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아이가 달을 보더니 여기서도 보이고 저기서도 보이네 하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애들이 보기에는 달은 하나인데 어떻게 여러 곳에서 볼 수 잇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잇는거다.

이 책은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으로, 보름달을 처음 본 아기 고양이가 보름달을 우유 접시라고 생각하고, 우유룰 먹기 위해 혀를 내밀어 보지만 벌레를 ?고, 뛰어 올라보지만 계단에서 구르고, ?아가보지만 달은 그 자리에 있고, 나무 위로 올라가보지만 닿지 않고. 연못 속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연못에 빠져 흠뻑 젖어버리고. 재미난 이야기 구성이다

흑과 백의 단선적인 그림이지만 까만 밤과 하얀 보름달, 그리고 하얀 고양이가 주는 대조는 아이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그리고 아기 고양이의 행동은 마치 아이의 행동과는 느낌을 주어 귀엽기만 하다. 칼데곳상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그럴만한 것같다.

반복되는 문구를 읽는 재미도 좋다. 시디에는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어, 영어 발음이 가진 리듬감을 잘 살리고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 중의 하나다.

돈은 우리에게 무슨 존재일까?

원래 돈은 물건을 매개하는 수단으로 단순히 돈이라는 물질 자체를 놓고 본다면 금속이나 종이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이 돈이 물건의 가치를 평가하고 부를 축적하는 기능을 가지게 되면서 돈이라는 물질 자체를 능가하는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오늘도 돈을 쫒는다. 돈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버렸다. 재테크 열풍 등 돈이 될만한 곳이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재테크 관련 서적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요즘 불어닥치고 있는 사교육 열풍도 그 깊은 곳에는 내 자식이 돈 잘 벌고 잘 먹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모든 것이 돈 때문에 발생하는 것들이다.

 

물론 이 정도에 그친다면 큰 문제는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거나 자신의 목숨을 끊는 일이 어제 오늘이 아닌 일이 되어버렸다. 돈의 어두운 이면이다. 그렇다고 돈 자체에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돈은 그저 돈이다. 그 돈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문제인 것이다. 돈은 사람을 타락시키고 부패시킨다고 하면서도 돈을 쫒는 현대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이중적 욕망을 보고 있다. 한국인은 돈에 대해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라는 물음을 던지며 지은이는 고대로부터 오늘날까지 돈이 우리의 생활에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살펴보고 돈에 대한 진정한 철학을 되돌아본다.

 

책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돈의 역사와 돈에 얽힌 각종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문학, 연극, 영화와 같은 예술작품 속에서 돈이 어떠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지를 들려주고 있다. 매품을 팔다 목숨을 잃은 이야기에서는 가슴 저미는 슬픔이 느껴지고, 돈보다 사람의 도리를 더 소중히 여긴 이야기에서는 가슴 훈훈하게 느껴져오는 따스함을 맛보았으며, 새해 첫날 받는 세뱃돈에서는 기쁨과 희망을 보았고, 아침 장의 마수걸이 돈과 장터에 얽힌 이야기는 살아 숨쉬는 생명력을 느끼기도 했다. 이처럼 돈은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울고 웃고 하며 우리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변돈, 끝돈, 살전, 몽전, 고린 전, 뜬 금, 용채, 왁댓값, 채은 등. 아주 생소한 말이다. 예전에는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사라져버린 이자를 지칭하는 다양한 말들이었다. 이런 돈에 대한 용어의 변천과 조선시대 시장에서 거래되는 돈을 통해 역동적인 조선시대를 읽어 나가는 지은이의 탁월한 식견은 이 책을 아주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이제껏 돈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 역사와 인문학을 접목시킨 경우는 거의 없지 않았나 한다.

 

다만, 글의 대부분이 조선시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또한 에피소드로 소개되는 이야기나 신문기사들이 대부분 비슷 비슷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책의 제목에 걸맞게 한국인이 돈에 대해 보이는 모습을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고찰을 해주었으면 했는데, 현대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한국인의 돈에 대한 이야기에 외국인의 글이나 영화가 소개된 것도 글의 일관성이 없게 느껴진다. 기대를 많이 하고 봐서인지 실망을 한 부분들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돈을 거부할 수는 없다. 우리의 하루하루가 돈을 벌기 위한 삶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돈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쓸 줄 아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은이는 둥근 테두리 안에 네모꼴이 패여 있는 엽전의 모양, 즉 원방[圓方, 외원(外圓) 내 공방(孔方)을 줄여서 이르는 말이다]에서 찾고 있다. 엽전의 모양은 원활하고 둥글게 온 세상을 돌고 돌되, 떳떳하고 반듯하게 제구실을 하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돈이 나쁜 점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아직 우리에게 희망은 많다.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의 시 ‘악의 꽃’이 꽃으로 승화하는 악을 노래했듯이, 돈은 비록 더러운 시궁창에서 태어났어도 아름다운 천상의 꽃을 피우는 기적을 이루기도 한다(본서 제201쪽 참조).” 라는 말처럼, 우리 사회를 더욱 밝고 아름다운 사회로 만들어가는 돈의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