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굽쇠가 두 개 있다. 이들의 고유 진동수가 같은 경우 하나의 소리굽쇠를 울리면 떨어져 있는 다른 소리굽쇠는 때리지 않아도 같이 울린다.이 현상을 '공명'이라고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이 싸운다면 공명이 일어난 것이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공명이란 관심의 내용과 수준이 맞아떨어져서 서로 응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잠이 들 때까지 많은 사람은 만난다. 어떤 사람은 집에 돌아와서 그날 만난사람들에 대해 얘기하면서 남을 평가하는 데 열을 올린다. "열을 올린다"는 것은 공명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그러나 살마들은 오로지 남에게만 관심이 있다. 남과 자신의 상호작용에서 오로지 "남이 어떠하다"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나 상호작용에서 일어나는 남에 대한 자기의 감정과 판단은 고스란히 "나의 어떠함"도 된다. 그 "나의 어떠함"을 관찰하면 나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하루 종일 남의 험담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이 얼마나 부정적인지 전혀 모른다. 자신의 소리굽쇠를 전혀 쳐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Page 106)

 뇌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우선은 딱딱하게 씌여진 대부분의 실용서들을 생각했다. 읽는 사람의 생각,시선은 한 쪽으로 치워두고 전하고자 하는 정보에만 충실한 책. 그래서 공부하듯이 열심히 밑줄 그어가면서 읽어야 하는 그런 책.

하지만,이 책은 읽는이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생각할 꺼리를 만들어준다. 아주 진지하게 다시 한 번 나를 들여다 보게 한다. 우리가 알고있는 과학서적의 틀을 깨고 마치 잘 다듬어진 수필집을 한 권 읽은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책이다.

 앞쪽뇌를 의학적으로 전두엽 또는 이마엽이라고 부른다. 앞쪽뇌는 운동기능, 말하기 능력을 비롯하여 미래에 대한 계획, 판단력, 감정조절,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기능, 단기기억 등 여러가지를 담당한다. 앞쪽뇌 중에서도 가장 앞 부위의 뇌를 의학적으로 전전두엽이라 부르는데, 바로 전전두엽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보석같은 기능을 맡고있다.

 앞쪽뇌 치매 환자들의 사례를 보면 앞쪽뇌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것같다. 저자의 주장대로 앞쪽뇌를 잘 발달시키면 이 나라가 아니, 이 세상이 좋아질런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져보기도 한다.

앞쪽뇌를 많이 사용하는 앞쪽형 인간이 되려면 늘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소린가? 아니 늘 자신을 되돌아보는 훈련이 되다보면 앞쪽형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얘기하는 거 같다.뇌에 관한 이야기라서 과학 서적으로 분류해야 할 것같아서 좀 딱딱할 것같은 책의 분위기를 편하고부드럽게 만들어주는 것은 저자가  실제 진료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기 때문인 거같다. 훨씬 쉽게 그리고 일목요연하게 앞쪽형 인간에 대한 정보를 머릿속에 담긴다.  그럼 나도 앞쪽형 인간인건가?    

 이 책을 펼쳤을 때 처음 만난 들어가는말이 나는 가장 재미있었고 이 책 전체에서 인상적인 부분이었다.책이 부족하지만 남의 의학지식, 외국의 의학지식을 그대로 베끼려하지 않았으며 저자의 경험과 환자의 이야기에 나름대로의 해석을 가했다고 했다. 저자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나에게까지 전해져 온다.

그리고 책을 만들기까지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한 짧은 멘트도 좋다. '해산에 임박할 때까지 책을 열심히 읽어준 강수진....' 이렇게 씌여진 사람들의 이름을  보면서 왠지 소박하고 진실하게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을 보는 것같았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마음이 울컥했다.

 세상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산다. 사는 모습도 각각이고 그들이 하는 생각도 모두 다 다르겠지. 그 다름이 어쩌면 만나는 사람들 모두를 선생으로 만들어줄런지도 모르겠다. 인생을 배우는 선생. 하지만, 그들을 모두 만나서 인생을 배우겠노라 청할 수 없어서 우리는 대신 책을 읽는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내가 살아보지 못 한 인생이 책 속에 있으니까...

또 한 사람의 인생의 선생을 만났다. 바로 이 책의 저자 나덕렬 박사다. 참 멋진 사람을 알게되어서  책을 읽는 재미를 다시 한 번 만끽해보았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첫인상이 중요하듯이 책도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나는 책을 보았을 때의 첫느낌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서점에 가면 원래 작정하고 갔던 책 이외에 꼭 더 사들고 오는 책들이 있다.그 책들의 대부분이 바로 나와 눈이 맞은 그런 책들이다.그런데 이상한 것이...그렇게 눈이 맞은 책들은 대부분 내용 불문 장르 불문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야말로 폭 빠져서 읽게 된다는 것이다. 나만의 이상한 버릇 중 하나일 수도 있으려나.  이 책. 위키 메니지먼트. 사실 요즘 출판가의 대세가 역사소설과 성공학 관련 책들이 아닌가 싶을만큼 자기개발에 대한 책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 쪽이 조금 불편하던 참이라  선뜻 마음이 가지는 않을 것같았다. 아들녀석도 엄마 취향은 아닌 거 같아요...이래가면서 나의 불편한 심기에 부채질을 했다. 하지만, 사람은 자기가 필요한 것은 다 눈길이 가기 마련이라고 했던가. 관심을 가지면 지겨운 것이 어디있고 싫은 것이 어디 있으랴. 내가 바로 그랬다. 이 책을 처음 본 순간 왠지 첫인상이 좋은 사람을 만난 것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이 책을 읽는 내내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용어 자체가 낯설어서 가뜩이나 모르는 낱말에 대한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 더욱 더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책에 설정된 상황과 내 현실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어느 사이 나의 현실과 책 내용을 서로 줄 긋기 해가면서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빙그레 웃었다. 위키는 ’빠르다’’참여한다’’창의적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위키메니지먼트란 직원이 경영에 참여하고 빠르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내가 기억하고싶었던 부분이다.  참여형 조직으로 변환하기 위한 세 가지 도전(Page41)  첫째, 관료주의에 대한 도전 둘째, 영역주의에 대한 도전 셋째, 의사결정에 대한 도전 위키디시젼의 5단계 중 3.문제를 객관화 하라 - 중에서 첫번째. 문제의 본질을 보라(page 80)  워낙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다 보니 직원들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그 문제가  다른 부문의 다른 사람의 문제였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이처럼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서 찾으려는 속성 때문에 문제가 무척 많은데도 불구하고 막상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없는 것처럼 생각되는 ’문제 블라인딩’ 현상이 생긴다.   ’문제 블라인딩현상’ 심리학에선 ’회피’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으려나? 이제껏 내가 해결하지 못 했던 문제들이 어쩌면 바로 이 문제 블라인딩 현상 때문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그래, 이렇게 고개를 끄덕여보기도 한다. 자기의 문제를 객관화하는 거...누구나 알고 있는 해결방법임에도 불구하고 문제에 부닥쳤을 때 미처 생각해내지 못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들은 아주 쉽고 일상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위키 메니지먼트의 대상자가 기업이 아니라도 상관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개인이 직면한 문제들을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듯 논리적으로 접근해볼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을 제시해 주는 그런 책이었다.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두기엔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교과서를 읽듯이 밑줄을 그어가면서 읽어서일까.  생각날 때마다 자주 꺼내서 읽어야겠다.

금지된 것들에 대한 호기심은 시간을 초월해서도 손바닥을 젖게하는 무엇이 있다.그것이 내가 살아보지 않은 또는 내가 가까이 가 볼 수 없었을 세상이라면 더 궁금하지 않을까?깊디 깊은 중국 황실속의 후궁. 그 다른 세계에 살던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라면 누군가는 나에게그럴런지도 모르겠다.

"그것보다 더 재미있는 얘기가 어딨어?"

 우리가 중국의 황제를 역사속에서 처음 만나는 것이 언제였을까?  BC108년 고조선이 멸망하고 그 땅에 한사군을 설치했던 한무제가 처음 아니었을까싶은데...그 후 고구려에 3차례나 쳐들어왔던 수양제가 있었다. 이들을 처음 만났던 때가 중학교 시절이었던 것같지만 한이니 수니 하는 것이 나라 이름이며 무와 양이 그들의 이름이었고 뒤에 붙은 제가 황제를일컫는다는 것을 안 건 한참 뒤의 일이었다. 거기까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스스로 알기엔 나는너무 무식했으니까... 그저 BC 108년.한무제.한사군. 이렇게만 외우면 국사시험에서 틀릴 일은 없었으니까...

 우리는 우리나라의 임금은 '왕'이라 배웠고 중국의 임금은 '황제'라고 배웠지만 그것이 당연한 것인줄 알지않았을까?  간단하게 중국에서 저들의 임금은 '황제'라고 부른다면 우리도 우리 임금을 '황제'라 칭하면 되는 것을  왜 우리는 그렇게 못 하지? 이 정도의 궁금증만 있었더라면...중국에서 남의 나라 역사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그런 일은 없지않을까? 아니, 최소한 그런 궁금증이 생기도록 가르쳐주기만 한다면 그게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역사 교육은 내가 한사군을 외우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후비를 읽으면서 중국 황실의 역사를 본다. 하룻밤 사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던 나라. 어찌보면 우리가 우리 왕조에 대해 공부하면서 열심히 따져보는 정통성이니하는 문제들을 우리의 잣대를 가지고는 들여다볼 수 없는 중국 왕조의 부침이 눈에 그려진다.

그 부침 속에 역사 내내 너무 고달펐을 민중들을 생각했다면 너무 확대 해석 한 것일까? 후궁의 방마다 어여쁜 여인들로 넘쳐나던 역사를 읽고 있으려니 겉으로 드러난 몇몇의 여인들보다 훨씬 많았을  지워진 사람들에게까지 생각이 흘러갔다. 황제의 소유물로 육욕을 채워줄 장난감으로만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던 여인들. 황제를 옹립하고 폐위시키기도 한 여인들부터 황제와 함께 묻혀야 했던 기구한 여인들까지 길고 유장한 역사만큼이나 많은 여인들을 만났다.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했었다. 여자도 남자와 같은 능력을 갖추면 사회로부터 대접받고 인정받을 수 있늘 사회. 그렇지만 언제부턴가 능력보다는 외모를 중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고 급물살을 타 듯이 외모중시의 사회로 바뀌고 말았다.

여자들이 능력보다 외모로 인정받는 세상. 그것은 봉건주의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회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소리다. 자본주의는 모든 사람의 평등을 외치지만 그 속에 얼마나 지독한 차별과 계급이 숨겨져있는지를 역사속의 후비들을 만나면서 새삼 다시 생각해보았다.

 

 [사족] 기대했던대로 책의 디자인이 맘에 든다. 개인적으로 빨강색을 좋아하는 내 취향도 한 몫 했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너무 자주 띄는 오타가 눈에 거슬린다. 처음엔 그냥 읽다가 나중에 빨간펜으로 체크를 해보았다. 문맥이 맞지 않아서 내용이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도 있었다. 중국식 문장을 직역해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려니 책값도 만만치 않은데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