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칼리버. 그 어느 검도 그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었다. 멀린은 그 검이 초속계의 대장간에서 고바논이 직접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흐리데리흐의 검이자 브리튼의 보물. 아서의 검이며 드루이드의선물인 엑스칼리버가 어둑한 하늘을 배경으로 뱅글뱅글 돌며 밝고 파란 별빛을 튕겨냈다.…… (613면)
기사들의 무용담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무기이다.
하여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 무인, 군인, 장수, 기사, 전사라 불리우던 이들은 모두가 다 각자 자기 취향에 맞는 무기들을 가지고 있었다.
무기는 그 종류만도 실로 각양각색 다양하다.
활, 쇠뇌, 도검, 창, 삼지창, 철퇴, 도끼, 방패, 갑옷, 투구 등등
수많은 영웅호걸 장수들이 등장하는 <삼국지>에 보면, 장수들 마다 자신만의 독특한 병기들을 사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른바 삼국지 최고의 무장으로, 비록 배신을 밥 먹듯 하는 배은망덕(背恩忘德)한 인물로 묘사되기는 하지만, 1대1의 싸움에서는 맞수가 없었던, 천하무적(天下無敵) 여포는 '방천화극'이라는 창을, 유비의 의제(義弟)이면서 장판교에서 호통 한 번으로 조조의 백만대군을 물리친 장비는 '장팔사모'라는 창을, 도원결의 주인공 관우는 창처럼 긴 청룡언월도을 사용하였다.
'창'만 가지고 보더라도, 다 같은 창 같지만, 같지가 않았던 것이다.
무사, 기사들에게는 자신의 몸에 꼭 맞는 무기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아서왕에게도 인구(人口)에 회자되는 전설의 무기가 있었으니,
바로 아서왕연대기 제3부 책의 제목이기도 한 <엑스칼리버>가 바로 그것이다.
아서왕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명검 엑스칼리버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검명(劍名)'이다.
엑스칼리버는 그만큼 아서왕의 분신과도 같은 자신을 지키는 상징적인 검, 그 이상의 어떤 무엇이었던 것이다.
흔히들 아서왕과 엑스칼리버의 인연을 두고, 이렇게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옛날 아주 먼 옛적, 고대 영국에 아서라는 소년이 있었는데, 그는 마법사 멀린의 도움을 받아, 누구도 뽑지 못했던 바위 속 깊숙이 박혀 있는 엑스칼리버라는 전설의 검을 뽑음으로서 왕이 되었고, 그 검으로 불의한 자들을 응징하며, 카멜롯이란 나라를 다스렸다."
하지만, 콘웰의 역사소설에 나오는 엑스칼리버는 단순히 아서의 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정작 아서 자신부터가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 검은 멀린이 아서에게 준 칼이었다. 아서왕의 전설과 신화에 열광하는 팬들을 위해, 엑스칼리버가 신비의 명검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버린 것이다.
어찌되었건 간에, 아서에게 있어 엑스칼리버는 분명 소중한 검이었던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서왕 연대기 3부작 중 제3부의 제목은 <엑스칼리버>다.
엑스칼리버가 전설의 명검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아서 자신이 평생, 이 검을 가지고서 숱한 전쟁터에서 엑스칼리버로 적들을 제압했으니 말이다
이제 이야기는 대서사시의 마지막 여정을 향해 질주한다.
정오의 태양을 가리운 건 바로 귀니비어였다.(14면)
엑스칼리버와 브리튼을 두고 펼쳐지는 아서 최후의 전쟁.
아서의 운명은, 브리튼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엑스칼리버는.....
대서사시의 종착역. 신화가 된 아서의 마지막 이야기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