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 대한민국

 

풍수(風水), 한자를 풀어보면, 바람과 물이다.

바람과 물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자연환경적 요건이다.

 

책 표지가 서울 그림이 눈길을 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서울은 가히 대한민국 최고의 명당임을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다.

풍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배산임수다. 표지에서 그것이 단번에 느껴진다.

 

용산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

멋진 말이다. 삼국지에서 유비를 처음 만난 제갈공명은 유비에서 한중을 얻으면 천하를 삼분하여 나라를 세울 수 있고 종내에는 이를 기반으로 천하를 통일할 수 있다고 하였다.

풍수는 신묘한 자연과학이다. 예전에는 묘자리를 쓸 때 반드시 풍수에 맞는 길지를 택하여 묘를 썼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방향과 좌표에 따라 무덤 자리를 정하고 봉분의 위치와 방향을 정한다. 집터를 정할 때도 겨울의 칼바람을 피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곳에 집을 지었으며, 한 나라의 중심이 되는 수도를 정할 때도 반드시 풍수지리에 입각하여 터를 정했다. 풍수는 미신인가? 과학인가의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무릇 집터를 정함에 좌측이 청룡, 동쪽으로 흐리는 물이 있는데, 이를 좌청룡이라 한다. 서쪽에 큰길이 있는 것은 우백호, 전 주작은 남쪽에는 큰 연못이 있는데, 이를 주작이라고 한다. 후 현무는 북쪽에 큰 언덕이 있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현무라고 한다....서울은 경복궁 뒤로 삼각산이 있고, 우측에 백호에 해당하는 인왕산이 북악산으로 연결되며, 좌측에 청룡에 해당하는 낙산이 있으며, 경북궁 앞에 청계전이 흐르고, 청계천 넘어 주작에 해당하는 남산이 있고, 서울 전체를 에워 흐르는 한강이 남산 너머에 있다.(~112면)

 

수도의 선택은 정권의 운명이 아니라 국가의 운명이 걸린 문제이다. 실용성, 국제 질서, 국가 미래를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민이 공동 책임을 지는 현대 민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민의 합의와 책임 의지의 점검이 우선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용산은 기존의 경복궁 청와대 터와는 다른 풍수이다. 과거 폐쇄적 청와대 터의 산 풍수를 버리고 개방적인 한강의 물 풍수로 나아갈 수 있다.(124면)

 

<풍수, 대한민국> 한 때 풍수지리 공부에 매력을 느껴 좋은 터를 구경 다니며, 풍수 답사에 재미를 붙인 적이 있었다. 그때 산천 구경을 많이 다녔다. 배산임수의 요건이 잘 구비된 곳에는 어김없이 마을이 자리하고 있었고, 명산의 명당에는 사찰이나 주요한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책은 풍수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와 에피소드, 역사 등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흥미와 재미를 준다. 풍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전혀 어렵거나 불편하지 않게 책의 내용을 파악하며 재밌게 읽을 수 있다. 풍수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되었다. 고려의 왕건부터 조선의 이성계, 그리고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조선시대에는 풍수 관련 벼슬까지 있었다고 하니, 새삼 풍수의 중요성이 어떠했는지 실감이 간다.

 

 

대통령이 새로 선출되면서, 많은 변화가 예고 되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의 공간이었던 청와대가 집무실이 막을 내리고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변경되었다. 향후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명당 발복은 단지 좋은 터를 잡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발복을 위한 적극적 행동이 전제되어야 한다.(166면)

 

책 속의 이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간판 없는 맛집

 

뚝배기 보다 장맛 이라는 말이 있다.

용기, 그릇이 아무리 예뻐도 음식 맛이 형편없으면 그 음식은 그저 ‘그림 속의 떡’일 뿐이다.

간판 없는 맛집

사실 간판이 없는 가게는 왠지 들어가기가 꺼려진다.

사람들은 깨끗한 걸 좋아한다. 가게가 허름하면 왠지 모르게 음식도 지저분하고 가게가 깨끗하면 음식도 깨끗할 것이라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음식점만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겉은 허름하고 낡아 보이지만, 의외로 가게 안은 아주 깨끗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으면,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가득한 곳들이 많다. 이런 집들이 흔히 오래된 손맛을 자랑하며 맛의 달인이 운영하는 가게로 흔히 노포라고 한다.

노포는 오래되고 허름하지만, 음식 맛은 기가 막힌 곳들이 많다.

대개 이런 가게들은 휘황찬란한 간판이나 인테리어로 승부를 하지 않는다.

오직 맛으로 승부한다. 겉을 꾸미기 보다는 그 시간에 음식 맛에 더 신경을 쓴다.

 

순대국, 서울 신당동 약수 순대국, 국밥은 따로 보다는 역시 토렴을 해서 내오는 국밥이 제격이다. 비쥬얼이 끝내 준다.

성환순대 두 번째집, 통통한 순대와 큼직하게 썬 내장 부위를 넉넉하게 올려 제공해 주는 순대국, 진득한 국물 위에 올려진 다대기를 풀면 얼큰한 감칠맛이 일품이 순대국을 맛 볼 수 있다.(~26면)

오늘 점심은 그냥 순대국으로 하고 싶다.

요즘 tv채널만 돌리면, 온통 먹거리 천지다. 방송 프로를 보다가 이른바 장사가 잘 되는 대박집, 손님들로 넘쳐나는 맛 집 주인들을 볼 때면 그들의 삶과 모습이 참 부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 외에도 장인정신과 여유는 물론, 자신감과 활력 또한 넘치는 것 같다.

 

나는 허름한 식당에 친밀감을 느낀다. 식당의 간판이나 건물 분위기를 밖에서 한번 쓱 훑어보면 그 맛을 짐작할 수 있다. 가게 이름이 촌스럽고 간판이 오래돼서 너덜거리고 입구가 냄새에 찌들어 있는 식당의 음식은 대체로 먹을 만하다. 이런 느낌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어긋나지 않는다. 낯선 지방의 소도시에 가서도 나는 간판의 느낌으로 밥 먹을 식당을 골라낸다. 계통이 없는 수많은 메뉴를 유리창에 써붙인 집은 잘하는 집이 아니다. 음식을 잘하는 집은 자신 있는 메뉴 두어 개로 중심을 잡고 거기에 딸린 반찬들을 준비한다.(김훈, 라면을 끓이며, 문학동네, ~12면)

 

<간판 없는 맛집> 이 책에 나오는 집들이 대개 김훈 작가가 말한 허름한 식당들이다.

이 책에는 정말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꼭 가서 먹어보고 싶은 우리나라 각지의 대표 노포의 음식들이 가득 들어 있는데, 보는 것 만으로 이미 입안 가득 군침을 고인다.

맛있는 거 싫어하는 사람 없듯이 나 역시 먹는 걸 참 좋아했고, 한 때는 일부러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들을 찾아다니며 맛집 탐방을 하기도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식탐이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거짓 맛 집에 속은 탓이 큰 것 같다. 맛 집 탐방은 진짜 맛 집도 있었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곳들이 더 많았다.

잘못된 곳을 찾아간 것이다. 속을 보지 않고, 겉만 보고 간 것이다.

진짜는 다른 곳에 있었는데, 가짜를 진짜로 착각해서 들어갔다가 실망을 하게 되고 식욕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이젠 직접 입으로 먹는 것 보다 귀로 듣고, 눈으로 음미하는 맛집이 더 좋은 것 같다.

물론,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그럼 입도, 눈도, 귀도 즐거우면 될 것이다.

사실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서울에 마성의 족발이 있다면, 대구에서 서울 못지 않은 마성의 족발집들이 많다.

성수족발, 리북집, 평안도족발집들의 족발을 보고 있지만 입안 가득 군침이 고인다. 시원한 맥주 한 잔 곁들어 쫄깃한 족발 한 점 하고 싶은 날이다.(~173)

 

여기가 진짜다. 재료의 단출함과 간결함으로 맛을 승부한다.

사장님의 내공과 손맛, 넉넉한 인심은 감히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고 체인 음식점들은 절대 따라갈 수가 없다.

 

 

 

 

전략 삼국지

 

삼국지는 사실 많은 분량 때문에 거부감이 들 뿐이지 막상 책을 펼쳐서 읽으면 읽는 순간, 그 재미에 홀딱 빠져들어 저도 모르게 끝까지 완독하게 되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나의 경우도 삼국지를 서너 차례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삼국지에 대해서는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다. 삼국지는 중국의 삼국시대를 다루고 있는데, 삼국시대는 후한이 멸망한 220년부터 진나라(서진)의 사마염이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대륙을 다시 통일한 280년까지의 역사를 가리킨다.

혹자는 삼국지의 경우 3번 이상 읽지 않으면 어디 가서 누군가에게 삼국지를 읽었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였다. 삼국지는 최소 3번은 읽어야 읽어야만 비로소 읽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3번 이상 여러 번 읽어도 다시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또한 삼국지이기도 하다.

삼국지에는 수많은 영웅 호걸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유독 관심과 주목을 받는 인물은 역시 조조와 유비이다. 물론 오나라의 군주인 손권도 이들과 자웅을 겨루었지만, 손권은 예외로 두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두 인물과의 창업 과정에서부터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손권은 아버지와 형이 이룩한 가업을 그대로 계승하였기에 두 인물에 비해 비교적 편하고 쉽게 기반을 닦고 왕위를 계승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조조와 유비는 손권과 달리 계승하거나 물려 받은 것 없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경우이다. 물론 유비 보다는 조조가 수월했기는 하지만, 어찌되었건 간에 변변찮은 상황에서 기업을 일으켰기 때문에 손권과는 비교가 된다.

삼국의 세 군주 가운데 역량이 가장 뛰어난 인물은 역시 조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면에서 조조가 앞섰기 때문이다. 유비는 이들 셋 가운데서도 제일 늦게, 제일 어렵게, 힘들게 기업을 일으켰다. 그리고 셋 중에 규모도 제일 작았다.

생각건대, 삼국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본 이들은 많지 않아도, 삼국지를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삼국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만큼 유명한 책이기 때문이다.

사실 삼국지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제갈공명이다. 유비를 도와 촉한을 세운 인물인데, 제갈공명이 역사의 무대로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삼국시대가 개막되었기 때문이다.

제갈량은 천하에 기재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인물이다. 유비 세력의 인적, 자본적 한계점을 파악 한 후에 조조의 강력한 세력과 손권의 신흥 세력 사이를 잘 조정하여 유비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제갈공명은 초 단기간에 위나라와 오나라라는 대기업에 견줄만한 촉나라라는 신생 기업을 창업하였다. 촉나라의 창업과 함께 삼국지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합병과 분리의 살벌한 경쟁화가 가속화되었다.

유비와의 첫 대면에서 제갈공명은 두 명의 라이벌로 조조와 손권을 지목하였다.

유비에게 패업을 이루고자 한다면 북쪽은 조조가 하늘이 준 때를 누리게 놓아두고 남쪽은 손권이 땅의 이(利)를 차지하게 놓아두라고 하면서 유비에게는 서천을 얻어 대업의 기반을 마련하라고 조언하면서 서천을 얻는다면, 조조, 손권과 더불어 천하의 셋 중 하나를 차지하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중원을 도모하여 천하를 통일하는 일 또한 이루어질 것이라 하였다.

 

삼국지을 읽은 지가 오래되어 다시 한번 읽어볼까 하던 차에 아주 흥미로운 책을 만났다.

바로 <전략삼국지>이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삼국지 전체의 흐름은 물론 소설 속에서 아리송했던 부분들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겨야 되는 전쟁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선제압이고 군의 사기이다. 그렇지만 잇단 연패로 이미 예봉이 꺾인 상황에서도 장수의 신분과 직책을 따지는 원소와 용모와 기운 만으로 관우의 비범한 인물됨을 알아보고 능력과 자질에 따라 그를 쓰려고 하는 조조에게서 그가 어떤 인물인지 엿볼 수 있다.

만약 동탁을 제거하기 위해 봉기하였을 때 원소가 아닌 조조가 맹주가 되었더라면, 오히려 쓰러져 가는 한실을 바로 잡고 한나라의 수명이 좀 더 길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말이다.

전략 삼국지를 읽는 내내 다시 소설 삼국지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책을 같이 읽으면 삼국지를 이해하는데 여러므로 유익할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