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너무 덥다. 더워도 이렇게 더울 수가 있나 싶을 정도다. 동남아보다 더 더운 느낌이다. 무엇보다 습한 날씨가 사람을 아주 지치게 만든다. 이런 때는 시원한 음료나 팥빙수가 생각난다. 그리고 이맘때쯤이면 공포영화가 우리를 찾아온다. 피가 튀기고 귀신이나 유령이 나오는 공포영화를 보는 것은 적성이 아닌 것 같다. 괜히 기분이 나빠진다고 해야하나. 보고나서 찜찜한 느낌이 남는다. 그래서 공포영화는 잘 안보는 편이다.

 

그런데 귀여운 공포영화가 있다고 하면 믿으실런지. 바로 팀 버튼이 제작에 참여한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라는 영화다. 팀 버튼이 마치 감독처럼 되어 있지만 감독은 ’헨리 셀릭‘이다. 하지만 팀 버튼이 제작에 참여한 만큼 팀 버튼 특유의 익살과 재기가 넘치는 특이한 소재는 영화에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크리스마스 = 즐거움, 행복, 기쁨‘이라는 등식을 흔들어서 ’크리스마스 = 악몽‘이라고 비틀어 놓은 팀 버튼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셀 애니메이션이나 컴퓨터그래픽과는 다른 스톱 모션으로 찍은 애니메이션이다. 다른 에니메이션 작업에 비해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그런데 한땀 한땀 장인의 정신이 깃든 영화라는 느낌이 들기 보다는 엽기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극 속에 등장하는 다소 특이한 캐릭터들 때문이다. 할로윈 마을에서 크리스마스 날을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는 설정 자체도 특이하다.

 

아이들이 보기에는 무리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더 없이 좋아한다. 역시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영화다. 팀 버튼이 보여주는 영화가 항상 이런 식이다. 그래서 팀 버튼을 좋아한다. 아이들도 팀 버튼 영화를 아주 좋아한다. 팀 버튼의 광팬이 되었다. 디비디는 풍부한 서플과 선명한 화질을 자랑하고 있어 영화를 감상하고 즐기기에는 더없이 훌륭한 타이틀이다.

 

한때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이 대중들의 인기를 얻었던 때가 있다. 반항과 저항의 음악으로 여겨졌던 록 음악에 심오한 가치가 더해지면서 프로그레시브 록은 예술성을 띠게 되었다. 당시 프로그레시브 록은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고 지금까지도 프로그레시브 록하면 유럽을 떠올리게 된다. 당시 미국은 프로그레시브 록에서는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다.

 

이때 등장한 그룹이 캔사스(Kansas)다. 우리에게는 그들이 1977년도에 발표한 “Point of Know Return”이라는 음반에 실린 “Dust in the wind”로 각인되어 있는 그룹이다. 캔사스가 남부를 배경으로 한 만큰 서던 록의 강한 사운드를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Dust in the wind”라는 곡만 알려져 있다. 심포닉 록과 아메리칸 록을 결합한 그들의 음악은 프로그레시브 록의 불모지였던 미국에서는 초기에대중들에게 크게 어필을 하지 못했다.

 

이들의 음악적 특징은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로비 스타인하트(Robby Steinhardt)를 바이올린 주자로 영입하고, 이후 보컬의 스티브 월쉬(Steve Walsh) 등이 들어오면서 캔사스 만의 특유한 사운드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캔사스는 1970년대 중반 핑크 플로이드를 비롯한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대중들에게도 인지도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캔사스의 프로그레시브 록은 다른 유럽의 프로그레시브 록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미국 남부 출신이라 특성이 사운드에 뭍어 나올 뿐만 아니라 아메리칸 록의 역동성을 그대로 자신들의 음악 안에 녹여 내면서 파워와 함께 서정성까지 겸비하는 사운드를 구사하게 되었다. 하지만 1980년에 발표한 “Audio-Visions” 이후 캔사스는 예전의 사운드를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이번에 Sony에서 발매한 Original Album Classics 시리즈는 캔사스가 최고의 활동과 음악성을 보여주었던 때에 발표한 5장의 앨범을 박스 세트로 출시한 것으로 캔사스의 음악적 특성을 이해하는데는 더 없이 훌륭한 아이템이 될 것이다. 하드커버 박스 안에 슬림케이스로 원래의 자켓 이미지를 그대로 실어 두고 있어서 소장가치 면에서도 좋은 것 같다.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Alan Parsons Project)는 아직도 ‘Old And Wise’, ‘Eye In The Sky’, ‘Time’ 등과 같은 명곡들이 꾸준하게 전파를 타고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애청이 되는 그룹이다. 한때 비틀즈(Beatles)의 "Abby Road"와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Dark Side Of The Moon‘을 엔지니어링 하였다는 것으로도 유명세를 탔는데, 그들의 자신들의 음반을 발표하면서 재능이 그 이상이었음을 보여주었다.

 

일반적인 그룹과 달리 알란 파슨스의 엔지니어링과 에릭 울프슨의 보컬과 작곡 능력을 기본으로 하여 필요할 때마다 세션과 보컬을 충원하는 방식을 택하여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였다. 유명한 추리 소설 작가 에드가 알란 포(Edgar Alan Poe)의 소설과 시를 인용해 만든 데뷔작 “Tales of Mystery and Imagination”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다.

 

이후 그들은 발표하는 음반마다 베스트 셀링 음반이 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였다. 스페인 건축학자 가우디의 작품인 스페인성당을 컨셉으로 만든 “Gaudi” 이후, 에릭 울프슨은 팀을 떠나 뮤지컬에 전념하였다. 얼마전 세상을 떠나면서 더 이상 두 사람의 공연모습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남겼주었다. 이 3장짜리 베스트 음반을 통해 그들의 음악 세계에 대한 아쉬움을 달랠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음반에는 그들이 발표한 곡 중 싱글 히트곡은 모두 수록하고 있다. 발표 연대에 맞춰 곡을 수록해 음의 마술사들이 펼친 음악의 변화과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두고 있다. 역사적인 데뷔작 “Tales of Mystery and Imagination”부터 그들의 마지막 앨범인 “Gaudi”까지 10장의 정규앨범에서 47곡을 발췌하고 1곡의 보너스 트랙을 수록하여 3장짜리 베스트 음반으로 완성했다.

 

2장짜리 베스트 음반도 같이 출시되었는데 곡 수록면에서나 양에서나 3장짜리 이 음반이 최상의 선택이 아닐까 한다. 다만 3장짜리 음반은 라이센스로는 발매되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