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표지에 먼저 눈이 갔다. 표지화 속에 숨겨진 많은 의미들...마치 성경 속 아담을 연상시키는 남자와 역시 하와를 떠올리게 하는 아기를 안은 여자. 그렇지만 원시상태의 남자와 커리어우먼이 분명한 여자의 모습은 이 책이 무엇에 관해서 이야기 할 것인지를 대충 상상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다면 나의 상상이 맞는지 틀렸는지 이제 직접 확인을 해 볼 차례인가?

 역사는 Hestory이다.

남자들의 이야기라는 뜻이 되는 건가? 세상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Hestory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우린 그저 역사를 Hestory라고 말하는 데 조금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것이 부당하다고, 그것이야말로 성차별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이 책은 역사가 왜 Hestory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태초의 단세포 미토콘드리아에서부터 시작된 영원한 시간. 그 길고 지루한 시간을  딛고서 인간 스스로 또는 자연과 교감하거나 자연을 굴복시키며 진화해 온 인간의 역사를 아주 꼼꼼히 되짚어준다.  인간의 그 끝없는 진화가 경이롭게 느껴질 뿐이다. 그렇지만,  시간에 대한 또는 자연에 대한 정복과 굴복의 정면에 남자가 있었음을 이 책은 강조하고 있다.

오랜 지루한 시간 속에 수렵자로서의 남자와 채취자로서의 여자가 있다.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그렇다고 양성론자도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은연중에 남자들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아야 하는 것이 교육되어진 나같은 사람에게 오래된 유전자가 형성해놓은 고유의 역활을 가진 남자와 여자. 남자와 여자의 특질이 잘 비교되어 있는  [1장 태초에는]과  [2장 인류의 등장]은아주 재미있는 부분이다.

[3장 오늘날의 세계]는 오히려 1장과 2장에서 이적지 얘기하던 진화의(?) 이야기를 살짝 비껴가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세계사를 공부한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그리고 남자와 여자. 정말로 절묘한 분석이고 설명이다. 아쉬운 것은 대부분의 실례가 미국이라는 나라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우리의 실생활이 많이 미국화(?)되어 있다고 우리는 말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우리들의 말일 뿐이지 않던가?  번역물이라는 한계를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저자의 생각과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독자가(대한민국의 독자가...) 갑자기 외로워 지는 부분. 바로 [3장 오늘날의 세계]는이다. 어쨌든 3장에선 고유의 영역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진 방황하는 남자들과 그 이유.  새로운 힘의 주체로 다시 부각되기 시작한 여자들의 면면을 보여준다. 그러다가 결국은 남자의 이야기로 돌아가고말지만...

 그렇다면 [4장 미래를 바라보니]에서 어떻게 하면 남자와 여자가 사이좋게 잘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이 풍진 세상의 세파를 잘 이겨내고 서로 사랑하며 사는 방법. 물론, 방법이 있다. 왜 역사가 Hestory여야만 하는지도 저자는 아주 강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4장 미래를 바라보니]부분이 가장 눈이 많이 갔다. 나도 채집자로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여자이면서 남자들과 똑같이 경쟁하고 싶어하는 이 시대의 여자이며 무엇보다도 자기의 영역을 침해당하지 않으며 그야말로 남자 구실을 잘 하도록 잘 키워내야 할 아들을 둔 엄마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저자의 생각엔 동의하는 바이다. 그리고 약간의 저자의 주장엔 으흠? 이런 것도 있었어?라는 놀라움과 감탄을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남자와 여자의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았다는 것이 신선했다.

 이 책. 재미있고 일목요연하다. 이 책을 읽고 가족에 대한 개념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게 되었다. 사회 속에서의 나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았고 지식의 지평을 한층 넓혀 주기도 했다.

 

종일 비가 오는 날 편안하게 소설책을 읽는다는 것은 참 기분좋은 일이다. 하필 읽는 책이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을만큼 재미있다면 더 좋은 일이겠지.

아는 사람들은 휴가를 떠났거나 휴가갈 준비로 분주하다고 했다. 딱히 약속을 잡고싶지않은 주말과 휴일을 몇 권의 책에 할애하기로 한다. 이 책. 기묘한 신혼여행도 물론 그 책들 중 하나이고...

소설은 소설로만 보아야한다는 게 평소의 내 생각이다. 그렇지만, 사람은 자신이 알고있는 것만큼 말하고 쓰게 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소한 단문 하나에도 글을 쓴 사람의 성격이나 삶의 이력을 나름대로 가늠해 볼 수 있는 많은 정보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소설은 그저 소설일 뿐이라고?...어쨌든 작가 자신의 삶이 전혀 배제된 소설은 나올 수 없다고 본다. 작가와 전혀 동떨어진 세계를 혹 작품화 했다하더라도 성의있는 작가라면 소설을 쓰기위한 준비과정을 거치는 동안 어느만큼은 작품과 자신을 동일시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그런 의미에서 상상력을 동원한 소설도 결국은 작가의 생각과 삶을 어느 정도는 닮아 있을테고 그 작가는 또한 한 사회의 일원이므로 작가가 속한 사회의 한 단면을 어떤 식으로든 작폼 속에 나타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일본 작가의 소설을 읽는 것은 흥미롭고 불쾌하다. 일본 작가...그들의 소설을 읽으면서 과연 일본인들이 이럴까? 일본 사회는 정말 알 수가 없군. 또는 일본인들의 의식 구조는 정말 희안해라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와는 사고방식이 많이 다른  것같은 소설의 전개가 흥미를 자아내긴 하지만 그들의 적나라한 표현은 읽는 도중에도 속이 불편할만큼 때때로 불쾌한 느낌을 준다면 나 혼자만 쓸 데 없이 예민한 걸까?

언제부터 일본 작가의 소설을 좋아했는가라고 말 하긴 좀 곤란하다. 내가 아는 일본의 작가래봤자 겨우 무라까미 하루끼나 무라까미 류나 에쿠니 가오리 정도이므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만 중점적으로 읽은 것을 가지고 좋아한다고까지 표현해도 괜찮을런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명의 일본 작가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재미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일본 소설이 의외로 우리의 마음을 후벼파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이미 성숙한 어른들이다. 아메리카 아이스의 토비만 제외하면 3-40대의 남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심리를 따라가다보면 사실은 깊숙이 숨겨져 있는 우리들의 치부와 어두운 부분을 만나게 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불편하고 불쾌한 이유는 어딘지 모르게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내면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혹시 우리는붉은강의 무가이처럼 오래된 정신병을 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가자미 변호사처럼 자신의 명예와 영달을 위해 두 개의 가면을 뒤짚어 쓰고 있지만 그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우리들의 눈 앞에 흔들어대는 열쇠. 자세히 바라보면 그저 그런 이야기 속의 주인공일 뿐인 듯 한 그들이 사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의 위태로운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기묘한]신혼여행이라는 책 제목답게 대부분 기묘한 사건과 소재들로만 채워져 있는 것이 혹시 이 책이 여름 휴가용 도서가 아닐까라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게 한 것이 좀 아쉽지만, 휴가지에서 지루하지 않게 읽기엔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어서 휴가 떠나는 사람들에게 한 권쯤 가방에 넣어가도 좋겠다고 권하고 싶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비가 그쳤다.  꾀나 두툼한  한 권의 소설을 두껍지 않게 읽었다. 재미있다.

 

 

 

덥다. 온 나라가 찜통인 것처럼 푹푹 달아오르고 있다.

그 더위 속에 8월8일이면 북경올림픽이 개막을 한다. 세계의 이목이 온통 북경으로 몰릴 것이다. 개막식 입장권은 벌써 매진이 되었다는 뉴스를 떠올린다. 사람이 많은 나라이니 그 나라사람들 만으로도 매진은 얼마든지 되고도 남지 않았을까? 그러고보니 중국이라는 나라가 더 거대하게 다가오는 것같다.

올림픽 개최와 더불어 티벳을 비롯한 중국의 여러 인권 문제들이 고개를 쳐들었었다. 실제로 몇몇의 나라는 불참으로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해 비판을 가하기도 했지만, 독도문제로 늘 우리국민의 속을 시끄럽게 만드는 일본에 비한다면 그나마 우리에겐 좀 점잖은 이웃이라고 내키지는 않지만 점수를 준다.

이런 싯점에서 중국에 관한, 아니 중국과 관련한 몇 권의 책을 읽었다는 건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그것이 소설이든 역사서이든 아니면 [제국을 말하다]와 같은 책이든 지금까지의 중국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막연하고 불확실한 생각들을 조금은 간결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중텐 교수의 [제국을 말하다]는 어렵고 진중하다. 그리고 무서운 책이다. 조심스럽게 행간을 살피고 내용을 이해해가며 읽느라 다른 책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제국의 시작인 진나라에서 저자의 말대로 망국의 조짐이 보이지도 않았는데 우르르 무너져 내렸던 청나라까지 중국을 정치적 관점에서 제국의 여러 요소들을 분석. 평가. 비판했기 때문에그동안 알고있던 중국의 정치와 사상의 배경에 대해서 새로운 정의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그런면에서 이책은 어렵다.

특히, 공자의 유교 사상이 중국을 다스리는 기본 이데올로기로 자리잡을 수 밖에 없었던 사회적 배경을 나름대로 깨닫게 된 것이 큰 성과였다면 성과일까? 우리 나라 정치 역사에서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유교인만큼 앞으로 역사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 기대가 된다. 그래서, 이책은 또한 진중하다.

대부분은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가 좀 아팠다는 기억이 있다. 하지만, [4장 관원대리] 부분은 머리가 아플 틈도 없었다. 읽는 내내 그 긴 세월 중국 관료들의 속 터지는 행태나 이즈음의우리 현실 속의 관원들의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뭐...부패를 말 하는 것은 아니다. 전반적인 행정의 구성과 운영면에서 중국의 그 때나 지금의 우리 모습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나말고 또 있다면 정치하는 분들에게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싶다. 이 책엔 2천년동안 흥하고 망해가면서 면면히 유지해온 제국의 멸망 이유가 들어있다. 그 멸망의 이유를 가만히 되짚어보라. 우리와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같은지를. 그래서 나는 이책을 무서운 책이라고 말 하고싶다.

나는 내가 알던 이제까지의 제국(미국으로 대표할 수 있는) 그리고 제국주의로 부터 지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음에 저자에게 감사를 드린다.  안다는 것은 잘 벼른 칼을 하나 가지고 있는 것처럼 뿌듯한 일이다.  오늘 나는 또 한 권의 좋은 책을 만나 내 지식의 날을 조금 더 벼를 수 있었다. 아직은 조심조심 내 칼날을 벼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밖에 없다. 내가 가진 지식의 양이 하찮고 보잘 것 없기 때문이다. 글쎄...칼날을 휘두를 날이 올런지 영 그런 날을 만나지 못할런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살아보지 않은 날에 대해서 누가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다만, 부단히 노력할 따름이다.

제국도 처음부터 제국이었던 건 아니었다. 끊임없는 부침이 서서히 힘으로 뭉쳤고 시절이 제국을 키웠으며 또 그렇게 스러졌다. 창대무궁 영원할 것같았던 제국도 그렇게 스러졌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니 오늘 제국의 흥망성쇠를 보면서 삶의 냉철한 지혜를 터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