ‘국전’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있다. 전시는 주로 덕수궁에서 열리곤 했는데 그림은 못 그리지만 감상을 좋아했던 나는 그 때나 지금이나 전철을 타고 기꺼이 서울나들이를 하곤 했다. 그 때 인연을 맺은 덕수궁은 석조전 앞의 분수대와 세종대왕 동상이 깊이 인식되어 있다. 후문을 통해 빠져나와 걷던 덕수궁 돌담길과 언덕 너머 정동교회도 역시 아련한 추억인데 그런 연유로 해서인지 나는 여전히 덕수궁을 좋아한다.

 

광화문 현판은 어쩌다가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

문화재청은 애초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현판을 철거하고 정조의 글씨를 집자해서 ‘광화문 현판’을 새로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노무현 대통령과 정조를 연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고, 정조가 경복궁에서 정사를 편적이 없다는 반론에 부딪히면서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그러자 다시금 대응 논리로 찾아낸 것이 경복궁 중건 당시의 ‘원형 보전 논리’에 입각, 임태영의 글씨를 디지털 복원해서 ‘박정의 현판’을 대체한다는 방안이었다.(page53)

 

경복궁은 복원되기 전 국립중앙박물관이 경복궁 마당에 있던 시절부터 참 부지런히도 쫓아다녔던 곳이다. 사실 덕수궁은 작고 아담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던데 비하면 경복궁의 높은 추녀와 넒은 광장과 거기에 세워진 품계석들 그리고 경회루를 바라보면서 궁궐의 위세를 느껴보곤 했었다. 물론, 한 쪽에 자리한 매점에서는 늘 관람하느라 피곤한 다리를 잠시 쉬는 것보다는 여기는 왜 이리 뭐든지 비싼 거야? 하는 불만을 먼저 가졌던 기억도 있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정부는 국보1호를 숭례문이 아닌 다른 문화재로 대체하고 싶어 했다. 아마도 노무현 대통령은 숭례문이 조선총독부에 의해 국보1호로 지정된 이유를 알았던 것 같다. 2005년 감사원은 국보1호 숭례문에 대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변경했으면 좋겠다는 권고를 문화재청에 전달했다.(중략) 그런데 뜻밖에도 문화재위원회의 할아버지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국보1호의 변경은 혼란을 초래하고, 국보의 번호는 중요성이 아니라 관리를 위한 지정 번호이기 때문에 굳이 변경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page15-16)

 

숭례문이 불타던 날의 그 안타까움이 생각난다. 그렇지만 복원된 숭례문을 보러 갔을 땐 조금 실망스러웠다. 복원한 직후라 페인트에 먼지도 안 묻은 상태라 마치 새 옷을 입혀놓은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는데 복원이랍시고 페인트를 덕지덕지 발라놓았던 예사의 다른 문화재를 보는 듯 했다.

 

지금도 창덕궁에 들리면, 진선문가 금천교가 눈에 거슬린다. 일제 강점기 동안 우리 궁궐은 모든 것이 비뚤어져 버렸고, 그 위 아무리 노력해도 제대로 복구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만 것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많은 노력들도 결국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허사가 되어 버리고 마는 일이 너무나 많다. 문화재의 사정이 이러할진대 비뚤어진 역사, 왜곡된 역사는 어찌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일까? 우리들의 안일과 무관심, 현실 타협적 태도가 오늘의 현상을 배태한 것은 아닐까? (page170)

 

이 책을 읽으면서 속이 답답했다. 문화재를 복원하는 담당자들은 과연 복원된 문화재가 가지는 의미를 알고는 있을까 궁금했다. 행정편의에 의해서 이뤄진 문화재 복원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실재로 문화재로 분류된 것들 특히 건물을 보러 가면 늘 어떤 분노 비슷한 것을 느끼고 돌아오게 되는 일이 다반사다.이 책을 읽으면서 문화재 복원과 유지에까지 드리워져 있는 행정편의주의 또는 대충주의가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런 행정편의주의 또는 대충주의는 독립기념관의 연못에 연꽃이 사라진 일에 대한 일화를 읽을 때는 한숨이 나왔다. 아니, 그런 곳의 관리 감독 책임자라는 사람이 연꽃이 가지고 있는 의미도 몰라서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라 하여 어렵게 구해다 심은 백련을 모두 치워버렸다니 이건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기가 막히는 노릇이다.

 

스님의 말처럼 향원정이나 애련정과 같은 이름도 불경에서 인용한 이름이 아니라 주돈이(송대의 유학자)의 ‘애련설’이라는 문장에서 인용한 이름이었다. 이처럼 궁궐에 연꽃을 심은 까닭은 불교 때문이 아니라 동양 사회가 지닌 ‘연꽃의 아름다움에 대한 보편성’ 때문이었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궁궐의 연못을 불교적 상징체계라고 판단해서 없애 버린 것은 지나치게 편협한 인식일 뿐만 아니라 사실 관계의 오해에서 오는 무지한 일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page196)

 

이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느끼는 게 많았다. 문화재 복원과 유지 하나만으로 이 나라의 현재 모습을 모두 흩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실의 불합리가 궁궐과 유적의 보존과 복원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이 슬프고 답답한 현실. 우리에게 제대로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숙제를 던져주는 책이었다.

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 /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 토리 하긴스

 

인간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두 가지 기본적인 욕구가 있는데, 보살핌을 받고자 하는 욕구와 안전하게 보호받고 싶어 하는 욕구다. 생존을 위해서는 이 두 가지가 반드시 충족되어야만 한다.(page24)

 

이 책은 시작에서 끝까지 ‘성취지향’과 ‘안정지향’의 두 유형의 비교와 분석으로 이루어진다.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비교와 분석은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에서의 내 모습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나의 행동을 또는 누군가의 행동을 되짚어보면서 이 두 성향에 대해 대입해 생각해보면 인간관계에 플러스가 되는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매우 흥미롭다. 더불어 인간의 성격형성에 본인 주변의 인문학적 배경들이 차지하는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도 된다. 부모로서의 자세도 또 좋은 자녀가 되는 법도 더 나아가 바람직한 사회 구성원이 되는 방법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성취지향의 핵심은 보살핌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데 있다. 사랑과 존경뿐만 아니라 성취, 진보, 성장 등 인생을 긍정적인 것들로 채우는 것이다. 성취지향 동기의 목표는 ‘이상적으로’ 달성하고 싶어하는 것들이다. 추구해오던 긍정적인 것을 실제로 얻고나면 기운이 넘치고 행복, 기쁨, 흥분 등 명랑하고 쾌활한 감정을 느낀다. '끝내준다'

반면, 안정지향의 핵심은 안전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다. 안전지향 동기의 목표는 ‘당연히’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여기에 성공하면 평온, 여유, 안심 등 차분하고 정적인 감정을 느낀다. 이 때 차분한 감정이 든다고 해서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아니다. 아마 대부분이 ‘휴식’이라고 답할 것이다.(page25-26)

 

그렇지만, 이 책은 결정적으로 인간이 가진 이 두 가지의 성향은 움직인다고 설명한다. 현재 상황이 이득과 관련이 되는지 손실과 관련되는지 확실할 경우 상황에 맞는 적절한 성향이 유발된다고 하는데 그렇지 때문에 어떻게 어떤 배경으로 성취지향형 또는 안정지향형이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현재 그 성향이 발현된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page31) 성향이 한 군데에 고착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다행한 일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성취지향형일 것 같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체크해본바대로라면 나는 뒤집을 수 없는 ‘안정지향형’의 인간이었다.

 

이렇게 인간의 성향에 대한 연구를 하는 집단을 컬럼비아대학교 동기과학센터이다. 인문대학원가 경영대학원의 교수진이 주축이 되어 인간의 행동에 대한 연구를 한다고 하는데 특히, 동기과학의 다양한 분야에 결친 연구를 종합하고, 개인에서부터 조직과 기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차원에서 적용 가능한 원칙을 구명하고 있다고 한다. 매우 흥미롭다. 성위지향과 안정지향 두 행동 동기 가운데 어떤 동기가 더 지배적인가에 따라 사람을 두 유형으로 나눈다는 것도 재미있고 이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다른 사람을 움직일 수도 있다니 신기하기도 하다.

 

성취지향이 무엇인지 안정지향의 개념정리는 책에서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이를 기르는 방식에 따라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엄청 달라진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즉, 어떤 부모나 보모, 교사로부터 어떤 교사로부터 어떤 종류의 지도와 피드백을 받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 문장은 장차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낼 때 선생의 성향에 대해 미리 꼼꼼하게 분석해야 하는 건가? 학교서 담임선생님의 성향을 파악해서 아이를 맞춰야 하는 걸까? 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삶이 갑자기 복잡해지는 느낌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은 사실 중요한 두 가지 목표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이해시켜주고 싶다는 것과 아이들에게 가치관과 목표를 심어주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자녀가 유능하고 생산적이며 존경받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에게 심어주고자 하는 목표와 가치관이 똑같다. 다만, 메시지 전달방식에 따라서 아이의 성향에 영향을 주게 된다.

 

성취지향의 양육법은 등정적인 요소의 존재/부재를 강조함으로써 메기지를 전달하는 반면, 안정지향 양육법은 부정적인 요소의 존재/부재에 초점을 맞춘다.(page86)

 

양육방법은 부모의 우세한 성향과 일치할 가능성이 높긴하지만 예외적인 경우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자기 부모의 양육 방식에 대해 반감을 품고 있는 경우가 그렇다. 조금 더 칭찬을 해주셨더라면, 또는 조금 더 규율을 강조해주셨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 결국 자기 아이들에게는 그런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추어야지 하고 다짐하게 될 것이다. 어떤 성향이 우세한가에 따라 어떤 유형의 보모인가 또는 어떤 유형의 부모가 될 것인가를 짐작할 수는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중략) 그러므로, 양육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중요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성취지향 양육과 안정지향 양육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page90-92)

 

물론 자녀의 양육에 대해서만 이 책이 다루고 있지 않다. 사랑의 서툼에 대해, 비즈니스에서의 선택에 대해 넒은 인간관계에 대해 더 나아가 우리의 선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책이 해주는 말에 귀 기울여볼만 하다.

 

2부에서는 책의 제목처럼 [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한다. 동기적합성에 대해 우선 이야기를 시작한다. 동기 적합성이란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손에 넣는 것을 일치시키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원하는 것과 그것을 손에 넣는 방법 즉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까지를 일치시키는 것이라고 하는데 공기 적합성을 느낄 때 그 행동이 옳다는 느낌을 받으며 그 목표에 대해 더 열심히 관여하게 된다고 한다.

 

나는 11장의 ‘설득력을 놓치는 동기 적합성의 법칙’(page227)부분이 특히 재미있었다. 상호성의 법칙, 일관성의 법칙, 사회적 증거의 법칙, 호감의 법칙, 권위의 법칙, 희귀성의 법칙으로 나눈 이 법칙들은 비록 매우 짧은 설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이었으며 유용한 정보였다.

 

13장의 ‘동기를 자극하는 3단계 전략’(page257)부분도 기억해둔다면 좋을 부분이다. 뭐 책에서 알려주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고 명료하다. 먼저 성향을 파악하고 성향에 부합하는 메시지를 작성하고 메시지에 적합한 언어를 사용하라는 것인데 시도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이번 주 남자 고등학교 아이들과 2시간의 수업이 예정되어 있다. 대체 선생이 앞에서 무슨 말을 하던지 반응이 별로 없는 아이들이라 어떻게 하면 나에게 주어진 2시간을 우선 나부터 지루하지 않고 진이 빠지지 않는 시간으로 만드나 고심하고 있는데 13장의 전략이 좋은 지침이 되어줄 것 같다.

자본론 이펙트 / 프랜시스 윈

 

 

마르크스를 정의하는 단어는 많다. 독일의 철학자. 사회과학자. 혁명가. 강력한 대중운동인 민주적 사회주의와 혁명적 공산주의의 창시자이다. 마르크스는 많은 사회과학 분야 특히, 사회학과 경제학에 영향을 주었다.

마르크스는 심리적인 원인으로 잦은 병치례를 했다. 육체적으로 건강할 때도 오랫동안 지속되는 무기력과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어 일을 할 수 없었다. 또한 학식이 풍부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었으나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했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존경하는 사람은 많았으나 친구는 별로 없었다.

 

1866년 1월1일. 마르크스는 “길고 긴 고성을 울리며 태어난 아기에게 입맞춤 하듯” 책상에 앉아 마지막 마무리 작업을 했다.(중략) 1년 이상이 걸린 작업이었다. 간 질환과 피부감염도 그의 작업을 좌절시키지 못했다. 엉덩이에 부스럼이 돋는 바람에 앉아 있는 것이 너무도 고통스러워 책의 마지막 몇 페이지는 서서 썼다.(page65)

 

마르크스는 엥겔스를 제외한 친구들 대부분을 잃었고 그들 가운데 많은 사람은 그의 적이 되었다. 그는 어머니와는 교류를 끊었고 누이들에게도 냉담했다. 그러나 아내와 자식들에게는 부드럽고 자상한 가장이었다고 한다.

 

마르크스는 약 30년에 걸쳐 자본론을 썼다. 1권은 1867년에 나왔으며 2권과 3권은 마르크스의 원고를 엥겔스가 편집한 것으로 마르크스가 죽은 후에 간행되었다.

 

[자본론]은 일반적으로 경제학 분야의 저서로 분류된다. 그러나 카를 마르크스가 정치경제학 쪽으로 연구의 중심을 옮긴 것은, 적지 않은 세월 동안 철학과 문학의 기초를 힘들게 쌓아올리고 난 뒤에야 비로소 이루어진 일이었다.(page21)

 

이 책에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목격한 자본주의 체제를 묘사하고 있다.

 

“자본은 뱀파이어처럼 오로지 살아 있는 노동의 피를 빨아먹음으로써 생존하고, 더 많은 노동의 피를 빨아먹을수록 더 오래 사는, 죽은 노동이다”라고 적고 있다. 이 대목으로부터 70페이지 다음에는, 흡혈귀의 잔치가 끝나고 나서도 “뱀파이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마르크스는 결론 짓고 있다.(page91)

 

그는 자본주의 체제가 경제 체제 가운데 가장 효율적이고 활기찬 것이지만 여러 단점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자유 기업 체제는 이러한 단점 때문에 생긴 인플레이션과 경제 불황이 심각해져 파괴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으로 부를 많이 축적할수록 그것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능력은 더욱 떨어지는 것을 들었다. 결과적으로 부를 축적하면 인간의 곤궁상태는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고 보았다.

 

[자본론]을 경전처럼 대하는 일부 공산주의자들의 자세는 근거가 없는 것이다.(중략) 자본주의의 생산양식이 주도하고 있는 사회의 부는 ‘마치’ 상품의 거대한 집적인 ‘것처럼 보인다.’ 각각의 상품은 ‘마치’ 그 부의 기초적인 형식 ‘처럼’ 보인다.(중략) 마르크스에 따르면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두 가지 성격을 지니고 있다. 어떤 물건이 사용할 만한지에 대한 논의는 너무도 분명해 보인다.(중략) 각기 다른 상품이 공유하고 있는 공통의 요소는 이들이 노동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물건의 가치는 그 안에 “응축되어 있는” 노동의 양을 반영하고 있다. (중략) 자본주의 경제에서 물신주의는, 상품이 그 진상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내재적’가치를 지닌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중략) 넓은 의미에서, 마르크스는 이 상품의 물신주의가 “인간에 대한 물건의 지배,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죽은 것의 지배, 그리고 생산자에 대한 생산물의 지배‘를 반영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page72-84 부분 발췌)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는 붕괴될 수밖에 없고 사회주의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믿었다. 마르크스는 인간 개인이 최고의 존재이며 인간은 노동을 해서 자신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했다. 또한 인간은 자신의 지능과 창의력을 이용한 ‘생산’이라는 과정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며, 그 생산으로 생활에 필요한 재화를 만들어낸다고 보았다. 또한 생산과정은 개인의 노력이 아닌 집단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조직사회는 창조의 동인이며 생산이 발전해야 역사도 진보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것은 생산방법과 노동 분업을 끊임없이 개선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베른슈타인은 마르크스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베른슈타인은 ‘자본주의는 필연적이고 급박한 위기에 의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지속되면서 대중들에게 보다 나은 번영을 가져다 준다.’고 본 것이다. 자본주의가 제대로만 구제된다면 자본주의야말로 사회 진보의 엔젠임이 입증되리라고 그는 주장했다.(page156)

 

그리 멀지 않은 옛날에 마르크스의 서적은 불온문서로 분류되는 것이었다. 그가 자본주의는 붕괴될 수밖에 없고 사회주의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믿었던 부분이 아마도 위정자들에겐 무척이나 민감하고 위험한 불씨였는지도 모르겠다. 늘 무엇인가 부족하고 아쉬웠던 일상과 젊은 눈에 불합리하게만 보이던 세상 돌아가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마르크스의 사상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부족하지 않았다.

 

시절이 바뀌고 이제 마르크스의 사상을 더는 불온서적으로 분류하지 않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런대 참 아이러니하지. 이제 드러내놓고 읽는다한들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이 세상에서 오히려 그의 [자본론]이 얼마나 읽히고 있으려는지 궁금해지니 말이다.

 

[자본론 이펙트]를 읽으며 오래가만에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다시 꺼내 뒤적여 보았다. 밑줄이 그어져 있는 부분들. [자본론 이펙트] 본문에서도 다룬 부분들과 맞닿아 있어서 또 반갑기도 하고 불같이 살았던 젊은 한 시절이 그립기도 했다. 한 번쯤 [자본론]을 읽고자 한다면 먼저 이 책 [자본론 이펙트]를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좀 더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시선으로 마르크스를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