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역전
내가 어렸을 적만 하더라도 일본은 잘 사는 나라였고, 한국은 일본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못사는 나라, 즉 후진국이었다. 국력도 일본이 강했고, 경제도 일본이 월등했기 때문에 한국은 절대 일본을 이길 수 없다는 게 당시의 보편적인 생각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과거 역사에서는 두 번 씩이나 일본의 침략을 당해 망할 뻔 한 전례가 있었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이순신이 없었다면 조선은 일본에 의해 벌써 망했을 터이고, 일제강점기에는 미국의 일본 공격이 없었다면, 우린 지금 일본의 식민지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2019년의 일본은 30년 전 1990년대의 그 선진 사회가 아니었다. 일본의 잡지, 미디어, 텔레비전 등을 통해 흘러넘치는 혐한(한국을 혐오하는 내용의) 기사, 프로그램 등을 접하고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1990년대에는 일본이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던 시기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선진 경제 대국다운 면모가 있었다. 불야성을 이루는 도쿄 아키하라발 전자상가에서 삼성이나 엘지 등 한국 전자제품은 첨단 기술을 탑재한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미쓰비시, 산요 등의 전자 제품들에 밀려 한쪽 구석에 초라한 모습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삼성과 소니의 위상이 지금처럼 역전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즈음 일본 사회는 한국에 관심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외국에 관한 소식들은 대부분 유럽과 미국의 선진 국가들에 관한 내용 뿐이었다. 그나마 가끔 뉴스에 나오는 한국과 중국에 관한 기사들은 좋지 않은 사건 사고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었다.(13면)
아이러니하게도 1990년대 청소년들의 로망은 일제 전자제품이었다. 소니, 파나소닉 제품의 미니 카세트는 젊은이들의 상징이었다. 삼성과 지금은 엘지로 변한 럭키금성의 제품들은 가격과 성능 면에서 가히 일본 제품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일본제품과 한국 제품 중에서 성능과 디자인이 월등했기 때문에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대부분 일제를 선호하였다. 그런데 불과 수십년 만에 상황이 변해 버렸다. 선진 강국이었던 일본은 왜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밀려나게 된 것일까?
우리는 전쟁에 진 것이 아니다. 전쟁은 다만 끝난 것이다.
패전 사실을 숨기기 위해 국민을 속이는 군군주의자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진짜로 속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엄청난 사고, 아니 재앙이 발생했다. 원전이 폭발해 버린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전 세계적으로 중대한 재난이었으나 도쿄전력의 대응은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그 위기의 순간에는 매뉴얼만 찾았다고 한다. 문제는 이들의 사고와 의식구조이다. 원전에 근무하는 직원 혹은 관계자들의 안전 신화를 지키려는 노력은 불충분했고, 국가와 시민들의 대응 또한 부실했다. 국가, 즉 일본 정부는 스피드아이 데이터를 국민에게는 비밀로 하면서 미군에 흘리는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관심이 없음을 드러났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태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이 적었다. 도쿄에서 열린 시위 참가자가 겨우 10만 명 전후였다고 하니, 수도권 인구가 3,000만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도 적은 수였다.…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원자력이 큰 불상사를 일으킨 상황을 알게 되었지만 이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으며, 여전히 원전 관련 비판은 상당 부분 금기로 남아 있다.… 패전을 종전으로 바꿔치기 한 가장 큰 이유는 패전 책임을 애매하게 만들려는 의도 때문이다.…패전이 아니라면 아무도 책임을 추궁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43면)
언젠가 들은 이야기인데, 일본의 서점에 가면, 한 코너 자체가 일본은 옳고 다른 나라는 잘못되었다는 내용의 책들로 가득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의 서점에 가보면, 우리나라가 옳고 좋다는 서적은 거의 없고, 모두 다른 나라가 좋다는 내용의 책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이 내용을 <한일역전>를 통해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실제 눈으로 보고 나니, 다소 충격적이었다.
혐한 서적은 있으나 혐일 서적은 없다.
일본의 많은 서점에서는 한국인이나 조선민족에 대한 차별이나 증오를 부추기며 한국과 단교해야 한다고 아니 전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혐한 책을 판매한다. 하국 서점에도 혐일 책이 있을까? 저널리스트인 이시바시 다케시사는 지인에게서 한국 서점에 헤이트 책은 없다는 말을 듣고 서울 서점을 조사하러 한국에 왔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일본을 비판하는 책은 있어도 차별이나 증오를 부추기는 책은 발견할 수 없었다이다. 역사, 정치, 문학 서가에서도 혐일 책은 없었다고 한다.(254면)
한일역전이 아니더라도 동아시아의 주도권이 일본에서 다른 나라로 옮겨 가고 있다. 언제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어도 적어도 우리가 선진국으로 알고 있던 일본이 점차 흔들리고, 동남아의 여러 나라들이 일본을 추격하기 시작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짧은 시간에 가장 눈부신 발전을 이룬 나라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은 과거 일본에 패해 일본으로부터 동아병부라는 놀림을 받기 까지 했으나 지금은 미국과 더불어 세계 경제를 주무르고 있다. 다음으로 한국과 베트남의 발전과 성장 또한 가히 눈부시다고 할만하다.
코로나 시대의 일본,
의료 위생 대국 일본의 형편없는 대응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는 올림픽 개최가 우선인 일본의 정치인들
이들에게 국민은 안중에 있는가?
한국이 의료 붕괴에 빠졌다고 비아냥거린 일본 미디어, 하지만 실상은 어땠는가?
한국의 경우, 신천지예수교회의 집단 감염으로 인해 감염자 수가 급속히 증가 하여 일주일 만에 1,000명이 넘었다. 종교 단체발 집단 감염으로 대구와 경북의 위기가 정점에 달하자 나라 전체가 코로나19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던 일본 정부는 환자가 많아지면 의료체제가 마비되고 올림픽 개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검사를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감염자 수를 적게 보이게 하기 위해 검사를 억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유명 배우가 코로나로 인해 갑자기 사망하게 되면서 일본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게 되고 마침내 도쿄 올림픽 연기가 결정되자 검사 수를 늘렸다. 그 결과 상황은 완전히 역전 되어 버렸다. 일본 각지에서 감염자 수가 급증해 버렸다.(153면)
일본 보다 강한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꿈꾸었을 소망이라 생각된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일본에게 당한 것이 너무 많다. 우리가 먼저 일본을 침략하거나 괴롭힌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를 침략하여 국토와 백성들을 유린하고 학살하였다. 꼭 복수가 아니더라도 더 이상 일본에게 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 우리는 모든 면에서 일본보다 앞서가고 있는 것 같다. 국가 재난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나 코로나 대응 상황, 위기에 봉착했을 때 국민들의 의식 등도 일본을 능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린 여전히 일본과 풀어할 숙제와 난관들이 많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국방과 경제 등 모든 면에서 일본을 앞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방심한 틈에 다시 일본의 기습 침략을 당할 수 있다. 만약 이번에 당하게 되면 더 이상의 회생은 불가하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