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에서 골드 미스들이 3배 증가했다는 소식을 본 적이 있다. 최근 골드미스를 대상으로 하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수치상으로 보니 좀 더 확실해지더라. 이런 골드미스들의 증가는 사회적으로 장단점이 물론 있다. 골드미스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없이는 그녀들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여겨지는 건 나뿐이려나. 난 골드 미스는 절대 아니다. 우선 백수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고... 골드 미스하면 골드라는 단어 때문에 양면성 있게 다가온다. 고급스럽거나 혹은 사치스럽거나... 물론 이런 양면성은 내 개인의 생각에서 비롯되었을 뿐이다.

각설하고 <러브 소믈리에>는 표지와 제목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물론 첫인상부터 골드미스들에 대한 이야기일 것 같은 예감은 받았다. 지금까지 골드미스 관련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이 책이 가장 편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항상 조금은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그녀들의 삶이 가깝지는 않지만, 생활 속의 나와 같은 면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할까.

소믈리에는 와인 전문 웨이터이다.(책 내용 그대로) 와인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고, 손님의 식사에 따라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기도 하는 등, 와인 초보들에게는 와인조언자 같은 사람들이다. 그런 소믈리에와 러브가 결합했다? 연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와인에 빗대서 수다를 떨고 있는 책이다. 여자들에게 심심할 때 읽기 좋을 것 같다. 편하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기대하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 좀 긴 주석(註釋)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와인에 대한 이야기보다 오히려 작가의 연애이야기가 재미있게 다가왔다. 책 속 인물들이 모두(화자 빼고) 이니셜 하나로 명칭 되어지는 만큼 좀 더 발랄하게 다가온 연애이야기였다. 책 속 미미리씨의 연인이 되는 M씨와 오래도록 행복하시길... 굉장히 귀여운 커플로 느껴졌다.  

너무 익숙해서 마치 본 것과 같은 느낌을 가지는 책이 있다. 소위 명작이라 일컬어지는 책들. 특히 동화들은 당연히 읽었던 것처럼 생각하기 마련이다. 어쩌면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가 내 의식 어딘가에 잠자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실상 자세히 살펴보면 누구나 아는 동화를 제대로 읽어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 중 앨리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리라. 앨리스! 굉장히 친근감 있다. 앨리스! 하면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한다. 앨리스! 환상의 세계에 대한 어느 소녀의 모험담으로 기억된다. 작가가 누군지도 정확히 몰랐다. 그저 오직 앨리스만 알 뿐. 예전에 앨리스 만화를 본 기억 속에 포커 카드들이 앨리스를 에워싼 장면이 떠오른다.

인디고에서 출간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마치 다이어리 같은 느낌을 풍겼다. 크기도 일러스트 형식도 다이어리와 비슷했다. 아니 그냥 보면 다이어리다. 너무 귀엽고 예쁜 책이 아닐 수 없다. 딱딱한 하드커버를 여니 소녀 앨리스가 들려주는 환상의 세계로의 초대가 문을 연다. 기대감이 가득했다. 읽는 동안 내가 얼마나 앨리스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는지 깨닫게 됐다. 단순히 앨리스라는 소녀가 이상한 토끼를 따라, 이상한 세계로 들어가 모험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 외에 앨리스에 대한 배경지식은 생각지 않았다. 물론 외부적 환경을 생각하면 ‘해석’이라 불리는 의미를 찾아낼지도 모르겠다만, 왠지 순수 그 자체의, 내용 그 자체만 생각하고 싶었다. 그것만 생각해도 내겐 이미 새로움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에. 그 중 앨리스라는 소녀 자체에 새로움을 느끼게 됐다. 호기심과 모험심 충만할 뿐 아니라, 의외로 아직은 아이구나라는 느낌이 생겼다. 내가 너무 커버려서 앨리스를 보는 시각이 어렸을 때와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맹랑함을 느꼈다가도 아이구나라는 느낌을 준 앨리스였다.

사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으면서 모든 내용을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다. 동화라 쉽게 본 면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동화는 알면 알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그 속에 내재된 의미가 때때로 일반소설보다 더 큰 바다를 상징하는 것 같다. 내가 너무 커버렸거나, 동화가 나보다 컸거나 둘 중 하나로 여겨진다. 문득 TV프로에서 무서운 동화에 대한 이야기를 봤다. 우리가 아름답게만 생각했던 동화들이 생각보다 무서운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순간 소름이 돋았다. 호기심이 생긴 나는 앨리스에 대해서도 그런 이야기가 있나 봤더니, 작가에 대한 루머(?)가 있더라. 작가가 마약을 하면서 꿈을 꿨는데, 그게 앨리스였단다. 혹은 작가가 동화 속 앨리스를 너무나 사랑했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고... 진실여부는 모르겠다. 출처는 인터넷 세상~~~ 그러니 반신반의. 다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이 있다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됐다.;; 이 증후군은 앨리스가 동화 속에서 커졌다 작아졌다하는 연유에서 흘러나온 것 같은데, 동화 하나가 미치는 영향이 굉장하다는 사실을 느낀다.
다 뒤로 하고 단순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면, 참 예쁜 책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제 모험은, 그러니까 오늘 아침부터였다고 할 수 있어요. 어제 이야기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전 어제의 제가 아니거든요.” -194p

의무적인 봉사활동을 제외하고는 기부는커녕, 봉사조차 제대로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부끄러워해야 마땅하겠지만, 삶에 찌들다보면 나 살기도 바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봉사나 기부자들을 보면 굉장한 부자들보다는 오히려 비슷한 처지에 계신 분들이 자발적으로 활동을 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 앞에서 말한 나 살기 바빠서, 라는 말은 그저 핑계에 불과한 걸로 되어버린다.
세상에서 가장 부자에 속하는 빌 게이츠가 자식들에게는 유산을 남겨주지 않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국 재벌 사회에 익숙한 내게, 빌 게이츠의 발언은 놀라움과 더불어 많은 점을 시사했던 것 같다.

이 책은 단순히 감성을 자극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보통 기부에 대한 책을 이야기 할 때 정에 호소하는 경향이 있지 않던가. 모든 책이 그런 건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나눔에 대해 정(情)에 토대를 두고 진행하는 것이 보편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참 신선하다. 생물학적, 통계적 등, 꽤 과학적 지식들을 근거로 기부가 주는 사회 전반의 긍정적인 면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욕망의 진화>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논제에서 차이가 있을 뿐 방식이 비슷했다. 생물학적인 부분도 등장하고,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과학적 지식들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꽤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읽다보면 저절로 고개가 주억거려지더라.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이 있다. 사회의 높은 지위에 속하는 사람들의 도덕적 의무에 대해 일컬은 말이리라.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빈부의 격차는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다. 소위 잘 사는 사람들이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물론 개인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다른 이들의 부를 갉아먹은 결과물인 것도 사실이지 않던가. 나눔에 대한 인식은 사회 전반에, 어린 시절부터 시작함이 옳으리라. 미국의 기부문화를 엿보고 있노라면, 비록 미국 사회의 빈부격차가 심하긴 해도 그들은 그만큼의 의무를 다하는 문화가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현재 세계의 초강대국이 되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 의견을 피력해 본다.

나눔에 대한 인식 전화이야 말로 우리 사회에 최우선 과제인 것 같다. 이 책이 그런 부분을 긍정적으로 이끌어주는 한 단계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