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에 속지 마라.

가격은 집단적인 착각이며 위험한 조작 장치다.

당신이 속고 있는 가격의 비밀.

 

이 책은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제목이 눈에 들어와 알게되었다.

책소개 내용을 읽어보어 궁금증이 일었다.

<가격은 없다. 하지만, 분명 가격은 있지 않은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는 "물건의 가격 책정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가?"하는 단순한 호기심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가격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늘 접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격 속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거의 매일 매일 물건의 가격표를 들여다보고 비교해 가면서 물건들을 구매한다. 

도심의 거리에는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온갖 상점들의 다양한 가격이 제시되어 소비자들의 눈과 정신을 어지럽히고 현혹시킨다.

어떤 물건은 막상 사고나서보면, 지금 당장 사용할 것도 아닌데 왜 샀을까? 하기도 한다.

가격에 속아서 충동구매를 한 것이다.

가격, 가격,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들에는 이 가격이라는 것이 매겨져 있다. 

그렇다면,  ‘가격의 정체, 아니 실체란 과연 무엇일까?’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테마부터 짜릿했다.  "더 많이 요구하라, 그러면 더 많이 얻을 것이니," 이야기인즉슨

81세의 리베크 할머니는 자신의 실수로 맥도날드 커피를 쏟아 사타구니, 엉덩이, 허벅지 등의 부위에 화상을 입고는 피부이식수술을 받았다. 그녀는 맥도날드에 소송을 걸었다. 그녀는 승소해서 290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보상을 받았다. 처음 그녀는 맥도날드에 2만달러를 청구했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이 요구를 거절했고, 대신 800달러를 준다고 했다. 그녀의 변호를 맡았던 모건은 맥도날드의 재력에 맞춰서 배상액을 결정하도록 배심원들을 유도하여 결국은 2만달러도 아닌, 20만 달러도 아닌, 자그마치 290만달러라는 어머어마한 보상금을 받도록 해 준 것이다.

보상금은 ‘종잡을 수 없는 가격’이다. 혹자는 리베크 할머니가 이보다 더 만큼 보상금을 받았을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어떻게? 궁금한가?

내가 들려 줄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2부와 3부는 개인적으로 사족(蛇足)같은 이야기가 많았다고 생각된다. 보다 심플하게 정리되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으로,  심리학에서 정신물리학이 분리되어 나오는 과정과 이 분야의 다양한 학자들의 이론에 대해서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저자 자신이나 이 분야의 학문을 전공으로 하는 독자, 혹은 관심이 매우 많은 독자에게는 중요한 내용일지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은 나처럼 평범한 독자라면, 그냥 과감하게 쓱 한 번정도 훝어보고 지나쳐도 무방할 듯 하다. 이 부분은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사례에 적용되는 개념과 용어 소개 및 풀이 등의 이론부분 정도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4부가 본격적인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가격 설정 혹은 책정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을 열거하였는데... 호기심을 자극하는 잼난 이야기들이 많다. 읽다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유기농'이라든지 '녹색'이라는 수식어는 슈퍼마켓을 고급화시키거나 대중화시키는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 이런 수식어가 붙으면 단어가 가지는 실제 의미와는 무관하게 가격이 높아져도 속임수처럼 보이지 않는다.(214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중간 수준에 있는 상품을 선호한다.

그러므로 700달러짜리 지갑을 팔고 싶다면 바로 옆에 1,100달러짜리 지갑을 전시해두면 되는 것이다.

 

중간가격의 상품을 선택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안전한 '절충적인' 선택이라고 표현했다.

가장 싼 맥주는 싼 만큼 끔찍하게 맛이 없을 수도 있고, 가장 비싼 맥주의 가격은 바가지 쓰는 것 같기도 하지만, 중간 가격의 맥주는 괜찮을 것이라는(217면)

 

재밌는 이야기 한 토막을 소개하면, 명품 매장에 가보면 소비자의 정신을 쏙 빼놀만큼의 비싼 상품이 전시되어 있다. 물론 사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팔겠지만, 이 물건은 부자라도 쉽게 살 수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 가격이 매겨진 상품이다.

이 물건은 소위 보여주기 위한 전시용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하는 장치이다.

즉, 명품매장의 이윤(利潤)이 많이 남는 중 저가의 상품을 팔기위한 마케팅전략인 셈이다.

중산층 일반인들의 명품 로고가 새겨진 물건하나쯤 가지고 싶어 하는 심리를 역이용한 상술인셈이다.

비싼물건에 대한 대리만족의 기분이 들게 끔 해주면서 지갑을 열게하는 속임수.

그 외

패스트푸드 가게의 세트 메뉴, 이 속에는 어떤 속임수가 들어있을까?

마법의 수 9의 비밀과 미스터리?

리베이트는 공짜인가?

 

궁금하신가요? 여기까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가격은 없다>  이 속에 자세하게 다 나와 있습니다.*^^

정민 선생님의 글을 소리 내어 읽으면 글 읽는 맛이 참 좋다.

거짓말처럼 정말 단어들이 책 밖으로 튀어 나와서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죽비소리>의 좋은 글귀는 지금도 발취하여 수업시간에 종종 학생들에게 들려준다.

정민 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책읽는 소리>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딱 든 느낌은 ‘어려운 고전의 글도 이렇게 알게 쉽게 읽을 수 있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가슴 벅찬 감동이었다. 이 책 이후 정민 선생님의 글에 깊은 매력과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연암 박지원의 이야기를 풀어쓴 <비슷한 것은 가짜다>는 충격이었다.

원문의 감칠맛 나는 맛깔스러운 번역과, 어려운 연암 글에 대한 쉬운 풀이는 삼척동자 아니, 비전공자라고 하더라도 연암에 대해서 조금의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가 다 ‘아~ 그거였구나!!’ 하면서 저절로 고개를 끄떡거리면서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정민 선생님이 연암이 아닌 다산과 소통을 하고 계셨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의 출간이 아마도 그 시발(始發)이었던 것 같다.

연암 연구에 몰두하다가, 2005년 안식년을 떠나면서 다산과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다산과 만남 직후 다산의 학문과 그 사상, 열정, 매력에 아마도 단단히 빠져버리신 듯 했다.

“연암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다가가면 갈수록 높고 큰데 비해

다산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다가가면 갈수록 넓고 깊다.”고 하셨다.

연암이 태산이었다면, 다산은 바다였던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다산은 정조의 브레인이면서 최측근이었다.

그런데 1800년 6월 정조가 갑자기 승하해 버린다.

다산은 자신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기둥이었던 호학(好學)의 개혁 군주인 정조(正祖)의 사후(死後) 가까스로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기나긴 귀향길에 오르게 된다.

무려 18년이란 세월동안 전라남도 강진이라는 궁벽한 곳에서 삶을 이어나갔다.

다산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곳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엄청난 공부를 하게 되고, 지적 결과물을 창출해 낸다.

다양한 제자그룹도 만들었고, 다양한 인물들과 멋진 교류도 가졌다.

정민 선생님은 이를 두고 “개인에게는 불행이었지만, 조선의 학문을 위해서는 축복의 시간이었다”고 하였다.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실로 어마어마한 “18세기 조선의 모든 것이 총 망라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불후의 저작이었다.

다산의 18년, 아니 평생의 내공이 이 책 속에 오롯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간혹 잘 이어지던 이야기가 갑자기 툭 끊어지고, 또, 어떤 글은 전후만 있고, 중간이 없거나, 또 어떤 것은 부분부분이 잘려져 나간 것도 있었다.

정민 선생님께서는 의문을 가졌다. 분명 어딘가에 문집(文集)에서 결락(缺落)된 내용의 자료들이 존재할 것이라 믿었다.

정민 선생님은 다산의 끊어지고, 잘라져 나간 이야기들의 파편과 흔적들을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다산 관련 자료와 친필이 있다는 말만 들으면, 조선팔도 어디든 찾아갔다.

그렇게 5년이란 세월동안 오직 다산만을 쫓아다녔다.

그 결과물로 탄생된 책이 바로 <다산의 재발견>이란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다산의 자취를 찾아 헤맨 여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다산 관련 자료를 만나게 된 과정과 자료를 손에 넣는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우여곡절 등 사연들이 서설부분에 구구절절하게 기술되어 있다.

한 학자의 다산에 대한 그리움과 학문적 열정 등을 이 장을 통해서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새로운 자료의 출현 소식만 들리면 전국 어디든 직접 찾아가서 어렵사리 자료들을 손에 넣었다.

대부분의 자료가 보물(寶物)이다 보니, 소장가가 선뜻 보여주며, 공개하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포기하지 않고,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마음으로 소장자에게 끝끝내 정성을 다해 소장가 스스로 자료를 내놓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었다.

선생님의 갖은 노력과 끈질긴 열정, 집념으로 얻어낸 자료를 우리는 이 한 권의 책!!

<다산의 재발견>을 통하여 참 쉽고 편하고 들여다보는 셈이다.

정민선생님의 자료에 대한 열의는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존재여부가 불투명 한 자료에 대해서도 단서만 있다면, 우선은 일단 추적했다.

소장기관의 담당자들조차도 미처 몰랐던 자료들을 단 하나의 단서(분명이 있다는 믿음.)만 가지고 끝까지 추적해서 기어이 자료를 손에 넣고야 말았다.

<다산송철선증언첩>이 바로 그 자료다. 이 자료를 찾고 쫓는 과정은 요즘 흥행하는 뮤지컬 탐정 셜록홈즈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도 들게 만들었다.

그만큼 흥미진진한 스릴이 있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구한 자료들은 대부분이 초서로 쓰인 글들이었다.

먼저 탈초하여 초서의 한자들을 정자(正字)로 옮긴다면, 정리하고 해석해서 분석을 하고 논문으로 작정하였다. 그리고 매 논문 뒤에 번역한 원문과 해석을 실어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 나아가 어렵게 구한 원본자료들까지도 과감하게 흑백이 아닌 컬러사진으로 실어서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과 시각적 호기심을 만족시켜 주었다.

독자에 대한 애정과 배려, 정성이 없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다산 관련 새 자료를 발굴하고 모아서 쓴 논문 22편이 모여 이 책을 탄생시켰다. 즉 지난 5년이란 시간동안, 학회지에 발표한 다산관련 논문들을 추려내어 한데 모아서 엮은 것이다.

<다산의 재발견>은 조선후기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정치 등 문화 전반에 걸친 ‘인간 다산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다.

(이 서평은 Humanist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