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기가 뭐가 재미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다.

신은 인간에게 하나 이상의 재능을 부여한다는데, 빌 브라이슨에게는 남들보다 주변을 더 잘 탐색하고 재치있는 글쓰기 실력을 주었나보다. 그럼 나는? 음....나는 이런 뛰어난 작가를 알아보고 이 저자의 책을 재미있게 읽는 능력(ㅡ.ㅡ)을 받았다고 치자.

여기저기서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전자는 등산 여행기이고, 후자는 과학에 관한 책으로...동일 저자가 이런 전혀 다른 책을 쓸 수 있다는 게 놀랍다) 2권의 책을 추천받았으나 아무리 그래도 지루한 등산을 그것도 애팔래치아 산맥 종주에 관련된 책이라면 얼마나 지겨울까?....라는 선입견으로 쉽게 이 책을 선택하지 못했다. (여러가지 이유도 있지만 온라인 서점의 책 선정에 관한 문제도 있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인터파크에서 이 책은 '펼쳐보기'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 표지만으로는 나의 구매력을 높이기엔 문제가 있었다. 그런 이유로 '펼쳐보기' 기능으로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 산책'을 먼저 선택했던 것이다. 

저자는 영국에서의 20년 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건너가 뉴햄프셔주의 하노버시에 정착을 한다. 단지 그 동네 뒷산에 애팔래치아 트레일이 지난다는 이유로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여 무절제하게 살아온 지난 과거에 대한 clear라는 의욕적인 목표를 가지고 종주를 결심하고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다. 숲에 사는 동물들에 대한 두려움.... 혼자서 3천km가 넘는 종주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고교 동창인 카츠(유럽 산책에 나왔던 친구)와 종주를 시작한다.

중간 중간 심각한 자연훼손이며 관리당국의 태만, 애팔래치아 산맥에 대한 얘기들이 너무너무 재미있다는 것. 어떤 이의 3천km가 넘는 산맥을 등산하면서 고뇌하고 자연에 대하 감탄하고, 인간의 생활에 대해 비판하는 얘기들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는 걸 보면 이건 정말 작가의 재능이 부러울 뿐이다. (특히나 요즘의 여행기처럼 감각적인 사진만으로만 책을 가득 채우는 것보다 더욱더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에서 정말 강추다)

딱 하나의 단점으로는
무거운 고급 종이를 써서 책이 무겁다는 것뿐!

2009. 4. 29 (29)

EBS 제작팀이 만든 다큐멘터리 <동과 서>를 책으로 펴낸 것으로 TV 프로를 때맞추어서 보는 것이 힘든 나는 책을 선택하기로 했다.

책은 전체적으로 컬러로 제작되었고, 가로가 넓어서 보기가 편했다.(그래서 비싼가?)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겼기 때문에 글의 양보다 그림이 더 많은 느낌이고,

각 실험에 참여하는 기분으로 리듬을 타고 가보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비교적 짧은 시간에 완독이 가능하다.

 이 책은..(이 다큐멘터리는)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geography of thought)의 책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후에 이 책도 읽을 생각이다)

즉 문화심리학자의 입장에서 본 동,서의 사고방식의 차이는 유전자가 아니라 문화에게 기인한다는 것으로 이것을 근간으로 이 프로를 제작했다고 앞에 적혀있다. 다만 대부분의 학자들이 차이를 밝히는 것에만 주력을 하고 있어서 그런 차이점으로부터 결론을 얻어내는 것은 EBS 제작진의 역할이었기에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기간은 1년 6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동과 서. 뭐가 틀린가?

동양(한, 중, 일로 대변)인은 관계를 중시한다. 서양(미국, 캐나다를 위시한 유럽)은 '나'를 중시한다.

서양인은 세상의 작은 부분으로 나눌수 있는 객체인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고, 동양인은 '나'의 기준이 아닌 3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쳐다본다. 그래서 서양인은 자기 중심으로 판단하고, 동양인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각종 유사한 실험들과 문화적 유산(글, 그림 등등)을 분석하면서 사례를 소개한다.

집합으로 묶는 것에서도 동양인은 형태보다 재질(물질)을 중시하고, 부분보다 전체를 중시한다. 서양인은 재질보다 모양을 기준으로 삼고, 전체보다 부분을 중시한다. 동양인은 무리에 섞이려고 하고, 서양인은 무리에서 독특하게 튀길 원한다(그래서 동양인들이 유행에 민감하다) '나'를 중시하는 서양인은 성보다 이름이 먼저 오고, 문장에서도 'I'는 항상 대문자로 쓰인다. 동양에서는 '나'를 숨기고 전체에 포함되는 걸 좋아한다. '나의' 표현보다 '우리'라는 표현을 좋아하고, 성이 이름보다 먼저 나온다. 그리고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나'는 '나'이기도 하지만 누구의 딸이며, 누구의 아내이고, 누구의 엄마이고, 어느 조직에 속한 직업인이고, 누구의 이웃으로 대변되는 각종 관계 속에 살기에 '나'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형님, 선배, 후배, 부인, 선생님, 언니 등등의 관계를 나타내는 호칭으로 불린다. (서양에서는 어리나 늙으나 이름으로 불린다) 동양에서는 '나'조차도 무수한 관계 속에서 변한다고 본다. 어느 물질이라도 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고, 서양에서 '나'의 '성격'은 변하지 않는 불변이라고 본다.

어릴 때부터 서양의 아기들은 '명사'에 많이 접하게 되어 '명사'적인 사고를 갖게 되고, 동양의 아기들인 '동사'를 많이 접하게 되어 '동사'적인 사고를 갖게 된다. 관계와 배려를 중시하는 동양에서의 부모 자식간의 관계는 서양에서보면 '자립하지 못하는' 아이로 보여지고, 서양에서의 '나'를 중시하는 가족 관계는 동양에서의 관점으로 보면 '개인주의'로 보여지게 된다.  동양의 이익집단에서는 나를 희생시켜 조직을 발전시키겠다는 (나라를 위해 몸 바친다) 것은 '나'의 발전과 방향이 다르면 국가도 바꿀 수 있다는 서양의 관점에서는 이해가 불가능한 것이다. WBC나 월드컵을 통해 스포츠팀의 승리로 '대한민국'의 위상이 올라갔다고 흥분하지만, 그건 동양에서만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영국 프로 축구팀의 박지성이 'goal'을 넣어도 그건 박지성일 뿐이지 '한국의 박지성'이 아니다.(그러나 한국의 언론은 이를 통해 한국의 위상이 올라간다고 감정적인 보도를 잘한다) 그것 역시 동양인의 사고 방식이다.

내가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면 서양에서는 나의 피해자와의 문제일 뿐이고, 이때문에 교통체증이 생기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다른 길, 시간을 선택할 수도 있었는데 이 길을 선택한건 다른 운전자의 몫이라는 거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이를 통해 몇 천명이 지각사태를 보였으니, 고속도로에 정체되어있었다느니...이런 보도를 보인다. 세상만사가 각종의 관계를 통해서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각종 많은 사례를 통해 동양인과 서양인은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다른 사고 방식으로 살아왔음을 보여주고, 이를 인지하고 서로의 '다름'을 이상하게 보지 말고 인정하자는 것이다.

2009. 4. 3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