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엄마의 은행통장을 통해 알뜰하게 살림하고, 저축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줄 것만 같은 책! 하지만, 첫페이지를 넘기면서 나의 예상과는 360도 다른, 위기의 순간에도 미소를 잃지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용기를 주는 엄마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된다.

주인공 카트린의 집에서 일어나는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행복한 가정의 이미지와, 그 가정을 지키는 엄마의 모습을 엿볼수 있다. 책 제목에서처럼 엄마의 은행통장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것만 같다. 나는 마지막에 반전처럼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첫 에피소드에서 시원하게 그러면서도 가슴뭉클하게 비밀이 밝혀진다.
엄마에게는 두 개의 은행통장이 있다. 하나는 말 그대로 은행에서 관리하는 은행통장, 또 하나는 집에서 급할때 바로 꺼내어 쓸 수 있는 작은통장. 쉽게 저금통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카트린과, 오빠 넬스, 그리고 여동생인 크리스틴, 다그마르가 필요한 것들을 살 때에는 모두 ’작은통장’에서 돈을 꺼내어 해결한다. 상급 학교에 진학하게 되고 나날이 지출해야 할 돈이 늘어만 가지만, 은행통장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아이들은 방과후 식료품점에서 일하거나 아기들을 돌보는 일을 자진해서 하게 된다. 늘 그렇게 은행통장에서 돈을 빼내지 않아도 작은통장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생활하면서, 그들은 은행통장을 지켰다는 생각으로 안심하고 미소를 짓는다.
20년 후, 소설책을 출간한 카트린은 엄마에게 원고료를 들고 찾아온다. "엄마거에요, 은행통장에 넣으시라고요." 그러자 엄마는 이렇게 대답한다. "통장 같은 건 없어, 얘야. 여태 살면서 난 은행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걸." "어린애들이 불안해 하고 겁을 먹는 건 좋지 않잖니?"

어느날, 다그마르가 아파서 수술을 받기위해 병원에 입원을 한다. 하지만 병원규칙에 의해, 입원 후 24시간동안 엄마는 딸 다그마르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이에 불안해진 엄마는 다그마르가 잘 견뎌내고 있는지 걱정이 되어 의사선생님께 부탁해 보지만  돌아오는건 ’병원규칙’이라 허용되지 않는 다는 말 뿐이다. 하지만 엄마는 포기하지 않는다. 소포를 전해주려는것 처럼 데스크를 재빨리 지나가려는 계획을 세워보지만 실패하고, 결국 청소아줌마인척 변장하여 데스크를 통과하게 된다. 무사한 다그마르의 얼굴을 보고 온 엄마는 미소를 짓고 행복해 한다.

<엄마의 은행통장>에는 17가지의 에피소드가 있다. 세입자에게 받은 돈이 부도수표라는 것을 알게 됬을 때에도, 크리스 삼촌이 집의 가보인 바이킹뿔컵과 신부의장롱을 팔아 다리가 불편한 아이들을 위한 수술비로 썼을 때에도 엄마는  "모두 잘 되었어."라며 흐뭇해하고 만족해한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절대 화 · 짜증을 내지않고 늘 용기와 미소로 해결하는 엄마.

엄마는 카트린, 넬스, 크리스틴, 다그마르를 지켜주는 버팀목이었고,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존재였다. 책을 덮으며,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시는 ’우리엄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내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신 적이 없고, 힘들때 의지하면 늘 따뜻한 미소를 보여주셨던 ’우리엄마’. 카트린을 비롯한 식구들을 지켜주고 불안함을 주지않았던 ’은행통장’ 처럼 내가 이제는 엄마의 ’은행통장’ 같은 존재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서 잠시 돌뿌리에 넘어지더라도 그 자리에 엎드려 있기보다,  훌훌 털어내고 다시 일어설수 있는 용기를 알려준 <엄마의 은행통장>.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짐을 당당하게 메고 갈 힘과 용기를 준 책.  "그래 다 잘될거야."

엄마의은행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