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눈길조차 가지 않았던 책이다. 하지만 작가가 ’곤도후미에’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책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곤도후미에의 ’얼어붙은섬’을 기억한다. 에거서크리스티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 신선함은 조금 부족했지만, 완성도가 더 높아졌고 나름 재미있게 읽었었다.
<토모를 부탁해>는 스물한살 구리코에게 일어나는 일상 미스터리. 혹은 코지미스터리, 청춘소설,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추리소설로써 이 책을 선택했다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리코의 일상은 마치 ’나’의 현실을 보는것처럼 굉장히 현실적이고, 공감이 가며 재미있다.
총 세편의 에피소드가 나와있는데, ’강아지 독살사건’에서는 구리코가 사는 동네에 의문의 강아지 연쇄독살사건이 일어난다.
마침 강아지를 키우게된 구리코와, 뭔가 수상한 (구리코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게의 단골손님) 할아버지 구니에다, 매일새벽 몰래 집을 나가는 남동생 마코토.
과연 사건의 진상은. 구니에다와 마코토는 왜?
이 책은 구리코 외에 ’구니에다’의 비중도 굉장히 크다. 첫 에피소드부터 구니에다에게 복선을 깔아놓아 마지막에는 짐작조차 할수없는 ’의문스러운’ 사건도 발생한다. "도대체 이 할아버지는 누구지?" 하는 생각이 책 읽는 중간중간 떠오른다.
구리코와의 만남이 신선하고 미소짓게 만들었다. 그녀의 일상에 또 무슨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명확하게 끝나지 않은 엔딩. 속편도 기대가 된다. 곤도후미에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을 확 올려준 <토모를 부탁해>였다.
"구리코, 잠깐 있어봐."
어머니의 목소리다. 엉겁결에 어깨를 움츠렸다.
"너 낮에 카레 남은 거 먹었으면, 냄비를 씻어놨어야지."
어제저녁 메뉴는 카레였다. 구리코는 어머니 말마따나 남은 카레를 오늘 점심으로 먹었다. 자신이 냄비를 씻어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왠지 귀찮아서 개수대에 담가두기만 하고 나왔던 것이다.
"개수대에 잘 담가뒀잖아. 물에 좀 불려야 잘 씻기지."
"물에만 담가두지 말고 마지막에 먹은 사람이 딱딱 씻어야지."
"그건 말이 안 되잖아. 왜 꼭 마지막에 먹은 사람이 씻어햐 하는데, 처음에 먹었든 마지막에 먹었든, 먹은 건 마찬가지잖아. 왜 나만 갖고 그래."
p.12
때때로 구리코는 자신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슬픈지, 화가 났는지, 힘든지.
그런 뒤죽박죽된 감정이 누군가의 말 한다미로 싹 정리될 때도 있는 것이다.
스스로 감정을 정리할 수 없는 구리코는 아직 한참 어린아이인 걸까. 아니면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머리가 나쁜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p.290
토모를부탁해,
곤도후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