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면서 후회라는 것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자잘한 것부터 인생의 크나큰 의미로 다가오는 커다란 것까지, 주로 ‘선택’에 의해 좌우되는 훗날의 후회를 말이다. 그런 후회가 찾아들 때,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있다면 바꾸고 싶은 마음 가득할 것이다. 역사적인 일보다 개인적 일을 먼저 생각하는 걸 보면, 난 좀 이기적인가. 하지만 역사라는 것을 함부로 건드리기엔 크나큰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기에, 개인적 욕심부터 차릴 것 같다. 하지만 역사 중에서도 내가 만약 참여(?)를 한다면, 살짝 바꾸고 싶은 부분은 존재하는 법. 요즘 이산을 봐서 그런지, 조선시대 특히 영정조 시대로 돌아가, 사도세자를 살리거나 영조의 젊은 비인 정순왕후를 폐서인시키라고 정조에게 충고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도 역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의미부여를 한 소설을 만나니, 그렇게 생각한 나에게 조금 타박을 줬다.

<타임슬립>은 시간여행을 매개체로 한 일본소설이다. 표지가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얼굴이 똑같은 두 명의 남자아이가 존재하고, 한쪽은 현대식(?) 머리 스타일, 다른 쪽은 빡빡머리 스타일로 시대적 차이를 느끼게 했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가 으레 비슷하듯, 이 소설에 기대는 대단치 않았다. 오히려 뻔히 보이는 식으로 다가왔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순전히 작가의 전작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의 책에 한참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그래서 구매는 했다), 그의 새로운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오락성을 가미한 재미만을 위한 소설이 아님은 분명하다. 미래와 과거를 교차하며 서술하고 있는 방식이, 글 속 인물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더 잘 보여주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1945년 8월 15일 이전의 1년간의 과거와 2001년 이후의 1년간의 미래가 공존했던 소설이다. 과거의 고이치와 미래의 겐타는 각각의 시대 속에 둘 다 바다에 빠지게 된다. 고이치의 과거는 2차 세계대전이 종전을 다다르던 시대였다. 우리에게는 광복절인 8월 15일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끝내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미래의 겐타는 현대시대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년이다. 반세기 이상의 차이가 있는 이 둘이 몸이 바뀌게 된다. 말 그대로 몸만 바뀐다. 영혼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현대시대 모습 그대로(옷차림도) 전장의 중심에 들어가게 되는 겐타와 21세기가 별세계처럼 느껴지는 과거의 고이치. 이 두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는 미나미라는 인물이 아닐까싶다. 결국은 미나미로 인해 원래의 위치로 돌아온 것이나 마찬가지랄까.

 

과거의 고이치는 21세기를 살면서 겐타의 연인인 미나미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랑하는 이를 곁에서 지키며 행복을 원했을 텐데, 그는 가능하다면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려고 했던 것 같다. 결국에야 어떤 것이든 간에, 고이치의 결단에 존경어린 시선을 보내며, 이후의 그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굉장히 순수하게 다가왔던 과거의 고이치였다. 미래의 겐타는 전쟁이라는 암흑의 시대에 홀로 떨어져, 그 시대의 참혹함과 무지 또는 순수했던 일개병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외쳤던 음성이 떠오른다. “책임자 새끼들 다 나와!” 책임자라 불리는 자들은 전쟁의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전쟁의 덧없음. 그런 측면도 엿볼 수 있는 소설이라 여겨진다.

 

어렵거나 꼬인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술술 잘 풀린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리뷰를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 순간 고민을 했다. 결론은 못 내렸지만, 여유를 내어 읽어봐도 좋은 소설이라 여겨진다. 이 작가에 대한 느낌이 좋다.  

20대다, 요즘 공부를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확~ 눈에 들어왔다. 여타 이 책의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제목에만 홀릭해서 본 책이다. 멀리 내다보면 20대이지만, 그 중 막 입사한 새내기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책이라 여겨진다. 20대이지만, 공부를 하고 있는 나에게는 약간 당황스러웠다. 공부라는 단어를 너무 한 가지에만 몰두해서 생각한 이유이기 때문이리라. 책상에 앉아 책과 필기도구를 이용한 공부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공부의 비법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으나, 이 책의 공부란 인생 전반에 대한, 성공을 위한 젊은 날의 수채화(?) 정도의 폭넓은 공부를 다루고 있다.

모두 50가지의 테마로 이루어져 있는데, 몇 가지 사항은 지금당장 시도해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다만 조금 추상적 이야기들로 다가왔다는 게 이 책과 나와의 간극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에 부합해, IT관련 이야기들이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어 기존의 성공전략과 약간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시간활용이 가장 중요하게 다가온 테마였다. 이 책에서 몇 가진 예시를 내놓으며 시도를 해보게끔 만들었는데, 미래의 내 모습에 대한 아웃라인을 잡아보는 시간이었다. 20대 중반을 넘어서니, 미래니 꿈에 대한 어떤 모습보다 코앞에 닥친 현실적 문제들이 더 다가와서, 사실 우왕좌왕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지금도 그 모습에는 크게 변화가 없지만, 저자가 말하는 20대의 시간 중 1분 1초라도 허비하는 낭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소리를 들으니 번뜩하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부지런히, 가장 활발히 움직여야할 20대에 방안에 빈둥빈둥 지내는 요즘의 내 모습을 보며 반성 아닌 반성을 하게 된다. 이런 책을 읽으면 좋은 것이 바로 자각을 해주게 하는 부분인 것 같다. 물론 작심3일, 그 때만!이라는 식으로 감정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분야의 책을 꾸준히 접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나 역시 꾸준히 행하는 모습을 갖추지 않을까?! 1년 후, 3년 후, 5년 후, 그리고 10년 후 나의 평범하지만 꾸준한 삶을 그려보며...  

 공자, 유교사상만큼 개화기에 들어 비판의 대상이 된 사상이 어디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 서구문물의 대량 유입으로 낡고 비효율적이라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 유교사상이 아니던가. 지금까지도 암암리에 유교사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그런 측면에서 야기되고 있는 것도 같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21세기인 지금, 우리 일상생활에 뿌리 깊게 자리 잡힌, 생활 속 유교사상의 일면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게 묘하다. 우리 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역에 오랜 전통으로 다가오는 유교사상을 완전히 배척하기란 어려울 뿐 아니라, 그렇게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고, 들여다보면 뜻있는 의미가 많은 사상이다. 단순히 현대적 시각에서 보면 이해 못할 부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상이라 불리는 것들이 사람들의 다양한 해속 속에 존재하지 않던가.

사실 사상, 철학에 대한 관심은 있어도 겉핥기 정도의 관심일 뿐, 심도 있게 들어가기가 무서워진다. 더욱이 성격이 유연한(?) 편이고 귀도 살짝 얇은 편이라 그럴 듯하게 이야기하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면서 뒤돌아서면 갸우뚱하며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라는 식의 반발을 하고 싶어지는데, 문제는 이미 버스가 지나간 상태에서 생각이나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왜 그런지 점점 소심해지고, 조심해 지는 성향으로 가는 듯싶다.

공자의 사상을, 정확히는 공자의 말이나 그의 제자들의 말을 묶어놓은 <논어>를 쉽게 풀이한 책을 읽으면서, 유교사상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는 편견이 아주 조금은 걷힌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 갸우뚱한 면이 없지나마 있지만, 세월의 무단한 흐름 탓이라 돌리련다. 공자 왈 이라며 한 때 장난스럽게 들렸던 이 말이 <논어>에는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다. 청소년 철학창고 시리즈라 어렵지 않게, 쉽게 풀이가 되어져 있다. 사실 공자가 이야기하는 유교사상은 중학교, 고등학교만 생각해도 6년 동안 배워서 그런지 청소년 철학창고의 <논어>가 크게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본래 <논어>를 읽어보지 않았고, 그저 교과서를 통해 유교사상의 이론만을 주구장창 공부했던 시기가 있었던 지라 괜히 친근한 느낌이 드는 지도 모르겠다. <논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괜찮을 성 싶다.

책의 구성은 크게 4부분을 나뉘어져 있는데, <논어>의 중심 개념, 인간관, 실천론의 총 3부로 주축 되어져 있고, 마지막 부분에 공자의 배경이라 할 수 있는 시대적 이야기와 공자가 탄생될 수밖에 없었던 어떤 필연적 배경들이 담겨져 있다. 마지막은 번외라고 할 만하겠다. (원래 리뷰에 이런 식의 책 소개를 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이런 책은 책 구성을 어렴풋이 이야기해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논어>에 소개 된 주요 내용-그 내용이라 함은 공자의 말, 제자들의 말, 공자와 제자의 대화, 공자와 대중의 대화, 제자들 스스로 한 말-을 통해 그 속에 공자가 의미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를 찾아내고 해석하고 있다. 그렇게 책마다 주석의 차이가 있으리라 여겨진다.

초반에 공자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도대체 같은 질문에 왜 답이 상이한지 이해를 못했다. 공자를 비판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런 측면 때문인 것 같다만, 자세히 그 내막을 살펴보면 질문한 이의 수준에 맞게 대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면 말을 많이, 잘하는 제자와 내성적인 제자가 인이라 무엇 입니까?라고 물으면, 두 가지 대답이 나오는데, 전자는 언사를 분별하고 입을 다무는, 후자는 진취적인 행동을 요하는 것으로 대답한다는 소리다. 듣다보면 굉장히 상이한 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공자가 상대를 배려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 아니라, 공자가 가장 이상적이라 말하는 인(仁)을 지향하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배려하라지만, 오히려 자기만 아는 측면이 보이는 듯도 싶었고, 소심한 모습도 보였다. 이유인 즉, 어지러운 세상의 배경 속에 지내다보니 피해망상에 사로잡혀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핍박받는 백성을 생각하면서도 안하는 행동거지라고 할까?! 공자가 활동했던 시기가 춘추전국시대로 굉장히 혼란했던 시대이다. 이렇다 보니 아무리 공자라 할지라도 백성들을 살릴 수 없었고, 오히려 문제가 발생하면 그곳을 떠났던 것 같다.

사상이라는 것에 완벽히 옳고 그름은 없다 여겨진다.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또 다르기도 한 것이고, 그걸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서도 다르다. 사람이 만들어낸 것인 만큼, 또 사람이 하기에 달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얄팍한 지식으로 공자를 논하다니! 좀 부끄럽지만, <논어>를 읽고 난 후의 개인적 느낌을 두서없이 적어본다. 다음에는 단단한(?) <논어>를 한번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