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다니며 인명 구조에 힘쓰는 바람의 딸 한비야. 그녀를 롤모델로 두고 있는 사람이 많은 만큼 그녀는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그런 그녀가 책을 냈다니 꼭 한번 읽어보자고 마음 먹고 펼쳐든 책에는 예상외로 그녀의 일상적인 얘기가 있었다. 어디에 가서 무슨 큰일을 해내었고, 어떤 사람을 만났고,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굶주리고 있다라는 거창한 얘기가 아니라서 조금 의아해 했지만 의외로 그녀의 일상을 엿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읽어 보았다.
나는 조금 실망한 것 같다. 너무 종교적인 이야기들이 많아서. 저렇게 긴급하고도 생명이 달려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 종교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독실한 신자는 아니지만 만약 그녀가 활동하는 단체에서 일을 한다면, 아니 그저 사진만으로도 굶주리는 아이들이나 자연재해에 살아갈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보면 모순스럽게도 언제나 그랬듯이 신을 찾게 될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것을 마주 했을 때 자연스럽게 신을 찾게 되는 이 모순 된 신앙심. 그렇기에 나는 신을 믿는다고 할 수도, 믿지 않는다고 할수도 없다. 아니 오히려 몇년 간 교회에 다닌 적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신을 믿는다고 말하지 않는다. 교회에 다닌다는 것만으로 신앙심이 생길리는 없으니까. 저렇게 마음속 깊이 우러나오는 기도도 드릴 수 없고, 끝없는 신앙심도 가질 수 없을 것 같다. 그렇기에 이런 내용의 책을 본 나는 자연스럽게 반박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튼 나에게 신앙심이란 아직 너무나도 먼 것이란 소리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도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UN 사무총장을 꿈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 아니 그것보단 그 '사무총장'이라는 자리가 몇십년인가 몇백년인가 하여튼 각 나라에서 뽑는다는 것. 결과적으로 우리 세대나 지금의 20대들은 그 자리에 결코 오를 수 없다는 것. 정보가 부족해 오르지 못할 나무를 오르고 있을 많은 꿈나무들이 생각나서 그들이 좀 많이 불쌍했다.
또한 지금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 김혜자 선생님의 말씀도 와닿았다. 아무리 구호 전선에 나가 지휘를 하며 거친 일을 하는 작가도 기부금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자리를 가질 때나 격식을 차려야 할 때는 여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라는 것. 그러한 자리에서야 말로 격식을 차려야만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게 된다는 걸 알았다. 아, 아무리 사람의 선처에 호소하여야 하는 저 자리에서도 여자는 여자여야만 하는구나. 아무리 털털한 사람이라도 그러한 자리에서는 여자답게 갖춰 입어야 사람들이 더 돌아봐 주는구나. 하고 새삼 느끼게 되었다.
결론! 여자는 여자이며, 신앙심은 신앙심. 종교미션스쿨에 가는 내가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끔 해준 책이다.
그건사랑이었네,
한비야,
푸른숲,
종교,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