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든 제주여행 가이드북

 

표지에서 잔잔한 감성이 묻어난다.

책을 펼치고 내용을 보는 순간, 정말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 본 제주 안내 혹은 소개 여행 가이드북 중에서 가장 내 취향을 저격한 것 같다.

지역이 바뀔 때 마다 제일 먼저 지도를 배치하여 그 지역의 명소와 맛 집들을 한 눈에 먼저 살펴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제주도를 숱하게 갔지만, 12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제주도는 크게 12개의 크고 작은 도시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제주도에서 가장 큰 두 도시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있고 제주시 동쪽으로 조천읍, 구좌읍, 성산읍, 표선면, 남원읍이 있고, 다시 제주시 서쪽으로 애월읍, 한림읍, 한경면, 대정읍, 안덕면이 있다.

​

신기하게도 낯선 지명은 단 한 곳도 없다. 머물렀던, 경유했던 간에 이 모든 곳들을 한 번씩은 다 가 지나쳤었던 것 같다.

제주도 대단히 이국적이면서도 매력적인 곳이다.

나는 거의 매년 제주도를 방문한다. 일로써 갈 때도 있고, 가족들과 가족여행, 혹은 혼자서 힐링, 휴가로 다녀올 때도 있다.

제주 공항에 도착해서 버스나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서 제주 도심만 벗어나면 일단 공기부터 다르다. 산에 있어도 좋고, 바다에 있어도 여간 행복하지 않다. 그냥 제주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하여 언제부턴가 늘 그런 꿈을 꾸고 있다.

일 년 혹은 반 년, 아니면 최소 한 달만이라도 제주에 머물면서 제주 구석구석을 다녀보고 싶다. 사실 나는 자동차를 타고 제주도의 12개 지역을 다 돈 적이 있다. 그때는 정말 관광의 목적 보다는 제주 전체를 일주하는 드라이브의 성격이어서 구석구석의 매력과 매혹적인 곳들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에이든 제주여행 가이드북>의 각 지역 지도를 보면서 나는 정말 제주의 겉만 보았지, 속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얼마 전에도 제주도를 다녀왔는데, 가장 후회되는 것이 바로 에이든 제주여행을 가이드북을 미처 챙겨보지 못하고 다녀왔다는 점이다. 이 책을 보고서 갔더라면, 2박 3일 제주도에 머무는 동안, 보다 알차고 효율적으로 그 지역을 탐방하고 답사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기 그지없다.

에이든 제주 여행 가이드북은 내용과 기획이 모두 매우 참신한데 지역 중심으로 제주를 나누어 한 눈에 지역별로 제주도의 명소와 정보들을 골고루 다 살펴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책을 보는 내내 당장 제주도로 날아가고 픈 충동을 느꼈다.

아무리 더워도 한라산 1100고지 숲에 들어가면 정말 시원할 것 같다. 한라산 영실도 너무 오르고 싶다. 바다 바람을 맞으며 해안 둘레 길을 걸어도 좋을 것 같다. 걷다가 발이 붓거나 아프다 싶으면 시원한 제주 바닷물이나 계속 시냇물에 잠시 발을 담그고 쉬기만 해도 피로가 싹 가실 것만 같다. 그러다 허기가 지면, 골막식당의 고기국수나 우진 해장국의 고사리 해장국, 국수만찬의 멸고국수 한 그릇 뚝딱 하고 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79면)

 

서귀포에는 천지연, 소정방, 정방 폭포가 있어 한 여름에 이곳만큼 시원한 별천지도 드물 것이다. 천지연 폭포 수 떨어지는 그늘에 앉아 시원한 폭포수 떨어지는 모습만 하루종일 봐도 그저 즐거울 것만 같다.

이중섭문화거리, 서귀포 올레시장, 천지연 폭포는 몇 년 전 제주도 여행 갔을 때 가 보았던 곳이다.

 

소천지, 올레 6코스의 숨은 명소 소천지는 처음이다. 백두산 천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여 소천지라 부르는데, 날씨가 좋으면 고여 있는 물 위로 한라산이 반영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니,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223면)

 

소천지는 다음 기회에 제주도에 가게 된다면 꼭 한번 들러 보고 싶은 곳이다. 기왕이면 아주 맑은 날 말이다. 휴가철인데, 어디 가지도 못하고 그저 답답하기만 했었는데, <에이든 제주여행 가이드북>으로 그 답답함을 달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인 듯 싶다. 1박 2일 혹은 2박 3일 제주 여행을 꿈꾸고 계획 중인 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일본 워킹홀리데이

 

탈도 많고 논란도 많았었는데, 어찌되었건 간에 우여곡절 끝에 지구촌 스포츠 축제인 도쿄 올림픽이 개막되었다.

개막 전까지 하네 마네 참으로 논란이 많았었는데, 이번 올림픽은 역대 어느 올림픽에서 보지 못한 무관중 개막으로 진행 되었다. 하루 빨리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어 과거 자유롭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일본을 좋아한다. 물론 처음부터 일본을 좋아했었던 건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와의 관계도 그렇고 그래서... 하지만 10여 년 전 일본을 처음으로 다녀오고 나서 일본에 대한 사고와 이미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일본어 공부를 위해 최근에 일본 드라마와 영화를 즐겨보면서도 일본 문화의 매력에 빠진 것 같다.

사실 과거에 일본하면 떠올랐던 이미지가 사무사이, 잔인함 이었다면, 지금 일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깨끗함과 친절함, 그리고 ‘우와!!’라는 감탄사이다.

나는 가끔씩 의아한 생각이 든다. 저렇게 깨끗하고 친절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이 도대체 임진왜란과 경술년에 자신들과 똑같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저렇게 잔인하고 잔혹한 만행을 저질렀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어찌되었던 1945년 전까지 일본은 우리나라의 철저한 원수였다. 하지만 광복을 겪고, 남북 전쟁을 치르면서 비록 남과 북이 분단되었지만 지금 이만큼 우리나라가 성장하게 된 것은 일본의 도움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구경하고 여행하며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문물을 온 몸으로 부딪히며 체험과 경험으로 익히고 배우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직업 또한 여행가나 모험가 여행작가, 관광 가이드 아니면 방학에 시간과 여유가 많은 교사 같은 걸 하고 싶었는데, 여의치 못해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한번쯤 일본 워킹 홀리데이

일하고 여행하며 꿈꾸던 일본 일상을 즐긴다.

후쿠오카에는 ‘야타이’가 많다. 야타이란 일본식 포장마차를 말한다. 보통은 일본에서 축제 때 많이 볼 수 있지만 후쿠오카에서는 축제가 아니더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낮에도 저녁에도 나란히 줄지어서 영업하는데 도쿄와는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야타이 주변은 항상 사람들로 붐벼서 마치 축제 거리에 와 있는 것처럼 기분이 고조된다. 파는 음식도 라멘, 타코야끼, 소시지, 어묵, 닭꼬치, 맥주 등 다양하다. 돈코츠 라멘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아르바이트를 위해 라멘을 먹는 건지, 라멘을 먹으려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144면)

 

워킹홀리데이의 매력은 내가 살아보고 싶은 나라에서 살면서 일을 하고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다만 워킹홀리데이는 독립 혹은 자립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스스로 고민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내적, 외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런 값진 경험을 좋아하는 나라, 살아보고 싶은 나라에서 해 본다는 게 워킹 홀리데이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190면)

 

 

내가 학창 시절에는 워킹 홀리데이라는 게 거의 드물었다. 아마도 2,000년대 이후 대학을 다녔더라면 나 역시도 과감하게 워킹 홀리데이에 도전을 해 보았을 것 같다.

<한번쯤 일본 워킹홀리데이>는 고나현, 김윤정, 원주희, 김지향, 김희진 작가들의 소소한 일본 여행, 혹은 체류 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글에서 꾸미지 않는 진솔함과 담백함이 이 책의 소소한 재미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나도 이 일본 워킹 홀리데이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내가 하고 있는 이 일들을 내려 놓을 수가 없다. 다만 어떻게 하는 건지 간접적으로 나마 경험을 해 봤으니, 나도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 전에 일본어 실력부터 소통 가능한 정도까지 끌여 올려야 할 것 같다. 워킹 홀리데이는 그 다음이다.

 

 

 

건축가의 도시

 

“건축학개론 첫 번째 과제는 나의 집 그리기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건축가는 자기 집이 아니라 남이 사는 집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형편이 그렇다 보니, 건축가에게 가장 필요한 공부는 당연히 남의 삶에 대한 것일 수 밖에 없다.

진실은 늘 현장에 있다. 그래서 현장을 찾는 일, 여행은 건축가에게는 필수적인 과정이다.(7면)

건축과 나의 집, 많은 건축가들이 내 집을 짓듯이 남의 집을 짓는다.

어디서 주워 들었는데, 건축학개론의 첫 과제는 흔히 나의 집 설계라고 한다.

내 집을 먼저 잘 지어야 남의 집도 내 집처럼 잘 설계하고 지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건축가의 도시, 대단히 매력적인 책이다.

책장을 넘기는데, 인상적인 건축물들이 눈에 띠었다.

프라다 아오야마, 미우미우 아오야마, 도쿄 스카이트리

이런 건축물들은 단순히 건축물이라고 생각되기 보다는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느낌이 든다. 독특한 외관의 건축물들 같은 경우에는 저 건축물을 설계한 디자이너의 머리 속, 상상력에 새삼 경외심이 든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디자인으로 그려서, 실제로 저와 같은 건축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정말 대단하다.

 

워터큐브는 중국어로 수립방(水立方), 물로 만든 입방체. 즉 물로 지은 건축이라는 뜻이다. 외관부터 시선을 압도하는 이 건축물은 2008년 중국 베이징올림픽을 위해 만들어진 건축물이다.(~115면)

 

파울리스타 대로와 상파울루 미술관

육중한 콘크리스 덩어리를 받치는 네 개의 빨간색 다리는 과연 멀리까지도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213면)

 

책 속에 나오는 건축물과 건축들의 다양한 도면들을 보면서, 건축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건축이란 학문 자체가 참으로 매력적인 학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은 의식주(衣食住) 삼 요소 가운데서 주거에 해당된다. 옷이 있고, 음식이 있어도 추위와 더위를 막아 줄 공간이 없다면, 인간은 인간다운 삶을 제대로 영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건축은 건축학개론 첫 번째 과제에서 보듯이 집을 그리고 짓는 것을 의미한다. 줄자를 가지고 이곳저곳 치수를 재면서 모눈종이 위에 선을 이리저리 긋고 이어서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 건축물의 도면이 뚝딱하고 완성 된다. 그 도면을 토대로, 땅 위에 설계대로 시공 하면 종이 속 그림이 실제 땅 위에 건축물로 탄생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건축학이고 건축이다.

 

사실, 손재주가 없어 건축에 도전하지 못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손재주가 없어도 뜨거운 관심과 열정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건축이기도 한 것 같다. 많은 건축가들이 건축학을 공부하고 전공하는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하나의 멋진 예술 건축물을 탄생시키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건축은 단단하고 도시는 거대하다.’ 굉장히 인상적인 글귀이다. 건축에 관심이 많아 독특한 건축물을 보면, 자연 시선이 간다. 전에 성균관대학교 수원 캠퍼스에 갔을 때 삼성학술정보관을 보고 마치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그 독특한 외형에 누가 이런 건축물을 설계하고 지었는지 놀란 적이 있다. 서울의 DDP 전시회장도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신기했다. 또 조선대학교 본관 건물도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이 건물은 세계에서 가장 긴 건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한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책에서 소개하는 건축물들의 다양한 도면이다.

도면은 건축물의 보이지 않는 공간을 다양한 측면, 시각에서 보여주고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공간에 대해서도 그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도면을 통해 닝고 역사박물관이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고, 세계무역센터의 내부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또 그레이스 팜스의 내부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들여다 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일본, 중국, 미국, 브라질, 프랑스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의 건축물 중에서도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건축물들에 대해 많은 정보들을 알 수 있었다. 프랑스와 영국, 호주 등의 건축물들도 아울러 궁금하다. 여행을 가게 되면 더 자세하게 꼼꼼하게 그 지역의 혹은 그 나라의 다양한 건축물을 살펴보게 될 것 같다.

건축가의 도시는 스스로를 예비 건축가라고 낮춘 건축가 이규빈의 건축 여행에 관한 글이며 글로 지은 첫 번째 건축 작품이다. 그의 글에서 건축에 대한 아름다운 고뇌의 흔적이 진심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