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한문 수업
고전으로 세상을 잇는 어느 한문번역가의 종횡무진 공부 편력기.
한문 번역.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대학 한문은 수능 시험 외국어영역에도 들어가 있는데, 한문을 두고 흔히 문언문이라고 한다. 말할 수 없는 문자, 또 다르게는 말할 수는 없지만 언어가 아닌 글로서 다른 나라와 필담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문자. 그 문자가 바로 한자, 한문이다. 즉 같은 문자를 두고, 중국 사람들은 중국어로, 일본인들은 일본어로, 한국인들은 한국어로 읽는다. 다만 말, 소리, 발음은 다르지만 문자가 담고 있는 의미가 같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여 저자의 말처럼 한문을 공부한다고 하면 으레 중국어도 잘 하는 줄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한문을 잘해도 중국어는 따로 배워야 한다. 게다가 중국은 글자도 간체를 쓰기 때문에 번체를 쓰는 한문 사용자는 글자도 다시 익혀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비전공자의 한문 번역가 되기!!
사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이 길에 접어들었을 때 주변의 응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는 말에 깊이 이해가 되었다. 요즘 세상에 한문이 왠 말이란 말인가? 대학에서도 국문학, 역사학과 같은 인문학과조차도 다 폐과가 되고 사라지고 있는 판에, 그리고 한문은 공부의 배경이 중요한 학문이다. 기본적으로 공부해야할 과목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그 어려운 과정을 통과하고 한문 번역가가 되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문 전문 번역가가 되기 위한, 혹은 되어가는 과정으로 장으로 구분해 놓았다.
1장은 입문, 기초반으로 기초를 쌓는 시간
2장은 중급반, 홀로 묵묵히 실력을 쌓아하는 수행의 시간
3장은 고급반, 실력이 쌓이면서 서서히 여명이 밝아하는 시간
4장은 전문가반, 꿈을 성취하고 번역가가 되어 일을 맡은 이야기
5장은 번역가가 되어 겪는 이런저런 고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상 모든 과정의 학문을 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도 나는 이 책에서 제시하는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소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 선생의 전기 책을 읽다가 벽초 선생이 한문 공부를 위해 한문으로 된 삼국지를 아주 어렵게 어렵게 읽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 글을 접하고서 벽초 선생도 한문을 이렇게 공부하셨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한문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은 기본적인 원리, 한문의 문장 형식과 문법을 체계적으로 익히고 나서 다른 문장에 적용해서 응용해 보는 것이다. 모든 공부가 그렇듯이 기초가 튼튼하면, 자유자재로 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응용을 잘 하려면, 무엇보다도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한문공부도 마찬가지다. 한문공부에 있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한자 지식이다. 문장을 보았을 때, 아는 한자보다 모르는 한자가 더 많으면 이는 곤란하다. 사전에서 일일이 모르는 한자를 찾다가 먼저 지쳐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한문 공부에 앞서 일단 한자를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은 여러 가지 문형과 문법을 착실하게 익히는 것이다.
나의 공부는 온전히 나에게 달려 있다.
논어 자한 편에서 내 마음에 드는 구절을 만났다.
산을 쌓는 일을 한번 생각해볼까요? 한 무더기만 더 쌓으면 산이 완성돼요. 근데 그걸 못하고 그만두잖아요? 산은 완성되지 못하고 끝난 거예요. 거의 다 쌓을 뻔했는데. 이런 건 의미가 없어요. 완성되지 못한 건 결국 내 탓이죠.
“앞으로 논어에서 궁금한 거 있으면, 자헌이에게 물어봐! 그건 쟤가 잘 알어!”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이는 한문 공부도 예외가 아니다. 한문을 잘 하는 방법은 오로지 많이 읽고, 반복해서 읽고, 달달달 외우는 방법 밖에는 없다. 같은 책을 수백, 수천번씩 반복해서 읽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 순간 책을 휜히 외워 버리는 공부법!! 이게 최상이 한문 공부법이다. 한문공부가 좋은 건 좋은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고, 태만해지려는 마음을 바로 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