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굉장히 매력적인 책을 만났다.

누가 소크라테스를 죽였는가?

동양에 공자가 있다면, 서양엔 당연히 소크라테스를 거론할 것이다.

소크라테스 그는 과연 누구인가? 철학자?, 사상가?, 정치가?, 학자? 정체가 뭔가?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인물이기보다는 하나의 상징, 이미지에 가깝다.

 

세상에 소크라테스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딱히 그를 잘 아는 사람도 드물다. 소크라테스의 사상과 삶, 그리고 독배로 말미암은 죽음을 이해하려면, 기원전 5세기의 아테네를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아테네의 변명>은 기원전 5세기 소크라테스 그가 숨 쉬며 살았던 그 아테네로 가서 그를 만나게 해 준다. 소크라테스가 살았던 기원전 5세기의 아테네는 고대 아테네의 황금기이자 격변기였다. 세련된 정치와 문화, 예술을 꽃피운 동시에 전쟁과 살육이 빈번했다. 그리고 이 시대에 특기할 만한 것이 소크라테스 외에도 플라톤, 소포클레스, 아리스토파네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양문명의 한 획을 그었던 쟁쟁한 인물들이 함께 共存(공존)했던 시대였다.

 

아테네, 소송의 도시. 기원전 399년 아테네는 지나칠 만큼 소송이 많은 도시였다. 한 해 최대 4만 건의 소송이 있을 정도였다. 아테네인들은 법정 공방을 사랑했다. 법정에서 옥신각신 벌어지는 싸움은 운동경기만큼이나 관객을 끄는 구경거리였다. 피도 눈물도 없는 싸움이었다. 특히 오늘의 소송은 아테네인들을 술렁이게 했다. 기원전 399년 5월. 오늘 그들이 심판할 사람은 아테네 사회를 위협한다는 죄로 고소당한 인물로 그것은 사형을 받을 중죄였다. 그 사람은 바로 땅딸막한 칠순 노인 소크라테스다. 그는 당대의 유명인사였다. 지난 30년간 동지중해 지역의 많은 젊은이들이 소크라테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아테네로 몰려들기도 하였다. 아무튼 이 날 아침 법정을 향하는 소크라테스의 동시대인들은 이제 이 골치아픈 괴짜 철학자에게 치욕을 안겨주고 싶어 했다. 심지어 그가 죽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었다. <아테네의 변명>은 바로 운명의 날, 소크라테스의 재판이 있던 그 날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모든 저자의 저서들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아테네의 변명>에는 기존의 책들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바로 리얼리티, 생생함이다. 휴즈는 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10년 동안 동지중해 지역, 소크라테스의 발길이 닿았던 곳, 흔적이 남았던 곳, 당대를 이해하는데 실마리가 될 만한 장소들을 직접 찾아서 두 발로 뛰어 다녔다. 이 책은 그렇게 탄생된 것이다. 그렇다보니, 저자의 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려야 느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정말 가치와 품격 등이 가득 느껴지는 매력적인 양서(良書)이다.

 

최근 세익스피어 원작의 <베니스의 상인>이란 책을 읽으면서 법의 잣대, 법의 해석, 법의 의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과연 법이란 무엇인가?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그리고 법에 관한 가장 중요한 사실 가운데 하나 법학자와 법관에 법의 해석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건 지금의 법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올초 3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진정 악법도 법인가?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과연 진짜로 이 말을 했을까? 소크라테스의 명성과 그에 관한 소소한 일화들은 제법 알고 있지만,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아테네의 법과 진실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한 번도 깊이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소크라테스의 관한 의문과 궁금증들을 이 한 책 <아테네의 변명>을 통해서 밝혀 볼 수 있을 것이다. 

<EBS 천년의 밥상> 이야기와 함께 먹는 음식...

우리나라 천년 밥상의 비밀이 풀린다.

이야기와 함께 먹는 음식....

밥상의 역사, 음식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인간은 어미의 몸에서 수정되는 순간부터 영양분을 흡수하며 형체를 만들고, 태어나서는 죽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매일 하루 세끼니, 참 많은 음식들을 먹어 왔고, 앞으로 먹었던 만큼 아마도 더 먹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밥상의 의미, 음식의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다만 배를 채우기 위해, 밥 먹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남들이 먹자고 해서 그렇게 해서 먹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문득 먹을거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마도 만화 식객이었던 것 같다. 이 만화책은 지금도 꾸준히 보고 있다.

볼 때마다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곤 한다.

매일 먹는 음식, 음식의 의미는 뭘까?

그리고 자주는 못보지만, 시간이 될 때마다 꼭 시청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한국인의 밥상”이란 프로그램이다. 각 지방 고유의 다양한 음식들과 그 음식들이 만들어지게 된 사연과 과정 등이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또 하나, <EBS 천년의 밥상>이었다.

“식객”과 “한국인의 밥상”과는 또다른 재미와 매력, 감동이 담겨 있었다.

송강 정철의 꾹저기탕 이야기는 수십 번을 봤을 정도다.

꾹저구탕의 이야기는 그만큼 깊은 인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EBS 천년의 밥상>은 크게 1부 천년의 맛, 2부 천년의 멋, 3부 천년의 삶으로 나누어 그 속에 각각 우리 전통 음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1부 천년의 멋

 

우리나라 최고의 가사문학으로 추앙받는 <관동별곡>

이 작품의 저자이자 조선시대 대 문호였던 송강 정철은 1580년. 나이 마흔 다섯 되던 해 강원도 관찰사로 임명되고, 그가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겠다는 다짐으로 오른 강원도 800리 순방길은 고스란히 <관동별곡>이란 가사문학으로 탄생된다.

 

그가 내금강을 거쳐 강릉에 다다를 무렵

그를 맞이한 건 동해의 거센 바람

그 바람은 강릉 어민들의 出漁(출어)를 막았고

백성들은 그를 맞이할 음식을 마련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다.

 

궁여지책으로 강릉 연곡천에서 잡은 민물고기로 끓여낸 탕 한 그릇

물고기를 한 마리씩 손질한 뒤 채소와 갖은 양념을 넣어 끓여낸 먹을거리

이를 맛본 정철은 그 맛에 감탄하여 고기의 이름을 물었지만

 

그 대답은…… “고기의 이름은 모르오나 저구새(물수리)가 ‘꾹’ 집어먹는 고기입니다.”

이에 관찰사 정철은 그 자리에서 물고기의 이름을 ‘꾹저구’라 짓는다.

 

강원도 산천을 한 그릇 안에 담은 꾹저구탕은

이후 墨客(묵객)과 선비들이 이곳을 지날 때면 꾹저구탕을 앞에 놓고 송강을 기리며

그가 지은 관동별곡의 가사를 주고받았다 전한다.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듁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동八팔百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다.

延연秋츄門문 드리라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을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강은 어듸메오, 稚티岳악이 여긔로다.

 

 

2부 천년의 멋

 

오늘은 책 씻는 날

 

책은

물로 씻는 것이 아닌

노력으로 씻는 것

 

그래서 책 씻는 날이 되면

지금까지 노력해 온 것을

스승 앞에서 펼쳐 보인다.

 

그러나

소년 득신은

스승 앞에서 기억이 나지 않아 더듬더듬

 

스승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책을 덮으며 말한다.

“오늘도 득신이는 책거리를 못하겠군.”

 

배움이 유독 느렸던 득신은

수백, 수천 번을 읽어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그 순간, 스승의 눈에 들어온

낡고 해친 득신의 책

‘백 번을 읽어도 깨치지 못하면 만 번을 읽으리라.’

 

배운 것을 기억조차 못하는 득신이었지만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소년

 

책거리 성적표로 ‘없을 무(無)’를 주려던 스승은

‘없을 무’ 대신

‘부지런할 勤’이란 성적표를 내민다.

 

백이전(伯夷傳), 일억일만삼천번.

까먹기의 達人(달인), 鈍才(둔재) 김득신은 그렇게 조선제일의 다독왕(多讀王)이 되었다.

곧 방학이다. 예전에 책거리는 방학을 앞둔 학교 행사 중 대단히 큰 행사였다. 하지만, 지금이 이 책거리의 전통이 사라져버렸다. 쓸쓸하다.

 

<EBS 천년의 밥상>은 종종 EBS방송을 통해 보면서 깊은 인상과 음식에 대한 뭉클한 감동을 받았는데, 책으로 보니, 그 감동과 여운은 배가 되었다. 그리고 방송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다른 이야기들도 참 좋았다. 그리고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약이 되는 천년의 밥상”으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는 점이다. 재료만 있다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천년의 맛을 재현해 낼 수가 있다.

<EBS 천년의 밥상>은 아름다운 책, 올해의 서적 대상감이다.

드디어 북풍한설(北風寒雪)의 혹한의 추위가 시작되었다.

독서삼매경에 푹 빠져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인 듯 하다. 삼여지공(三餘之功)이란 고사도 있지 않은가 밤이 긴 겨울이야말로 최고로 좋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늑대소년>, <브레이크던> 등 극장가, 서점가 할 것 없이 요즘 트랜드는 단연코 판타지가 대세다. 대개 판타지물의 제목이 그렇듯이, 간만에 제목이 아주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판타지 소설을 만났다. 고타마!! 이 책은 받는 순간부터 기분이 참 좋았다. 책이 특이하게 아주 두툼한 양장커버로 되어 있었다. 고품격의 당당한 기품이 마음에 속 들었는데 거기다 손에 들었을 때의 감촉 또한 매우 좋았다. <고타마>는 <퇴마록>, <치우천왕기>, <쾌자풍> 등을 쓴 대한민국 판타지물의 전설 이우혁의 작가의 야심작이었다. 850만부. <퇴마록>은 90년대를 풍미했던 작품으로 출간과 동시에 엄청난 관심과 사랑,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한 작품으로 단행본으로 출간되자마자 850만부 판매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울 정도로 베스트 중의 베스트였다. 소설 한 두 편씩 읽은 사람치고 <퇴마록> 안 읽어본 사람이 있을까 싶고, 집집마다 낙장이 된 퇴마록이 있을 정도로 대단하고 절대적인 책이었다.

<고타마>는 위기의 이스트랜드에 나약한 왕자 듀란이 고타마을 만나 고타마의 신비로운 힘으로 위기의 나라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혼자 남아 있던 듀란은 이스트랜드까지 진격한 적군들을 피해 왕궁 내 깊숙한 비밀 장소로 숨어들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는 상자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고타마 너라도 어서 피해"

"너는 어쩔거니? 듀란?"

"여기서 피해봐야 소용없어! 콜렘들은 무지 크고 강해서 상대가 안 돼!!"

"힘이 필요하니"

"그건 무슨 소리야?"

"내 친구 듀랸. 상상할 수 있으면 이룰 수도 있는거야."

그 순간 듀란의 앞에 검 한 자루가 떨어져 내려와 돌바닥에 푹 박혔다.

"듀란, 용기를 내. 그 검을 잡아!"

 

이 작품은 영화로 제작되어도 매우 스텍타클하고 멋진 영상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두 말 아니 긴 말이 필요 없는 작품이다. 시작부터 매우 흥미롭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무엇보다도 전혀 낯선 새로운 용어들이지만, 신기하게도 거부감이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참 평이하게 술술 읽히는 것이 이 소설의 큰 매력이고 장점인 것 같다.

고타마.. 재..밌..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