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셰프의 우리 과자 이야기

 

대단한 책이다.

조선 선비 중에 이런 분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조선시대에도 과자가 있었다.

조선시대 과자 하면 떡이나 한과, 엿 정도만 연상이 되고, 과자 또한 지체 높은 사대부나 양반이 아닌 일반인들은 쉽게 접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당취매방, 산사고방, 연자전방, 당소모과방, 당전감방 등등

 

과일이나 열매 등의 재료로 과자를 만든다. 사실 제철이 되면 먹을 수 있는 산딸기, 밤, 홍시 같은 과일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었을 것이나 이런 재료들을 발효시키고 재가공해서 과자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조선시대 과자의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 또한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이 책에 나온 과자들은 전통 과자를 제조하는 곳이 아니면 먹어 보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정성, 빛과 바람이 만든다.

포과는 수분이 많은 제철 과일을 볕에 말려두었다가 과일이 나지 않는 계절에 먹을 수 있게 저장하는 방법이다. 탱탱하고 과즙이 넘치던 과피가 쭈글쭈글해지면서 나이 들어가지만 먹어 보면 응축된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바람과 볕을 견딘 말린 과일은 씹는 맛이 생기고 햇볕을 받는 동안 영양소가 더 강화된다.…볕 좋고 바람 좋은 날 내어놓은 소쿠리 속의 과일과 산나물, 푸성귀는 내놓기가 무섭게 잘도 마른다.(173면)

 

<임원경제지>의 저자로 잘 알려진 조선 선비의 음식 이야기라니, 이게 무슨 책인가 했다. 사실 임원경제지란 책은 알고 있었지만 단순히 제목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이 책을 통해 서유구란 인물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정말 다방면에 뛰어난 학자였음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직접 저술한 옹치잡지를 포함하여 조선은 물론 중국과 일본의 서적을 참조하여 당시의 음식문화를 식재료, 음료, 과자, 채소음식, 고기와 해산물, 조미료, 술 등으로 구분하여 정조지와 같은 책을 요리백화사전을 완성하였다.

 

조선셰프 서유구의 과자 이야기을 보면서 정말 감동을 받았다.

어떻게 이런 책을 구상하고 집필할 수 있었는지, 새삼 서유구의 실학 정신과 기록 정신이 놀라웠고, 또 이런 텍스트를 발굴해서 단순히 한문 번역이 아닌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다양한 이미지와 내용을 편집해서 이렇게 멋진 책으로 재탄생시킨 저자와 풍석문화재단음식연구소 팀의 능력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조선셰프가 만든 조선시대 다양한 과자와 그 과자를 만드는 비법이 궁금한 이들이라면, 아주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농심이나 해태, 오리온 공장에서 만드는 과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보기에도 좋고, 건강에도 그만일 것 같은 진정한 우리 과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실격

 

묘한 인연이 있는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전인 대학 시절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한 해 그해 마음에 쏙 드는 같은 후배를 만났다. 내색하지 못하고 몰래 혼자 가슴앓이 하며 짝사랑하던 후배 였는데, 그 후배가 이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읽던 모습이 생각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인간실격을 읽고 공감대를 형성 했었더라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그 뒤 다시 한참 시간이 흘러 두 번째로 접했던 인간실격은 회사 사무실에서 돌아다니던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휴대하기 딱 좋은 사이즈의 책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똑 같은 책 두 권에 사무실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 날은 점심을 먹고 무료하던 차에 잠시 책을 빌려 책장을 펼쳤다. 책의 서문을 읽고 ‘첫 번째 수기’장을 펼쳤을 때 나는 굉장히 큰 여운을 남기는 강렬한 글귀를 만났다.

 

“너무도 부끄러운 생을 살아왔습니다. 나로서는 인간의 생활이라는 것이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11면)”

 

인간실격과 인간의 삶, 부끄러운 일이 많았던 생애.....

지금 나의 생애와 삶은 어떤가? 하는 물음이 불현 듯 들었다.

 

책을 읽다가 책 주인인 옆 자리 동료를 만났는데, 자기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다가 어제 저녁에 시내 나가는 길에 잠시 서점에 들러서 똑같은 책을 구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자기는 책이 있으니까, 대출한 책은 그냥 내가 봐도 된다고 했다.

그때부터였던가, 왠지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장에는 느긋하게 독서할 여유도 없었고, 또 남이 빌린 책을 다시 빌려서 읽는 건 아닌 것 같아 나중에 내가 대출해서 읽어봄아 하고 돌려주고 나서는 언젠가는 꼭 읽을 내 독서 목록에 올려놓기만 하였다.

그러고 시간이 또 지나서 코너스톤에서 출간된 장정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인간실격>을 만나게 되었다. 표지만 봤을 때는 문학 이론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역시 장정이 예뻐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는 드는 그런 책이었다.

 

술, 담배, 매춘부. 그건 비록 일시적이기 해도 나의 인간 공포증을 누그러뜨리는데는 그만한 게 없었습니다. 그러한 수단을 얻기 위해서라면 내 모든 걸 팔아치워도 좋다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45면)

 

인간다움과 인간실격의 차이, 과연 인간 자질의 본색은 무엇인가? 요조를 보면서,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에서 의병들을 모질게 고문하며 웃는 모리 타카시라고하는 일본군 장교가 자꾸 연상되는 건 무슨 까닭일까?

<인간실격>이란 책에 대해 알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순전히 우연에서 비롯되었다.

분명 인연이 깊은 책이고, 인연이 있으면 언젠가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대학 시절 그 후배는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지금 잘 살고 있는지 안부가 궁금하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20년 전 그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미국을 지배하는 또 하나의 제국, 글록

 

미국에서 총은 어떤 의미일까?

총은 농사와 국경 때문에 필수품이 되기 시작했고, 스포츠와 미국인들의 상상력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수백만명의 미국 소년은 사격을 배우고 장난감 총을 졸업해 자신만의 진짜 총을 선물로 받으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지닌다. 총은 성인 남성이 되었다는 공식적인 인증 의식이다.(107면)

 

총, 어렸을 적 최고의 장난감은 단연 총이었다.

아이들과 동네 뒷산의 무덤가나 골목에서 나무로 만든 총을 들고 하는 총싸움과 칼싸움은 어렸을 적 최고의 놀이 중 하나였다.

그리고 총 하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총잡이들이 등장하는 미국 영화이다.

정말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총싸움 영화가 있었지만,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장고이다. 2010년 전후로 리메이크가 되었을 정도로 빼어난 수작이었다. 그리고 스티븐 시걸 주연의 복수무정, 형사니코, 언더씨즈 등 각종 영화에서 시걸이 총을 잡고 적을 향해 쏘는 장면은 서부 시대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해 주기도 하였다.

권총, 흔히 허리 차고 다니면서 재 빨리 적을 사살할 때 사용하는 무기이다. 권총의 종류는 권총의 역사 흐름만큼이나 다양하다. 베레타, 콜트, 리볼버, 스미스 그리고 글록, 모두 다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는 대표적인 권총의 이름들이다.

권총은 군대에서 장교 및 지휘관의 상징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총기 거래 및 소지가 불법이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권총은 지금도 계속 개발 중이고 새로운 제품이 무기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다양한 권총이 있지만 역시 가장 인기 있고 선구적인 권총은 글록이 아닌가 생각된다.

2010년 전후로 개봉한 영화 중에서 원빈이 열연해서 화제가 된 영화가 있다.

바로 아저씨란 제목의 영화인데, 이 영화에 글록이 나온다. 주인공 원빈이 사용하는 권총이 바로 글록이었다.

영화 아저씨에서 최고의 명대사로 손꼽히는 대사이다.

“총 좀 구해줘, 콜트나 토카레프 말고 열피 넘는 반자동으로”

 

글록 한 자루로 원빈은 범죄조직의 수많은 조폭들을 모조리 제압해 버린다. 글록은 작아서 소지하기 편하고 탄약 알이 많이 들어가며, 또한 탄약이 떨어졌을 때, 재빨리 탄창을 교체해서 적들을 향해 발사할 수 있으며, 칼을 든 상대와 대적할 때도 유용한 방어 수단 또는 상대 타격용 무기로 제격이다. 쇠로 된 총열 부위는 칼을 막을 수도 있고, 반대로 총을 쏘지 않고도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미국에서 총기는 단순한 법 집행 수단이나 상업 용품이 아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총기의 역사 그 자체다. 헌법이 제정될 무렵에는 총기 소지가 일상생활이었고 미국인의 정체성이었다. 매사추세스 농부의 총격으로 세계의 역사가 바뀌었고 민병대가 강력한 영국군을 격파했기 때문이다.…미국인의 삶에서 총기는 무질서, 범죄, 폭력과 같은 부정적인 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대공황기의 갱과 1960년대의 도시 폭동은 총기 관매와 소유를 제한하는 법률의 제정으로 이어졌다.…1980년대에 등장한 글록은 미국 총기의 유산을 물려 받았다. 법 집행과 안전의 수단인 동시에 위협과 위험, 공포의 도구였다. 경찰이 선택한 권총이자 미치광이 살인자가 선호하는 무기였다.…글록은 미국 출시 10년도 안 되어 미국 권총을 대표하게 되었다.(31면)

 

책 표지의 글록, 권총 이미지가 대단히 인상적이다.

미국에선 범죄자도 피해자도 경찰도 모두 글록을 소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총을 소지할 수 없지만, 스포츠로 사격장에서 사격을 할 수는 있다. 글록은 정말 소지할 수 있다면 몸에 지니고 다니고 싶은 아주 탐나는 총이다. 이 책은 현대 권총의 대명사가 된 글록의 성공 신화를 탄생부터 현재까지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책을 통해 미국 권총의 역사는 물론 총기 산업의 역사까지도 아울러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주말에는 모처럼 사격장에 가서 사격을 하며 탕탕탕 시원스레 들리는 총소리와 함께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말끔하게 날려 버리고 싶다.

미국을 지배하는 또 하나의 제국, 글록!! 대단히 매력적인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