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뭐라고 설명할 수 있으려나. 미사키 아키를 두 번째로 만나본 지금, 이 작가에 대한 개인적 느낌은 무한한 신뢰를 쌓을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든다는 것이다. 처음에 <이웃마을전쟁>을 통해 그(이름만 보고 단순히 여자인 줄 알았는데, 후기 보니 남자라더라.)의 글을 만났을 때 기대치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만족이 컸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 하지만 <버스탈취사건>을 만나본 지금은 기대해 봐도 좋은 작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원래 일본소설을 편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좀 멀리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소설에 관한 리뷰를 남길 때도 항상 서두에 앞서 말한 것과 비슷한 말을 넣기도 하는데, 미사키 아키와 같이 마음에 드는 작가를 만났을 때는 예외가 될지도 모르겠구나. 일본소설에서 내 작품성향(?)을 봤을 때, 여성이지만~ 감성만을 자극하는 일본소설은 그다지 취향이 아닌 것 같다. 사랑이야기만 주구장창하고 있는, 그것도 구름 위에 붕~ 뜬 느낌을 들게 만드는 일본 감성소설이 체질에는 안 맞는 모양인지, 한창 유행하고, 지금도 인기 있는 일본여류작가들의 글이 나하고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소설이란 다 그런 스타일이라고 치부하며 점점 거리가 멀어졌던 것 같다.
<버스탈취사건>은 단편집이다. 처음 본 <이웃마을전쟁>이 장편이어서 그런지, 이 책도 표지의 이미지로 단순히 판단하여 장편소설인 줄 알았다. 모두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등장하는 단편들이 처음에는 애매모호, 단순 일상생활을 나열했는데, 어라? 마지막을 보고는 반전인 것 같은데 의미를 바로 깨닫지 못해서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난다.
미사키 아키는 공상을 많이 하면서도 의외로 현실적인 작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2층 문을 달아 주세요.’와 ‘버스탈취사건’ 그리고 마지막 단편인 ‘이별의 여름’이 기억에 남는다. 메인 제목인 ‘버스탈취사건’은 제목 그대로, 버스를 탈취를 사건이 유행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화를 이야기하고 있었고, ‘2층 문을 달아주세요’에서는 집의 2층에 현관문 같은 것을 다는 과정과 반전에 해당되는 결말이 있는 단편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그리고 이 단편집의 총체적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겨진 ‘이별의 여름’은 움직이는 자와 움직이지 않는 자들의 이야기이다.
이 단편들은 그냥 보면 공통적으로 모아지는 분모가 없는 듯 보인다. 내용들 자체가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여서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좀 더 세심히 살펴보면 확연히 다른 분자들 때문에 그 기준이 되는 분모가 흐릿하게 보이는 타입인 것 같다. 단편들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단어들로 나열해 보면, 공간, 시간, 기억, 만남, 헤어짐, 삶, 죽음과 같은... 분명 우리 주변에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인데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부분들을 예상치도 못한 방향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좀 더 소개해보자면, 초능력 같은 능력으로 사람들의 시각에 혼란을 주지만 사람의 인지능력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명제를 제대로 보여준 단편이 ‘동물원’이었다. 이 단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역시 다 이해는 못한 것 같다. 인상적이었다는 ‘2층 문을 달아 주세요.’의 결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금도 갸우뚱 이다. 왜 그랬을까...? 그래서 미사키 아키의 글은 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한 꺼풀 벗길 때마다 무언가 나오는 듯 한 느낌. 물론 혼자서 마음대로 해석하다보니 그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미사키 아키의 다음 작이 기다려진다는 것만은 분명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