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은사님을 찾아뵈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나서, “선생님께서 요즘 재미있냐?”고 물으셨다.
갑자기 대답할 말이 궁색해졌다. “재미?” 그러고 보니,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었다.
근래 들어 ‘난 웃어본 일이 없는 것 같았다.’
사실, 언제부턴가 반복되는 일상에 무미건조한 생각이 많이 들어서 한 숨을 쉴 때가 많았던 것이다.
기분이 그렇다보니, 체력은 저하되고, 의욕 상실에, 거기다 의지까지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어느 덧 서른 중반의 나이, 뭐 하나 제대로 일구어 놓은 없는 내 인생의 중반부에 다다라서 슬럼프에 빠지게 된 것일까?
내가 만약 70살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난 이미 내 인생의 절반에 이른 셈이다.
하지만, 그 이상을 살게 된다면,
이제까지 살아온 날 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조금 더 많이 남은 셈이다.
“나 자신을 한번쯤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이즘 눈에 띤 책이 최불암 선생님이 일독해 볼 것을 권해 주셨던 바로 그 책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이다.
읽고 나서의 소감은 “꽉 막혀 있었던 무언가가 시원하게 뻥 뚫리는 그런 기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금껏 얼마나 큰 짐을, 무거운 짐을, 쓸데없는 짐을 지고 있었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삶에 있어서 즉, 인생의 기나긴 여행에 있어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성찰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웃음과 재미로 결합한 행복이야말로 삶의 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하하하 웃음과 재미“는 내 삶 속 가까운 곳에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다만 나 혼자 보지 못했고, 즐기지 못했을 뿐이었다.
어리석게도 그 동안 이 평범한 진리를 망각하고 다른 곳에서, 남의 삶에서 나의 이미 꽉 찬 가방을 채울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 인생의 가방을 조심스레 들여다보았다.
내 가방 속에는 과연 욕망(慾望), 과욕(過慾), 탐욕(貪慾)들로 가득가득 들어차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내 가방 속에 들어 있는 불필요한 짐들을 덜어낼, 비울 준비를 하였다.
이 책에서 나는 “비움의 행복”을 발견하게 되었다.
언젠가 ‘연잎의 지혜’란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비 내리던 날 알로카시아을 통해서 이 글의 의미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연잎과 마찬가지로 알로카시아란 식물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만큼의 물만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니까 주저 없이 비워버렸다.
참 신기했다.
나는 연잎과 알로카시아의 “비움의 미학과 지혜”에 탄복했다.
연잎이나 알로카시아가 만약, 쏟아내지 않고 욕심대로 다 받아들였다면, 잎이 찢기거나 줄기가 꺾이고 말았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비움의 미학과 지혜”을 넘어서는 “비움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 해야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
이 책은 마음을 열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에 대해서 차근차근 깨우쳐 준다.
그렇기 때문에, 결코 서둘러 급하게 읽어서는 안 되며, 빨리 읽으려 해서도 안 된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향기로운 차를 음미하며 마시듯 그렇게 천천히 음미하면서 조금씩 읽어나가야 한다.
그래야 온전하게 이 책 속에 담긴 지혜들을 자신의 것으로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진리란,
참 가까운 곳에 있고 삼척동자도 다 아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사람들은 늘 망각하고, 허공에다 대고 허우적거린다.
“행복의 재발견”을 일깨워 주고 찾게 해 준 고마운 책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나는 수영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수영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여가시간과 주말에는 최대한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가까운 근교로라도 반드시 소풍을 나갈 생각이다.
이미 그 안에 재미와 감동, 웃음 그리고 행복이 잔뜩잔뜩 들어 있음을 충분히 체험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