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죽음들은 오래도록 지속 된다 / 파트릭 펠루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더불어 사람의 마음도 깊어간다. 가볍고 달콤한 것을 좋아하던 생각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 무거워졌고 조금 더 진지해졌다. 도서관 수강생께서 수업에 올 때마다 화분을 하나씩 가져다주신다. 대부분은 감사하고 기쁘다. 그렇지만 키우기 어려운 화분을 가져다주시면 화초를 잘 가꾸지 못하는 나는 일단 난감해지기부터 한다. 그렇게 해서 집으로 가져온 화분이 여러 개가 되었다. 며칠 전에는 가을 국화 화분을 가져다주신다. 동서네 집에서 들고 오신 거라는데 향기가 참 좋다. 집에 가져와서 꽃바구니 대신으로 호사를 누렸지만 차츰 꽃을 다 피운 화분은 결국 마른 꽃만 가득 담고 있는 누추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화분을 내어놓으려 바라볼 때마다 산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야 평소에 살아있어야 아름다운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누구보다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서두 그럼에도 시든 국화화분은 자꾸 죽음을 생각나게 하고 슬퍼진다. 가을이라서 그런가?

 

저자 파트릭 펠루는 서문에서 이 책이 죽음과 죽음의 이유를 설명하는 의학 관련 서적이라고 못 박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그저 위대한 인물들의 마지막 순간, 그 순간의 임상학적 진실을 당대의 의학적 맥락 속에 가장 가깝게 위치시켜보고자 했을 뿐이라고 얘기한다. 그리하여 의학에게 역사 앞에서 겸손 하라는 충고를 잊지 않는다.

 

기독교적 사고는 공통적인 하나의 믿음, 즉 예수 그리스도는 살아계시다, 예수가 현재에도 엄연히 살아서 존재하신다는 그 믿음으로 단단히 묶여있다. 또한 예수의 부활 장면, 다시 말 해 예수가 불멸의 존재라는 믿음은 이 종교를 결속시키고 유지해나가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예수는 죽었다. 그의 부활에 대한 믿음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얻는다고 해도 예수는 분명 죽었다.

 

예수는 서른세 살에 죽었다.(page23)

 

첫 번째 에피소드로 실린 예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저 마지막 한 줄 예수는 서른세 살에 죽었다 때문에 이 책을 상당히 도전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렸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저 한 줄의 문장 때문에 기독교에 대해서 좀 더 인간적으로 이해해보려는 마음이 생겼다면 문장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 이어지는 죽음의 이야기들 어떤 부분은 속이 뒤집어 질 것처럼 적나라하고 불쾌하지만 어떤 부분은 죽음의 형식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 또 어떤 부분은 너무 가슴 아파서 읽으면서 눈물이 나기도 했는데 바로 나폴레옹의 워털루 전쟁이 그랬다.

 

나폴레옹은 보병들을 촘촘하게 열을 짓게 한 다음 깃발을 앞세우고 적진을 향해 돌격하도록 했다. 우구몽 숲에서의 공격은 대학살 그 자체였다. 종대를 형성한 병사들이 모조리 “황제만세!”를 외치며 쓰러진다. 북을 울려라. 나팔을 불어라! 하지만 잘린 동맥, 총알 맞은 복부와 흉곽에서는 붉은 피만 콸콸 흐른다. 몸이 떨어져 나간 머리, 머리가 없어진 몸뚱어리. 공격 제1선의 병사들은 그들을 노려보는 적군의 총구 끝에서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말인가?(page157)

 

이 모든 비극이 나폴레옹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치질 때문에 괴로웠던 그는 완전히 비참한 지경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계속 전략적인 위치 선정을 그르쳤다. 그의 야전 부관은 치질로 인한 통증을 줄이고 치핵 덩어리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규칙적으로 세수 대야 분량의 찬물을 대령했다.(page159)

 

워털루 전쟁과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죽음 이야기는 나약한 인간들의 죽음뿐만이 아니라 전쟁이 얼마나 사악한 인간들의 놀이인지 얼마나 이기적이며 잔혹한 행위인지를 알려주었다. 또한 위정자들의 삐뚤어진 욕망과 욕심이 얼마나 많은 죄없는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지 내가 무슨 대단한 평화주의자는 못 되지만 이 땅에 아니 이 시대에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프랑스의 왕들이 죽으면 해부를 했다고 하는 것도 재미있다. 그리고 왕들에게 적용된 치료법이 기대와 달리 너무 원시적이고 단순한 방법이었다는 것도 뜻밖이었다. 무엇보다 프랑스의 궁중생활이 그리 지저분했다니 겉만 화려한 그들의 생활이 앞으로는 하나도 부럽거나 신비롭게 느껴질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우리 선조들의 궁중 생활이야말로 법도 있고 위생적이었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의 동양의학이야말로 훨씬 더 발전되고 과학적인 의술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갱의 애인으로 이미 영화화되기도 했었던 까미유 클로델의 이야기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이 다가와서 마음이 아팠다. 정신병원이라는 곳의 어둡고 막막한 삶이 실제처럼 다가왔다. 인간의 이기심이 어떻게 다른 인간의 영혼을 파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비인간적이며 한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자기들 마음대로 주무르고 결국 죽음에 이루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까미유의 죽음은 비록 책으로의 만남이지만 이젠 그녀가 편하게 영면에 들길 기도해주고 싶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확실치 않은 미래에 내가 만날 죽음보다 지금 나를 바라보고 나와 함께 하는 삶을 더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삶의 향기를 다른 사람들과도 더불어 나눌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이고 축복받은 일이겠지. 그렇기에 나는 내 삶의 매 순간을 더 귀하게 여기고 사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았다.

 

조광조 - 강흥수

 

왕이 될 생각이 없는 자가 왕이 되면 어찌되는가, 반정을 하고 싶은 신하들에 의해 왕이 된 왕. 중종은 그런 왕이었으나, 왕이 되었기에 진정한 왕이 돼보고 싶었다. 반정으로 왕이 되었지만 자리는 불안하게만 느껴졌다. 그 후로 공신들이 무언가 하자 하면 해야 했고, 하지 말자 하면 하지 말아야만 했다.(중략) 이 나라의 왕은 자신이 아니라 그들이었고 자신은 그들이 영광을 누리는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다.(page43)

 

이미 알다시피 조광조가 살았던 시대의 임금은 중종이다. 중종은 조선 11대왕으로 성종의 둘째 아들이고 연산군의 동생이다. 연산군의 폭정에 반기를 든 공신들이 반전을 일으켜 진성대군을 왕으로 추대했다. 즉위 후 홍문관을 강화하고, 연산군 때의 그릇된 정치를 개혁하고자 했으며 조광조를 등용하여 그가 주장하는 도학에 근거해서 새로운 왕도정치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였으나 조광조의 개혁정치는 훈구파의 반발로 실패했으며 조광조는 훈구파인 남곤. 심정들이 반정공신의 위훈삭제를 빌미로 일으킨 기묘사화 때 제거되고 만다.

 

사림파의 연원은 고려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말의 혼란기에 향리층으로 있다가 신분이 올라간 지방의 중소귀족들은 고려의 지배 이념인 불교를 비판하고 성리학을 수용하였는데 이들이 조선 전기 사림파의 기반이 되었다. 당시 학문 기반이 강했던 영남지방은 다른 지역보다 성리학을 쉽게 수용해 사림파도 빨리 형성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조광조는 대표적인 조선중기의 성리학자로 꼽을 수 있다. 그는 김굉필에게 수학했다. 김굉필은 영남 사림파인 김종직에게 학문을 배웠다. 전기 사림파의 학문은 김종직-김굉필-조광조로 이어진 것이다.

사림파는 성종 때를 전후해 정치세력으로 성장하였다. 사림파는 중앙 정계에서는 대부분 언관(言官)직인 삼사(三司)에 진출해 훈구파의 비리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훈구파는 사화를 일으켜 사림파에 대응하였지만 사림파의 정치이념이 광범위한 지지를 얻으면서 사화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계의 주도권을 잡게 된다.

네 번의 사화를 거친 이후 16세기 후반 선조가 즉위하면서 훈척세력이 완전히 물러나고 사림파가 정권을 잡게 되지만 이때부터 사림파 내부에서 자체 분열이 일어남으로써 붕당이 형성되고 붕당을 기반으로 한 붕당정치가 전개되었다.

 

이 책에서는 주로 조광조와 중종의 미묘한 감정의 대립과 화합을 주로 보여준다. 우리가 드라마로 익숙한 조강지처인 신씨의 이야기나 박원종의 딸이었던 경빈 박씨에 얽힌 궁중야담류의 이야기들은 짧고 건조하게 다루어지거나 생략되어서 전체적으로 여자독자들에겐 불친정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대신, 무협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라서 남성 독자들이 읽어내기엔 좋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조광조에게 어지러운 난세를 깨쳐갈 용기와 함께 동반자 역할을 하는 다사(茶肆) 예향이 이끌어가는 이야기도 왠지 힘이 빠져있어서 아쉬웠다. 예향을 사이에 둔 중종과 조광조의 갈등. 예향을 이용한 훈구파와 사림파의 대립까지는 앞에서 말한 무협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예향의 죽음과 재생의 스토리는 조금 고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 내 시선이 잘못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예향이 조광조에게 전하는 말.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이 부분이야말로 작금의 정치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바로 병마와 굶주림에 고통 받는 백성들의 눈물입니다.”

 

통치의 기본은 배고픔을 최우선으로 해결해 주는 것입니다. 백성을 깨우치는 것이 통치가 아닙니다. 아무리 고고한 척 해도 삼 일만 굶으면 담을 넘지 않겠습니까. 백성이 무지한 것은 원래 무지한 대상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글을 깨우칠 형편이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추위에 허덕이는 사람은 추위를 벗어날 생각만 하고, 배고픈 자는 배고픔을 벗어날 일만 생각하는 법이지요. 그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이를 수 없을 겁니다. 거기다가 권력자들의 수탈까지 더해지니, 백성이란 참으로 피곤하고 고달픔 존재입니다.“

(page245)

최후의 언어-나는 왜 찍는가 / 이상엽

 

 

내게 가장 좋은 카메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손에 잡았을 때 그것이 손의 연장으로 느껴지며 파인더를 눈에 대는 순간 그것이 내 눈이라고 생각되는 카메라다. 그런 카메라가 무엇이냐고? 어떤 카메라든 3년만 사용하면 그렇게 된다.(page276)

 

나는 카메라가 단지 사진을 찍는 도구가 아니라 사진가의 정신을 육화시키는 도구라 생각한다. 마음과 몸이 따로 놀 수는 없는 일 아닌가? (page143)

 

사실 나는 사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더 자세하게 말 하면 전문사진작가들이 예술사진으로 찍어놓은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빛에 의해 또는 찍는 사람의 시선의 각도에 따라 사물 본질의 다른 모습을 들춰내 보여주는 것이 영 낯설고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이미지 세대이고 모든 예술이 이미지가 중요한 매체이므로 사진을 배우라고 조언을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늘 눈에 보이던 익숙한 사물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은 평소 얌전했던 사람이 술만 먹으면 야수로 변해버리는 이중성 또는 숨겨진 야수본성을 발견하고는 놀라는 것같다. 하여 때로는 사진이야말로 마술이고 거짓인 것 같을 때도 있다.

 

마침, 지인께 사진시집(?)이라고 해야 하나? 공 많이 들여서 찍은 사진과 거기에 걸 맞는 시가 함께 어우러진 비싼(?) 시집을 특별히 선물 받았던 참이라 이 책의 내용이 조금 더 궁금했다. ‘최후의 언어’보다는 ‘나는 왜 찍는가’에 더 호기심이 바짝 당기더란 얘기다.

 

카메라는 사고하지 않는다. 사고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한다. 하지만 어떤 카메라가 어떤 히스토리를 갖고 내 품에 들어와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가 하는 것도 여전히 중요하다.(page79)

 

중3이었던가. 우리는 동네 사진관에서 카메라를 한 대 빌려서 당시는 동네 뒷산이었던 연경산으로 놀러갔었다. 올림포스 카메라였는데 24컷이 찍히는 필름 한 롤이면 48컷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던 기억이 난다. 어차피 예술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어서 많이 찍히는 것에 더 마음이 가기도 했었지만 의외로 사실적으로 찍힌 사진들을 나는 아직도 앨범에 보관하고 있다. 결혼 후 이름은 잘 생각나지 않는 카메라를 한 대 사서 아들이 자라는 모습을 구미구미 찍어주었고 그 다음엔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했는데 물론 학습용의 소형 카메라이긴 하지만 제법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나의 목적에 충실하게 응해준 착한 아이들이었다. 아들 녀석이 학교에 가지고 갔다가 잃어버리는 바람에 한동안은 핸드폰 카메라에 의존해서 대충 기록을 남기다가 2-3년 전 쯤 다시 카메라를 한 대 사기는 했으나 그 사이 핸드폰 카메라에 익숙해져 버린 나의 게으름은 여간해서는 카메라를 꺼내게 되지 않는다. 그러니 나와 같은 사람에게 사고하지 않는 카메라는 당연한 것일까?

 

개인은 국가에 저항하기 힘들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 무력하다. 그래서 비국가 민간 조직인 언론에 호소한다. 언론은 여론을 만들고 그것으로 국가를 압박하고 변화를 만든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일까? 아니다. 팽목항 현장에 수백 명의 기자들이 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피해자 가족들의 시선은 불신을 넘어 혐오와 적대에 가깝다. 기레기(기자 쓰레기)라는 말은 여기서 출발한다.(page239)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그저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했던 현실의 문제들과 좀 더 사실적으로 아프게 맞닥트릴 수 있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가 그랬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가 그렇고 쌍용자동차가 그렇고 강정이 그렇고 또한 팽목항이 그랬다. 또한 새만금이 그랬고 내성천이 그랬다. 너무 가슴 아프고 답답한 현실이 안타까움을 넘어서 분노가 일어나는 걸 느끼기도 했다. 그리하여 내가 알고 있던 사진에 대한 편견이 부끄럽기도 하면서 사진이 가진 진정한 사회 고발성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하고 알게 되어 기쁘기도 했다.

 

내가 무슨 대단한 생태주의자는 아니지만 지금 소리도 없이 진행되고 있는 영주댐 건설공사에 대한 부분은 유난히 마음이 많이 가는 부분(page209-220. ‘흐르는 강물처럼’)이었다. 영주는 작은 시아버님이 사시는 동네고 예천은 남편의 고향이며 시부모님은 물론 조상님들의 묘가 있는 곳이라 제법 자주 간다.

 

영주, 안동, 풍기, 예천, 문경 지역은 경제적 낙후니 어쩌니 함에도 불구하고 수려하고 맑은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때 묻지 않는 곳들이 보석처럼 박혀있는 곳이기도 하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영주댐으로 곧 사라지게 된 강가마을을 다큐멘터리로 보여준 적이 있다. 물론 시작은아버님 댁도 집 앞으로 강이 흐르고 있다. 물도 맑고 도심 한가운데를 지나는 강답지 않게 수량도 풍부해서 영주에 갈 때마다 가장 부러운 경치이기도 했는데 영주댐이 건설되고 나면 이런 자연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마치 마지막 인사를 남기듯 꼼꼼하게 찍힌 그 지역의 풍광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팠다. 대체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물을 못살게 구는 건지 모르겠다. 세계적인 물 부족 국가라고 하면서 잘 흐르는 물길을 막아 영 쓸모없는 물로 만드는 건지... 대체 저 ‘위’라고 부르는 곳의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들인지.

 

내성천의 끝자락은 삼강인 내성천, 안동천, 금천이 만나 낙동강을 이룬다. 삼강 합류지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상주보는 이제 완공했다. 독자들 눈에는 이 거대한 건축물이 보로 보이는가 나는 댐으로 보인다. 주변에는 거대한 모래 산들이 있다. 이를 명박토성이라 할 것이다. 천년 후 역사학자들이 이 토성을 발굴하고서는 21세기 포악한 임금이 있어 전 국토에 이런 토성을 쌓고 백성을 가렴주구했노라 기록할 것이다. 강이 강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인간의 하위 개념으로 받아들여질 때, 인간 외에 모든 것이 그에 복무하는 도구로 여겨질 때, 인간은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page219)

 

처음엔 흔한 사진 산문집인가보다 라고 읽기 시작한 이 책과의 만남이 여러 가지로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독서로 종결이 되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