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으니, 꽤 오래 전의 일이다. 대학 다닐 때 역사(歷史)와 답사에 푹 빠져 우리나라 유적지를 한창 답사하고 다닐 무렵, 유홍준 선생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기분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푹 빠져 들었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입에서는 ‘와~’, 또는 ‘아~’ 하는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이 책은 ‘대한민국 답사 여행의 길잡이’라고 자부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책이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그 어떤 무엇 하고도 바꿀 수 없는 감동을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이 책의 1권을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대출을 해서 읽었다. 하지만, 나는 책을 다 읽기도 전에 1, 2, 3권을 모두 구입하고 말았다. 도저히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국토(國土) 산하(山河)에서 조상들이 만든 문화유산에 대한 소중함을 처음 깨닫게 해 준 책이 바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였다. 우리 문화유산의 우수성과 빼어남은 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것임을 비로소 실감하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은 왜 안 나올까?”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던 적이 있다. 제주에는 문화유산이 없는 걸까? 아니다. 몇 번의 제주 여행에서 나는 세계에 없는 오직 제주도에만 있는 제주 자연 유산의 아름다움을 경험했었다.
사실 제주도는 일생에 꼭 한 번 살아보고 싶은 곳이다. 이 생각은 나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제주도를 한 번쯤 다녀왔다면 모두가 나와 같은 이러한 생각을 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과 100년 전으로만 거슬러 올라가 봐도, 제주도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 곳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귀양지요, 유배지였다. 임금의 미움을 싼 수많은 관리들이 많은 유배지들 중에서 가장 가고 싶어 하지 않았던 곳이 바로 제주도였다. 떠나갈 때 그들은 임금에 대한 원망과 한을 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제주에 도착하고 나서는 하늘이 내려준 비경과 자연경관, 문화유산에 감동을 받고는 자신을 이곳으로 보내준, 임금에게 도리어 감사해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제주는 한 번만 가보면, 누구에게나 감동을 선물해 주는 그런 곳이다.
“제주도 처음 가는 사람 손들어 봐요?”
“아무도 손드는 사람이 없다.”
“자 그럼!! 오늘 우리가 가는 산천단, 와흘 본향당, 연북정, 다랑쉬오름, 해녀 불턱, 종달리 돈지할망당 중 한 곳이라도 가본 적이 있는 사람 손들어 봐요?”
“역쉬 아무도 손드는 사람이 없다.!!”
“제주도의 넓이는 대략 얼마쯤 될까?”
서울의 약 세 배!! 평수로는 대략 6억평!!
와우!! 작아보였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처음 제주에 갔을 때는 해안선을 따라서 제주도 전체를 한 바퀴 다 돌았다. 그런데 그렇게 크다는 느낌을 갖지 못했다. 한데, 제주도의 면적이 서울의 세 배라니,
아무튼 제주 여행의 출발은 배를 타던지, 비행기를 타던지 간에
여객선 터미널이 아니면, 공항에서 시작된다.
남도 답사 일번지가 강진, 해남이라면,
제주 답사 일번지는 조천, 구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제7권>은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편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게, 제목을 딱 보는 순간,
혜은이의 감수광이 머리 속에 자꾸 떠오르고, 입에서 흥얼거려지는 것은 왜 일까?
바람부는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인정 많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도 많지요
감수광 감수광 나어떡할렝 감수광 설릉사랑
보낸시엥 가거들랑 혼조옵서예
서너 차례 관광과 휴양의 목적으로 제주를 다녀왔지만 조천, 구좌는 나에게 분명 처음 들어보는 낯선 지명이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은 조천과 구좌의 지명 내력을 아는데서부터 본격적으로 답사에 들어갔다.
왜 조천과 구좌인가? 이 곳에는 제주의 토속을 그대로 느끼게 하는 60여곳의 묵은 동네가 있다. 천연기념물 비자림(榧子林)도 이곳에 있다. 제주의 농업, 목축업, 어업이 과거 그대로 이어져오고 있어 제주인의 건강하면서도 애뜻한 삶을 만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즉, 가장 제주다운 제주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너스로 세화리에서 하도리 거쳐 종달리에 이르는 해안도로는 멀리 성산일출봉이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져 있어 제주도 일주도로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그렇다면, 나는 이곳을 분명 지났다. 왜냐하면, 내가 제주에 처음 와서 한 것이 바로 제주도 해안 전체를 한 바퀴 삥 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는 풍광에 취해서 지명이나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보면서, 나는 도대체 제주에 가서 무엇을 보고 왔나?하는 절망감에 빠졌다. 그리고 곧 다시 제주도를 제대로 답사해 보고 싶다는 열망감에 사로잡혔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제주편는 그만큼 나에게 달콤하게, 새롭게, 뜨겁게 그리고 강렬하게 다가왔다.
“우리나라에 제주도가 있다는 것은 자연이 내린 축복입니다.”라는 유홍준 교수님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들고 지금 당장 제주의 자연과 비경, 문화유산 속으로 답사를 떠나고 싶다.
감수광 감수광 나어떡할렝 감수광 설릉사랑
보낸시엥 가거들랑 혼조옵서예
차 안에는 혜은이의 ‘감수광’이 끊이지 않고 계속 흘러나오도록 해 놓고, 입으로는 흥얼흥얼 따라 부르면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와 함께 본격적으로, 제대로 한 번 제주도 답사를 떠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