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데리코 가르시아 로프카는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시인이며 극작가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는 1898년 태어났으며 1936년 스페인 내전 중 프랑코 정권의 극우 민족주의자에 의해 사살된다. 그 때 그의 나이 38살이었다고 한다.

 [인상과 풍경]은 로프카가 스므살 되던 해인 1918년 출간되었다. 은사인 마르틴 도밍게스 베루에타 교수와 함께 까스티야, 안달루시아, 갈리시아 등 스페인 일대를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인상을 담아낸 기행문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나는 무엇보다도 이 책의 출간년도인 1918년에 주목하고 이책을 읽었다.1898년에 태어난 그가 1918년이면 이제 스므살이 되는 해였기 때문이며 '스므 살'이라는 낱말이 우리에게 던지는 그 느낌을 이 책이 고스란히 그리고 아주 진지하게 전달해주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2008년이고 이미 100년도 더 된 스페인의 풍광은 솔직히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조선말기나 개화기 초기 쯤의 시골 풍경을 묘사한 책을 읽은들 무슨 감동이 그리 와 닿겠는가..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고나 할까? 무엇보다도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나의 무식도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풍경의 묘사는 정말로 시적이었고 음악적이었다. 의외로 사실적인 그림을 마음 속에 그려보기엔 쉽게 마음이 내키질 않았지만말이다.

아무래도 그 '1918년' '스므 살'이었다는 싯점이 맘에 걸렸던 것은 아닌까?[정원]편에서 그는 퇴락한 정원에 상추나 양배추를 심어 도시에 내다 팔아야 아이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한 여인에게 정원이 무슨 꼴이냐고 소리높여 외친다. 

아이들은 길에서 계속 책을 찢으며 놀고, 아이들의 엄마는 정겹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실례합니다만, 여기가 혹시 아주머님 정원입니까?" 내 질문에 그녀가 대답했다.

"아니오, 사실은 어떤 후작 부인 거라우. 그런데 아량이 넓으신 부인께서 밭이라도 부쳐 먹고 살라고 우리에게 내주셨다오."

그말에 흥분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맙소사!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면 이 정원이 무슨 꼴이 됩니까?"

[본문 172P]

 

 내가 이 책을 읽는 내내 사물을 보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감성 그리고 그 것들을 노래를 부르 듯이 풀어내는 표현은 너무 좋았지만  뭔가 마음이 답답했던 이유는 바로 위의 인용 부분에서 느껴지는 느낌때문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세파에 시달려보지 않은, 그리하여 세상을 보는 시야가 아직은 넓지 않은 도련님의 사고와 시선. 작품 해설에 [인상과 풍경]이 비평계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나 있었던 이유가 텍스트의 '불확정적 성격' 이라고 결론 짓고 있지만 내 개인적으론 스므살 다운 감성의 미성숙에 더 많은 힘을 실어주고 싶다.

  아직 세상의 쓴 맛과 떫은 맛을  모르는 젊은 감성의 눈엔 모든 것이 시이고 음악일터, 그러니 그런 눈으로 본 세상을 한번쯤 만나 보는 것도 세파에 지치고 무뎌딘 순수의 눈을 다시금 맑게 닦는데 분명히 효과가 있으리라고 본다. 더불어 그의 내면도 따라가 볼 수 있다면 순수와 열정이 물결치는 젊음의 바다를 만나게 될런지도 모를 일이고 책을 덮었을 때 작가의 말처럼 우수를 만나게 될런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나는 인상파의 화보집을 한 권 본 느낌이라고 말 하고 싶다.

 웅진이라는 큰 출판사에서 기획하는 도서니 만큼 해석도 편집도 우선은 믿음이 간다. 하지만, 가격에 비하면 표지와 내지의 질이 그닥 흡족하지는 않다고 해야겠다. 이 정도의 질의 표지와내지라면 가격을 좀 더 저렴하게 해도 되지않을까? 이미 서점에 많이 나와 있는 타회사의 문학전집과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얘기를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하고싶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던 어제는 늦은 시간 겨우 텔레비젼 뉴스를 통해 광화문을 뒤덮은 불빛들을 약간 감상적인 기분으로 바라다보았다. 왠지 그 자리에 함께 하지 못 하는 것이 무척 미안하고 불편하면서도 화면 속의 그 아득한 불빛들이마치 은하수를 보는 것처럼 아름다워서 가슴 한 쪽이 묵직해오는 것이었다.거기 모인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어제의 일이 기필코 역사의 한 페이지에 오르리라는 것을...그리하여오랜 세월 몇 몇 위정자들에 의해 마음대로 휘둘려졌던 힘없는 민초가 아닌 당당한 이 나라의 주인인우리들의 모습이 이제 자리를 잡아가리라는 것을... 그리고 어느 인터넷 신문에는 자신들에 관한 부분의 역사 교과서를 수정하려 한다는 어느 경제단체에대한 기사가 실렸다. 역사는 어차피 힘있는 자들의 편에서 쓰여지기 마련이지만...자신들의 이득과경제 논리에 입각해서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를 가볍게 고칠 수 있는 이 나라의 역사 교육이 참으로걱정이 되었다.  우연찮게도 요즘 [밖에서 본 한국사]와 함께 읽고 있는 책이 방송대 교재인 [한국사의 이해]이다.교재의 내용은 내가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이적지 배웠고 알았던 우리의 역사랑 다르지 않다. 하지만,이 책은 이적지 배웠던 역사와는 다른 새로운 각도에서의 역사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아쉬운 것이있다면  후기의 저자의 말처럼 사실 확인 능력의 한계 때문에 에세이적 저작에 머물게 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러나,어쩌면...이 것은 한국사를 전공하지 않은 저자가 여전히 식민지 역사관을 답습하고 있는 많은 제도권의 역사학자들과의 비난과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막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방어막을 아직은 들춰내버리라고 감히 저자에게 요구하는 걸 미뤄야할 것같다. 누구나 스스로의 비리를 들춰내는 것은 마음이 몹시도 쓰린 일이다. 개인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한 나라의 역사에 대한 것이야 말 해 무엇하리...그러나 제대로 알고 제대로 알려줘야만 튼튼한 바탕을 다지고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저자의 주장을 100%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주장이 모두 맞다고 받아들이려니 너무 맘이 아팠던 것이 사실이니까. 그렇지만,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잘못되고 왜곡된 역사를 배웠으며 아직도 수정없이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지...굳이 교육학자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부모의 입장에서 참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특히, 고려시대의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그 당시 국제적 상황은 우리가 겪고 있는  작금의 사태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더욱 맘이 아팠다. 그 때나 지금이나 제국의 속국이긴 마찬가지라는 이 뼈아픈 사실. 그 때나지금이나 우리가 우리를 위해서 결정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이 피를 토할 것같은 현실들...그러나그들도 견디고 살아난 것처럼 우리도 견디고 살아내리라고 그렇게 믿고싶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공부하면서 내가 제일 미워하게 된 사람이 이승만이다. 우리 나라를 마음대로 분활점령하고 통치하려한 미국이나 소련보다도 자신의 영락을 위해서 나라와 백성을 외면했던 이승만. 이 책에서 이승만에 대해서 내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내용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앎이란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일이지 이승만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더욱 실감했다. 그를 미워해야하는 이유가 더 확실하고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역사서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 그리고 이런 책이 많이 읽혀지길 바란다. 우리가 우리민족의 자긍심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은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이 그 시작이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일본이 얼마나 우리의 역사를 날조했는지 그리고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역사를 바로잡아볼 생각도 없이 우리는 얼마나 무책임하게 후손들에게 가르치고 있는지 참으로 안타까웠다.  저자 김기협 선생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전우용 님의 [서울은 깊다]는 우선 재미있다.385쪽이나 되는 만만치않은 분량의 책을 지겹지 않게 읽었다. 본문을 이룬 문체 역시도 간결하고 힘이 들어가 있으며 읽는 사람에게 확신을 준다. 내가 좋아하는 문체라서 더 몰입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제목이 말 해주듯이 이 책은 서울에 대한 여러가지 탐구적 보고서다.    서울...우린 미국의 서울은 위싱턴이고 일본의 서울은 도쿄이며 영국의 서울은 런던이라고 배웠다. 그리고 우리..대한민국의 서울은 서울이다. 어린 마음에도 그렇다면 미국사람들은 대한민국의 워싱턴은 서울이라고 할까? 이런 생각을 할만큼 ’서울’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어린 소견에도 각별했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서울을 좋아한다. 아니, 서울에 사는 서울시민들을 부러워한다. 인사동이나 국립박물관이나 덕수궁이나 남산골이나...어쨌든 서울의 명소를 찾을 때마다 서울만이 가지는 문화적 환경이 너무 너무 부러울따름이다. 대신 서울 사람들은 비싼 세금을 내고있다고 누군가 귀띔을 해주기도 했었지만...비싼 세금이라는 말보다 먼저 다른 도시에선 도저히 따라갈 수 문화적 환경에 대한 부러움이 더 큰 것을 어쩌랴...이런 문화적 환경은 서울이 조선 600년과 대한민국의 서울이기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그리고 다져진환경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에서 단편적으로 얇게 내가 가지고 있던 이런 서울에 대한 의미를 더 확장시켜준다.우리들이 아무 생각없이 사용했던 많은 말들이 ’서울’과 그리고 ’권력’ ’계층’과 연관된 낱말임을 배운다. ’촌뜨기’ ’무뢰배’ ’똥개’ ’똥물’ 이런 낱말들의 어원을 아는 것은 단순히 어휘력의 증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각의 역사 살아서 우리 가까이에 있는 역사를 배우는 일이다. 고3짜리 아들에게 얘기했다. 수능 끝나면...엄마가 읽고 있는 이 책 꼭 읽어봐라. 살아있는 역사공부다.    재미로 읽기에도 부족하지 않지만조금만 생각을 확장하면...이즈음 우리들에게 아주 가까이에 있는 문제들과 맞닥트리게 된다. 그리고지금의 상황들을 좀 더 냉정하게 보는 데 이 책이 일조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역사를 알면 지금이 보인다고 했던가? 한국사의 이해 시간에 교수님께서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서 아~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이 책은 그렇게 조근조근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지 못 하고 지나쳤던 역사의 세세한 주름들을 들춰보여준다. 서울이라는 묵직한 이름을 가지고  명성황후 능행과 얽힌 ’종로, 전차’편 그리고 명동성당과 개화기 기독교 교회의 건축에 대한 부분에서 이적지 내가 알고 있던 고종황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기도 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도 내가 알고 있던 고종에 대한 이미지- 유약하고 아버지와 부인의 위세에 눌려있던- 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거 그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참으로 기쁘고 즐겁다.  특히, 지나간 역사에 대해선 그 의미가 더 특별하지 않을까. 아직도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일제의 식민사관에 의해 많이 외곡되어진 부분들을 그저 답습하고 학습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서울은 깊다]는 나에게 많은 의미를 준 책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