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우동 한 그릇

 

개인적으로 라면 보다는 우동이 좋고, 우동 보다는 국수가 좋다.

면 마다 식감과 느낌이 다른데, 국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왠지 다른 면보다 푸짐하고 입에 넣었을 때 입 안 가득 느껴지는 포만감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동은 두툼한 면발에 쫄깃한 식감 때문에 많이 씹어야 하지만, 국수는 면발도 부드럽고 가늘어서 몇 번 씹지 않아도 쉬이 먹을 수 있는 것도 국수가 좋은 한 이유가 될 것 같다.

그러고 보면, 특별히 가리는 면은 없는 것 같다. 따지고 보면 모든 면을 다 좋아하는 것 같다.

짬뽕, 짜장면, 국수, 라면, 우동, 설렁탕에 넣어 먹는 국수, 심지어는 갈비탕에 넣어 먹는 당면과 잡채까지도...

최근에 즐겨 보는 일본 드라마가 있다. <고독가 미식가>란 프로인데, 처음 한 번 보고 나서 그 즉시 반해 버렸다. 일부러 찾아서 보지는 않지만, 종종 쉬는 날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만나게 되면 프로가 다 끝날 때까지 채널 고정이다.

극중 주인공인 고로가 맛 집을 찾아 음식을 음미하며 혼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입에서 침이 꼴깍 넘어갈 때가 많다. 음식을 대하고 먹는 그의 표정은 늘 항상 즐겁다. 마치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사는 것처럼 말이다. 음식을 먹으며 나타내는 여러 가지 행복한 표정이 그 음식에 대한 맛을 대변해 준다. 넉넉한 표정, 유난스럽게 맛있게 먹는 모습, 맛있게 먹는 노하우 등은 극의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 주기도 한다.

맛있는 우동 한 그릇...

세상의 그 많은 모든 면 요리 중에서 특히 우동을 가장 좋아하게 된, 우동의 맛과 매력에 빠지게 해 준 책을 만났다.

사기그릇에 우동 면이 담겨 있고, 그 위에 달걀 노란자와 채 썰어 다진 파가 고명으로 올라가 있는 우동, 시각과 후각, 미각을 자극한다.

이 책 한 권만 마스터하면 일본의 모든 종류의 우동을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동의 매력은

우동 면발의 쫄깃한 식감, 탄력이 있는 씹는 맛, 간이 적당히 베인 국물의 어울림이다.

 

면 종류는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다 보니, 골고루 즐겨 먹는 편이다.

우동은 고속도로 휴게소나 기차역에서 먹을 때가 제일 맛있다.

특히 날씨가 추운 날은 면은 허기를, 국물은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

<맛있는 우동 한 그릇> 책 표지의 우동이 정말 너무 맛있어 보인다.

어묵튀김 우동, 비쥬얼이 훌륭하다. 컵라면 중에도 농심 튀김우동이 있는 걸 보면, 역시 튀김과 우동의 조합은 괜찮은 것 같다.

하지만 여러 튀김 중에서 우동과 가장 잘 어울리는 튀김은 역시 어묵튀김과 우동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새우튀김과 우동의 조합도 빠질 수 없다. 과연 이 두 우동 중 우위는 어떤 우동일까?

 

책 표지에 있는 우동의 정체는 바로 가마타마 우동이다.

날달걀과 간 생강, 쪽파, 참깨 등의 고명을 얹어 맛간장에 비벼 먹는 우동이다.(25면)

 

우동의 변신은 무죄다.

우동의 진화는 끝이 없다.

 

구운 가지 냉우동, 구운 가지와 우동의 조합.(91면)

고소함과 단백한 식감이 일품인 돈가스 카레 우동(109면)

보양식 우동의 진수, 소고기 스키야끼 전골 우동(123면)

튀김 우동 못지않게, 이 우동들도 내 취향 인 것 같다.

따끈한 온우동부터 시원하고 탱탱한 냉우동까지 <맛있는 우동 한 그릇>를 통해 일본 우동의 신세계를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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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매서운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맹추위를 뚫고 아주 예쁜 정장본(精裝本)으로 된 책 한 권이 내게로 왔다. 새삼 이 추운 겨울에, 폭설까지 내려 도로가 꽁꽁 얼어붙은 좋지 아니한 상황에서 택배 배송을 하시는 기사님들의 노고가 얼마나 심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추위와 더위는 그 일을 더욱 더 힘들게 하는 요소임에 분명하다. 그 분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결코 집에서 편안히 이 책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제목이 마치 시의 한 구절 같다.

진실, 진실이라는 말은 참 좋은 말이다.

마음에 거짓이 없이 순수하고 바른 게 바로 진실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진실한 건 아니다.

 

돈과 사람과 물건이 넘치는 세상이었다. 뭐가 없거나 필요해서 사는 게 아니라 단지 돈을 주체 못 해 쇼핑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47면)

 

자연히 내 집이 제일이다. 자주 여행을 다니는 것도 내 집에 돌아올 때의 감격을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집은 편안한 만큼 헌 옷처럼 시들하기가 십상인데 그 헌옷을 새 옷으로 만드는 데는 여행이 그만이다.(71면)

 

동양사상이 왜 중용을 인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나를 알 것 같다. 중용은 유교 경전 중 사서의 하나지만, 단지 중용의 낱말 풀이만 들어봐도 아름답다. “마땅하여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으며 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떳떳하게 알맞은 상태나 그 정도(80면)

 

세월이 흘러도 빛을 발하는 건 다이아몬드뿐 만은 아닌 것 같다.

보석 보다 더 빛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내공 있는 작가의 빼어난 작품이다.

역시 대작가답게 글이 눈에 속속 들어오고, 글맛이라고 해야 할까,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글이 참 맛있다.

 

지금은 훨씬 덜해졌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외국에 유학을 갔다 오거나 연수를 갔다 온 지식인들이 우리의 후진성을 개탄할 때마다 쓰는 상투어로 선진 외국에선 어쩌구저쩌구…하는 게 있었다.…교만한 착각 같은 게 느껴져서 아니꼽게 들릴 때가 많다. 그래서 그랬던지 내가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하게 되었을 때 속으로 벼른 것도 많이 봐두리라는 생각보다는 아무리 좋은 걸 봐도 쇼크 안 받기와 돌아와서 밖에서 본 거 풍기지 않기였다.(~82면)

잘난 척, 자랑질하지 않기는 사실 쉽지 않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다 잘난 줄 알고 남보다 나은 것이나 좋은 게 있으면 자랑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왜 이런 제목을 택하게 되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짐작이 되었다.

명실공이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올라 대작가, 한국문학의 어머니로 칭송되었던 박완서 선생님. 그녀가 남긴 600여 편의 산문 작품 가운데서 가려 뽑은 베스트 중의 베스트 작품, 친절한 사람과의 소통, 유쾌한 오해, 사랑의 입김, 내 기억의 창고 등 보석 중의 보석만을 골라 35편으로 엮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정말 글맛 나는 아름다운 산문들이이다. 이 책을 통해 박완서 작가님 산문의 정수를 고스란히 만날 수 있었다

오래 행복하고 싶다.

오래 너무 수다스럽지 않은, 너무 과묵하지 않은 이야기꾼이고 싶다.(221면)

나도 그저 그러고 싶다.

표지가 무척이나 예쁜 박완서 에세이,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다 읽고 나면 소중한 누군가에게 선물해야겠다.

건청궁 일기

 

메이지 41년(1908) 12월 26일 오후 2시에 건청궁 해체 공사를 하던 중 건청궁 곤녕합에서 신무문 밖으로 이어지는 지하 통로를 발견했습니다. 통로를 살펴보았는데, 여인으로 보이는 유골 두 구가 나왔습니다. 신원을 알 수 없었지만, 이곳에서 1895년에 조선국 왕비가 시해되었다는 말을 들었기에 모든 것을 극비에 부치고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였습니다.(9면)

 

진실은 무엇인가?

누구의 말이 옳은가?

대원군과 명성황후

시아버지와 며느리

 

과연 진정 조선을 위한 이는 누구였는가?

구한 말 이 시기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대원군과 민비, 즉 명성황후의 대립이 주요 이슈로 논의된다. 대원군은 상갓집의 개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비굴하게 몸을 움츠리고 있다가 자신의 아들을 왕위에 올림으로써 일약 조선에서 가장 높으면서도 고귀한 신분으로 상승한다. 감히 그 누구도 자신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심지어는 자신의 아들인 군왕 고종 마저도 자신의 손아귀에 놓고 좌지우지 한다. 하지만 대원군의 섭정과 쇄국은 조선을 위기를 몰아넣고 마침내는 일본에 손에 넘어가는 우를 범하게 된다. 명성황후는 대원군의 며느리이면서 고종의 왕비로 조선의 국모였다. 그녀는 고종의 왕권을 되찾아주기 위해 시아버지인 대원과의 대립하게 되고 마침내 대원군과의 권력 다툼으로 인해 철천지 원수가 되게 된다.

어머니와 오라버니가 살던 안국동 감고당에 폭탄이 터진 것은 갑술년 1874년 11월 28일 이었다. 오라버니가 어머니를 모시고 조카와 함께 식사를 하는데, 이상한 함이 하나 배달되었다. 하여 방으로 들여와 열어보았더니 갑자기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폭탄이 터졌고, 오라버니와 어머니, 그리고 어린 조카까지 모두 새까맣게 타버렸다. 나는 그것이 운현궁의 짓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다. 대원군이 아니고서는 감히 그런 흉악무도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자가 없었다.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이가 갈리고 피가 거꾸로 솟는다.(18면)

아마도 나도 탈출하지 않았다면, 대원군의 손에 죽었을 것이다. 죽지 않은 나의 장례식까지 치르고 있다고 하니 얼마나 나를 죽이고 싶었으면 그런 짓까지 할까 싶었다. 그날 난병들이 궁궐로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나는 얼른 시녀 복장으로 갈아입고 창덕궁 후문으로 빠져나왔다.(35면)

“중전이 음란하여 이런 나리가 일어나 귀한 집 낭자께서 여기까지 피란을 오게 되었구려.”

그 소리를 듣자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저이도 대원군이 퍼뜨린 못된 소문을 듣고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말일 것이라고 하면서 나를 다독였다. 하지만 시골 산골에 사는 노파가 저런 말을 할 정도면 여느 백성들은 나를 천하의 요녀로 여길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부아가 치밀었다. 눈만 감으면 도대체 그 노파는 어떤 말을 듣고 나를 음란한 여인이라고 했는지 따지고 묻고 싶은 생각이 자꾸 고개를 쳐들었다.(45면)

 

명성황후와 관련된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을 보면, 그녀는 그녀 스스로가 ‘조선의 국모’라고 당당히 말했다. 그녀는 조선을 지키기 위해 청국과 손을 잡고 일본을 배척하던 중에 일본과 손잡은 대원군과 낭인들에게 무참히 시해 되었다. 그런데 과연 그 날 시해된 이가 명성황후가 맞는가? 이 소설은 그 민비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을 토대로 그때의 일을 서술하고 있다.

박영규 작가의 <건청궁 일기>는 명성황후가 바라본 명성황후 자신의 이야기다. 아마도 명성황후가 살아서 자신의 생애를 담은 자서전을 썼다면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남겼을까?

알다시피 명성황후는 일본의 낭인들에게 무참히 시해당하고 그 시신까지도 훼손이 된 후 어떻게 되었는지 의견만 분분할 뿐, 그 자세한 내막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확실하게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강했더라면, 애초에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만약에 지금 현재 일본보다 강한 나라였다면 당당히 그때의 일을 추궁하면서 진실을 밝히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을 터인데, 지금은 그럴 입장도 못 된다. 앞서의 언급처럼 명성황후의 삶은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그녀의 행적을 닮은 제대로 된 역사서는 없는 듯 하다. 대중역사가로 명성이 높은 박영규 작가의 <건청궁일기>를 통해 명성황후의 삶을 추적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