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라는 인물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이가 몇이겠느냐마는, 나 역시 이름은 당연히 알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몰랐던 것 같다. 그저 인도의 독립운동을 펼친 분이고, 그 방법을 비폭력으로 대항하면서 세계에 비폭력의 정당성과 필요성에 대해 알린 분이다. 라는 정도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이다. 그래서 <간디의 진리 실험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의 사상을 함께 나누다 보니 굉장한 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보통 우리 인간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양면성을 지니면서도 그 양면성 모두를 원활하게 사용하지는 못한다. 즉, 흑백논리나 아집, 편견 등에 사로잡혀 소모적인 전쟁을 계속하는 것이다.

하지만 간디는, 정말 인간 자체가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할 정도로 놀라움의 사상을 갖고 있었다. 힌두교이긴 하지만, 예수님와 부처님의 가르침 중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겸허히 받아들이는 정신을 갖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9.11 테러를 정점으로 이분화 되어 죽고 죽이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전쟁은 아직 진행 중이고, 서로를 제대로 대면해 보지도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간디의 유연한 자세를 배운다면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움이 오지 않을까 싶더라.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생각하는 간디의 이야기가 1부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정치와 종교를 통합하면 부정적인 요소만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가깝게는 중세 시대의 교황을 예를 둘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간디는 인간이 가진 자유의지를 악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그렇지, 결국은 선택과 행동에 따른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 문명을 굉장히 비판했던 것 같다. 2부에서는 부당함과 싸우는 그의 진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비폭력을 중심으로 그가 행했던 다양한 실천적 운동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3부로 넘어오면 교육, 과학, 예술, 민족주의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가 말하는 민족주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읽어보며 감탄을 했다. 우리는 일본에게 식민지화를 당하면서 많은 핍박을 받았다. 인도 역시 영국의 지배하에 인종, 민족 차별을 당했으리라. 그런데도 간디는 “영국인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영국의 억압을 받았지만, 모든 영국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진정한 민족주의가 아닐 뿐 아니라, “애국심이 다른 나라와 다른 민족을 증오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걸 성인군자라고 하던가. 그의 사상을 들으면서 굉장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분명했고, 모든 것은 진리로 통했다. 진리란 무엇일까. 아마도 각자가 생각하는 신에게 다가서는 가장 최전선의 영역이 아닐까 싶다. 

“그분은 세상이 아는 모든 존재 중에서 최고의 민주주의자이시므로 우리 스스로 선악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악을 자유롭게 남겨 두셨다.” 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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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게의 광고문구가 이렇다면 좀 식겁할 것 같다. 호기심 왕성한 사람 아닌 이상 드러내놓고 가게 들어가기 망설여지지 않을까. <자살가게>는 제목만으로도 호기심 잔뜩 유발하고 있다. 표지도 뭔가 우중충한 분위기의 캐릭터들을 보면서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은 오직 따듯한 집안에서만 읽었더랬다.

프랑스소설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자살가게>에서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내 취향이 프랑스소설과 너무 잘 맞는다고 깨닫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책도 맞는 것 같다. 일본식 블랙코미디를 보면 영~ 기분이 별로였는데, 프랑스식(모든 것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블랙코미디는 정말이지~ 코미디다.

<자살가게>는 간판 그대로 자살을 위한 도구들을 파는 가게이다. 이런 설정부터가 코미디로 다가왔다. 거기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뭉뚱그려 보면 음침하고 만나기 싫은 캐릭터들이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를 묘한 코믹으로 탈바꿈되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은근히 모순적이면서도 이해가능 하더라.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기 전에 이런 말을 한다. “자자, 어서 가서 악몽이나 꿔요, 그러는 게 훨씬 더 현명한 짓이란다.” -18p  오, 마이 갓~ 자기 전에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부모가 몇이 있겠느냐마는 그렇다고 해서 ‘자살가게’ 집안의 부모들이 나쁜 부모들은 아니었다. 절대로! 오히려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가득해 보였다. 다만 세상을 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다 보니 그런 측면을 아이들에게도 공유하고 있었을 뿐이다. 한 예를 아무순간이나 뉴스를 틀어보면, 메인뉴스들은 열이면 아홉은 부정적 내용이 담긴 뉴스이다.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우울하고 부정적으로 되는 건 충분히 이해가능하다.

이런 집안의 내력을 상큼하게 파괴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집안의 막내 알랑이다. 머리  색부터 금발을 휘날리며, 아기 때부터 방긋방긋 웃는 알랑의 모습에서 그의 부모는 약간의 충격을 받는다. 알랑은 집안의 긍정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항상 밝고 활기찬 모습에서 그동안 익숙하지 않던 ‘자살가게’ 가족들에게는 알랑은 그저 말썽꾸러기에 지나지 않았다.

알랑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하길, 티끌모아 태산! 널따란 호수에 작은 조약돌 하나 던지면 그 효과가 미비해 보인다. 하지만 그 조약돌로 인한 작은 물결이 좀 더 큰 물결을 이루게 되면 그 파급력은 생각보다 큰 것 같다. 부정적이던 내면이 생각지도 않던 곳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티끌만큼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어느새 사람이 바뀐 사실조차 모르지 않을까.

<자살가게>의 알랑의 임무(?)는 바로 이런 것을 염두 해 두었던 것 같다.

“삶이란 있는 그대로의 삶 자체를 말하는 거예요. 있는 그대로의 가치가 있는 것이죠! 서툴거나 부족하면 서툴고 부족한 그대로 삶은 스스로 담당하는 몫이 있는 법입니다. 삶에 그 이상 지나친 것을 바라선 안 되는 거예요. 다들 그 이상을 바라기 때문에 삶을 말살하려 드는 겁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그 모든 것을 좋은 면에서 받아들이는 편이 나아요.” -154p

 

알랑은 ‘자살자’에 대한 질문에 “자, 살자!”라고 답했다. 언어유희에 해당이 되면서도 말이란 참 심오하다는 느낌이 얼핏 들더라. 좀 더 생각해보면, ‘사람’이라는 단어를 한글자로 좁히면, ‘삶’이 된다. 현대사회의 각박한 관계 속에 자기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이들이 늘어만 간다. 안타까운 현실에서 아주 간단한 생각만 하면 조금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자살’의 단어를 앞뒤만 바꾸면, ‘살자’가 된다.

누구나 죽는다면...이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하지 않을까 싶다만. 어느 날 한강대로변에서 끝없이 펼쳐진 한강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순간 아래를 내려다보며 이런 생각이 들더라. 무섭다는 것이다. 이런 높이에서 뛰어내리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내가 스스로 생을 놓을 일은 절대 없겠지만, 죽을 만큼 힘든 순간은 있었다. 하지만 자살이라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는 없더라. 이걸 용기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용기로 생각한다. 그 용기로 살아간다면 좀 더 유용하게 자신의 용기를 활용하는 것이 탁월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결국은 그런 말이다. 우리의 인생에서 선택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잘못된 순간의 선택으로 모든 것을 끝내는 부질없는 행동은 나뿐만 아니라 주변사람들에게도 큰 피해를 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설교 비슷한 리뷰가 되어버렸지만, <자살가게>는 현대인들에게 한번쯤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믿는다. 번역자의 마지막 말을 나도 따라 쓰며 이 글을 마치련다.

‘그리고,  웬만하면 자살하지 말자!’

덧붙여, 결말을 보고 또 식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