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수업 자유학기제, 아일랜드에서 찾다 / 양소영

 

 

중학교 교육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중간, 기말고사 등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수업 운영을 토론, 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개선하고,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이다.(page39)

 

 

흔한 말로 사교육 종사자인 나는 시험에 관심이 많다. 일 년에 4번 시험을 보고나면 금방 한 해가 지나가버렸을 정도로 시험에 매달려 사는 시간이 많다. 이번 학기도 마찬가지라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준비시키고 시험 끝난 후 정리 하다 보니 벌써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우리 동네도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중학교가 있다. 전체적으로 적용하는 게 아니라 1학년 1학기만 부분 시행하는 걸 보니 시범학교인 모양이다. 자유학기제를 하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없다. 조별로 이루어지는 과제물이나 또는 수행평가라 하여 과제를 완성해 내야 하는 과정이 시험대신 각자에게 주어진다.

우리는 모든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고 가르치고 또 배웠다. 달콤한 자유 뒤에 따라오는 ‘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큰가는 잠시라도 열심히 살아봤다고 할 수 있다면 공감이 가리라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것은 이 자유 뒤에 오는 ‘책임’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좋은 장치라고도 본다.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과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협동하거나 혼자 고민을 한다. 그 과정에서 창조적인 생각을 나누기도 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기도 하니 대단히 민주적이고 인간적인 교육과정임에 분명하다.

 

 

교육부에서는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학생 및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77%의 학생이 만족하였고, 69%의 학부모들이 만족하는 것으로 대답하여, 우려하였던 것과는 달리 자유학기제의 운영 성과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page51)

 

 

그렇지만, 우리나라처럼 대학입학에 온 정신을 집중하는 나라에서 자유학기제는 새로운 도전이고 모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학생들 입장에서라는 소리다. 공부를 잘 하고 스스로 하는 학생이야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된다. 그들은 자율학기제의 무시험 분위기 속에서도 알아서 학과 공부를 할테니 말이다. 걱정되는 것은 스스로 공부하기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 그리고 어쨌거나 부모가 아이의 학업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없거나 사정상 도와줄 수 없는 가정의 아이들은 오히려 뒤처지거나 소외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본다. 자유학기제를 통해 우리의 인식이 이제는 ‘무조건 대학이가’가 아니라 ‘필요하면 대학이다’로 바뀌어 나아갈 수 있다고 저자는 얘기하고 있다.

 

 

자유학기제를 의미 있게 보낸 학생들은 자신의 일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 다른 사람들과 협동하는 방법, 자기주도적인 계획과 실행하는 방법 등 앞으로 공부를 하거나 사회를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자유학기제 동안 집중적으로 습득할 수 있게 된다.(page200)

 

 

우리는 이런 교육정책을 정할 때 마치 학생의 입장에서만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또한 오류이다. 지금 우리나라처럼 학연과 지연이 출세를 위한 한 방편으로 필요하다면, 계층 간의 간극이 나날이 첨예해져서 이젠 도저히 손 쓸 수 없는 사회의 계급화가 고착화 되었다면, 자본의 양극화로 빈.부의 격차가 그 어느 때보다 더 넓혀져 있다면 자유학기제는 너무 어린 시절부터 장차의 노동자와 장차의 자본가를 분리하는 것밖에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공부’라는 걸 시작하는 시점부터 이미 머릿속에 ‘대학’과 ‘취업’을 새기고 있어야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 상 자유학기제는 좀 더 연구와 수정과 보완이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다. 그러니, 아이들의 생활만 바꿀 것이 아니라 나라의 전반적인 시스템, 사회의 인식부터 달라지는 교육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본다.

 

이 책에서 모델로 본 아일랜드는 여러 정황상 우리나라 학생들의 여건과 비슷해보였지만 아쉽게도 아일랜드의 아이들이 우리나라 학생들보다 한결 자유롭고 행복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부러움을 버릴 수 없었다.

 

환경 재난과 인류의 생존 전략 / 박석순

 

 

 

지독한 여름 가뭄이었다. 장마 기간이었지만 ‘마른장마’는 천지를 물로 채우는 대신, 먼지와 바짝 마른 흙덩이가 지천이었다. 농사가 주된 산업이었던 시절이라면 이쯤이면 연일 뉴스엔 물이 없어 말라가는 논바닥과 시름에 겨워 울상인 농부들의 사연이 소개되었을 것이고 너나없이 물을 아껴 써야 한다고 떠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뉴스엔 그 어디에도 물이 부족해 농사를 못 짓는다는 농부의 얘기는 없었다. 대신, 쌀 수입을 개방하리라는 소식이 들렸고 걸쭉하게 변해가는 4대강에 대한 소식을 연일 들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한편 연일 바짝 마른하늘을 보며 오히려 감사하기도 했으니 여전히 자신을 찾아주길 기다리고 있을 저 진도 앞바다의 슬픈 영혼들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게 어디서부터 천재이고 또 인재인지 뒤죽박죽으로 섞여 분간이 되지 않는 세상을 살고 있음으로 해서 불현듯 내 주변의 이 컴컴함이 더 불안하고 더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환경 재난’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이미 4대강에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그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지 못 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당장 농사를 짓는 것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기 때문인 걸까? 아님, 꼭지만 틀면 맑은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수도꼭지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4대강의 그 폐해를 시절이 지나간 한 위정자의 실수로만 밀어서 해결해보려는 보이지 않는 힘들의 계략에 넘어간 때문일까. 우린 물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을 너무 피상적으로만 보게끔 은연 중 강요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산소고갈을 유발하는 유기물은 물고기를 비롯한 많은 수중 생물을 죽게 해 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암모니아와 같은 독성물질을 발생시켜 악취가 나고 물맛까지 나빠지게 해 식수원으로 사용하기 어렵게 한다. 또한, 조류가 만들어내는 난분해성 유기물은 정수 과정에서 암을 유발하고 신경계에 이상을 일으키는 소득 부산물을 생성시킬 수 있다. 특히 남조류는 독성 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담수에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 중에서 가장 위험하다. 남조류는 녹조류와 색이 비슷하지만, 대부분 수면 위에 떠올라 물때를 형성하거나 초록색 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구별이 가능하다. 수면에 떠오른 남조류는 바람이 불면 물가에 모이는데, 이렇게 남조류가 밀집된 곳의 물을 마시면 중독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page175)

 

 

 

이 책에서도 클리어 호수 사건을 언급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읽으며 몸을 떨었던 그 부분을 이 책에서 다시 만나니 새삼스럽다. 자연계에 스며들어간 화학물질의 폐해에 대한 공포가 다시 생각났기 때문이다. [침묵의 봄]을 읽고난 후 생활 속에서 화학물질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나는 요즈음 염소계 표백제인 락스 대신 베이킹 소다를 이용해 청소와 소독을 한다. 물론, 조금 더 부지런을 떨어야하긴 하지만 왠지 내가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이 실제 배경인 헝클리 크롬 사건을 이 책에서 만난 것도 무척이나 의미 있다. [시빌액션]에 대한 소개도 함께 만나 볼 수 있어 어려운 환경재난 상황에 좀 더 쉽게 접근해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준 것도 반갑다.

 

두 편의 영화에서도 그렇고 이 책에서도 전체를 관통하는 생각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부에 대한 욕망’이 결국은 모든 환경 재난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더 많은 이윤과 더 많은 부의 축적을 위해서 생태계의 위험과 인간의 존엄성까지 무시하고 외면하는 더 많이 가진 자들의 욕심이 내가 싫어하는 파충류만큼이나 징그럽고 싫었다.

 

 

한 개인이 열심히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재활용품을 사용하고 물을 아끼고 전기 불 한등을 솔선수범해서 끈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하고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힘없는 대중들은 이런 환경운동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 필요한 것은 어마어마한 재력과 힘을 겸비한 기업과 국가들의 도덕적 자각이 필요한 게 아닐까. 그들이 욕망을 버리지 않는 한 이런 환경재난은 멈춰지지 않을 거라는 무거운 결론이 나왔다.

 

그러니, 환경에 관심을 가진 개인이 늘어나야 한다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욕망을 채우는데 급급하면서 앞에서만 환경을 생각합네 하는 이중의 얼굴을 가진 기업들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똑똑한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선 임금 잔혹사 / 조민기

 

 

한국사에 관심을 조금 가지는 아이라면 불현듯 물어보는 게 있다. 임금들은 어떤 기준으로 ‘조(祖)’와 ‘종(宗)’을 붙이느냐는 것이다.

조선의 임금은 고종을 마지막으로 했을 때는 26명이고 순종을 마지막으로 했을 때는 27명이다. 이 중 17명은 끝자리에 ‘종(宗)’을 붙이고 7명이 ‘조(祖)’를 붙이며 2명은 ‘군(君)’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종, 세조, 영조, 정조 등 임금의 명칭은 종묘에 올린 묘호의 줄임말이다. 조(祖)와 종(宗)을 쓰는 데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 나라를 세운 임금과 재위 기간 중 재 건국에 준할 만큼 탁월한 공을 세운 임금을 조라 칭하고 부자(父子) 간에 왕위를 계승하면 종으로 부른다. 둘째, 공이 높으면 조이고 덕이 많으면 종이라고 한다. 셋째, 왕자가 아니었던 사람이 임금이 되면 조이고 정상적으로 계승하여 왕자가 임금이 되면 종이다. 조선은 위의 세 가지 조건을 섞어서 사용되었고 확실한 기준은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조선의 임금들은 종보다 조를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즉, 묘호를 정할 때 당시의 위정자나 임금의 정치적 필요나 당위성에 의해 조(祖)로 추존되었다고 보면 될 거 같다. 선왕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왕위에 오른 이가 딱 2명뿐이라는 사실만 봐도 조선의 임금들이 굳이 종(宗)보다는 조(祖)를 선호했다는 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적자계승이라는 명분을 완벽하게 지킨 2명의 임금은 연산군과 숙종이었다.

 

이준기라는 예쁜 남자 배우가 인상적이었던 영화 ‘왕의 남자’는 연산군의 이야기다.

연산군이야말로 정통성 있는 완벽한 계승자였지만 완벽한 계승자라고 모두 훌륭한 군주가 된다는 규칙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연산군은 최고의 자리에서 태어나 최악의 군주로 기록된 인물이고 조선 개국 이후 최초로 폐위된 임금이기도 하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한 정통성 때문에 미운오리로 성장했고 하필 그는 태평시절에 왕이 되어 임금이 누릴 모든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했다. 임금의 권력이 굳이 강력할 필요가 없는 태평성세에 왕권을 강력하게 휘둘렀던 게 그의 불행이었을까. 어차피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이므로 중종반정 이후 강화도로 유배된 연산군의 기록은 모두 추하고 악한 것 일색이다. 황음무도하며 색마였다는 기록들과는 달리 연산군은 중전을 매우 소중하고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왕비와의 사이에서 3남1녀(후궁과의 사이에서 2남1녀)를 둘 정도로 금슬도 좋았다고 하니 아버지인 성종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성종은 정비가 3명 후궁도 9명을 두었으며 총 16남13녀의 자손을 두었다.

 

역사는 효종-현종-숙종으로 이어지는 왕위계승을 삼종혈맥이라고 한다. 인조의 둘 째 아들이었던 효종이 왕위에 오른 건 아버지 인조의 강한 의지 덕분이었다. 형이었던 소현세자 부부와 조카들의 죽음으로 왕위에 오른 효종은 끝내 신하들로부터 임금대접을 받지 못했다. 효종은 제위 10년 만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는 사후에 임금의 예로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효종이 세상을 떠나자 송시열을 대표로 한 서인들은 효종이 임금이었지만 차남에 불과하다며 ‘차남’의 예로 장례를 치뤘다. 세종도 장남이 아니었고 중종도 장남이 아니었지만 임금의 예로 장사지낸 거에 비한다면 서인들의 논리는 정말 이해불가다. 조선은 임금의 나라가 아니라 신하들의 나라였다는 말이 문득 생각난다.

 

아무튼, 효종은 네 명의 부인에게서 8명의 자녀를 두었지만 아들은 인선왕후가 낳은 뒷날의 현종뿐이었다. 신하들에게 휘둘리며 왕으로서의 입지가 약했던 현종은 후궁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조선 왕조를 통틀어 후궁을 전혀 두지 않은 임금은 현종이 유일했다. 그러나 현종시대는 자연재해에 대기근까지 국가적 재난이 끊이지 않아 후궁을 둘 여력이 없기도 했다. 현종은 왕비와의 사이에 삼남 일녀를 두었는데 이 단 한명의 아들이 바로 숙종이다. 하여 효종에 현종 그리고 숙종까지 임금의 적자이자 외아들로 이어진 이것을 삼종혈맥이라 부르며 그 결정체로 숙종이 역사에 등장하게 된다.

 

숙종은 아버지 현종이 재위 기간 내내 자연재해와 기근 그리고 신하들과의 예송논쟁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아왔다. 열다섯에 왕이 된 숙종은 세 명의 임금을 모시는 동안 권력을 놓친 적이 없었던 늙은 신하 송시열과 기 싸움을 한다. 숙종은 송시열에게 현종의 비문을 지을 것을 부탁한다. 그러나 송시열은 스스로 죄인이라 칭하고 임금의 청을 거절하며 노련하게 어린 국왕을 조련하려 한다. 열 다섯의 숙종은 예슨 여덞의 늙은 신하 송시열을 군주기만죄(君主欺滿罪)를 물어 유배를 보낸다. 송시열의 숙종의 환국정치로 입각하였다가 다시 실각한다. 기사환국 때 인현왕후가 폐위되어 사가로 쫓겨난 지 한 달 후 유배지인 제주에서 한양을 향해 올라오던 송시열은 사약을 받고 죽는다. 숙종은 의금부도사에게 ‘내려가다 만나는 곳’에서 송시열을 사사할 것을 명했는데 송시열이 의금부도사를 만난 곳이 전라도 정읍이었다고 한다. 전해지는 이야기엔 송시열이 사약을 두 사발이나 마시고도 약효가 듣지 않아 뜨거운 온돌방에 앉아 있어도 효험이 없어 결국 입천장에 상처를 내고 사약 한 사발을 더 마신 후에야 세상을 떠났다고 하는데 송시열 나이 여든 셋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조선의 성리학자로 굵직한 획을 그은 송시열의 모습보다는 늙은 여우처럼 약삭빠르고 당리당략에 빨랐던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이 너무 확연하게 보여 조금 당혹스러웠다. 송시열이 등장하는 부분들마다 조선이 왜 ‘신하의 나라’였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하는지 점차 이해가 되었다. 곧 송시열에 대한 책을 좀 읽어봐야 할 것 같다.

 

태조부터 순종까지 27명의 임금들보다 소현세자, 사도세자, 효명세자의 인생이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하다. 역사에 ‘만약에’라는 것은 없다지만 그럼에도 이 세 명의 왕이 되지 못 한 남자들 소현세자, 사도세자, 효명세자가 왕이 되었다면 역사도 좀 달라졌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왕가라고 해서 부자간의 모습이 달랐던 것은 아닌 듯싶다. 평생을 미천한 태생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졌던 영조의 삐뚤어진 자식 사랑도 그렇고 반정으로 올라선 왕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아들마저도 믿지 못했던 인조는 제대로 된 부모노릇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가르쳐준다. 어디 왕자만 바르고 단단하게 커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내 자식이 바르고 곧게 자라길 바란다면 부모 먼저 바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이 책은 알려준다. 부모가 먼저 곧은 심지를 가지고 흔들리지 않아야 그 자식들도 제대로 잘 자랄 수 있다는 교훈을 피비린내로 천지를 적시며 왕위를 흔들고 또 왕권을 지키려 몸부림쳤던 조선의 왕들을 보면서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