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많지만, 막상 없어지면 살수도, 만들 수도 있는 것이 몇이나 있는가, 라고 생각하면, 한번 사라지면 영원히 사라지는... 옆에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언뜻 떠오릅니다. 상대에 대해 사랑이 있기에 너무 의지하고, 기대하고 싶기에 그것이 어긋날 때 찾아오는 좌절감과 그 속에서 본인을 조절하지 못하면 우린 평생 나약한 우울증에 사로잡혀 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설익은 사랑, 덜 익은 감 맛 같은 사랑이 옆에 있을 때, 왜 그런지 미운 모습만 더 크게 차지하여 우리 맘속에 기쁨보단 긴 한숨이 나오고, 한숨 곁에 초췌한 인상이 우리를 덮을 수도 있지요.
그 아쉬운 사랑이, 그 설익은 사랑이 옆에서 사라졌을 때, 언제 내가 설익은 사랑에 한숨 쉬었나, 좌절감에 사랑을 했던가? 하는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오지 않던가요. 결국 그런 느낌을 자아내는 것도, 모든 것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소한 대화도 싫을 때는 어찌 그리 싫던지, 이런 것들이 어떻게 나를 만들었는지,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옆에 남편이 지금은 있지만, 이 책을 본 후 또 읽고, 또 읽으려합니다. 과거 남편과 이혼까지 마음먹었던 적이 있었지요. 아직까지 그 상처가 때때로 도드라져 저를 옭아매기도 합니다. 이 책이 제 손에 온 것이 얼마나 반갑던지... 한마디로 “용서, 용서”를 이야기하는 책이었습니다. 그 용서는 나를 빛나게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아이들과 함께 평안함을 주겠구나 하는 결론을 다다르게 했습니다. 다만, 그것이 시시때때로 변할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네요. 이유가 있다면, 죽음 앞에 우리는 무엇이 더 이유가 있겠습니까마는 지금은 옆에 있기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좌절, 미움 등등,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못난 감정들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저를 조절할 수 있게끔 동기를 부여한 책입니다. 마음이라는 것이 언제쯤 깨끗이 청소되려는지 모르지만, 어려울 때마다 남편과, 가족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깁니다. 이 책을 통해 생각하게 하는 커다란 것은 가족 내의 용서와 화해, 소망이 넘치게 될 것을 믿고 싶은 마음가짐입니다. 우리내 인생에는 영원히 라는 단어가 존재하기란 어렵지요. 서로가 있을 때 잔잔한 섭섭함으로 미워하고, 원망하고... 어쩌면 이것이 사랑이건만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린 미처 깨닫지 못하는 그 귀하고 귀한 감정에 더욱 소중하고 깊은 성찰의 마음을 가질 수 있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