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내전

 

나도 한 때 교사를 꿈꾸며 교육학을 공부하고 전공 과목에 매진하면서 임용 고사를 준비 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임용시험의 난이도가 급상승 해 버렸고,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경쟁률 또한 엄청 높아져서 중등 임용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시험이 되어 버렸고, 몇 년 고배를 마시고는 호구지책 마련을 위해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정교사 2급 교사 자격증이 있고 여전히 교직에 뜻을 두고 있다.

<교사내전>은 교직에 뜻을 두었던 나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비록 교사가 되지는 못했지만, 대한민국에서 교사가 살아가는 법에 대해 알고 싶었다. 사실 공부와 교육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단어가 학교와 교사이다. 공부, 교육, 학교, 교사, 선생은 과거에는 모두 매우 신성한 단어들이었다.

‘선생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속담에서도 엿 볼 수 있듯이 교사와 학교의 권위가 그야말로 절대적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과연 지금은 어떨까?

교권 추락, 학교 붕괴, 교실 붕괴라는 말이 언제부턴가 공공연하게 언론에 자주 언급되기 시작하더니,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공교육과 사교육이 충돌을 하면서 학교의 모습이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버렸다.

누가 학교에서 공부해요. 학원에서 하지.

학교는 그냥 친구들 만나고, 대학 가기 위한 졸업장 따기 위해 다니는 거예요.

고등학교 졸업장이 있어야 대학에 갈 수 있으니까요.

학교는 왜 가는가? 목표와 지향점을 잃은 학교? 지금 우리 학교가 이렇게 된 데에는 분명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교사와 아이들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지 못하면서 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태어나서 자신의 힘으로 자립하기 전까지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육을 받는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아이들에게 주어진 대부분의 일은 공부다. 학교와 선생님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안 그 과정을 도와주고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고 발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 ‧ 중 ‧ 고교까지 무려 12년 동안이나 정규 과정의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이 세월동안 학생들은 12명의 담임과 그 밖에 수많은 교사들을 만나게 된다.

 

따분한 수학 공식을 자장가로 바꾸는 초능력자 김선생

된소리가 구수한 한국식 발음으로 영어 지문을 읽는 토종 신토불이 이 선생

체육 시간에 아나공 마인드로 일관하는 박 선생!!

 

교사라고 다 같은 교사가 아니다. 오늘 우리 학교 현장에는 각양각색으로 살아가는 교사들이 존재한다. 시험에 목숨 거는 노량진 박선생, 권모술수에 능한 사바사바 최선생, 교감 승진에 목숨을 거는 선생, 해외 파견 교사로 나가고 싶어하는 선생 등등 교사내전은 이제껏 일반인들은 전혀 알 수 없었던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들려준다.

 

학교의 붕괴, 위기의 학교란 말이 공공연하게 들여왔었는데,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그 시기가 더욱 더 가속화 되는 것 같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학급 수가 마치 피라미드처럼 점점 가면갈수록 줄어들면서 수업을 맡은 교사들의 숫자마저 매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사교육의 병폐와 폐해로 인해 공교육이 위기를 받고 있는 지금,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교육은 국가 백년지대계라고 하였다. 학교가 바로 서고 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모든 것이 정상화 될 것이다. <교사 내전> 학생을 둔 부모로서 자연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한때 교사를 꿈꾸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어쩌다 승무원

 

어렸을 적 소원이 비행기를 타 보는 것이었다.

드라마를 통해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로 떠나는 극중 주인공의 모습이 그렇게 멋있고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가끔 어디론가 날아가는 비행기를 볼 때면, 막연하게 나마 나도 저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다. 10여년 전 비행기를 처음 탔을 때 감동과 설렘, 두려움과 신기함은 정말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다. 물론 지금은 자주 비행기를 이용한다. 회사 출장으로 일 년에 서 너 차례는 꼭 비행기를 탈 일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기함과 의문은 여전하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인간이 비행기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도 참으로 놀랍고 대단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이 거대한 기계 덩어리가 하늘로 날아 오를 수 있는지, 또 짧게는 한 두 시간, 길게는 하루, 이틀 식을 날아 전 세계 다양한 나라로 오갈 수 있는지 그 원리에 대해서 궁금할 때가 많았다.

아마도 비행기 타는 거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분명 자동차보다, 기차, 배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재밌게 때문일 것이다. 왠지 차나 기차를 타고 가는 것 보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행이 더 진짜 여행 같은 기분도 들고,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 엄청 빠른 속도로 달릴 때와 또 착륙할 때 엄청난 속도를 제어해서 비행기를 멈추려 할 때의 짜릿한 스릴과 비행 중에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땅위의 다양한 풍경들, 각기 다른 구름의 모양들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은 저가 항공이 많이 생겨 저렴한 비용으로도 얼마든지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왜 승무원이 되고 싶지?”

대학 시절 교수님께서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함께 하는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인 것 같아서요.”

티웨이에 입사한다고 했을 때 저비용 항공사라서인지 주변 사람들의 첫 번째 반응은 “그 회사 괜찮아?”였다. 나는 티웨이를 선택한 것에 단 한 번도 후회가 없다.(45면)

 

<어쩌다 승무원>, 이 책은 승무원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 아주 좋은 귀감이 되는 책 같다. 대학에서 승무원 관련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보면, 승무원들이 항공사에서 혹은 항공기에서 어떤 업무를 하는 지 세세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5년 간의 승무원 생활로 이런 재밌는 책을 쓴 김연실 승무원은 스스로 똘끼 충만한 승무원이라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녀는 똑순이다. 피곤하고 힘든 와중에 자신의 일과를 이렇게 글로 남기고 기록하는 이들은 매우 드물 것이다. 나 역시도 직장 생활을 수 년째 하고 있지만, 감히 나의 일상을 나의 일을 글로 써 보려고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많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또 내가 하는 직업에 대해 궁금해 할 수도 있겠다고 말이다.

비행기를 탈 때 마다 반가운 얼굴을 인사하는 승무원들을 만나게 되고, 작지만 그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 승무원들의 일이 의외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비행기에는 항상 좋은 승객만 탑승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진상 승객이 한 둘씩은 꼭 있게 마련이다. 예전에 여승무원들만 있을 때는 그게 참 안쓰러웠는데, 다행이 지금은 남자 승무원들이 한 명씩은 꼭 있어 크게 곤란한 일이 발생하지는 않는 것 같다.

 

어쩌다 승무원 속에는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승무원들만이 알 수 있는 재밌는 뒷 이야기와 비행 관련 혹은 비행 후 에피소드들이 가득 담겨져 있다.

나는 출장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딱 한 곳!! 출장지가 제주도라면, 그 사실만으로도 무조건 가고 싶다. 비행기를 타고, 멋지고 예쁜 승무원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눈 내린 길 함부로 걷지 마라.

 

산운 이양연은 1771년에 태어나 1853년 여생을 마쳤는데, 그는 조선 후기에 활약했던 뛰어난 시인이었다고 한다. 1800년 정조 임금이 죽지 않고 더 오래 살았더라면 아마도 뛰어난 그의 시 재주로 봐서 정조의 눈에 들어 조정에서 벼슬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평생 끝내 벼슬에 오르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다.

정조 사후 조선은 급속도로 기울어 가며, 망국의 길로 치닫고 있었다. 만약 출사를 했더라면, 산운 또한 자칫 타고난 명대로 살지 못하고 생을 일찍 생을 마감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이 오랫동안 유배지에 있었기에 여유당전서라는 엄청난 문집을 만들어 낼 수 있었듯이 산운도 출사하지 않았기에 자유로이 다양한 시 문학 작품들을 창작해 내지 않았나 생각된다.

圖書眠寂寞 책들은 눕혀 있어 적막만 한데,

雲水向徘徊 구름과 물 이리저리 배회하누나(78면)

 

시가 결코 쉽지 않다.

해설이 없다면 시 번역만으로는 결코 시 속에 담겨 있는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시들이 많다.

 

主人惜別離 주인이 이별함을 애석히 여겨

每言來日發 입만 열면 내일 가라 말을 하누나

不知十年留 모를래라 십 년을 머문다 해도

畢竟有一別 마침내 한번 이별 있을 것이니.

 

헤어짐, 이별과 관련된 내용의 시이다. 이 시는 전의에 사는 외사촌과 헤어지면서 쓴 것이다. 외사촌 형제들은 오늘은 함께 있고, 내일이 되면 떠나라며 한사코 만류한다. 아쉬운 마음이야 모를 바 아니지만 이 말처럼 10년 동안 함께 있는다 한들 헤어질 때 한번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헤어질 땐 눈 딱 감고 헤어지자. 그리고 다시 만나자!!(119면)

 

나는 조선시대를 공부하고 있다. 500년 왕조를 이어온 나라이다 보니, 의외로 공부할 범위가 넓고, 분야 또한 많다. 조선시대와 관련된 내용이라면 일단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다. 조선시대를 공부하면서 뛰어난 학인들과 지조 높은 선비 등 훌륭하고 멋있는 문인, 학자들을 많이 만났다.

공부하면서 조선은 참 희한한 나라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조선에도 정말 뛰어난 인물들이 많았다. 조선을 설계한 정도전부터 조선의 과학을 꽃 피운 장영실, 조선의 문자와 문화를 융성하게 한 세종과 집현전의 뛰어난 학자들 외에도 6진을 개척하여 나라의 영토를 넓힌 김종서,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망할 뻔한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조선 후기에 넘어와 연암 박지원, 초정 박제가, 다산 정약용, 담헌 홍대용, 냉재 유득공 등등 일일이 다 거론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각 분야별로 뛰어난 인물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망했다.

나는 조선이 망한 이유를 나라를 다스렸던 기득권층에서 찾는다.

조선은 국가를 잘만 운영했다면, 지금까지도 여전히 존속이 되었을 왕조다. 그러나 국왕과 신하들의 폐쇄적이고 이기적이며, 방만한 경영은 결국 나라의 문을 닫게 만들었고, 모두가 파멸되었다.

다산과 같은 경세의 지식인을 요직에 두지 않고, 희한한 죄목을 붙여 유배를 보내 버렸다. 그것도 무려 18년 식이나 한창 일을 해야 할 젊디 젊은 인재가 조선의 국토 끝 땅 끝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책을 저술하는 일 뿐이었다. 다산의 18년 유배는 조선의 18년 후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산운이 태어나 활동하던 시대가 바로 조선이 망국의 길로 들어선 즈음이었다.

그는 조선 후기 활약했던 뛰어난 시인이었지만, 이런 망국의 어두움이 드리운 조정에서 산운이 할 일은 없었고, 산운 같은 이를 추천하거나 천거해 줄 만한 인물이 없었다.

어찌 보면, 그는 불우한 시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나라를 원망하기 보다는 자신의 속마음을, 보고 듣고 느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시로 옮겼다. 그는 화려하게 꾸미거나 각종 전고로 치장한 시가 아닌 현실, 날 것 그대로의 시를 썼다. 이덕무가 이른바 조선 시, 그는 자신의 색깔로 조선의 시를 썼다.

나는 시를 잘 모르지만, 그의 시가 주목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穿雪野中去 눈 밟고 들 가운데 걸어 갈 적엔

不須胡亂行 모름지기 어지러이 걷지 말아라.

今朝我行迹 오늘 아침 내가 간 발자국이

遂爲後人桯 마침내 뒷 사람의 길이 되리니.(427면)

 

시는 흔히 문학의 백미이자 꽃으로 불린다. 그러하기에 문학적 자질이 부족한 이에게 시는 어렵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읽고 되씹어 읽고, 곱씹어 읽다보면, 무릎을 치면서 한시의 참맛과 참 멋을 느끼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