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중의 노래, 아가

 

근래 이문열 작가의 책을 다시 읽으면서 그의 타고난 천재적인 작가적 능력과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 소설가로 불리는 이유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다. 학창 시절 어렵게 느껴졌던 소설 작품들을 시간이 흘러 다시 읽으니, 그가 왜 천재 작가로 불리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제목도 생소한 <아가>라는 작품은 정말 근래에 와서 처음으로 접했다. 작가 스스로가 문학의 새로운 울림이며, 이 작품을 쓰기 시작할 무렵 변화의 열정에 사로잡힌 작품이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감을 품고 읽었다.

뭐라고 할까? 이 작품을 읽고 나서 든 첫 소감이...

“정말 강렬한 작품이었다!!”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이 작품은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읽게 된 작품인데, 역시 여운과 향수를 길게 남기게 하는 작품이었다. 나는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이문열 작가의 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이 2000년에 출간 된 이후 2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도 꾸준히 독자들에게읽히고 있는 데에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누가 당편이를 모르시나요

책을 펼쳐면, 제일 먼저 나오는 소제목만으로도 이 책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무엇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지 다소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아가>의 주인공은 당편이다.

 

그보다는 그 시절만 해도 우리네 부락공동체의 구조와 심성에는 당연히 그런 당편이가 들어앉을 자리가 있었다.…그다음은 몸과 마음이 모두 성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중심이다. 솔직히 말하면 현대를 살아갈수록 그런 중심내 존재에는 의심이 간다.(~43면)

내가 어렸을 적 우리 동네에도 당편이 비슷한 사람이 있었다. 우리 동네에서는 당편이라 부르지 않고 ‘오지리’라고 불렀는데, 약간 반편이었다. 몸의 불편함과 신체의 부자유스러움이 소설 속 당편이와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동네 사람들은 몸도 불편하고 지능도 떨어졌던 ‘반편이’를 ‘오지리’란 별명을 붙여 불렀다. ‘오지리’는 ‘정신이 모자라서 오질이 나갔다’는 의미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지리는 소아마비로 인해 다리가 불편했었던 것 같다.

우리보다 나이가 많았던 오지리를 동네아이들이 오지리를 따라 다니면서 ‘오지리’, 오지리라 부르면서 놀리기라도 하면, 오지리는 화가 나서 희안한 몸짓을 하며 자기를 놀린 아이들을 이리저리 붙잡으려 했지만, 불편한 다리로 할 수 있는 것 없었다. 그나마 동네 어른들이 오지리 대신 우리들을 불러 혼을 내었다. “누나뻘한테 그기 무슨 말 버릇이고” 하면서....

어떤 인연에 끌렸는지 당편이와 혼인 말이 나게 되었다.

이번에도 녹동 어른의 당부가 있어 맞선 비슷하게 서로 얼굴을 보는 기회가 주어졌다. 당편이도 그 신랑감을 마음에 들어 했다.

“서로 보기나 해라. 니 신랑감이다.”

그 같은 을순이의 말을 어떻게 알아 들었는지 모르지만 하마 사랑채 마루에 올라설 때부터 당편이의 입은 함지박처럼 벌어져 있었다고 한다.(88면)

 

당편이를 읽으면서 나는 오지리가 생각났다.

분명 우리랑 같이 한동네에서 어울려 살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다.

내가 중학교를 들어가고, 고등학교에 다니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정착하는 세월 동안, 내가 살던 동네는 상전벽해 했고, 어렸을 적 어울렸던 이웃들은 온데간데없이 다 사라져 버렸다.

<아가>를 읽으면서 이문열 작가가 왜 이 작품을 쓸려고 했고, 다른 작품들 다 마찬가지겠지만, 남긴 여러 소설 작품 가운데서도 이 작품에 큰 애착을 가지게 되었는지 어렴풋하게 나마 알게 되었다.

 

달빛 속에 사위어가는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인간의 길

 

말이 달라지면, 인생의 길이 달라진다.

 

인생의 길, 인간의 길

살면 살수록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사는 게 바른 길인지 참 어려운 것 같다.

 

어떻게 살 것인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나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처신하고 행동할 것인가?

 

이 질문의 답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아마도 선현들이 남긴 지혜의 샘물, 문장 속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흔히 고전이라고 부르는 선현들이 남긴 기록 속에 그 해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실 요즘이야 워낙에 재미난 종류의 책들이 많아서 그렇지, 과거에는 <사기> 만큼 흥미진진하고 재미가 있으면서 교훈까지 두루 갖춘 책은 거의 드물었을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는 중국 역사이기 전에 ‘인간 처세술의 보물창고’로도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사기>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 군상들의 삶의 지혜가 담긴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현재를 바르게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수천년 전에 지어진 사기가 오늘날 까지 다양한 시각으로 읽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사기는 읽는 나이에 따라 그 느낌과 반응이 서로 다르다고 한다. 젊었을 때 읽으면 재미난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되고, 대학시절에 읽으면 사마천의 문체와 시대를 관통하는 기풍에 빠져들게 되며, 중년이후에 읽으면 세상의 이치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준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사기>의 매력은 바로 고사에 있다. <사기>는 전고와 고사의 바다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고사가 나온다. 이 책은 <사기>에 나오는 고사성어 가운데 인구에 회자되는 성어를 뽑아서 주제별로 나누어 4장으로 구성하였다. 우리가 일상생활하면서 한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익숙한 성어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낯이 설은 성어도 있다. ‘아홉 마리의 소에서 털 한 올’, 즉 ‘하잘것없고 별 볼일 없다’는 뜻의 구우일모(九牛一毛)는 초등학생 한자공부 책에도 나올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성어의 원저작자가 사마천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매우 드물 것이다. 이 외에도 계구우후(鷄口牛後), 곡학아세(曲學阿世), 관포지교(管鮑之交), 다다익선(多多益善), 기화가거(奇貨可居) 등의 고사가 귀에 익숙한 고사라면, 문정경중, 이식지담, 단이감행, 진진상인, 문불야관, 위위구조 등의 고사는 귀에 익지 않은 낯 설은 고사들이다.

 

춘추는 글자가 수만 자에 이르는데, 거기에 담긴 대의도 수천가지에 달합니다. 만사의 성광과 실패, 흥망과 성쇠가 모두 춘추에 응집되어 있습니다. 춘추에는 시해당한 군주가 36명, 멸망한 나라가 52개 나오며, 사직을 보존하지 못하고 여러 나라를 떠돈 제후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 까닭을 살펴보면, 모두가 다스림의 근본을 잃었기 때문입니다.(87면)

인간의 길, 이 책은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이란 책의 개정판이다.

이 책 속에는 <사기>에 나오는 고사들 중심으로 대거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매력은 고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설명이지만, 현대적 의미를 결부시켜 해석한 점이 좋다.

 

나는 문왕의 아들이자 무왕의 동생이며, 지금의 왕인 성왕의 숙부다. 어느 모로 보나 천하에 천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목욕하다 머리카락을 세 번 움켜쥐고, 밥을 먹다 세 번 뱉어내면서까지 인재를 우대했다. <노주공세가>의 정확한 원문은 일목삼착발(一沐三捉髮) 일반삼토포(一飯三吐哺)인데, 훗날 여기에서 많은 파생어가 나왔다. 줄여서 ‘삼착삼토’, ‘착발토포’로 쓰기도 한다. 심지어 열 번 밥을 먹다가 열 번 뱉어냈다는 ‘십반십토’까지 나올 정도다. 어쨌거나 이 성어의 요지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사람 대접에 소홀하지 말라는 것이다.(132면)

 

<사기>의 고사를 뽑아서 엮은 <인간의 길>을 통해 한자와 한문도 공부하고, 중국 역사도 배우며, 고사성어까지 익힐 수 있다면 이야말로 일석삼조,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인간의 길>은 아주 유익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위드코로나 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감염병 확진자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아직은 여럿이 모여 뭔가를 하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조용히 좋은 양서 한 권을 읽으면서 인간의 길을 배우며 교양을 쌓는 게 여러므로 현명하고 유익하지 않나 생각된다.

 

 

한글 글씨 연습

 

신영복 선생님의 글과 글씨, 그림을 좋아한다. 글씨는 신영복체 내지 어깨동무체, 연대체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글씨가 참 좋다. 한참을 보고 있어도 어색하거나 전혀 싫증나지 않는다.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선생의 글씨는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기대어 어깨동무하고 있다.”는 표현이 참으로 적절한 것 같다. 선생님 글씨체에 대한 평으로 ‘한 획의 실수는 다음 획으로 감싸는 것’이라는 것도 아주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생각된다. 신영복체는 그만큼 ‘여유롭고 넉넉한 체’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글씨체라는 생각이 든다. 선생의 붓글씨도 붓글씨지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같은 책들도 참으로 대단한 책들이다. 이 책들은 처음 접한 이후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곁에 두며 애독하며 좋은 구절들은 틈틈이 이면지나 연습장에 적어 보곤 한다.

그런데 참 안 되는게 하나 있다.

이건 희안하게 어렵다.

바로 글씨이다.

뭐가 문제일까?

집에 한석봉 천자문이 있는데, 학창시절 천자문을 익히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한자 쓰는 법을 익히기 위한, 글씨 연습을 목적으로 구입한 책이다.

한석봉 글씨체 위에 연필로 계속 따라 쓰면서 한자 서체를 익혔다. 그래도 그나마 이 책 덕분에 한자를 제법 쓸 줄 알게는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글씨체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에게 글씨는 참 어렵다.

요즘은 글씨 쓸 일이 없어 더 어렵게 느껴진다. 하여 가장 부러운게 필체 좋은 사람이다.

손 글씨가 나를 바꾼다

글씨는 또 다른 나의 얼굴이다.

이 책을 보는 순간, 글씨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정말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글씨를 잘 쓰기 위해서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본 이론부터 철저하게 섭렵한 후 글씨 쓰기도 임해 보려고 한다.

 

글씨 쓰기의 기본은 역시 자신에게 맞는 서체를 찾는 일이다.

그 다음 네 모 칸에 맞춰 정자체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천천히 또박또박 써보는 것이다.

예쁜 글씨가 되려면, 글자 넓이, 높이, 간격, 뛰어쓰기, 정확성이 요구된다.

여기에 더하여 안정감과 조화로움, 정돈됨이 갖추어 지면 훌륭한 글씨가 이루어진다.

집에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생이다.

요즘 책읽기 재미에 푹 빠져 독서에 열심이다. 그리고 틈틈이 받아쓰기 연습 삼아 노트에 글씨 연습을 한다.

한 글자 한 글자 공들여 쓴 글씨를 보면 내 글씨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글씨와 내 글씨를 비교해 보니, 아이는 천천히 쓰고 있고, 나는 빨리 쓰려한 모양이다.

글씨는 역시 좋은 교본을 정하여 많이 정성들여 많이 써 보는 것 만한 게 없는 것 같다.

그러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글씨 연습을 하기에 더 없이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