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점가에 인문학 바람이 불면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한창 올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나 역시도 이쪽에 매우 관심이 많다. 특히 수많은 인문학 분야의 다양한 서적 중에서 책 속에서 다른 책을 이야기 해 주는 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즐겨 읽는 편이다. 책 속에서 또 다른 유익한 책을 발견하는 재미는 독서의 새로운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 준다. 책들이 넘쳐나는 책의 산과 바다에서 소위 양서(良書)라고 불리는 좋은 책을 가려서 읽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정오까지 글을 쓴다고 알려진 시인이면서 문학평론가이며 다독가, 장서가로도 잘 알려진 장석주, 그의 신간 <일상의 인문학> 제목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끌렸다. 그리고 제목 못지 않게 표지 또한 무척이나 예쁘고 인상적이었다. 두 번 세 번 봐도 <일상의 인문학> 제목이 참 멋지다. 그런데 이 책의 원래 제목은 “과속스캔들”이 아닌 “과속방지턱”이 될 뻔 했단다.

만약 그랬다면, 이 책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교통사고 방지와 예방을 위한 책으로 알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인문학>속에는 인문학 관련해서 다양한 책과 그 책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었다. 책 속에 책이 있는 셈이었다. 개중에는 꼭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몇 권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그게 다 인 것 같다. 이 책에 대한 나의 느낌을 말하라면, 답답함이었다. 주말 오전에 기분 좋은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쳤는데 참 불편했다.

 

나의 현전은 나-너의 관계 속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는 나-너를 쪼개 분리하고 분별하고 낱낱으로 나눈다. 나 없는 너, 혹은 너 없는 나는 시들어 버린다. 신은 영겁 회귀하여 구현되는 인격의 또 다른 이름이다.(본문 중에서)

 

여자에게 불륜은 하나의 출구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성 중심적 윤리 체계라는 영토에서 탈주하는 것이다. 그것은 '윤리의 부정'아니라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윤리의 생성이다.(본문 중에서)

 

도무지 읽히지가 않았다.  “어렵게 쓴 글이 과연 좋은 글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곳곳에서 막혔다. 그리고 지루했다. 뭔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고, 딱딱 끊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예컨대 걷는 자가 아니라 멈춘 자가 피로하다-김훈, <칼의 노래>에 대해서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썼고, 좋은 문장을 만들어 내기까지의 고뇌와 갈등,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내면세계에 대한 저자의 통찰과 사색, 칼의 노래에 담긴 현실문제 등등 사실 이런 이야기들을, 내용들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정작 듣고 싶었던 이야기, 내가 궁금하게 여겼던 알맹이, 핵심, 실체는 하나도 없었다. 장석주 작가가 이야기하는 <칼의 노래>에는 정작 김훈의 <칼의 노래>가 없었다. "피로, 욕구의 지연, 존재론적, 딜레마, 임상학, 심리, 동기, 고갈, 외과적, 증상" 등의 단어들을 쏟아 내어 <칼의 노래>와 연관을 지어 이야기 하려 했다. 문제는 연결고리를 찾기가 참 어려웠다는 점이다. 새로운 일상의 인문학을 만나고 싶다. 따분하지 않고, 난해하지 않으며, 지루하지 않은 재밌는 누구나가 쉽게 공감하며 고개를 끄떡거릴 수 있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인문학을 만나고 싶다.

중국에는 오랜 역사에 걸맞게 수많은 학자와 사상가들이 있다. 공자, 맹자, 노자, 장자, 증자, 묵자, 양자, 손자, 순자, 한비자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 많은 제자백가 가운데서 법과 처세술의 백미(白眉)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한비자(韓非子)를 택할 것이다. 한비자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매력적인 텍스트이다.

 

진시황 그가 누구인가? 분열되었던 거대한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왕중왕이 아니던가?

사마천이 지은 <사기>, 진시황본기에서는 진시황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진시황이라는 사람은 벌통과 같은 코에 눈을 길게 찢어져 있으며, 가슴은 새가슴과 같고, 승냥이와 같은 목소리를 내며, 자비로움이 전혀 없는 호랑이나 이리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 사람을 대함에 있어 겸손함이 부족하고, 마음을 먹으면 살인도 아무렇지 않게나 자행한다."(162면)

 

사기의 기록대로 본다면, 진시황은 한 마디로 '신용 빵점의 잔인무도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는 남의 말에 좌지우지되는 그런 군왕이 아니었다. 어떠한 사람도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힘의 철학을 숭상했고 대권을 자신만이 장악하기를 희망하였다. 따라서 법가사상가들이 주장하던 전제독재가 그의 구미에 맞아 떨어졌다. 진왕 영정은 한비가 저술한 고분, 오두 등의 글을 읽고는 감탄하여 극찬하였다.(147~9면)

 

최초로 중국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한비가 지은 책, <한비자>를 보고는 '아~ 이 글을 쓴 사람과 만나서 그와 나라를 다스리는 이치를 토론할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149면)'라고 말했을 정도로 그의 법가사상은 통치자에게 절대적인 지식이고 매력 넘치는 철학이었다. <한비자> 그 동안 그의 명성은 수 없이 들어왔지만, 정작 그의 내면과 사상, 정치철학 등은 제대로 살펴 볼 기회가 없었다. 한비자에는 한비의 법가 사상 외에도 처세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더불어 읽을거리가 풍성한 책이었다.

 

한비의 법치이론은 사사로운 인정이 아닌 엄격함에 있었다.

법가는 나라와 백성은 공정한 법률에 의하여 다스리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한비의 법치이론은 공평한 상벌제로를 통해 관료들의 업무상의 질서와 효과를 향상시켰음은 물론

부정과 부패를 사전에 방지하기도 했다.

한비의 법치 이론은 단호, 신속, 공정, 절대적 권위 등을 강조하는데 있었다.

 

난세에는 형벌을 최우선으로 한다-조조

가르침에는 엄격함이 있어야 하고, 상벌에는 신의가 있어야 한다-제갈량

안정된 국가는 예로 통치하고 혼란한 국가는 법으로 통치한다-왕맹

천하에 대한 진정한 통치는 진나라에서 유래한다-유종원

죄를 지은 자는 마땅히 벌한다-포청천 포증

세상이 변하면 마땅히 법도 변해야 한다-왕안석

 

이들은 모두 법가를 대표하는 정치사상가들이었다.

 

한비자는 법가의 대표자로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 한(韓)나라 명문 귀족의 후예이다. 한비자는 원래 한자(韓子)였다. 그런데 중국 송나라 이후부터 당나라 때의 학자인 한유(韓愈)를 한자(韓子)라 부르면서 이 둘을 구별하기 위해 한비자(韓非子)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그는 선천적으로 말을 더듬는 장애를 안고 태어나서 자신의 생각과 정견들을 입으로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글로 정리할 수 밖에 없었다. <한비자>는 이렇게 해서 탄생되었고 후세에까지 전해지게 된 것이다.

 

<한비자>의 매력은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를 기술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장력은 말할 것도 없고 내용 또한 전혀 어렵지가 않고 술술 잘 읽으며, 무엇보다도 내용이 재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이 책 속에 담겨져 있는 내용이 2000년 전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인 진시황 때의 쓰야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오늘날에 입각해서 해석을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섬세하고 구체적이란 점이다. 그리고 법술(法術)하면, 왠지 모르게 어렵고, 고리타분하고, 딱딱하고, 지루할 것 같은 느낌에서 거부감이 들지만, 이 책은 전혀 반대다. 정말 쉽게 술술 잘 읽힌다. 이 시대의 정치학 교과서로서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책이다.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독특하면서 기발한 상상력을 다시 언어로 절묘하게 표현해내는 이 시대 최고의 감성작가, 낭만시인,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우는 영혼의 연금술사.

그는 이 지구촌에 단 하나 뿐인 마을, 밤하늘에 현기증이 날 정도로 별이 총총한 감성마을에 산다.

신비로운 건 이 별들이 가끔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감성옹이 사는 집안 마당으로 우수수 떨어진단다. 그럼 이 집에 사는 감성옹께서는 별이 유달리 많이 떨어진 날에는 그 별들을 잔뜩 주워서 목걸이를 만들어 아내에게 걸어주신단다. 참 낭만적인 어른이다. 그런데 반전이 있당. 

글쎄 다이아를 좋아하는 사모님의 눈에는 정작 이 별 목걸이가 보이지 않는단다. 하악하악..  

 

촌철살인(寸鐵殺人) 언어의 미학

그가 풀어내는 사랑의 비전, 사랑외전.

그 속에는 우리의 영혼을 자극하는 어떤 비전들이 담겨져 있을까?

이외수 선생님께서는 <사랑외전>에서 어떤 글들로 어떤 마술을 부려 우리들의 감성을 자극해 줄까? 그리고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어떤 언어로 형상시켜 표현했는지

두근두근 몹시 부푼 기대감을 안고 낙엽이 바짝 말라 떨어지는 춥고 쓸쓸한 이 계절을 맞아

이 시대 최고의 기인 이외수 선생님께서 풀어낸 마법 같은 사랑의 비전 속으로 들어가 본다.

 

우문현답(愚問賢答)

그대 오늘은 사랑을 굶지 않으셨나요.

아니요. 저는 매일매일 사랑에 굶주렸습니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저는 사랑에 굶주렸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굶주리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더 이상 굶주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운명은 인간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지만

숙명은 인간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습니다.

운명은 인간의 소관이지만

숙명은 하늘의 소관입니다.

 

어머니의 빈번한 퇴짜로 40이 넘도록 결혼을 못한 만득이.

이번에는 외모도 성격도 어머니를 빼닮은 여자를 구했습니다.

어머니는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결혼을 허락하셨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그녀와 결혼을 하면 집을 나가겠다고 하십니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랑만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입니다.

사랑은 상대로부터 비롯되는 생로병사, 희노애락 모두를 아무 불평 없이 굳게 끌어안는 것입니다.

 

진품과 가짜를 구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사랑하면 보인다.”

사랑은 점괘도 밥도 초월한다.

 

국민할배, 남자의 자격, 부활의 김태원이

1990년 과천 교도소에 있을 때,

심심해서 아내가 보내 준 책을 읽었는데 

제목이 벽오금학도였다고 한다. 참 흥미로웠단다. 책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걸 처음 알았단다.

그때부터 이외수 작가를 흠모했단다. 우연한 기회에 남자의 자격 1회를 화천에서 찍게 되었는데

따로 이외수 작가를 만나러 가서 밤새도록 대화를 했단다. 우주에 관해서...

(김태원, 우연에서 기적으로)

 

감성마을에 사는 감성어른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기분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유쾌, 통쾌, 상쾌해져 있다.

이외수 선생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막혔던,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비유하자면,

느끼한 것 먹고 속이 더부록 할 때,

시원한 사이다 한 잔 벌컥벌컥 꿀꺽 마시면 나오는 바로 그 트림.

딱 그런 기분 느낌이다.

감성옹의 <사랑외전>은 정말 재미 있으면서 교훈과 울림이 담겨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