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온천 여행

 

황홀하다.

역시 나 홀로 하는 최고의 힐링, 휴식 여행에는 온천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진리를 재확인한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인 다카기 나오코, 굉장히 상큼 발랄한 작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표지가 너무 화사해서 보게 된 책인데, 책장을 넘기면서, 너무 재밌고, 내용 또한 아기자기 해서 보는 내내 ‘우와’, ‘좋겠다!!’, ‘부럽다!!’ 라는 감탄사가 나도 모르게 계속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군마, 도치기, 니가타, 도야마, 후쿠이, 홋카이도 등등 일본 곳곳에 즐비하고 있는 온천 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읽으면서 이 책은 일본 온천 여행인가? 아니면 식도락 여행인가 헷갈릴 정도로 그 지역의 명물 먹거리와 음식까지도 소개되고 있어, 나도 당장 따라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온천의 나라 일본답게 정말 주인공이 온천여행을 간 온천들은 모두가 다 하나같이 ‘머물러 보고 싶은 료칸, 가보고 싶은 온천’이었다.

온천은 동네 사우나, 목욕탕과는 다르다. 오래 전 처음 온천을 알고 나서 정말 신기했던 게, 어떻게 끓이지도 않았는데, 땅속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날 수 있는지, 어렸을 적에는 뜨거운 탕이 싫었는데, 언제부턴가 뜨거운 탕에 몸을 담그는 일이 즐거워졌다. 인공 사우나 온천이 아닌, 자연 온천에서 온천욕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건 피부가 알고 몸이 안다.

2005년쯤에 처음 일본 후쿠오카에 4박5일 일정으로 온천 여행을 가면서 나도 일본 온천, 자연 그대로의 천연 온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중국과는 또 다른 느낌의 일본,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본, 하지만 일본의 온천은 확실히 한국의 온천과는 달랐다. 여행 기간 동안 아침저녁으로 일본 온천을 알뜰하게 즐겼다. 나 홀로 온천여행을 접하니, 다시금 일본으로 온천 여행을 당장에라도 떠나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안좋은 상황이다 보니, 당장은 그 조급한 마음을 잠시 진정시키고, 책을 통해서 눈으로 먼저 즐겨보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나홀로 온천 여행, 이 책을 통해 일본 온천을 200%쯤 제대로 재밌게 만끽할 수가 있다.

이 책은 소소한 재미는 저자의 여행 일지이다. 어디를 어떻게 이동했고, 이동하면서의 소소한 에피소드, 그 지역의 관광지, 그리고 여행 경비가 교통비부터 해서 목욕비, 기타금액까지 세세하게 기록해서 총 얼마가 소요되었는지 다 알려 준다는 점이다.

이용한 교통편도 실로 다양하다. 기차타고, 비행기 타고, 버스타고, 정말 다 탔다.

 

온천의 나라답게 일본은 온천마다 그 시설과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정말 여건만 된다면, 나도 온천마니아가 되어 각 지역으로 온천 순례를 다녀보고 싶을 정도다. 예전에 언젠가 EBS 세계테마여행이란 프로를 통해 일본의 유명한 온천들이 대거 나온 적이 있었는데, 정말이지 온천의 나라답게 지역마다 분위기가 독특하면서 색다른 다양한 온천들이 나와서 보는 내내 신기해하고 한 번 가보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꼈었는데, 이 책도 그렇다. 마치 만화로 보는 세계테마여행, 일본 온천 편을 즐기고 감상하는 느낌이다.

임진무쌍 황진

 

표지에서 무사, 무장의 비정함이 묻어나는 듯 하다.

조선 검, 조선의 무인 황진!!

“바다에는 이순신, 육지에는 황진!!”

소설을 읽다보면, 왜 이런 표현을 썼는지 대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왜란 당시 황진의 활약이 뛰어났음을 역사 기록들이 뒷받침하고 있다.

 

공은 휘가 진이고, 장계현인으로…익성공 황희의 5세손이다. 공은 체구가 크고 수염이 아름다웠으며 용력이 남보다 훨씬 뛰어났다. 성품은 강직하고 굳세었으며 큰 뜻을 진고 있었다.(청음집). (9면)

 

통신사를 따라 일본에 들어갔을 때 적의 상황이 반드시 전쟁을 일으키리라는 것을 살피고는 주머닛돈을 털어 보검 한 쌍을 사가지고 돌아와 말하기를, 머지 않아 적이 올텐데 이 칼을 써야 하겠다.(조선왕조실록, 선조수정실록 26년 6월 1일 순성정 황진의 졸기), (73면)

 

청음집, 조선왕조실록, 징비록, 난중일기, 강한집, 국조보감, 연려실기술, 포저집 등 각종 문집과 역사 사료에서 무장 황진의 일이 기록되어 있다. 역사 자료에 기록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당시 그의 존재감과 활약이 다른 사람의 눈에도 특별하게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무장 황진의 역사 사극을 보는 것처럼 현실감이 더욱 묻어난다. 작품이 시종 리얼리티하다.

사무라이 네다섯 명이 방패 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황진 쪽으로 접근했다. 그들은 멋잇감을 발견한 사냥개처럼 집요하게 황진에게 달려들었다.

 

탕탕탕!!!

황진이 사무라이들과 칼싸움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의 동선을 따라 조총 탄환이 계속 날아왔다. 황진은 조총병들이 자신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음을 직감했다. 일단 몸을 굴려 근처의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현감 나리! 일단 후퇴하셔야 합니다.”

비장 공시억이 큰 방패를 들고 달려와 황진에게 작전상 후퇴를 권했다.

“안 된다! 여기서 무너지면, 더 이상 방어선이 없다. 이치고개가 무너진다!”

그때였다. ‘탕!’ 소리가 함께 황진은 이마에 강한 충격을 느꼈다. 8척 장신의 황진이 그대로 정신을 잃고 앞으로 쓰러졌다.

산 정상 지휘부에서 전투 상황을 지켜보던 권율은 칼을 빼 들고 내려왔다. 황진이 쓰러지자, 조선군 병사들이 심하게 동요했다. 조선군의 패배가 눈 앞에 다가온 것 같았다.

권율은 고개 위로 올라오는 도망병을 잡아, 그 자리에서 목을 쳤다.

죽은 줄 알았던 황진이 눈이 번쩍 떴다. 다행히 조총 탄환이 이마를 스친 것이었다.(~139면)

 

이 기록은 연려실기술 제 16권에 있는 내용을 토대로 하여 작가가 재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연려실기술에는 그 내용이 상당히 축약되어 있지만, 당시의 상황이 어땠는지, 황진의 활약이 어떠했는지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다.(141면 참조)

 

안타깝게도 황진이라는 무관의 이름은 처음이다. 임진왜란 하면 이순신 장군, 권율 장군, 김시민 장군, 곽재우 장군 등의 이름은 익숙한데, 황진이라는 장수의 이름은 생소하기 그지 없다. 책을 읽으면서 황진 외에도 우리가 모르고 있는 수많은 영웅들이 더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임진무쌍, 임진은 임진년에 상대가 없을 정도로 무예에 뛰어난 무관이었다. 그의 활약이 궁금하다면 책을 통해 황진이라는 무관을 만나보기 바란다.

아내들

 

그는 목요일마다 온다. 그날이 나의 날이다. 난 써스데이다. 목요일은 한 주의 시작도 아니고 끝도 아닌 정거장이다. 더 중요한 요일들 가운데에 끼어 잊히지만, 희망찬 날이다. 주말에 앞서 나오는 애피타이저인 셈이다. 가끔은 다른 요일에 대해 궁금하기도 하다. 다른 요일들도 나에 대해 궁금해할까?(9면)

 

질투심이 솟지만 얼른 떨쳐낸다. 다른 아내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이 수간이 내 일주일의 하이라이트다. 옹졸한 감동으로 그걸 망치고 싶진 않다. 나는 말한다.

“월요일은 아들이면 좋겠대요? 아니면 딸?”

“아들이면 좋겠대, 나처럼 짙은 색 머리카락에. 하지만 내 생각에는 아들이든 딸이든 엄마를 닮은 금발일 것 같아.”

“성별을 알게 되면 나한테도 바로 알려줄 거죠?”

“아직 멀었어. 어쨌든 알려줄게.” 그는 미소를 짓는다.

나는 화요일에 대해서도 묻곤 한다. 하지만 세스는 그녀에 대해 말하기를 두 주저한다. 나는 언제나 그녀에게 첫 번째 아내라는 권위가 있다고 생각해 왔다. 첫 번째 안내. 그가 사랑한 첫 번째 여자. 세스의 법적 아내는 나라는 사실을 위안으로 여겨왔다.(21면)

“어제 밤에 내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걸 알게 됐어요.”

해나는 포크를 떨어뜨린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어젯밤에 남편이랑 싸우고, 나는 뛰쳐 나왔어요.”

“난 임신했어요. 아직 얼마 안 됐어요.”

“남....남편은요?” 내가 묻는다. 실은 ‘우리의 남편’이라고 말하고 싶었다.(93면)

 

난 당신들 모두를 사랑해!! 서로 다르게 그리고 똑같이.

오랜만에 장정이 예쁘면서도 눈길이 가는 제목의 책을 만났다.

아내들

제목에서 뭔가 서스펜스, 치명적인 스릴러 장르의 냄새가 물씬 났다. 제목이 ‘아내’가 아니고 ‘아내들’이다.

일부다처제 시대의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내 남편에서 두 명의 아내가 더 있고, 난 다른 아내들을 만난 적이 없고, 서로가 서로를 모른다. 이 독특한 합의 때문에 남편을 일주일에 단 하루밖에 볼 수 없다.

조선시대, 아니 왕권 중심의 국가에서 최고 통치자인 군왕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소설은 가독성과 흡입력 모두 좋다.

‘아내들’이란 제목에서 묘한 늬앙스를 느꼈다.

‘명사’에 ‘들’이란 단어가 붙으면 복수가 된다. 즉 하나만 있어야 하는데, 둘, 셋이 된다는 의미다. 책의 제목을 보고 아내가 하나가 아니라는 소리인데, 뭔가 사기 결혼, 혹은 이중 결혼에 관련된 내용인가? 책 제목에서 뭔가 미국 판 사랑과 전쟁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난 당신들 모두를 사랑해!! 서로 다르게 그리고 똑같이, 이 메시지에 담긴 의미는 뭘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치명적인 심리스릴러 <아내들> 이 책을 읽는 순간순간, 오래 전에 본 <원초적 본능>이란 영화가 생각났다.

책 또한 장정이 굉장히 예쁘다. 역시 예쁜 건 치명적이다.

뭐든지 자신이 벌인 일에는 책임이 뒤 따른다.

가장 끔찍한 합의의 그 대가가 궁금하다면,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