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경단’... 사람은 결코 밥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한 번이라도 이런 생각을 품었거나 이런 의문이 떠올랐을 때, 펼쳐보아야 할 한 권의 책이 있다고 하며 저자는 입을 떼었습니다. 그 책이 뭘까? 도대체 무슨 책이지? 궁금하시죠?

하지만 저자는 얼른 책 제목을 이야기해 주지 않고 자꾸만 뜸을 들이네요.

이렇게 말입니다.

 

유행에 민감한 한 여학생이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책에 대해 질문을 했답니다. 교수가 그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하자 여학생은 어이없다는 말투로 “나온 지 한 달이나 지난 책인데, 빨리 읽어 보세요”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그러자 노교수는 책 한 권을 꺼내 보이며 반문합니다. “자네, 이 책 읽어본 적이 있나?”

여학생이 절래 절래 고개를 젓자 노교수가 점잖게 한마디 합니다. “저런, 이 베스트셀러 책은 나온 지가 벌써 천 년도 더 넘었다네. 빨리 읽어보게.”

 

아마도 눈치 빠르신 분은 이미 짐작하셨을 겁니다.

네 맞습니다. 바로 그 책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있는 성경입니다.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성경 속에 담긴 진리, 지혜, 지식의 소중함을 익히 잘 알고, 성경이 좋은 책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종교의 벽 때문에, 또는 방대한 분량 때문에, 혹은 구절 풀이의 난해함 때문에 쉽게 또 접근하기 어려운 책이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입니다. 이 점은 불교의 경전인 불경 역시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성경은 문명이 발달하고 언어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텍스트로는 가장 오래되었고, 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혔으며, 또한 지구촌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성경의 매력과 가치는 이미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판단이 되시죠.

저 역시도 성경의 위대함을 알고 일찍부터 늘... 꼭 한 번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작정하고 덤벼보지는 못했습니다. 늘 시작은 했지만, 작심삼일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책을 덮고 만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두 가지 큰 이유 때문이었던 듯합니다. 우선은 방대한 분량에 압도를 당했고, 그 다음은 해석 방법의 어려움 말입니다. 교회를 다니면 이 문제는 어느 정도 쉽사리 해결이 되리라 생각됩니다만, 막상 종교의 벽을 뛰어넘고 다가가기에는 너무도 먼 교회였습니다. 분명한 것은 성경도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분명 깊이 있는 공부를 해야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성경을 시나 소설처럼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가 바로 그 책입니다. 이 책은 성경에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구절들을 아주 명쾌하게 풀어 놓았습니다.

 

“번역자는 반역자”라는 문구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빵이 밀가루 문화권에서 동양의 쌀 문화권으로 오면 어떻게 될까요? 일본은 그냥 빵이라고 직역을 했고, 중국은 식물이라고 의역을 했습니다. 한국은 떡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구절을 놓고도 어쩌면 이리 삼국삼색 일까요? 그냥 표면적으로 다를 뿐만 아니라 이 번역어들을 잘 보면 외래문화를 수용하는 세 나라의 방식과 태도까지 분명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21면)”

 

영혼으로 지어가는 집에서 ‘집 家(가)’에 대한 풀이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집을 가리키는 ‘家(가)’ 자는 지붕을 뜻하는 갓머리 밑에 豕(시)자를 쓰는데, 이것은 돼지를 뜻하는 말입니다. 집이라는 게 돼지우리라는 건가요? 황당하지요? 아니, 지붕 밑에 사람이 들어 있어야 집이지, 왜 돼지가 들어가 있느냔 말이에요.....(113면)

 

이 책을 통해서 다소 다가가기 어려웠던 성경에 한 발 더 쉽게 다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경을 제대로 읽는 법, 성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접근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글을 분석하는 능력과 박학다식함 그리고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심후한 내공에 ‘와우’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흘러나왔습니다. 이 책을 옆에 두니, 성경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완화되었습니다. 성경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을 어떻게 읽어야 하고, 어떻게 해석하고 하며,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이젠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표지만 봐도 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이 한 책은 곁에 두고두고 볼 참 좋은 책이었습니다. “지성에서 영성으로”와 함께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여자가 우리 엄마야!!

영국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청소년 소설이 한 권 출간되었다.

“그 여자가 우리 엄마야” 책제목 만큼이나 다소 엉뚱한 표지가 시선을 끌었다.

책의 내용은 대충 이런 것이다.

어느 날 엄마가 땅속으로 사라졌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조던의 엄마가 땅속에서 오래 버티기 기네스북에 도전을 한 것이다. 과거 외할아버지가 세웠던 땅속에서 오래 버티기의 기록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엄마가 나섰던 것이다. 집의 안주인이 엄마가 집을 비우고 땅속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우여곡절과 에피소드 등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엄마의 이 황당한 도전을 지지하는 가족들과 반대하는 식구들 사이의 갈등, 조던은 엄마의 이런 결정에 화가 나고 속상해 하면서 엄마를 미워하게 된다. 어른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기에는 아직은 너무 어린 13살 소년 조던.

 

조던 왈(曰) : 우리 엄마 좀 말려주세요.

 

이 소설은 무엇이 진정 가족을 위한 것이고, 가족들이 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가족의 의미, 행복의 의미 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소설이다.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서로 표현하지 않고,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서로의 속마음을 알기가 어렵다.

어떤 점에서는, 조던의 이 가족들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던과 함께 꼭 빼놓을 수 없었던 그의 단짝 아난드와 마틴. 조던에게는 이런 친구들이 있었기에 엄마의 빈자리를 나름대로 잘 견뎌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다른 친구의 엄마들과는 뭔가 확실히 다른 독특한 조던의 엄마, 그 엄마와 아들의 150일 동안의 이야기.

가족 성장 소설, 어른들을 위한 동화쯤으로 여기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뭐 굉장히 재미있거나 대단한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주에 아주 쪼매한 책, 아담한 책, 주머니 속에 쏙 넣고 다니면 딱 좋을 것 같은 책 한 권이 휘리릭 배송되어 왔다. <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 책을 봉투에서 꺼내어 가만히 책상 위에 올려놓고 표지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참 독특한 제목의 책이다 싶었다.

제목 못지않게 표지의 그림도 시선을 끌었다. 막연하게 무언가 특별한 어떤 메시지가 담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호기심이 일었다. 무슨 내용일까? 어떤 내용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을까?

 

마법 유리병을 열었더니

놀랍게도 요정 지니가 튀어나왔어.

나는 요정이 내 하인이라고 생각했는데

……

내가 자기의 하인이 돼야 한대.

아뿔싸……

어떤 마법 유리병을 여느냐에 따라

우리 인생의 모든 게 달라지는 것 같아.

 

이 글을 읽고 나서 갑자기 오래전에 보았던 <아기공룡 둘리>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소풍 갔다가 산속에서 우연히 램프를 손에 넣는데 그것은 바로 말로만 듣던 요술램프! 그러나 램프에서 나와야 할 거인은 엉뚱하게도 쪼글통 할아버지 지니였다.

아라비안나이트 알라딘과 요술램프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서 누구나 한번쯤 알라딘의 요술램프 속의 지니가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하고 나타나길 바랬을 것이다. 셸실버스타인의 이야기에 나오는 지니, 주객전도, 적반하장이다. 램프 속의 지니가 자신을 불러낸 주인더러 하인하란다. 완전 하악하악이다.

역발상, 거꾸로 보기, 바꾸어 생각해 보기, 남들과 반대로 바라보기.

이 책 속의 셸실버스타인의 글 스타일은 대체로 이렇다.

 

<세상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도 이 책 속에 실려 있는 하나의 시의 제목이다.

 

핫도그를 주문하면서

“모두 넣어 주세요”그랬는데,

그게 큰 실수였지 뭐야.

양념을 다 넣어달라고 한 건데

앵무새를 넣은 핫도그가 나왔거든.

……

그뿐일 줄 알아?

금붕어, 깃발, 바이올린,

개구리, 쥐 가면까지……

이제 핫도그를 주문할 때는

모두 넣어 달라고 하지 않을 거야.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까 내 등 좀 긁어 줘.

가려운 데가 손이 닿지 않아.

으흐흐 아하하 정말 시원하다.

고맙다, 친구야. 끝이 없이 고마워

돈 달라고? 왜? 무슨 돈?

나는 이제 하나도 가렵지 않을 걸.

 

어떤 이야기는 완젼 독특하기도 했고, 어떤 이야기는 완젼 천진난만한 느낌의 이야기가 있었는가 하면, 위트 또는 재치, 유머, 해학스러운 이야기도 있었고, 기발한 이야기도, 다소 엉뚱하고 황당한 이야기도 있었다. 다양한 언어유희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글들이 가득가득 담겨져 있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기발하다는 생각 못지 않게 그의 영혼 세계가 참으로 순수하고 맑고 깨끗하고 조금도 때 묻지 않았다는 사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셸실버스타인은 어른 아이였다. 그가 어른아이임을 잘 보여주는 시 한 편. 바로바로 “좋은 생각”

아빠를 물구나무서서 가게해 봐.

“조금만 더 힘을 내!”

박수치고 응원해 주면

자랑스럽게 갈 수 있지.

자! 지금이 기회야

(                             )

 

뭐라고 했을까요? 괄호 속에 알맞은 말은?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츰 성장해 가면서, 어른이 되어가면서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생각.. 그것은 바로 아이적의 순수했던 마음, 천진난만했던 웃음. 동심이었다. 어른 아이 셸실버스타인의 언어유희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