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휴가철을 맞아, 피서를 떠나기 하루 전날에 나에게 온 책이 삼풍이었다.
그래서 다행스럽게 소설 <삼풍>을 휴가 떠나는 가방 속에 넣고 피서를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차가 도심을 벗어나 고속도로로 진입하자 나는 책을 펼쳤다.
1976년 7월 28일 중국 당산에 엄청난 지진이 일어났다.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지진으로 기억되는 당산 대지진은
단 23초 동안에 27만명이 땅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당산 대지진은 예측불허(豫測不許), 불가항력(不可抗力)의 자연재해였다.
1995년 6월 29일 대한민국 서울 강남 한 복판에 마치 지진이 발생한 것처럼 엄청난 굉음과 함께 어떤 큰 건물이 무너졌다. 사람들은 테러, 폭격 혹은 지진인 줄 알았다. 그러나 폭격도, 테러도, 지진도 아니었다. 거짓말 처럼 그 백화점 단 하나만 무너져 내린 것이었다.
단, 단 5초 만에 500여명이 사라졌다.
삼풍백화점 붕괴는 사전에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
삼풍백화점 붕괴는 성수대교붕괴, 대구도시가스폭발과 함께 사고 당시, 신문과 뉴스를 통해서 일찍이 내가 접했던 사고들이었다. 특히 삼풍백화점 붕괴는 유지태, 김지수 주연의 영화 “가을로”를 통해서 또한 그 무너지는 영상을 접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 속에서 극적으로 구출되었던 청년이 해병대에 입대한 이야기도 들었었다.
뉴스 뿐만 아니라 삼풍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소설로도 만났는데, 대표적인 작품이 황석영 선생님의 <강남몽>이다. 그런데, 문홍주 작가의 삼풍은 기존의 삼풍을 다룬 작품들과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었다.
소설 <삼풍>을 접한 나의 소감은, 굉장한 흡입력이었다. 휴가지에서 물에 들어가는 것도, 술 마시는 것도, 먹는 것도, 그 어떤 것도 이 소설을 손에서 놓게 만들지 못했다. 무서울 정도로 빨려 들어갔고, 몰입이 되었다. 실로 오랜만에 깊이 빠져든 소설이었다. 사실 단순 “사회파 재난소설”이란 글귀가 시선을 끌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 일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소설 삼풍은 수도 한 복판 강남의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작가가 매우 사실감 있게 그렸다. 소설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의 그 현장 속으로 직접 들어가 삼풍이 무너진 6월29일 오후부터 일주일 동안에 도대체 그 아비규환의 사고 현장 속에서는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생생하게 다 보여준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는 마치 자기 자신이 그 아비규환의 현장 속에 있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힐 정도다.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도가니> 처럼,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삼풍백화점 붕괴는, 성수대교 붕괴와 마찬가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이자 재난이었다. 소설 삼풍은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재난물의 모든 것’이란 평답게 정말 사실적으로 잘 쓰여 진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