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전쟁

 

1941년 6월 22일 나치 독일과 동맹국 군대는 독소불가침조약을 깨고 소련을 침공했다. 이후 1945년까지 계속된 이 전쟁을 보통 독소전쟁이라고 부른다. 이 전쟁은 모든 면에서 이전에도 없었고 어쩌면 앞으로도 없을 제2차 세계대전의 핵심이자 주전장이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독소전쟁은 북으로는 핀란드에서 남으로는 코카서스까지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전선에서 수백만 대군이 격돌한 전쟁이다.(3면)

 

비슷하게 생긴 인종들끼리 도대체 뭐가 아쉽고 부족해서 전쟁을 했던 것일까? 세계2차 대전으로 잘 알려진 독소전쟁은 인류의 많은 것을 파괴 시키고 바꿔 놓은 무시무시한 전쟁이었다. 일본 학자가 쓴 독일과 소련의 전쟁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독소전쟁은 2020년 일본의 신서대상을 수상한 작품 답게 글이 무척이나 간결 명쾌하면서도 가독성이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 이 책을 통해 왜 세계2차 대전이 발발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 대해 소상하게 알 수 있었다.

사실 전쟁은 이익 보다는 손실이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몇몇 혹은 특정 세력에게는 이익과 부를 가져다 주겠지만, 다수의 보통 사람들은 모두가 크고 작은 불행에 빠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위기극복과 어려운 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다. 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거나 전쟁의 상처로 불구가 되거나 그 밖에 재산이나 직장, 삶의 터전 등을 잃게 됨으로서 불행에 불행을 거듭하게 된다. 전쟁의 현장을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나 영상을 통해서 본 전쟁터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총에 맞아 죽은 시신들이 즐비하고 포탄이나 포탄 파편에 신체가 찢어지고 훼손되는 등, 책을 통해서도 독소전쟁의 참상이 얼마나 참혹하고 비참했으며 또한 잔혹했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독일군은 인간이 아니다.…당신이 독일군을 죽이지 않으면 독일군이 당신을 죽을 것이다.…만일 당신이 독일인 한 사람을 죽였다면 그다음 사람을 죽여라. 독일인의 시체보다 더 나은 즐거움은 없다.(9면)

소련인들은 독일인들이 얼마나 싫었으면 이런 글로 소련 사람들을 선동했을까? 독일 사람들이 소련인들에게 무슨 짓을 했기에,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증오하고 미워할 수가 있는가?

 

정치 · 경제 · 교통 중심인 수도 모스크바를 점령하면 소련이 붕괴할 것이라는 생각은 독일 장군들의 맹신에 불과했다. 그들이 소련에 치명적 타격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검토한 흔적이 없는 것은 사료로도 확인할 수 있다. 즉, 모스크바 공략을 결정타로 삼은 것은 할더 이하 독일군 수뇌부의 가설이고, 사실이기보다 역사의 가정에 불과했다.(105면)

 

인류 역사 중 가장 잔인하고 끔찍했던 전쟁으로 평가 받고 있는 독일과 소련의 전쟁. 서로 만나지 말았어야 할 두 나라의 지도자인 히틀러와 스탈린. 두 전쟁광이 벌인 승부욕으로 인해 두 나라의 국민들은 물론이요, 전 세계 수많은 주변국 사람들까지도 참혹한 피해를 입었다. 독소전쟁은 단순히 독일과 소련의 전쟁처럼 보이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쟁이었다. 이 책을 통해 정치적 갈등이 부른 전쟁의 폐해를 들여다보며 우리나라에서 6. 25 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간신열전

 

사람들은 흔히 떳떳하지 못하거나 비열한 사람, 야비한 사람들을 일컬어 이런 표현들을 즐겨 쓴다.

“이런 간신 같은 놈들!!”

 

간신은 나쁜 말이다. 심지어 간신도 간신이라는 말을 싫어하니, 오죽하겠는가?

간신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조고이다. 조고는 환관으로 중국 최초로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제의 진나라를 단 2대에 멸망시킨 간신 중의 간신이다.(112면)

 

간신은 어떻게 나오게 되는가?

충신과 간신은 임금이 만든다. 눈 밝은 임금 아래에서는 간신이 생겨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조선 역사에서는 태종이 대표적이다. 반면에 간신은 어두운 임금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조선 역사에서는 연산군, 명종, 철종 등이 그런 유형이다.

간신의 전형적인 행태 두 가지는 뛰어난 동료에 대한 음해와 중상모략이고, 또 하나는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 추구이다. 하나는 참신(讒臣)이고 또 하나는 유신(諛臣)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간신이라고 하는가?

간신은 속마음은 음흉하면서도 겉으로는 조금 삼가는 척하며, 교묘한 말을 하고 안색을 잘 꾸며대고 자신이 천거하려는 자에 대해서는 장점만 드러내고 악은 숨기며, 쫓아내려는 사람에 대해서는 단점만 드러내고 장점은 숨겨 군주에게 상과 벌을 부당하게 내리도록 하는 자를 간신, 즉 간사한 신하라고 한다.(~10면)

 

간신 열전,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세상을 병들게 하고 나라를 망쳤던 온갖 유형의 간신들이 대거 등장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간신 또한 유형이 있고 종류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간신이면 다 같은 간신이라 생각했는데, 찬신, 역신, 권간, 참신, 유신 등 간신들의 유형이 이렇게 다양한 줄은 미처 몰랐다. 다만 이들의 공통점은 사회를 병들고 하고 조직을 위태롭게 하며 종국에는 국가와 국민을 도탄에 빠뜨린다는 사실이다.

간신과 충신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나 존재했다.

 

과거 왕조시대, 국가 요직에만 간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간신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도 존재했고, 지금도 여전히 가면을 쓴 채 우리 사회 곳곳에 기생하며 만연해 있다. 선량한 사람인 척, 착한 사람인 척, 가면을 쓰고 조직에 기생하며 다수의 이익 보다는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해 하며, 자기 자신만의 위해 온갖 나쁜 짓과 양아치 짓을 서슴치 않고 행한다.

왜 지금 시대 간신을 말하는가? 앞서의 언급처럼 여전히 간신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에 충신이 있으면 간신 또한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충신은 나라와 백성을 위해 목숨 바쳐 일하지만 간신은 국가와 백성에게 막대한 손실과 피해만을 끼친다.

지금 우리 시대의 진짜 간신은 누구인가?

간신의 역사는 인간 역사의 시작과 함께 탄생했다. 이 책은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온갖 수단을 써서 나라를 망친 역사 속 간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회에서의 간신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어떻게 간신인지 아는가? 어떤 일을 물어 그 대답의 옳고 그름을 통해 그 속마음을 살핀다. 말로 궁지에 몰아넣어 그의 임기응변을 살핀다. 재난이 났다고 말해주어 그의 용기를 살핀다. 재물로 유혹해서 그의 청렴함을 살핀다. 약속을 통해 그의 신뢰성을 살핀다. 이는 삼국시대 촉한의 명재상이었던 제갈량의 간신 식별법이다.(237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간신은 국가 조직 뿐만 아니라 어느 조직에도 다 기생하고 있다. 하여 역사를 뒤흔든 간신들을 통해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 회사에서 간신을 몰아내고 현대 조직 사회를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한국인의 맛

 

매주 <한국인의 밥상>이란 프로를 즐겨 시청한다. 이 프로는 텔레비전에 난무하는 여타 먹방, 먹거리 프로와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 고유의, 전통의 토속적인 음식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재료 고유의 맛과 향과 풍미를 살린 우리 고유의 토속 음식들은 입으로 구전되어 그 지역에 전하고 있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언제 그 맥이 끊어져 버릴지 알 수 없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한국인의 밥상>은 우리 지역의 전통 음식을 보존하는 매우 중요한 방송 프로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 속에 진정한 한국의 맛, 한국인의 맛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근대화가 시작되면서 우리 식생활 문화 또한 이전과 달라졌다. 밀가루, 고구마, 감자, 마른 멸치, 고추, 양파 등이 새로 식탁에 오르거나 대량으로 유통되었고,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서 다양한 요리법과 재료들이 수입되었다. 주방에서도 아궁이와 솥 대신 새로운 조리 기구들이 들어왔다.…청나라 군인들과 함께 조선으로 넘어온 자장면은 점점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했다. 1900년대 공화춘이란 고급 음식점에서나 맛 볼 수 있었던 비싼 청요리인 짜장면은 해방 이후 밀가루가 원조 물자로 들어오면서 대표적인 서민 음식, 국민 음식이 되었다. 물론 졸업식이나 입학식 같은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한국인의 맛>은 근대화의 과정에서 우리 입맛이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어떤 방식으로 길들여져 왔는지 음식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아지노모도가 조선에 들어온 건 언제입니까?”

“1909년 도쿄 아사히 신문에 광고를 냈을 때 조선에서 주문이 들어왔었죠. 그게 바로 아지노모도의 첫 주문이었습니다.”

“다만 냉면 육수를 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고기를 푹 끓여야 되고, 여러 가지 재료들을 넣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지노모도 한 숟갈이면 그 모든 과정이 필요 없어집니다. 설렁탕이나 곰국도 마찬가지지요.”(~29면)

 

근대의 검은 유혹, 인천 공화춘

화교들이 제일 먼저 자리 잡은 인천 역시 청요릿집들이 이른 시기부터 문을 열었다. 이 시기 청요릿집의 주요 고객은 조선인이 아니라 중국인이었다. 중국 요리에 필수적인 돼지기름을 한양에서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화교들은 직접 돼지를 길렀다. 하지만 돼지에 익숙하지 않은 조선인들은 돼지우리에서 나는 냄새와 배설물로 고역을 겪었다.…화교들은 요릿집 경영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을 상대로 공화춘과 아서원 같은 요릿집들이 세워졌다.…한 세기 전 중국의 노동자들이 길거리에서 먹던 짜지앙미엔은 시대를 거쳐서 오늘날 한국인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울 푸드가 되었다.(~81면)

자장면 외에도 돈가스, 냉면, 김밥, 카레, 팥빙수, 단팥빵 등등 어떻게 조선 땅에 들어와서 오늘 날까지 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조선인,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게 되었고, 국민음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는지 한국인 이전의 조선인들의 즐겼던 맛을 이 책을 통해 확연할 수 있다.

단팥빵을 주로 판매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단팥빵이 우리 일본 고유의 음식이고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들 입맛에 잘 맞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릴 때 이즈모에서 군산으로 오고 나서 가장 슬펐던 것이 뭔지 아십니까?

단팥빵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었죠. 이즈모에서 살 때엔 바로 길 건너 편에 정말 맛있는 단팥빵을 파는 제과점이 있었거든요.(~177면)

 

교통이 발달하고 세계가 교류를 통해 글로벌화 되고 일반인들의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고 대중화 되면서 많은 것이 변화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음식의 변화일 것이다. 과거에는 그 나라에 가야만 그 나라 본래의 고유한 음식을 먹어보고 맛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음식의 경계, 장벽이 무너져 버렸다. 외국 음식을 국내의 외국계 레스토랑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심지어는 재료를 공수해서 직접 만들어 먹을 수도 있게 되었다. 문제는 서양 음식의 레시피와 우리나라 음식의 레시피가 서로 융합 내지는 융화되어 새로운 퓨전이 탄생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퓨전도 좋지만, 퓨전, 변형 이라는 이름 하에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이 사라져 버리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음식은 저마다 그 고유의 맛과 향이 있다. 각 나라 사람들은 자기네 나라의 음식들을 좋아하고 즐겨 먹는다. 지금 한국의 음식 또한 각종 방송과 영상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외국인들 중에서도 한국의 음식 맛에 반한 이들도 다수 있을 정도다. 설렁탕, 갈비탕, 삼겹살, 치킨, 소고기 구이, 각종 생선구이, 불고기, 비빔밥, 된장찌개, 김치찌개, 아구찜, 갈비찜 같은 찜 종류, 해산물 요리, 빈대떡, 파전 등 각종 전 종류 등등 요즘은 우리 고유 음식에 더하여 서양의 퓨전 각종 요리들이 대거 우리 식탁 내지 음식 문화와 융화되어 새로운 음식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자장면, 돈가스, 카레 등의 음식은 국민 누구나가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과연 이 음식들이 언제 어느 나라로부터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이렇게 국민 음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한국인의 맛>을 통해 밖에서 들어와 자연스레 우리 음식으로 자리 잡은 한국인의 맛을 음미하고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