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1911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피노키오, 아마도 피노키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아주 어렸을 적 텔레비전 만화를 통해 피노키오를 본 기억이 있고, 아이들 동화 책으로 피노키오를 읽어 준 기억이 있다.

 

추운 겨울, 제페토 할아버지가 자신의 옷까지 팔아가며 피노키오를 학교에 보내주지만 서커스단의 꼬임에 빠져 온갖 시련을 겪게 되고 또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커다란 고래 뱃속까지 들어가게 되지만 제페토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구출되고 결국은 나무 인형에서 진짜 사람이 된다는 교훈적 내용으로 거짓말을 하면 코가 점점 길어진다는 설정 또한 재밌었고, 어렸을 때에는 진짜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줄 착각하기도 했었다.

나는 피노키오가 막연하게 아이들 동화인줄로만 알았는데, 이런 원작 소설이 있을 줄을 꿈에도 몰랐다. 더군다나 이 작품이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시대에 해당되는 1883년, 이탈리아 작가 콜로디에 의해 발표되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1883년이면 우리나라는 세도정치와 열강들의 침탈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을 무렵이었다. 서양에서는 어른과 아이들을 위한 이런 멋진 모험 이야기가 발표되고 있었는데,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조선은 여전히 미개한 나라였다.

원제는 피노키오의 모험으로 36장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는 작품이었다.

 

3장 집으로 돌아온 제페토 할아버지는 바로 꼭두각시 인형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첫 말썽쟁이 꼭두각시 인형입니다.

 

녀석의 이름을 피노키오라고 불러야겠군. 이 이름은 행운을 가져다 줄거야.…손을 다 만들자마자 제페토 할아버지는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에서 가발을 벗겨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위로 고개를 들었을 때, 무엇을 보았을까요? 할아버지의 노란색 가발이 꼭두각시 인형의 손에 들려 있는 광경이 보였습니다.

“이 녀석, 피노키오! 당장 내 가발 내놔!”(~20면)

 

착한 친구 참치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나서 피노키오는 캄캄한 어둠 속을 손으로 더듬으로 움직였고 상어의 몸 안쪽으로 조심조심 멀리서 깜빡거리는 희미한 작은 불빛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갔습니다. 상어 배 속에서 제페토 할아버지를 다시 만난 피노키오는 탈출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과연 피노키오와 제페토 할아버지는 상어의 뱃 속에서 무사히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피노키오는 나무인형이 아닌 진정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232면) 이미 결말은 나와 있지만 그 모험의 여정의 궁금하다면 더스토리에서 나온 원작 피노키오를 통해 확인해 보기 바란다.

이 책의 매력은 1911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도 무척이나 매력적이고 인상적이지만, 책 속에 수록되어 있는 다양한 삽화들이다. 펜으로 그린 듯 한 삽화들이 너무 좋다. 그리고 그림 속에 그 장의 내용이 어느 정도 담겨져 있어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피노키오와 제페토 할아버지를 정말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이다. 사람처럼 생각을 하는 목각 인형 피노키오는 어렸을 적 텔레비전 만화로 보았던 기억이 또렷하다. 몇몇 장면은 머리 속에 깊이 각인이 되어 있기도 하다. 사실 피노키오는 아이들이 보는 단순 동화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작품이 원작 소설이 있고 더군다나, 140년 전에 탄생되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오리지널 피노키오 이야기를 통해 이 작품의 온전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가 메시지를 되새겨 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역사에서 길을 찾다.

 

매화꽃인가?

책 표지의 꽃을 보고 있자니, 문득 노랫말 가사가 생각난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책 표지에서 봄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붓으로 쓴 듯한 제목의 글씨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역사와 전통유산, 문화유산이란 말은 늘 함께 붙어 다닌다. 역사 속에 문화유산이 들어 있고, 문화유산이 곧 역사다. 목차를 보니, 익숙한 서목이 눈에 들어온다.

 

고종의 서재, 경복궁 집옥재. 이곳은 현재 궁궐 속의 작은 도서관으로 운영 중이다. 몇 년 전 경복궁에 갔을 때 나는 이곳 집옥재에 들러 책을 둘러 본 기억이 있다. 집옥재는 왕실의 서재로 옥같이 귀한 보배를 모은다는 뜻이다. 고종황제는 그 이름에 걸맞게 이곳에 약 4만 권이 넘는 서책을 모아 보관했다고 한다.(~99면)

하피첩에 흐르는 다산의 향기

하피첩은 다산 정약용이 1801년 강진으로 유배 간 지 10년 되던 해 그 부인 홍씨가 시집올 때 입었던 다홍치마 다섯 폭을 남편 다산에게 전한 것으로 오랜 세월 빛이 바래 노을빛 같다고 해서 노을 하(霞)자로 표현한 것이다. 그 치마를 잘라 마름질해 4첩으로 만들어 두 아들 학연과 학유에게 전하고 싶은 아버지로서의 당부를 적은 것이다. 원래 이 하피첩은 다산의 후손이 소유하고 있었으나 6.25전쟁 때 분실됐다가 2004년 수원의 폐지 줍는 할머니의 손수레에 실려 있던 것이 방송에 보도된 후 여러 절차를 걸쳐 2015년 경매에서 국립민속박물관이 구입해 보관 중이다.(~113면)

 

글이 주제에 맞게 핵심적인 내용과 키워드로 되어 있고 군더더기 없이 무척이나 깔끔하다. 이렇게 간결하게 글을 쓸려면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글 솜씨가 동시에 갖추어져야 한다. 한 마디로 내공이 굉장히 출중해야 이런 글을 쓸 수가 있다. 대체로 글을 못 쓰는 작가들은 중언부언 하면서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말을 물고 늘어지게 할 뿐만 아니라 글 또한 만연체로 계속 늘리며 무리하게 힘을 주려고만 한다. 하지만, 글을 잘 쓰는 작가는 반대로 글자 수를 줄이려고 하고 글에도 힘을 빼려고 한다. 이런 글은 오히려 힘이 느껴지고 내용이 분명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쉽게 글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고, 가독성마저 좋을 수 밖에 없다. 고수가 쓴 글과 하수가 쓴 글은 분명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고난의 시절 다산은 강진에서 18년 동안 사회현실을 직시하고 개혁론을 집대성했다. 추사는 제주도에서 9년의 유배생활 동안 자아를 발견하고 심오한 예술의 세계로 승화시켰다.(108면)

 

다산과 추사의 유배를 이렇게 간명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정리, 정의한 것을 나는 이제껏 본 적이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역사와 관련한 지식이 굉장히 방대하고 글을 엮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 약력을 살펴봤더니, 우리나라 명문대학의 역사과 교수였고, 이화여대 총장까지 역임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대단한 분이였다. 책을 읽으면서 사학과 수업의 중요한 핵심 내용을 이 한 책으로 다 만나는 느낌이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그러하니, 역사에서 묻고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말에 깊이 공감이 간다. 이 책은 삼국, 고려,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이슈가 될 만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역사와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를 아주 잘 정리하였다. 부제로 주제로 보는 간명 한국사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역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1780년, 열하로 간 정조의 사신들

 

조선시대 연암 박지원 선생은 짧은 기간 중국을 여행하면서 <열하일기>란 위대한 여행기를 남겼는데, 국내 뿐 아니라 중국을 연구하는 외국 학자들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책이라고 하니, 왠지 뿌듯하다. 고전연구가 고미숙 선생은 열하일기를 두고 세계 최고의 여행기라고 하였다. 이 열하일기의 탄생은 건륭의 칠순 잔치에서 비롯된다. 정조가 건륭의 칠순을 축하하러 북경에 특사를 보내게 되고, 연암은 그 축하 사절단에 합류하게 되면서 사행을 오가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게 되었던 것이다.

 

조선 시대 사람들이 중국을 여행하고 남긴 기록들을 보통 연행록(燕行錄)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연(燕)은 베이징, 즉 북경의 별칭이다.……<열하일기>는 또한 국내외를 막론하고 학자들에게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한국학 분야의 학자들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중국을 연구하는 외국 학자들도 『열하일기』에 주목한다. 중국사 연구자들에게 ‘1780년의 열하’는 당시 청의 황제였던 건륭제(乾隆帝)가 자신의 ‘칠순 잔치’를 벌인 때와 장소로 유명한데, 『열하일기』에는 황제의 칠순 잔치와 관련하여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소중한 기록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12면)

 

1780년, 열하로 간 정조의 사신들 제목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이 시대의 역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제목이다. 사실 <열하일기>는 대단히 유명한 책이다. 그래서 제목을 접해봤거나 전체에서 일부를 발췌해 축약한 축약본을 읽어본 이들은 많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한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한번이라도 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연암의 <열하일기>는 굉장히 어려운 책에 속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전에 다른 작가의 책을 읽다가 다 읽지 못하고 덮은 적이 있다. 하여 <열하일기>는 어느 한 역자의 책을 읽기 보다는 번역서와 해설서를 함께 보면 내용을 이해하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아마도 그런 호기심과 질문에서 출발한 것 같다. <열하일기>는 다양한 역자의 번역본이 존재한다. 그 사실 하나 만으로도 이 책은 그만큼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대변해 준다.

 

정조가 대청 외교에 전에 없던 정성을 기울인 이유는 무엇일까?(270면)

1780년은 지금까지 한국사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해로 여겨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1780년에 주목을 한 것일까? 도대체 무슨 중요한 일이 있었던 것일까? 1780년을 분수령으로 조선과 청의 관계가 크게 달라졌다. 핵심, 키워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선의 대청외교와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속 다른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소상하게 알 수 있다. 문득 책을 보면서 나 또한 서울에서 북경으로 다시 북경에서 열하로 답사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우리가 숨 쉬는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멋진 순간들로 평가된다.

 

마야 안젤루의 이 말이 퍽 가슴에 와 닿는다. 열하일기의 어느 장을 읽으면서 나는 이 말의 진면목을 어느 정도 실감할 수 있었다.

이것 무서워 못하고 저거 무서워 못하면, 세상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시간 핑계대고, 경비 핑계대면, 아무것도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작심 했으면 일단 떠나고 보는 것이다. 숨 막힐 정도로 멋진 순간을 잔뜩 기대하면서 말이다.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고 나면 중국을 꼭 가보고 싶다. 그리고 이제부턴 어디든 여행을 떠나게 되면, 그저 막연히 다녀올 것이 아니라, 다음을 기약하며, 나만의 ‘여행일기’ 같은 걸 만들어 보는 것도 대단히 의미 있고 유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780년 지금으로부터 대략 240년 전 우리 선조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중국으로 갔고, 정조의 사신들은 무엇 때문에 북경에서도 한참을 더 가야하는 그 먼 곳 열하까지 갔던 것일까? <1780년, 열하로 간 정조의 사신들>를 통해 대청외교와 연관이 있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