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을 ‘빌어먹을’이라고 쓰지 못하고 “걸식(乞食=빌 걸, 먹을 식)”이라고 표기 해야만 했던 과거 우리의 선조들... 

‘젠장’이라는 말이 있어도 문자가 없어서 ‘젠장’이라고 쓸 수가 없었던 우리의 조상들...

‘지랄’을 ‘지랄’이라고 쓰지 못하고, ‘우라질’ 또한 ‘우라질’이라고 쓰지 못하고 ‘于羅疾’로만 표기해야했던 세종.

"우라질" 그래서 만들었다.

 훈민정음(訓民正音) 한글...

 

입에서는 나오는 모든 소리를 문자로.. 글로.. 표기하기 위해서...

입에서는 나오는 모든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위대한 문자.

거슬러 올라가 보면, 과거 우리나라에도 문자가 없었다.

하여 부득이하게 중국의 한자를 수입하여 우리식으로 사용하였다.

 

하지만, 일반 백성들이 한자, 한문을 공부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세종대왕은 “빌어먹을~~” 하면서 고민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500년 전 세종은 문자가 없는 나라의 서러움을 떨쳐내고자 우리의 독창적인 문자를 만들었다.

백성들이 자신이 말하는 것을 글로 적고, 생각을 문자로 표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백성들에게도 글자를 쉽게 익히고 알 수 있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

오! 그렇게 탄생한 우리의 한글...

 

"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요?"

"한국이 좋고, 한국말이 무조건 좋아요."(216면)

 

데뷔, 유윤, 피트리, 이이쓰, 아룸, 라일라뚤

로스미니, 알까기닝, 막물함자...

학생은 푸르다.

이들은 한글을 배우게 된 것을 매우 기뻐했다.(22면)

 

그 한글이 이젠...

우리나라를 떠나서 바다 건너 먼 나라 인도네시아로 갔다. 

 

과거 우리처럼 언어, 즉 말, 소리는 있지만, 문자가 없어 자신의 문화와 역사를 기록하지 못했던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마을 부족인 찌아찌아족.

찌아찌아 사람들의 찌아찌어어를 살리기 위해,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해 한글이 나선 것이다.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소리 나는 언어를 쉽게 표기할 수 있는 위대한 우리의 한글.

자신들의 문자로 한글을 받아들인 찌아찌아마을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그리고 그곳으로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 갔던 찌아찌아족 최초의 한글 선생님은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그곳에서 과연 무엇을 보고, 듣고, 경험하며 지냈셨을까요?

 

손의 의미가 특별한 나라..

인도네시아에서는 양손이 친하면 큰일 난다.

인도네시아 사람은 왼손과 오른손을 정확히 구별하여 사용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오른손은 "깨끗한 손", 왼손은 "부정한 손'이다.

즉 똥을 딱거나 쓰레기를 만지는 등의 지저분한 것을 다룰 때에는 왼손을

식사할 때, 상대에게 무언가를 줄 때, 악수 할 때에는 반드시 오른손을 사용한다.(26~27면)

 

으으~ 충격적인 사실 하나...

인도네시아의 화장실에는 대부분 휴지가 없기 때문에 똥 눈 후에는 손을 사용해서 뒤를 씻는데, 휴지 대신 놓여 있는 바가지와 물을 이용해서 손을 씻는다. 오른손으로는 바가지에 물을 떠서 뿌리고,

왼손으로는 똥묻은 엉덩이를 쓱싹쓱싹... 하악하악~~

 

그런데... 놀라운 것은 꼭 이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치질이 아주 드물다고 한다.

한 번 시험해 볼까? ㅋㅋㅋ

 

부톤 섬의 특별한 오후 4시...

잘란잘란하는 시간... 가끔 만나는 스콜, 따가운 햇볕, 짭조름한 바닷내음, 물고기나 문어를 잡아 오는 아이들...

4시, 인도네시아의 오후는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잘란'은 '길'이란 뜻이고 '잘란잘란'하면 산책이란 의미로 "걷고 싶어요. 걸을 거예요"란 뜻이 된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오후 4시인가?(43~45면)

 

인도네시아의 한류바람...

사삐이는 '김붐', 어떤 학생은 '비", 또 다른 학생은 '이민호', 여학생은 '금잔디'로...

한국인 교사와 인도네시아 아이들을 한류가 연결해 줄 줄이야!

 

아비딘은 내가 찾아가면 "선생님, 자감만요"하고는 뒤란으로 가 끌라빡을 두 세 개 따온다.

그러고는 정글칼로 구멍을 내서 먹기 좋게 다듬어 준다.

신이 주는 선물로 불리우는... "끌라빡"은 제일 싼 과일로 "코코넛"이다.  

 

신기한 이야기, 재미난 이야기, 감동적인 이야기 등등

볼거리, 읽을거리가 풍성한 책이었다.

저자는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 이국땅 인도네시아로 갔다가 글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행복을 배웠다고 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그 행복이 어떤 것이었는지 어렴풋하게 나마 짐작하며 느낄 수 있었다.

 

가을의 끝자락... 잘란잘란 하다가 쉬는 여가에 보면, 딱 좋을 것 같은 책... 

찌아찌아마을의 한글 학교.

<삼성을 살다> 표지가 예뻐서 나도 모르게 저절로 시선이 갔다.

무슨 내용일까?

처음 얼핏 제목만 보고는 막연하게 삼성 회사 예찬서 류의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때는 바야흐로 IMF가 닥쳐와 대졸 여성의 취업문이 바늘구멍이던 1998년.

빽도 없고, 스펙도 없이 당당히 시험보고 입사한 삼성에서 더도말고 덜도 말고 딱 12년 9개월만 일하다가 나온 삼성맨, 아니 우먼의 에세이였다.

 

그런데 이 에세이는 다른 에세이와는 뭔가 달랐다.

 

158센티, 39kg... 아담한 키에 가냘파 보이는 한 여자.

후~하고 바람이 불면 마치 날아갈 것... 아니, 날려갈 것만 같은 그녀...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 어렵게 들어간 삼성, 평생 직장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그 삼성에서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순풍같은 그녀의 인생에...

어느 날 그녀를 주저앉게 만드는 사건이 회사에서 발생했다.

그녀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걸까?

 

과거에 비해 세상이 비록 많이 좋아졌고, 사회 의식 수준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여성들이 사회생활, 혹은 회상생활을 하는 데는 나름의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여직원들을 가장 힘들 게 하는 건,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남녀차별과 정신적으로 피해를 주는 직장상사의 교묘한 성희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녀가 거대한 회사, 즉 자신이 몸 담았던 삼성과 한 판 붙은 소위 맞짱을 뜬 투쟁기(鬪爭記)라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이 가장 혐오스러워하고 치욕스러워 하는 사건.

바로 직장 상사의 성희롱. 먼나라의 일, 남의 일처럼 여겼었던 사건이 그녀에게 일어났던 것이다.

 

"나는 졸업 후 삼성맨이 되었다. 내게 삼성맨은 남들에게 보여주는 그럴듯한 이미지였다.

누군가 "왓두유두?"라고 물으면 '삼성 다녀요'라고 생뚱맞게 툭 던질 수 있는 자신감..."

 

삼성은 그녀의 자신감이었다.

그런데...

 

뒤따라 오던 팀장이 내 엉덩이를 툭 치더니 귓가에 바짝 다가오며 속삭였다.

"상무님, 잘 모셔."

더운 입김이 훅하니 지나간 귓볼이 수치심으로 벌게졌다.

여섯 글자... 묘하게 울리는 뉘앙스...

 

직장 상사의 성희롱 사건을 회사에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

하지만 '상사의 성희롱을 회사에 고지하는 것이 조직 부적응'이라는 엉뚱한 대꾸가 나왔다.

 

외롭고 고된 긴 싸움이 시작되었다.

전반부가 그녀의 회사 적응기에 해당한다면, 후반부는 그녀의 회사를 상대로 한 투쟁기라고 할 수 있다.

그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이겨나갈 것인가?

'용기를 내야 해~'

 

 

모처럼의 여유로운 주말...

오후에는 그 동안 쌓이고 쌓였던 추곤증(秋困症)을 한 방에 날려버릴 듯한 마음으로 늘어지게... 맛나게 한 숨을 푹 잤다.

피곤이 가셔서인지 머리가 맑아졌다. 갑자기 책이 읽고 싶어졌다.

“뭐 읽지? 무슨 책을 읽을까?” 하는데.. 푸릇푸릇 눈에 들어온 책!!

 

“남의 살은 먹어도 남의 내장은 잘 못 먹겠다. 어쩐지 내장들은 고기라기보다 그저 장기(臟器)로만 느껴진다.(14면)”

“음식은 먹는 것이지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먹는 것보다 하는 게 맞는 음식도 있다.(176면)”

 

함께 밥을 먹은 사람들의 이야기... <더 테이블>

사실 기대감과 묘한 설렘이 있었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다. 가족, 직장동료, 상사, 친구, 친척, 선배, 이웃, 새로운 사람 등등..

그런데, 밥을 먹을 때마다, 누구와 함께 먹느냐에 따라 사뭇 그 느낌과 음식 맛이 다르다.

좋은 사람, 편한 사람과 먹을 때는 맛이 없는 음식도 맛있게 느껴지고,

반대로, 불편한 사람, 친하지 않는 사람과의 식사는 고가의 고급음식,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도무지 무슨 맛인지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

우리가 매일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것처럼, 그녀도 누군가와 밥을 먹는다. 그녀가 이제껏 자신과 함께 밥을 먹었던 사람들과의 추억과 음식에 대해 먼저 입을 열었다.

자신이 함께 밥을 먹었던 사람들과의 이야기. 그녀는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음식을 먹었고, 그들과 어떤 추억을 나누었을까?

 

“물에 만 찬밥과 조물조물 무친 조개젓의 궁합이나 윤기 나는 쌀밥에 화룡점정처럼 찍어 올려 그 홍백의 조화가 침을 삼키게 하는 명란젓.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뜨거운 밥에 척 올려 먹은 어리굴젓과 알싸하고 달콤한 풍미...(76면)”

“그는 이미 삶은 다시마에 아가미젓갈 한 젓가락과 풋고추, 마늘을 싸서 먹고 있었다.(78면)”

글이 너무 맛있었다. 읽으면서 입 안 가득... 군침이 고였다. 모인 침을 꿀꺽 삼켰다.

입맛을 잃었을 때, 식욕이 없을 때 이 책을 읽는다면, 반찬이 없어도 정말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책을 읽는 도중, 갑자기 허기가 느껴졌다. 밥통이 밥을 넣어달라고 아우성이다.

 

“나는 그 식당에 엄마와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 그런데 우리는 가지 못했다. 아니, 가지 않았다.…… 그 해 봄에 엄마는 암에 걸렸고 …… 항암 치료 중이었다.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담백하고 채소 위주의 유기농 식단이 엄마에게 필요하다고 했다. 엄마는 개운한 젓갈과 밥이 생각났겠지만……나는 속으로 항암치료가 끝나면 성내식당에 가서 칼칼하고 짭짤한 반찬을 물리도록 사 주겠다고 결심했다.……(~81면)

아무도 믿어 주지 않겠지만 이영애, 최지우, 김혜수, 이혜영과 함께 밥을 먹으러 간 적도 있다. 하하. 놀랍게도 불법인지 모르고 유턴을 한 이영애의 차가 교통경찰에게 걸렸는데, 그들은 소리 없이 소리를 지르며 교통위반 스티커 대신 모두의 사인을 원했다. 뒷자석 가운데에 앉아 있는 나를 보며 “뒤쪽 가운데는 누구야?”하는 소리가 몇 번이나 들려……(104면)”

 

사실 음식사진, 함께 식사한 사람들과의 추억과 에피소드, 풍경 등이 담겨 있는 사진이 글과 함께 나란히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글이 너무 좋아 머릿속으로 그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는 점이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한다.

이 책 속에는 20개의 맛난, 신선한,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데 전혀 부담가질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기 딱 좋은 글들이고, 책이라 할 수 있다.

 

<더 테이블>은 깊어가는 가을, 낙엽 떨어지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향긋한 커피와 함께 하고 싶은 그런 책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