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메모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이노디자인의 대표인 김영세가 냅킨에 그린 디자인이 그를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만들었다는 일화가 알려지면서, 메모에 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다. 그 당시 이 책을 쓴 지은이 사카토 켄지도 ‘메모의 기술’이라는 책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번에는 ‘뇌를 움직이는 메모’라는 제목으로 다시금 메모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메모의 기술’이라는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메모를 유형별로 나누고 메모에 대한 세부적인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우리의 뇌가 직감과 기발함 같은 감성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좌뇌와 논리적 사고와 분석 능력과 같은 이성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우뇌로 나누어져 있는 뇌의 특성에 주목하여 뇌를 활용한 메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서 굳이 메모같은 아날로그적인 방법이 필요없을 것 같지만 우리 일상생활에서 디지털로 가능한 범위는 제한되어 있고, 현재처럼 정보과 과잉되어 있으며, 적는 행위를 하지 않으면 우리의 뇌 기능은 저하될 것이라며 오히려 현재와 같은 디지털 시대에 손으로 적는 메모는 더욱 중요하다고 한다.

 

책은 총 7장으로 되어 있다. “우뇌와 좌뇌의 활동, 에피소드를 통해 배우는 메모, 메모의 효과, 기본적인 메모,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메모, 뇌를 단련하는 방법,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메모”로 구성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이전의 책에서 읽은 내용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뇌와 관련시켜 메모에 대해서 서술한다는 점이 특이할 뿐이다.

 

메모를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가 하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달려있다. 변화하려고 하고 실천하려고 하는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메모에 대한 기술적인 방법은 서서히 몸에 익히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은이도 책의 말미에서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다.’(책 186쪽 참조)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메모가 중요하다고 하니까 요즘 여기저기서 메모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리고 두툼한 다이어리에서부터 손에 들어오는 콤팩트 형의 다이어리까지. 자신만의 비법을 담은 듯한 다이어리에 이것저것 많은 것을 적어 넣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우리 사회에서 메모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 것 같다. 다만 어떻게 지속적으로 효율적으로 메모를 하는가 하는 문제만 남아 있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2-3시간 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는 이 책에서 자신에게 맞는 메모법을 발견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한다.

김광석

작달막한 키, 부시시한 머리, 하모니카, 통기타, 그리고 독특한 목소리.

내가 기억하고 있는 김광석의 모습이다. 하지만 외적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보다 그의 노래가 내 가슴 속을 파고 들어와 각인시킨 젊은 날의 기억은 아주 오래도록 남아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문득 문득 그의 노래가 떠오른다. 햇살이 환한 날이나 아니면 고즈넉하고 편안한 날이면 나도 모르게 그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렇게 김광석이라는 사람은 내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가 더 이상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니라는 보도를 접했을 때는 하늘이 꺼지는 느낌이었다. 그가 자살을 한 것이 믿기지 않는다. 믿고 싶지 않다. 왜 세상은 이렇게 생각하지도 않은 엄청난 일을 만들어 내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그의 노래를 듣고 울고 웃으며 삶의 희망과 행복을 찾았는데 반해, 오히려 그는 자신의 내면속으로 점점 빠져들며 혼자 고독과 싸우는 외로운 전쟁을 치르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의 팬으로 그런 점을 헤아리지 못한 내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흐르자 그가 없다는 것은 또 다른 일상이 되었다. 다만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할 뿐이다. 그런데 최근 이 책을 접하면서 오랜 동안 만나지 못했던 연인을 만난 듯 그의 노래와 그의 삶에 빠져 들게 되었다.

 

'메아리', '노래를 찾는 사람들', '새벽', ‘동물원’, ‘소극장 콘서트 1,000회’ 같은 그의 굵직 굵직한 이력보다 그가 공연 중에 들려준 살아가는 이야기나 자신의 팬 카페인 나우누리 게시판에 올린 글들에서 느껴지는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더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누군가에게는 노래패 활동으로 80년대라는 암울한 시대를 관통하는 아이콘으로 기억될 것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사랑 노래를 부르는 발라드 가수로 기억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살아가는 일상을 담아내는 이야기꾼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처럼 그가 걸어온 음악적 이력은 특이하다. 이를 두고 그의 음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지은이는 학창시절 김광석의 열혈 팬이었다고 한다. 전업 작가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지은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노래와 모습이 잊혀지는 것이 아쉬워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광석의 출생에서부터 학창 시절, 가수 생활, 그리고 자살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김광석의 지인들과의 인터뷰, 김광석의 생전의 이야기들, 그리고 그의 음악 등을 통해 그를 그려내고 있다.

 

김광석이 발표한 음반 순서대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발표한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는데, 마치 음반의 속지를 읽는 느낌이다. 평전이라고 하지만 지은이의 김광석에 대한 애뜻한 사랑을 담은 연서같다는 느낌이다. 많은 이야기에 비해 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별로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아직 평전이라는 장르가 우리 출판계에서는 그다지 활성화되어 있지도 않고 어떤 면에서는 생소한 분야다. 특히 대중가수에 대해서는 평전이라는 장르가 더더욱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척박한 토양에서 자그마한 시도를 알리는 글이어서 우울하지만 기분 좋게 읽은 책이다.

 

아이들은 모든 사물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항상 “왜”라는 질문을 입에 달고 사는 때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 아이들의 장래 희망 1순위에 올라 있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 과학자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풀어나가는 과학자는 아이들 눈에는 멋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실상 부모들 입장에서는 이런 아이들의 호기심을 전부 충족시켜 줄 수는 없다. 그래서 책이나 과학관 등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그런 호기심을 조금이나마 충족시켜주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간편하고 손쉬운 방법이 책을 통해 과학에 쉽고 편하게 다가가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실상 과학에 대한 책을 찾아보면 마치 교과서처럼 설명을 나열해 둔 정도이거나 아니면 그림이나 사진만 잔뜩 실어 놓은 경우가 많다. 이래서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책처럼 추리라는 형식을 빌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과학에 다가가도록 하는 방법도 괜찮은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인 르로이 브라운은 아이다빌 시에 사는 10살된 소년이다. 한 번 본 것은 모두 기억하여 백과사전을 의미하는 ‘인사이클로피디아’로 불린다. 브라운은 여름 방학 동안 사설탐정소를 만들어 동네 아이들이 가져오는 갖가지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주고, 아이다빌 시의 경찰서장인 아버지가 맡은 범죄 사건들도 매일 저녁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로 해결해 준다. 이 과정에서 재미난 과학이야기가 등장한다.

 

책에는 다이아몬드 목걸이 도난 사건, 대낮에 발생한 은행 강도 사건, 사라진 롤러스케이트 사건 등 총 9가지의 사건이 등장한다. 책을 따라 사건을 해결해보려고 머리를 싸매고 달려 들어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아이는 한 자리에 앉아서 아주 재미있게 읽는다.

 

추리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과학과 접목시킨 특이한 구조를 가진 책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과학을 응용하고 이를 즐기는 브라운의 모습을 통해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과학이 가지는 재미를 던져주는 것 같다. 아이만 혼자 책을 읽게 하는 것보다 부모가 같이 읽으면서 사건 해결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2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그 중에서 1권으로 깔끔한 디자인과 선명한 그림, 그리고 친절한 스토리는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는 것 같다. 공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에 등장하는 사건은 대부분 초등 교과와 연계되는 내용이어서 학습적인 효과도 있는 것 같다.

 

아이때는 어떤 식으로 과학에 재미를 붙여주느냐 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 책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방법도 유익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무조건 책만 사주고 읽어라고 하는 것보다는 같이 추리해보고 고민해보는 것이 아이에게 좀 더 과학에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지 않을까.