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의 오키나와

 

이 책은 저자 민주짱의 한 달 오키나와 살기의 일기장과도 같은 이야기다.

책의 저자 민주짱은 코로나가 발발하기 전 아직은 자유롭게 지구 곳곳을 누릴 수 있었던

2019년 3월 13일~4월 11일까지 오키나와에 머물렀다.

골든타임. 정말 기막힌 골든타임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안타깝게도 2019년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일본을 좋아한다.

오키나와섬, 북해도, 눈이 아름다운 북해도의 다른 이름 홋카이도, 맥주가 일품인 삿포르, 일본의 수도 도쿄, 나고야, 오사카성, 히로시마, 후쿠오카, 가고시마, 벳푸 까지, 가본 곳도 있고 가보지 못한 곳도 있다. 아마도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일 년에 한 두 곳씩 부지런히 다녔을텐데, 아쉽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었으면 하는 바램 뿐이다.

 

민주짱 만큼은 아니지만 나 또한 바닷가 근처 마을에서 나고 자라 바다를 좋아한다.

드넓은 바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한없이 넓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민주짱 만큼 몇 시간씩 앉아서 바다를 주시하며 멍 때리지는 못한다.

 

남국의 바다 섬, 오키나와에서 한 달 머물기

오키나와는 일본의 섬이다. 일본이란 나라는 사실 우리랑 그다지 사이가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리적으로 인접한 이웃나라이고, 장인정신과 과거 사무라이의 무사도 정신이 있는 나라여서 일본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오래전 이원복 선생님의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편을 읽으면서 일본에 대해 더 좋은 감정들을 많이 가지게 된 것도 얼마간의 영향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는 아소산이 있는 온천의 도시 후쿠오카와 눈의 고장 북해도를 다녀오기도 했는데, 오키나와는 아직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곳이 좋다는 이야기는 이미 다녀온 이들에게 귀가 닳도록 들었다. 일본 휴양지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오키나와는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와 같은 곳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갈 때마다 이것저것 다 사 먹고 싶지만 위의 용량은 한정되어 있기에 하나만 고를 수밖에 없는 게 가장 큰 단점이었다. 내가 대식가였더라면 먹고 싶은 걸 전부 다 사서 먹었을텐데, 눈물을 머금고 싱싱한 초밥 10개들이 3팩 천엔의 유혹을 뿌리치고 수산시장 한편에 잇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600엔짜리 참치 덮밥을 시켰다. 그야말로 600엔의 행복이었다.(55면)

 

오키나와에서의 한 달

내 인생의 조금은 긴 휴가....

이 말도 참 좋다.

난 꼭 오키나와가 아닌 제주라도 괜찮다.

내 인생의 조금은 긴 휴가가 내게도 간절하게 필요한 시점이란 생각이 이 책을 읽는 순간 내내 들었다. 나는 과연 언제 민주짱처럼 내 인생의 조금은 긴 휴가를 갈 수 있을까?

오키나와의 동창회

염소고기를 먹으러 갔을 때 초대받았던 토모치 선생님의 동창회! 설마 진짜로 부를 줄은 몰랐다. 동창회에 모인 분들의 평균 연령은 대략 마흔 중반, 그리고 자녀들은 초등학생 저학년, 내 또래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열심히 술과 음식을 나르고 있는 종업원 몇 명뿐이었다.

“여러분만 괜찮다면 제가 한국 요리를 해 드리고 싶어요. 불고기랑 부침개 어떠세요?”(~91면)

 

장마다, 편마다 이야기가 참 재밌다. 마치 남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 보는 기분이다. 기존의 명소나 맛집, 카페, 여행 정보들을 단순히 소개하는 그런 류의 책들과는 퀄리티가 다르다. 이 책은 분명 여행 안내서가 아닌데, 읽는 내내 일본 여행을 하는 느낌과 함께 일본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 주는 책이다.

오키나와, 섬 이름도 참 좋다.

 

이 섬에도 사실 없는 것 빼고는 정말 다 있다. 오키나와는 우리나라와 인접한 휴양지로서 정말 미국의 하와이 못지 않은 해외 휴양 명소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다. 아! 놀랍지 않은가? 사실 나는 단 한 번도 오키나와 섬을 가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 곳이 너무 익숙해지고 말았다. 마치 이곳을 아주 여러 차례 여행 다녀온 사람처럼 말이다.

한 달의 오키나와를 통해 오키나와와 더 가까워 진 것 같다.

이번 여름 오키나와의 해변에서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오리온 맥주를 한 잔 시원하게 마셔보고 싶다.

무가와 천황

역사에서 권력의 정점에는 가장 강력한 자가 주인이 되었다.

중국에서는 하은주, 진한, 위촉오 삼국시대, 남북조시대, 수당송금원명청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기존의 나라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나라를 창업하여 스스로 왕이 되고 황제가 되었다. 이른바 역성혁명으로 왕조가 등장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역사가 지속되어 온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신라의 삼국통일 이후 김씨 왕조가 신라 사직을 이어져 내려오면 주인이 되었고, 고려는 왕씨가 500년 왕조를, 조선은 다시 이씨가 500년 왕조를 이어 내려 오면서 왕조의 성씨가 뒤바뀌기를 번복하였다. 하지만 일본은 중국과 한국과는 분명 달랐다.

특이하다고 해야 할까?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변해도 일본은 여전히 천황의 나라이 다스리는 나라이다.

황제의 나라였던 중국도 청나라가 망하고 중화민국이 성립되면서 그때까지 중국을 통치했던 황제는 일개 평민으로 강등되어 초라한 삶을 살다 죽었다. 우리나라도 또한 1910년 일본에 의해 강제로 한일합병조약이 체결되면서 순종이 황제에서 왕으로 강등되는 즘에 사실상 500년 조선왕조의 사직은 무너지고 왕가의 존재도 유명무실해져 버렸다. 1945년 광복이 되고 오늘의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그 역사는 인정하되, 조선 왕족들은 나라에서 왕족으로 대우받거나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오직 일본만은 여전히 천황가를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인정하며 전통의 독특한 정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무가와 천황>이 아니더라도 사실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궁금했었다.

일본 최고 권력자는 왜 스스로 황위에 오르지 않았는가?

문제 제기가 아주 분명하다. 이 책은 이 의문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고 판단이 되었다.

일본의 정치체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임진왜란을 다시 공부하면서 부터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통치자가 되고 나서 일으킨 전쟁이 바로 조선 침략전, 임진왜란이다. 히데요시는 분명 미천한 평민 출신이었다고 하는데, 그는 어떻게 일본 최고의 권력자가 되어 마침내 조선을 침범하게 되었는지 그 부분이 몹시 궁금했었다. 조선에는 미천한 신분은 영원히 죽을 때까지 미천한 신분 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일본은 달랐다.

임진왜란사를 공부하면서 일본이 조선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단 시간 내 조선의 전국토를 거의 장악하다시피 해 놓고서도 끝내 조선 정복에 실패한 이유를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중 한 이유가 일본의 정치 제도 내지 체제와 관련이 있었다.

그리고 일본 전국을 통일한 히데요시가 천황이 되지 못한 이유를 <무가와 천황>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전대미문, 이례적이고도 이례적인 천황 교체 소동

무가(막부)에 알리지 않은 채, 천황 양위 의식이 급작스럽게 진행되고, 나라시대 쇼토쿠 천황이후 860년 만에 출현한 여성 천황

조큐의 난으로 무가가 처음으로 천황 폐위와 옹립을 실행한 이후 막부 동의를 얻지 않고 이루어진 왕위 계승은 사실상 무효라는 관례가 정착되어 있었다.

주모자 고미즈노오 천황은 감쪽같이 막부를 제치고 양위를 감행했으나 이로써 왕위 계승이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22면)

 

권력은 양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권력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절대권력를 원한다.

더구나 유가가 아닌 무가 집단에서 왕가를 전복시키지 않고 일부 권력을 나눠주며 양분한 경우는 물론 천황가의 권력은 실재 권력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권력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동서양의 전례를 보면, 가장 강한 권력자가 왕이 되었고, 황제가 되었다.

 

천황 가문을 능가하는 실력자는 많이 나타났다. 특히 무력을 가진 무가 집단은 되고자 하면 언제든지 천황이 될 수 있었다. 왜 실력자는 천황이 되지 않았는가? 누구나 알고 싶어하는 사안이지만 역사가들은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학문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천황이라는 것이 일본인에게는 골치 아프고 무거운 문제인데다…일본사회에서 천황 및 천황제는 논란도 많고 이해하기 힘든 면도 없지 않다. 천황이라는 호칭은 7세기경부터 사용되었고 현재까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또한 혈통적으로도 6세기 이후 현재까지 150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천황가는 세계에서 가장 유서가 깊은 왕가라고 할 수 있다.(~377면)

 

<무가와 천황>은 일본의 정치 구조 내지는 형태를 이해하는데 매우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의 언급에서처럼 일본 천황가의 권력과 지배에 대해서는 논란도 많고 선뜻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여전히 천황을 섬기며 국가 원수인 대통령이 아닌 총리가 국정을 이끄는 이중 구조의 정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일본의 특이한 정치 제도를 중심으로 일본의 과거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권력 및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리투아니아 여인

 

흡입력 강한 작품이다.

혜련, 금발의 제니에게 홀린 듯 빠져들었다.

 

미국인,

우린 흔히 서양인들을 보면 으레 미국인라고 여긴다.

서양 사람들은 동양인들을 보면, 으레 인구가 제일 많은 중국인인 줄 알거나 중국인이 아니라고 하면, 일본인으로 여기고, 그 다음에야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지금은 그나마 한류의 영향, 열풍으로 인해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긴 했지만 그래도 서양인들에게 비친 동양인들은 중국인과 일본인들이 제일 우선이다.

이러한 시선은 동양인들에게 있어 서양인들도 마찬가지다.

서양인들은 유럽인도 있고, 미국인도 있다.

외모만 봐서는 구별이 안 된다.

리투아니아 여인에서 여주인공 혜련 또한 외모만 봐서는 영락없는 미국인이다. 하지만 그녀는 미국인이 아닌 유럽계 리투아니아인이다.

 

나이는 초등학교 중급반쯤 되는 여자아이는 남과 다른 자신의 외양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야, 이 미국 00아, 다시 니하고 노는가 봐라.”

“이 코쟁이 00아야, 인자 고나, 너 나라로 돌아가삐라. 가서 다시는 오지 마래이.”(~25면)

내 의식 속의 리투아니아는 여전히 어딘가 아득한 세계 한 끄트머리에 있는 불행한 발트 3국의 하나일 뿐이다. 내가 아는 혜련은 어디까지나 미국인이었으며, 그녀가 한국에서 상처 입고 돌아갔다면 그것은 당연히 미국이어야 했다.(151면)

 

실은 근래 이문열 작가의 작품들을 다시 읽고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였던 <황제를 위하여>란 작품은 1997년 대학 다닐 때 접했던 작품으로 당시 읽을 때는 이 작품이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지 못했었는데, 20년 이 훌쩍 지나서 최근에 다시 읽으니, 굉장히 뛰어난 수작이었다.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는 1982년 처음 1쇄 발행을 시작 한 이후 현재까지 거의 40여 년 가까운 세월동안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었다. 시인 또한 1991년에 세상에 처음 나왔다. 그러고 지금 다시 개정판이 나왔으니, 근 30년 이상 독자들의 관심과 주목, 사랑을 받은 작품인 셈이다.

근래 이문열 작가의 책을 다시 읽으면서 그의 타고난 천재적인 작가적 능력과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 소설가로 불리는 이유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다. 학창 시절 어렵게 느껴졌던 소설 작품들을 시간이 흘러 다시 읽으니, 그가 왜 천재 작가로 불리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 작품은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읽게 된 작품인데, 작품 구상에서 집필까지 무려 18년 공을 들였다는 말이 그대로 실감날 정도로 가독성이 뛰어난 작품이었다.

<리투아니아 여인>은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뮤지컬 음악 감독으로 유명한 박칼린의 추억담과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였다고 하는데, 책을 읽는 내내 자연스럽게 그녀가 연상되었고, 그녀의 삶이 보였다.

책을 읽으면서 리투아니아란 나라가 궁금해졌고, 혜련을 둘러싼 가족들의 인생사 혜련의 외할아버지와 할머니, 엄마와 한국인 전쟁 고아였던 아빠, 그리고 혜련 이모들의 기구한 삶을 보면서 이 리투아니아 여인들에게서 묘한 동질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혜련의 가족사를 보면서 가족 친척들이 서로 보며 함께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이 외에도 실제 우리 삶과 연극의 사이, 예술하는 사람들의 예술 인생 여정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