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운전자들은 왠만하면 내비게이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처음 가는 지역처럼 낯선 곳에서는 내비게이터만큼 유용한 기기가 없는 것 같다. 예전같으면 지도책을 펼쳐놓고 찾아서 확인하며 가야했지만, 요즘은 내비게이터가 알아서 길을 안내해주니 그 안내대로만 가면 된다. 더없이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그런데 교양에 대해서 알려주는 내비게이터가 있다면 과연 어떨까? 좀 더 편하게 교양에 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제목이 교양 내비게이터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서양의 고대부터 근대까지 역사․문화․철학 등 서양 문화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11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고대도시, 이탈리아 구역, 중세구역, 대학, 도심, 섬, 프랑스 구역, 영국 구역, 외곽 지역, 낭만의 숲, 도서관 등으로 되어 있어,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없이 관심이 있는 분야대로 읽어도 큰 무리가 없다. 많은 삽화와 풍부한 글, 그리고 서로 상관되는 내용들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해놓고 있어서, 이리 저리 길을 찾듯이 읽다보면 마치 내비게이터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교양의 숲을 드라이브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이 책에 소개된 내용들을 안다고 해서 교양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지식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교양이 있다고는 하지 않는다.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교양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교양은 지식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생활 전체를 통해서 뿜어져 나오는 품위에서 나온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통해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하고 더 나아가 이 책에서 배우고 익힌 것을 자신의 생활에서 실천으로 옮긴다면 그 사람이 바로 진정한 교양인이 아닐까? 이 책에서도 단순히 어떤 사실관계나 역사를 나열하기 보다는 그 속을 흐르는 인간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부분들이 많다. 그런 것들을 통해 우리의 현재의 모습을 읽을 수 있고, 더 나아가 미래 우리들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내비게이터는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단순히 가르쳐 주는 이상을 하지는 못한다. 그 목적지에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고, 어떤 생활문화가 있는지는 전적으로 인간이 알아서 해야하는 문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서양 문화사를 알 수 있는 각종 공간으로 우리를 데려다 주지만, 거기에서 더 나아가 서양 문화사를 통해 좀 더 깊은 지식의 세계로 나아가는 길은 우리가 알아서 할 몫이다.

 

여행은 막상 다녀오고 난 뒤에 느껴지는 여운으로 인해 자꾸만 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이 책도 덮고나면 왠지 다시 펼쳐보고 싶은 부분들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온다. 한 번 읽어서는 이 책의 참맛을 느끼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 같다. 틈나는대로 생각날 때마다 펼쳐보면 나만의 서양 문화사 내비게이터를 만들어가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레이먼드 브릭스의 ‘스노우맨’은 아이에게 보여주기 전에 이미 장 지오노 감독의 ‘나무를 심는 사람들’과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었다. 두 애니메이션 모두 대사가 거의 없고 포근한 그림이 인상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제패니메이션이나 헐리웃 애니메이션과는 달라서 좋았다.

이 책을 딸아이에게 보여주었더니 딸아이도 아주 좋아했다. 스토리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울뿐더러 마지막에 눈이 녹는다는 니야기는 너무 슬프다. 물론 딸아이도 마지막 부분에서는 왜 눈이 녹느냐며 보챈다.

어린이들이 동심을 아주 잘 포착한 그림책이다. 눈사람과 즐기는 여행을 담은 그림은 다른 어느 그림책보다 정감이 넘친다. 저번 겨울에는 이 책을 매일 보다시피했다.

크리스마스를 즈음하여 서점엘 갔다가 이 디비디를 발견한 딸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눈사람 아저씨 책이라며 사달라고 졸라서 사주었더니만 아주 좋아했다. 이미 그림책을 보고 내용을 잘 알고 있지만, 살아 움직이는 듯한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림책을 더욱 실감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딸아이 덕분에 나도 눈사람을 눈에 쥐가 나도록 보게 되었다.

연령대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오래도록 볼 수 있는 그림책이 아닐까 한다. 어른들이 보아도 결코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책이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잘 만들어진 책으로 적극 권해드린다.

이 책은 아이에게 사주려고 벼르던 책이었다. 알록 달록한 색감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지은이 에릭 칼에 대한 나의 전폭적인 신뢰가 어긋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선택은 적중했다.

애벌레가 알에서 나비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림으로 보여주는데, 그 과정에서 애벌레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먹은 음식들의 이름과 개수를 익히도록 하고 있다.

이 책을 가지고 영어를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책을 가지고 놀면서 자연히 익히도록 하는게 좋을 것 같다.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구멍이 있어 아이로 하여금 직접 만지게 하면서 숫자와 과일 이름, 배가 고프다는 표현 등을 놀이 삼아 익히도록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에릭 칼 특유의 색감이 너무 마음에 든다. 원색이 깨끗하게 처리되어 있어 눈을 아주 시원하게 해준다. 문진미디어의 콤보 시리즈로 보드 북과 테이프, 시디가 들어 있어 경제적으로도 아주 실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