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놀랍다. 압도적이다. 제목의 포스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책은 도시의 탄생을 알려주는 아주 위대한 대서사시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책 표지부터 대단히 매력적인 도시들이 시선을 압도하는 듯 하다. 사람들에게 인간이 만든 발명품 중 가장 위대한 것이 뭐냐고 물어보면, 피라미드, 앙코르와트, 콜로세움, 바퀴, 숫자, 자동차, 비행기, 배 등등 아마도 다양한 답을 내 놓겠지만, 나는 단연 도시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도시 위에 존재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 도시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도시는 어느 누구 한 사람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살면서 점차 발전하고 진화하면서 오늘 날의 모습으로 변화하였다. 흔히 인류의 역사를 도시의 역사라 하는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가 생각된다.

 

로마는 역사로 가득 채워진 도시였다. 로마 중심부를 따라 걸으면 로마의 업적이 보인다.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던 시기에도 로마는 도시 경관의 화려함이라는 측면에서 당대의 큰 도시들보다 뒤처져 있었다. 안티오키아, 알렉산드리아, 카르타고, 코린토스 등은 분명히 로마보다 인상적인 도시였다.(168면)

 

유럽의 도시화는 유럽보다 더 선진적인 지역들에서의 도시화와 무척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부도덕하고 인정사정없는 세계에서 유럽 도시들은 전쟁 기술을 이용하고 완벽하게 익혀야 했다.…전쟁으로 갈가리 찢어진 유럽에서 시민의 자유와 도시의 부와 군사력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 아무리 부유해도, 무력이 약한 도시는 경쟁 도시들의 먹잇감이 될 수 밖에 없었다.(~272면)

 

세계에는 수많은 메트로폴리스, 즉 저마다 개성과 분위기가 다른 도시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세계 다양한 나라의 여행을 통해 저마다 다른 문명과 문화를 가진 여러 나라의 도시들을 접하면서 자연스레 우리나라의 도시들과 비교를 하게 된다. 일본과 중국의 도시 모습이 비슷한 듯 다르고, 일본과 우리나라의 도시 모습이 다른 듯 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 희안하게 비슷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인데, 이는 나라와 나라간의 교류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일본의 후쿠시마와 우리나라 부산의 도시 이미지가 비슷하다고 하는데, 이는 서로 다른 나라지만 지리적으로 가깝고 두 도시 사람들 간의 왕래가 잦다 보면 자연스레 보고 그들의 도시 문화와 건축 양식을 보고 배우는 과정에서 닮게 된 것이다. 이는 인접한 유럽 국가들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세계 각 나라별 도시에서 새로운 문명들이 창조되고, 발전하며, 또 서로 다른 나라와 도시들로 전파되고, 도시들 간의 교류를 통해 또 다른 새로운 도시 문화와 문명이 끊임없이 만들어 지고 있다. 아테네, 로마, 암스테르담, 바그다드, 런던, 파리, 뉴욕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도시들로 이들 도시들은 인류 역사에서 6,000년이란 긴 세월 문명을 꽃피운 도시들이다.

전 세계의 건축환경 중 65%가 2000년에서 2030년 사이에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 30년 동안 건설될 도시지역들의 면적을 모두 합치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면적과 비슷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지구적 격변기를 겪고 있다. 도시가 야생 서식지와 미답의 생태계를 침범함에 따라 감염병이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거대도시와 거대도시권역은 세계에서 가장 비옥한 경작지들을 대규모로 잠식하고 있기도 하다.(~600면)

 

<메트로폴리스> 26개 도시로 떠나는 세계사 대항해을 통해 도시의 역사로 인류문명사의 다양한 변화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메트로폴리스>는 최근에 만난 책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매혹적인 책이다.

우리나라 도시 지도책

 

지도를 보고 읽어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참 신기하고 재밌다. 지도가 없다면,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지도를 통해서 보면 각 지역이 어디에 위치해 있고, 도시와 도시 간의 경계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다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십 수년 전 우연히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보고 나서였던 것 같다. 조선시대 도대체 어떻게 지금의 모습과 흡사한 형태의 이런 지도를 제작할 수 있었는지 눈으로 보면서도 참으로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놀랍고도 신기했다. 이후 지도의 대한 관심과 호기심은 꾸준히 증가하여 고등학교 때 보던 부도를 헌책방에서 다시 구해 보기도 했으며, 서서히 세계 지도에까지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글로만 보기 보다는 지도와 글을 함께 보니, 그 내용을 이해하는데도 훨씬 도움이 되었다. 특히 지도를 보면서 지역과 지역의 경계와 또 국경을 경계로 나라와 나라가 서로 이어져 있고 세계가 한 눈에 다 들어오는 지도 안의 세상은 세계사에 대한 관심까지도 배가 시켜 주었던 것 같다.

 

제주도, 순천, 부산, 통영, 울산, 광주, 경주, 전주, 대구, 공주, 부여, 대전, 세종, 수원, 여주, 강릉, 인천, 서울, 울릉도, 독도는 한 번씩은 다 가본 곳들이지만, 개성과 평양이 있는 북한과 여수, 춘천, 강화, 무주, 목포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우리나라에 살면서 우리나라의 모든 도시를 다 가본 사람들도 있겠지만 분명 나처럼 다 가보지 못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도시 지도책의 내용과 구성이 매우 마음에 든다. 아이들과 함께 우리나라 도시를 여행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지도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볼거리와 정보들이 잘 구비되어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굉장히 흥미롭게 우리나라 방방곡곡의 도시와 문화재, 명소 들을 한 눈에 속속들이 다 들여다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경기도, 함경도, 전라도, 충청도 등 우리나라는 물론 북한 지역 까지도 지도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데, 평양과 개성을 보면서 문득 남북 분단만 아니었어도 우리나라도 백두에서 한라까지 정말 가볼 곳들이 많고, 과거 헤이그특사들이 서울 경성 역에서 기차를 타고 프랑스 파리를 거쳐 네덜란드까지 갔듯이 비행기가 아닌 육로 기차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갈 수도 있을 터인데,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으니 한편으로 아쉬운 마음이 든다. 요즘 어디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지도 책을 통해 먼저 우리나라의 주요 도시와 명소들을 학습을 한 다음 실제로 여행을 가서 책에서 보았던 장소와 문화재들을 보게 되면 감동과 재미가 배가 될 것 같다.

 

2061년

 

때는 바야흐로 2061년 뉴욕주 브라이슨 연방 교도소에 8년채 수감 중인 채소영감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재익은 부채꼴 모양의 좁다란 칸에 갇혀 지내면서 고랑을 파서 채마밭을 일구며 수감생활을 하고 있었다. 빵돌이들은 그런 재익을 베지 크락, 채소영감이라 불렀다. 채소영감은 운동장 담벼락을 따라 이어지는 손바닥 한 뼘 넓이의 좁은 텃밭을 한양이라고 부르고 한양에서 이어지는 보이지 않는 물길을 한강이라고 불렀다. 운동장 중간에 가로세로 두 걸음 정도의 넓이로 일군 텃밭은 제물포였다. 그러던 어느 날, 2061년 4월 연방 수사국 사람들이 찾아와 채소영감을 에어 리무진에 태우고 워싱턴D.C로 데려간다. 재익은 교도소 우악스런 전과자들과는 달리 전직 대학교수로 죄명도 생소한 크로노토프(시공간) 보호법 위반으로 12년형을 받았던 것이다.

재익을 데려간 이는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 보좌관이었다.

“이미 들었겠지만 1896년 조선으로 들어갈 탐사자를 찾고 있어요. 당신은 형기가 4년 남았죠. 이 일을 해주면 사건 재심을 거쳐 대통령 사면을 받아 주겠습니다.”

 

이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인가?

2061년에 살고 있는 사람이 시간을 거슬러 1896년 조선으로 간다. 이 소설은 마치 타임머신처럼 현재와 과거의 시공간을 오가며 벌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설은 가독성이 매우 좋고 사건 전개도 지루할 틈이 없이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선비라는 것들은 최악의 동료였다. 생활은 청빈하고 만권의 책을 읽었으며 예의염치를 잘 따졌다. 동시에 무능하고 우유부단하고 소극적이었다. 항상 다른 누군가의 전진이다. 후퇴다. 결정을 내려주길 기다렸다. 그러다가 일이 잘못되면 그 누군가가 혼자 칼을 물고 칵 엎어져, 모두를 살리며 죽어 주길 바라는 것이다.(101면)

 

중간 중간 사이다 같은 글들도 만날 수 있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근엄하고 가식적인 선비를 면모를 적나라하게 그 민낯을 밝혀버린다. 이인화 작가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작가이다. 아주 오래 전 이 작가님이 쓴 원작 <영원한 제국>이 대단히 큰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때 나는 학창시절이었는데,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다시 안성기, 조재현 등의 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영화로도 제작되었었는데, 당시에 나는 영화로 이 작품을 보았고 몇몇 장면은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 작품은 개혁 군주 정조의 암살을 다룬 내용이었는데, 이 작품이후 정조에 대한 관심과 학계에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는 후문이 돌았다. <2061년>은 한글과 둘러싼 미래 역사 소설로, 한글은 가장 발달된 문자로, 모든 언어가 꿈꾸는 알파벳이었다는 설정으로 한글의 또 다른 이름인 이도문자를 둘러싸고 과거와 미래의 시공간을 초월해서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내용이 무척이나 흥미롭고 가독성 또한 매우 좋다. 춘삼월 독서에 계절 야외에 읽기 좋은 소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